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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책 호밀밭의 파수꾼

by 여름햇살 2017.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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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국내도서
저자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Jerome David Salinger) / 공경희역
출판 : 민음사 2001.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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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시기에 읽으면 좋은 책이라고 들었던 것이 생각나서 이번에 읽게 되었다. 왜냐면 내가 요즘 하는 짓이 딱 중2병 걸린 청소년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책의 주인공은 제대로 중2병에 걸렸다. 초반에 읽으면서 뭐 이런 병맛인 주인공을 보았나, 역대 소설 속 주인공 중 가장 찌질한 주인공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너무 주인공을 업신(?)여겨서일까. 초반에는 주인공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언제까지 치기어린 어린아이의 투정을 들어줘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무신경하게 페이지를 넘겼다.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연락도 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거리는 것도, 싫은 친구에게 싫다고 속시원히 말하지도 못하고, 부모님한테 혼날까봐 퇴학 당한 사실을 숨기고 호텔을 전전하며 돌아다니는 것도, 이래저래 각종 호구짓(?)은 다 당하는 것도 그 모든 것들이 치기어린 청춘이라 여기기에는 아니꼽게 느껴졌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찌질한 주인공이 불편했던 진짜 이유는, 나 또한 내가 찌질하다고 생각하는 주인공과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혼자 속으로 끙끙대며 보냈던 그 많은 날들이 청소년시기에는 당연하고 사실 나는 지금까지 그러고 있지 않은가. 자다가도 이불에다가 하이킥을 날릴 짓을 하는 것은 술먹은 날만이 아니라 맨정신에도 종종 그런다. 여전히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기분을 느끼며 방황하고 세상을 겉돈다. 인도와 차도 사이에 연석에 붙어서 호밀밭 어쩌구 노래를 부르는 꼬마를 전혀 신경쓰지 않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나 또한 타인은 신경쓰지 않는 삶의 문제에 얽매이고 혼자 극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러는 걸 보니 확실히 나는 아직도 중2병이다. 


요즘의 나는 아무것도 하기 싫다. 그 어떤 것에도 의욕이 없다.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기가 지나가고 이 경험으로 다시 한 번 성장하리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걸 알고 있어서 그런지 더더욱 이 시기를 헤쳐나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이제 그만 철들고 싶고 그만 어른이 되고 싶은 것 같기도 하다, 절대 그럴 수 없단걸 알면서. 이 모든 과정이 지나가는 성장통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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