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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sta/2017 Melbourne

[멜번여행] 17. 뜨듯한 온천에서 지지기 - Peninsula Hot spring

by 여름햇살 2017.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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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May 2017 


이 날은 멜번에 온 이래로 처음으로 아침 일찍 일어났다. 왜냐면 오 전에 페닌슐라 핫 스프링으로 뜨듯한 온천욕을 즐기기로 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찍부터 부산스럽게 짐을 쌌더니, 산드라가 우리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본다. 벽 한쪽에 게스트 사진을을 붙여 놓고 게스트 북도 만들고 싶다고. 뭐 그게 어려운 일이라고 기꺼이 모델이 되주었다. ㅋㅋㅋ 사진을 찍고 나서 고맙다고 특히 나는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너무 조용하고 깨끗하게 있다가 간다고 칭찬 일색을. 나중에 차로 돌아와서 멜번놈이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조용했던게 아니라 그냥 영어를 못해서 말을 안해서 그런거라고 또 놀리고 ㅋㅋ휴.. 살인 한 번이면 참을 인 세번을면한다는데 -_-???


페닌슐라 핫 스프링의 입장료는 이른 시간에 가면 조금 더 할인이 되기에 우리는 오전으로 예약을 했다. 제시간에 가기 위해 간만에 게으름을 누르고 아침일찍 일어나 준비를 마쳤다. 뭐 사실 아침일찍도 아닌 것이 숙소에서 자동차로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였기에...흠흠.


출처: 홈페이지

https://www.peninsulahotsprings.com/bathing/bath-house-bathing/#BHprices

요렇게 9시 전에 입장하면 10불이나 할인! 예이! 우린 화욜 아침이었기에 25불에 입장했다. 하하. 얼리 버드라도 피크타임은 안되는 모양이다. 운이 좋았구만~


별거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기대보다 좋아 보여서 조금 놀랬다. 뭐야, 나는 그냥 워터파크 같을 줄 알았는데, 좀 더 고급스런 분위기였다.

입구에서의 사진. 무료 라커는 오픈된 타입이라 우리는 유료 라커를 하나 빌려서 모든 물건을 다 처박아 두었다. 수영복도 이미 입고 와서 갈아 입을 것도 없이 그대로 탈의 ㅋㅋㅋ별로 사진 찍거나 하고 싶지도 않아서(아니 온천에 집중해야지 뭔 남 목욕하고 있는 사진은 찍어서 뭐해) 핸드폰도 함께 넣어 둬서 사진은 이걸로 끝이다. 


가운이 대여가 가능했는데 나는 두툼한 목욕 타월을 하나 챙겨갔기에 대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제일 꼭대기에 있는 온천으로 직행. 온천하러 왔다가 뜬금없이 하이킹(...)을 하게 되었지만 제일 꼭대기에 있는 온천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정말 기가 막히게 아름다웠다. 여기가 진짜 현실세계인가 싶을 정도로 몽롱한 분위기의 전경이 펼쳐지는데, 이래서 다들 이곳을 칭송했구나 라는 것을 이해했다. 진짜 너무 예뻐서 내려가기 싫을 정도였다. 


날씨도 적당히 쌀쌀해서 뜨끈한 온천물 속에 몸을 담그고 콧구멍으로는 시원한 공기를 맡는데.. 하아.. 저 집에 안갈래요 여기서 그냥 평생 살께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지인들 말에 의하면 저녁때 노을 질 무렵도 절경이라고 한다. 그때도 가보고 싶다! 


우리네 목욕탕에서 아줌마들이 수다 떨 듯, 여기서도 처음 보는 사람끼리 수다를 잘 떤다. 어떤 중년 커플이 들어오자 먼저 들어와있던 커플이 인사를 해서 네명이서 수다를 떨기  시작했는데 어디서 왔냐는 내용이었다. 한 쪽이 멜번에서 왔다고 그 쪽은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줌마 한 분이 천연덕스럽게 매우 가까운데서 왔다고. 퍼스. 라고 이야기했는데 엿듣고 있다가 풉 하고 터짐 ㅋㅋㅋㅋㅋㅋ 귀여워. 


그리고 밑으로 내려오면서 모든 온천에 몸을 담궈보았다. 뭐 온천물 자체가 좋은 것은 잘 모르겠고 그냥 풍경이 너무 좋았던 것 같다. 터키탕이라고 꾸며 놓은 곳도 터키로 여행가서 이스탄불에서 진짜 터키탕을 갔다온 내가 보기에는 애기들 소꿉장난하나 싶을 정도로 허접.. 저기요, 터키 안 갔다 오신 것 아니세요? ㅋㅋㅋ 


여담으로 주인이 일본 여자와 러시아 남자 부부라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나자 온천문화가 발달한 일본 사람이라서 요렇게 아기자기하게 잘 만든 것이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제일 마지막에 내려와서는 내가 바라는 온도와 시원함 정도가 딱이라서, 다시 올라가서 사우나 좀 더 즐기겠다는 멜번놈만 올려보내고 나는 혼자 남아 탕 안에서 낮잠을 잤다. 탕안에서 잠드는 건 할머니 할아버지나 그러는 줄 알았지... 나중에는 목 디스크 걸릴 것 같은 느낌으로 목이 아프길래 밖으로 나가서 수건으로 몸을 동동 싸매고(날씨 때문에 온천 밖을 나가면 꽤나 추웠다) 썬배드에 누워서 다시 한숨잤다. 편안한 분위기와 노곤하게 만드는 온천물 온도 때문에 여태 쌓인 피로가 확 몰려와서 그랬던 것 같았다. 나중에 일어나서 시간 확인해보니 총 한시간 취침. 잘 잔다.


그렇게 짧은 2박 3일 peninsula여행이 종료. 다시 멜번으로 올라가는 길에 점심으로 뭘 먹을까 고민을 하는데 추운 날씨 탓에 뜨듯한 국물이 먹고 싶은 것이다. 락샤나 베트남 쌀국수가 먹고 싶다고 했더니 자기가 먹어본 락샤중 가장 맛있는 집으로 안내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구글맵에 락샤 킹을 검색해보라고 한다. 그래서 검색해봤더니 Flemington 에 딱 한 군데가 나온다. 여기까지 가자고? 라고 물었더니,  본인은 거기서 먹긴 했는데 체인점이라고 생각하고 찾아 보라고 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체인점이 아니라 그 곳을 가야만 하더라도 락샤를 먹겠다면 그 곳으로만 가겠다고 한다. 뭐 꼭 그럴 것 까지 있나 싶어서 그냥 베트남쌀국수를 먹기로 했다. 집이랑 가까운 northcote 에 몇군데 있긴했는데  오픈시간 + 리뷰 괜찮은 곳을 발견하여 이동했다.  레스토랑 이름은 pho bang bang. 


리뷰도 나쁘지 않더니, 실제로 맛도 괜찮았다. 특이한게 전부다 서양인들이 ㅋㅋㅋㅋ


다음 여행지를 검색하시는 중. 

나는 그냥 평범한 쌀국수를 고르고 놈은 똠양꿍을 골랐다. 가만 지켜보면 어느 동남아 음식점을 가더라도 이놈이 고르는 것은 똠양꿍이다. 얘도 음식에 대한 호기심은 없는 듯. 남자들은 다 이런가.  추운 곳에서 벌벌 떨다가 뜨듯한 국물이 배에 들어가는 기분이 좋은지, 숲 종류로 음식을 고른 나의 초이스가 베스트였다며 스마트했다고 칭찬을 엄청해준다. 

에헴, 이래뵈도 목욕탕 문화가 발달한 한국에서 왔다구. 겨울에 목욕하고 나서는 무조건 국물이지. 에헴에헴. 간만에 멜번에서 먹는 베트남쌀국수는 예술이었다. 최근 한국에서 베트남쌀국수를 몇번 먹었었는데 진짜 조미료맛만 나는 쌀국수들이었는데.. 이건 진짜 진한 맛이 그대로.. 그나저나 나 또 이렇게 고기를 먹고 있네.. 허허.

이건 멜번놈이 먹어보라며 주문한 에피타이저. 


포도잎에 고기를 싸서 구워낸 것 같은데 자기가 전에 먹어 봤는데 맛있더라면서 추천하길래 주문 해봤다. 그리고 오 진짜 맛있었다. 나는 그냥 심플하게 스프링롤이나 이런걸 시키려고 했는데(베트남 쌀국수에 야채가 많이 없으니), 괜찮은 선택이었다. 그렇게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폭풍흡입. 호주를 한 번이라도 다녀와 본 사람은 다들 알겠지,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를. 왜냐면 멜번의 1인분은 농담아니라 한국의 2인분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그 양이 어마무지 하기 때문이다. 괜히 뚱뚱한 애들이 많은 것이 아님.. 그런데 나는 남김없이 올킬. 또 이렇게 나의 위장의 크기에 나 스스로 또 한 번 놀라고.


그리고 도착한 집. 목욕때문인지 피곤이 쏟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저녁 약속이 있었기에 잠들 수는 없었고, 약속 시간까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침대에 벌러덩 누으면서 내가 한 것은 바로 마스크팩. 여행할때 매번 챙기는 물품은 아닌데 이번 여행에서는 기필코 챙겼는데, 그것은 극한으로 건조한 멜번의 날씨 때문이었다. 특히 이날은 아침에도 아무것도 안 바름+ 목욕후에도 아무것도 안바름 + 멜번의 건조한 바람에 집에 도착했을 당시에는 피부가 터서 찢어질것같은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스킨 로션 같은 것 꼬박꼬박 바르는 타입이 아니라서 2박 3일동안 그냥 대충 보냈더니... 피부가 그 지경이 되었다. 그래서 멜번놈이 테이블에서 인터넷 하는 동안 나는 마스크팩을 얼굴에 붙이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들어와서는 박장 대소 하고 엄청 못생겼다고 그러더니 튀어나가서 핸드폰 다시 들고 와서는 사진 찍어대기 시작. 소리지르며 꺼지라고 외쳐댔지만 이미 늦었다는 느낌이..하아.. 


그러면서 이걸 보내며 자기 이제 핸드폰 볼 때마다 즐거울것이라며 괴롭히기 시작...... ㅋㅋㅋㅋ

화상 입은 환자 같다며 계속 껄껄껄. 나만 당할 수 없지 라는 생각에...

이 놈 얼굴 위에도 하나 올려줬다. 지 사진 보고 또 대박 웃음 터지심 ㅋㅋ  마스크팩을 태어나서 처음 보는 건가.. 신기하네. 


콧대가 높아서 코 부분에 시트가 찰싹 달라 붙지 않고 뜬다... 개부럽.


이거 언제까지 해야 되냐고 그러길래 한 30분은 해야 된다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더니 초반에는 궁시렁 궁시렁 거리더니 잠이 드셨다.  암암 나도 시원한 마스크팩 올려 놓으면 잠이 솔솔 와서 그 기분을 잘 안다. 하지만 그 꼴을 볼 수 없지. 잠들지 말고 저녁 만들라고 깨우니깐 자기 괴롭히지 말고 제발 냅두라고 이불 꽁꽁 싸매고 잠투정을 시전 하셨다.

그래서 마스크팩 떼어내고 수분감 작렬하여 광채돋는 얼굴로 잠든 모습을 놀릴 꺼라며 사진을 찍었다. 이렇게 유치하게 노는 둘의 나이의 합은 도합 72세 ㅋㅋㅋ

그리고 또 움짤제작 (움짤 제작 왤케 재밌지)



밖으로 나와 테이블에 앉아서, 유투브에 올라온 멜번에 오느라 실시간으로 보지 못했던 그 주의 대선후보토론회를 보며(핵꿀잼), 개콘의 위기를 걱정하고 있었다. 한참 보고 있었더니 쥐도새도 모르게 스멀스멀 기어나와서는 저녁을 만든다. 사실 베트남쌀국수 때문에 배는 고프지 않았는데, 뭐 준다니 먹어줘야지.


대선토론회에 정신 팔려서 뭘 만드나 감시하는 걸 깜빡했더니... 

브로컬리 데친 것 + 시판되는 라비올리? + 시판 토마토소스. 감사합니다. 에피타이저는 이탈리안 덤플링이고 메인은 차이니즈 덤플링이라고 그러길래 뭔 소린가 했더니 

본식으로 덤플링을 쪄서 가지고 온다. 저 새우 들어간 것은 맛있었는데, 돼지고기 만두는 진짜 못 먹을 정도로 맛이 없.. 그래서 나는 새우만 골라 먹었다. 놈도 이상하다면서 박스를 다시 확인 하더니 이거 팬프라이 해야 되는 거라고.. 차라리 내가 요리 하겠네 이 양반아.


이 날 저녁에는 시티의 max watts  라는 venue에서 있는 공연을 갔다. 자기 동료도 한 명 있다고 하길래 그 말을 듣는 순간 급 피곤해져서(또 발음이 익숙하지 않은 호주인과 나의 짧은 영어를 해야하다니 ㅠㅠ) 안 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계속 분명 재미있을 거라고 가자고 가자고 졸라대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승락.. 하아.. 넌 나의 어려움을 몰라 ㅠㅠ


여기는 왜 가게 된 것이냐고 했더니, 멜번 코메디쇼 할때 공연장으로 쓰이던 곳 중 하나인데, 오늘 유명한 밴드 공연이 있어서 가게에서 얘랑 지 동료에게 공짜로 들여보내 줄테니 오라고 했다고 한다. 넌 내가 노래도 모르는 밴드의 공연을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냐고 끝까지 도망갈 구실을 만들어 보았지만 자기도 Kpop 가수가 누군지 가사도 이해 못하고 노래도 모르지만 뮤직비디오 보면 재미있다고 나보고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그런다. 야 그건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여자애들 다 예쁘고 몸매도 좋으니깐 보는거잖아 라고 했더니 아니라고 강력부인. 


시티로 갈때는 트레인을 탔다. 어둑어둑한 시간에 탔더니 역시나 한산한 트레인. 갑자기 예전에 트레인 타고 출퇴근 하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눈 앞을 휩쓸고.


그리고 공연장 입구에서 만난 그의 동료 브리짓. 가기 전에 이름을 물어봤는데 브리짓이라고 알려주길래 브리짓 존슨의 다이어리의 그 브리짓? 이라고 했더니 맞다길래 그럼 그거가지고 농담해도 되냐고 물었더니 하지 말라고 해서 참았다. ㅡ,.ㅡ 

금발에 약간 통통한 브리짓은 정말 사람 좋게 생긴 외모였다. 그리고 외국인들은 대체로 나이에 비해 늙어보이는데 브리짓은 나이에 비해 어려보이는 외모라 진짜 놀랬다. 그녀는 멜번놈을 보자마자 드디어 잘랐냐는 듯한 말투로 머리 잘랐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만 속이 답답했던 건 아니었구나?껄껄.


그리고 둘이서 스태프들이랑 인사하고 난리,,, 모르는 사람인 나는 그냥 멀뚱멀뚱 쳐다봤다. 뻘쭘하군요.

인사를 한참하고 나서 사람들 따라 줄 서 있는데, 입구에서 둘의 얼굴을 확인하고 결제 없이 공짜로 입장을 시켜준다. 

 팔뚝에 스탬프를 하사 받고 입장. 생각보다 내부 분위기가 좋아서 기분이 좋았다. 메인 공연인 밴드 darkness 공연 이전에 5인조 여성 밴드가 공연을 하고 있었다. 너무나 발랄한 그녀들의 공연으로 인해서 금방 즐거워졌다. 

재치 넘치는 공연. 보컬의 끼가 돋보이는 팀이었다. 왼쪽 노란색 수트를 입으신 분은 동양계로 보였는데, 홀로 동양계라 독보적이었다. 괜히 눈길이 더 감. 묵묵히 공연하는데 걸 크러쉬 +_+

화장실 왔을때 찍어본 메뉴. 간단한 핑거푸들 그런지 엄청 싸다. 심지어 버거도 12불?? 오 착한 가게였구나.

여성 밴드의 공연이 끝나고 9시에 시작되는 darkness의 공연 준비가 시작되었다. 

조용한 무대. 뭔가 분위기가 있어 보여서 사진 한 장 남겼다. 여태 2층에서 보고 있었는데, 스태프가 오더니 1층으로 내려오라고 그런다. 그를 따라서 우리는 단체로 이동했고, 아래에 내려와 공연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멜번놈이 주섬주섬 꺼내서 뭘 주길래 뭔가 해서 봤더니 귀마개다. 귀 나간다고 이거 꼭 하라고.  오 머리 좋은데 라는 생각으로 귀에다가 귀마개를 꽂았다. 이거 일반적인건가 하고 주위 사람을 둘러봤는데 반반인 듯 했다. 그리고 이런 공연용으로 나온 귀마개인지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귀마개도 발견 ㅋㅋㅋ 이야 기발하다 기발해. 딱 클럽용이었다.

그리고 시작된 Darkness의 공연. 나는 처음 들어본 그룹이었지만(사실 나는 왠만한 외국 가수는 다 모른다), 엄청 인기가 좋은지 사람들은 열광했다. 보아하니 동양인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보아 그냥 서양애들한테 인기있는 밴드인듯 했다. 그리고 충격적인 리더의 패션... 속옷은 안입은 것이 확실한 쫙 달라붙는 올인원으로, 그마저도 지퍼가 내려가면 어쩌려고 저러나 할 정도로 아슬아슬한 옷차림. 멜번놈에게 니가 케이팝뮤비를 즐기듯이 나도 이 공연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농담을 던졌다. 


그리고 시작부터 시작된 Mother Fu**, Suck my ****, 아아.. 이 훈훈한 영어교육의 현장이여. 가사도 모두 욕이고 왜인지 모르게 팬들도 밴드에다 대고 Fu** you라고 소리지르는 이 낯선 상황 ㅋㅋㅋㅋ 뭐 얘네는 다 이러고 노는 것인가? ㅋㅋㅋㅋㅋ 컬쳐쇼크구만요. 

막판에는 상체도 탈의해주시고.  씐난다~ 씐난다~ 소리질러대서 가사는 못 알아듣겠지만(하지만 욕으로 구성된 부분은 아주 찰지게 귀에 착착 달라붙음) 그래도 꽤나 흥겨운 시간이었다. 


공연사진 다 찍어서 예전에 기타 배우던 선생님(크랙샷이라는 밴드에서 기타리스트를 하고 있는데, 예전에 공연 가보니 대충 이런 삘이었던 것 같았다)께 이정도 탈의 안하면 앞으로는 공연 보러 안 갈꺼라고 장난도 치고. 아 최근에 뮤직비디오도 찍었다고 홍보하던데, 이 틈을 타 깨알 홍보를.. 공연보러 와주세요. 


나중에 뻔하게 퇴장하고 사람들이 앵콜을 외치자(얘네는 one more song인가 뭐 이거였던 듯.. 정확한 워딩이 기억이 안나네 ) 다시 등장하여 진짜 불사르고 공연을 마감했다. 막판에 관객 옷 빌려 입고 천연덕스럽게 공연한 다음에 옷에다가 돈 팁 꽂아서 주는게 어찌나 웃기던지. 진짜 장난꾸러기 밴드였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고 무사히(?) 귀가 할 줄 알았는데.. 브리짓이 한 잔 하고 가자고 해서 다시 강제 잉글리쉬 스피킹 타임이.. ㅠ_ㅠ 히이잉.


술집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도 못한 골목으로 들어가더니 쓰레기통이 옆에 있던 뒷문을 열었다. 그러자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나타나고 그 안에는 번듯하게 술집이 영업 중이었다. 뭔가 진짜 현지인만 아는 맛집 같았다. 이런 곳을 어떻게 아냐고 물었더니,  멜번 코메디 페스티벌 기간동안 스태프들은 출입증만 보여주면 할인을 해줘서 단골로 오던 곳이라서 왔다며. ㅋㅋㅋ 아하. 


와인을 마시겠다고 했더니 통큰뇨자 브리짓이 자기가 계산했다. 감사합니다. 


이번 멜번 코메디쇼에서 프로듀서로 일했던 그녀는 여러나라를 돌아 다녔는데( 분명 프로듀싱이라고 했는데 막상 staff 명단에는 director 로 되어있다. 둘은 다른디..) , 한국에서도 부산에 페스티벌로 몇번 가서 일했던 적이 있다며 아시아중 한국이 제일 좋다며 입발림을 시전하셨다. 그러면서 멜번 코메디쇼에서 옹알스 라는 한국팀이 있는데 멜번에서 인기 진짜 많다고 항상 만석이라고 엄청 칭찬을 했다. 공연도 웃기지만 실제로도 유쾌한 사람이라고 엄청 좋아했다. 그러면서 그들의 최종 목표는 라스베가스 쇼에 서는 것이라고 한다. 왜 라스베가스야? 라고 물었더니 라스베가스 쇼에 오르면 돈벌이가 장난이 아니라고 한다. 오.. 나도 이 팀의 공연을 예전에 멜번놈이 찾아줘서 유투브로 본 적이 있었는데 좀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잘나가고 있구나. 뭔가 같은 나라 사람으로서 열심히 살고 있는 모습에 속으로 응원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처음 보는 사람들이랑 하기에 딱 좋은 주제인 여행 이야기를 주구 장창 하다가, 멜번의 자랑 그놈의 커피 이야기. 그러면서 브리짓이 자기는 이틸리아 커피보다 멜번 커피가 더 맛있는 것 같다고 망언을.. 왜이리 하나같이 멜번인들은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쩌는 것인가.  그러면서 멜번의 극한직업인 바리스타에 대해서 이야길 하는데, 처음에는 사람들이 풀 크림 밀크 라떼를 마시다가 어느 순간 스키니 라떼를 마시고 그 다음에는 소이 밀크 라떼를 마신다며. 그리고 요즘에는 아몬드 밀크 를 주문하기 시작했다면서, 뭐 하나 마스터하면 갈수록 새로운 것이 나타난다고 약간 멜번의 커피 문화에 자부심을 느끼는 듯 했다. 나쁜 식으로 막 잘난척을 떨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는데, 나도 어디 가서 나의 조국 한국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엄청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해야겠다라는 오기(?)가 생겼다. 글쎄 뭐가 있을까, 평화로운 탄핵을 이끌어낸 민주주의? ㅋㅋㅋㅋㅋ 여하튼 그런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아 이번에 추가로 알게 된 것이 호주의 긴 휴가의 의미를 정확히 알게 되었다. 한달이 휴가라고 하길래 나는 연차가 30개인줄 알았는데,  주말까지 다 포함하는 것이라서 working day만 치면 20일인 듯 했다. 내가 working day로 15일이 법적 연차라고 했더니 애들이 3 weeks 인 것이라고 알려 주었기 때문이다. 뭐얌.. 나는 연차가 30일인 줄 알고 부러워했는데 ㅋㅋ 20일이면 뭐. 첫 회사가 입사하자마자 연차 18개를 주고 2년마다 1년씩 증가해줬고(+여름휴가 3일, + 월마다 하루 씩 쓰는 유급 생리휴가로 인해 총 휴일이 33일이 되었다) 지금 회사는 입사하면 15일로 시작하지면 1년마다 1개씩 추가(유급 sick leave 10개니 총 25일)되는 시스템이니, 한국 연차도 그다지 적은 편은 아니구나. 역시 알면 알수록 사랑스러운 대한민국이여. 


그렇게 커피 이야기를 하는데 밴드 공연장의 스태프가 친구들과 들어오면서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하아.. 뭔가 영어듣기가 엄청나게 늘어난 기분이었지만, 또 한 번 내 영어실력에 좌절하고... ㅠㅠ 그나마 브리짓이 너무나 착한 사람이라서 나의 시덥잖은 영어를 잘 들어줘서 기분이 좋았다. 


트레인은 끊겨서 늦게까지 하는 트램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이 날 탄 트램이 이번 멜번 여행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트램이었다. 오우 그래도 한 번은 타고 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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