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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오늘도 맑음

[미니멀리즘] 6. 음식 - 2일간의 단식이야기

by 여름햇살 2016.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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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을 지도 모르겠지만, 난 항상 단식을 해보고 싶었다. 단식이라고 생각하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다이어트 목적으로가 아니라(나는 굶어서 살을 빼는 것이 가장 부질없는 가혹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식을 통해 조금 더 특별한 경험을 해보고 또 다른 것을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간헐적 단식이 유행하던 2013년부터 나는 꽤나 단식에 관심을 가졌는데, 처음 나를 혹하게 만든 것은 흔히들 말하는 '디톡스'효과였다. 단식을 통해 우리 몸에 휴식기를 주고 비우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이론이, 건강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 이유는 음식에 대한 고찰에 있었다. 


요즘 추구하는 미니멀리즘. 이 것이 음식에도 적용된다는 생각을 했다. 빈곤의 역사가 길어서인지 생존 본능 때문인지 많은 문화권에서 음식에 관대한 편이다. 그래서 소박한 식탁에 익숙하지 않고 조금 더 조금 더를 외치며 필요이상의 식탐을 부리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또한 소비지향적인 문화의 발달로 인해서인지, 요즘의 우리는 음식을 단순히 소비의 대상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나의 몸이 필요한 영양소와 양, 그리고 그 질을 따지기보다는 패션처럼 유행에 따라 소비를 하고 있는 면이 없지 않아 있다. 그래서인지, 내 식탁 위에 올라오기까지 많은 이들의 손과 땀을 거쳐온 음식물을 가볍게 여긴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마인드가 '일단 시키자. 많으면 남기면 되지 뭐' 이다. 필요한 만큼만 주문하고, 내 몸이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려는 그 어떤 인식 없이, 내 돈으로 그 음식을 지불했으니 그걸 다 먹든지 버리든지는 내 자유다 라는 천박란 자본주의적인 인식을 너무나도 당연히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또 식품회사의 전략도 생각해볼 문제다. 1회 분량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소분된 제품은 비싸게, 대용량 제품은 싸게 만들어서 사람들이 대용량 제품을 구매하게 만들고, 대용량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늘어난 위를 위해 더 많은 식품을 소비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 


이런 많은 생각들로 인해 이번 기회에 시간을 내어 단식을 해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섭취하지 않는 단식을 생각했었는데,  마냥 굶는 것은 자신이 없어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이러한 제품이 있었다. 



다이어트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품인데, 48시간동안 이 제품을 물과 함께 1:1로 섞어서 마시면 드라마틱한 체중감량의 효과를 본다고 광고하고 있는 제품이다. 내 개인적인으로는 진짜 살을 빼고 싶은 이유라면 이것조차 안 먹는 다면 더 많이 빠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질적으로는 굶어서 빼는게 무슨 의미가 있냐 싶지만) 보아하니 이게 꽤 많은 미네랄과 비타민을 포함하고 있어서 단식 기간 중에 손실되는 성분의 보충을 위한 것 같았다. 첫 단식이라 몸이 좀 덜 상하는 방향으로 가고 싶어 이 제품을 선택해보았다. 추가로 이와 함께 평상시에 먹고 있던 영양제(유산균 및 칼슘 마그네슘 등등..)도 함께 섭취하였다. 

몸을 한번 비워내고 재정비 한다는 개념에서는 이러한 것들을 먹으면 안될 것도 같았지만, 그래도 인생에서 첫 단식이라 미네랄 손실이 클 것 같아서 섭취했다. 다음 번에 시도할때는 단식에 대해서 조금 더 공부해보고 시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렌지 주스의 색깔인 요 제품을 1:1로 물에 희석하고 2일동안 8번으로 나누어 마신다. 


1:1로 희석하면 이것보다 좀 더 양이 적지만, 맛이 좀 진한 것 같아서 물을 더 많이 섞었다.


이렇게 하루용으로 각각의 물병에 소분하고.


4시간 간격으로 마시면 된다. 첫날은 10시 14시 18시 22시에 각각 마셨다. 첫날은 몸이 좋지 않아서 하루 종일 집에서 잠을 자느라 시간을 보내서 힘든지 몰랐다. 그래서인지 이걸 잘 시작했다고 생각했던 것이, 무언가를 먹고 소화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잠이 들고 또 먹고를 반복했다면 몸에 안 좋았을 것 같기도 하다. 일단 첫날은 단식하는지 인식도 못할 정도로 그냥 지나갔다. 생각보다 우리 몸은 많은 칼로리를 필요로 하지 않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일요일. 일요일은 조금 힘이 들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허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허기를 참는 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힘들었지만, 사실 조금 색다른 경험이었다. 음식이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우리는 허기를 느낄 새도 없이 식사를 하고, 소화가 되기도 전에 또 다른 맛집을 검색하곤 한다. 꼬르륵 소리를 들어보는 것은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몸에 힘이 조금 없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헬스장에서 운동의 능력은 변함이 없었다. 되려 평상시 하는 것보다 30분을 더 하기도 했다. 샤워를 하면서 몸무게를 재보았더니 1kg 정도 줄어 있었다. 살이 빠진 것이 아니라 수분이 빠진 것이라 기쁘거나 한 것은 없었다. 어차피 몸무게는 원상복귀 될 것이니 개의치 않았다. 

다음날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놀라운 마음의 변화!) 잠자리에 들었다. 심지어 다음 날이 월요일인데도 내일이 빨리 오기를 기대하며 하루를 마감했다. 단식이 인식의 변화까지 가져오다니! 

아침에는 무리없이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원래 평소 기상 시간은 5시 30분인데 30분을 더 앞당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공복상태가 오래지속되었어서 그런지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너무나도 개운했다. 아침에 일어나마자마자 음식을 먹을것이라고 했던 나의 예상과 달리, 생각보다 배가 고프지 않았다. 식사를 하는 대신에 기지개를 켜고, 책상에 앉아 일기를 썼다. 몸이 좀 더 가벼워진(물리적인 느낌뿐만 아니라) 느낌에 기분이 상쾌했다. 이틀을 굶어도 이렇게 전신에 에너지가 넘칠 수 있다는 것에 신기했다. 자주는 하지 못하더라도 가끔씩 이런 시간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단식 후에는 보식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아침에 회사에 오자마자 나도 모르게 커피머신의 버튼을 눌렀다. 그 좋았던 단식도 카페인에 대한 나의 열망을 잠 재울수는 없었나보다. 


집에서 전날 만들어 놓은 요거트(뮤즐리와 딸기 키위)로 아침식사를 했다. 음식이 배에 들어가니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 예전에는 단지 허기를 채우는 음식, 에너지를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는데, 단식후에는 인생을 감사하게 여기며 음식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단식이 나를 호들갑스러운 사람으로 바꾸어 놓은 것은 아닐까? :-)


따뜻한 허브티도 좋을 것 같아서 자주 마셨다. 


그리고 집에서 만들어 두었던 스무디(사과, 당근, 키위, 샐러리)도 마셨다. 지난 몇주간 외식이 잦아서 몸에 해로운 것들이 쌓이는 기분이었는데, 한 번 비워내고 몸에 좋은 것들을 채워 넣는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았다. 내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생각해보면 우리의 지금 풍요는 지속된지 100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나도 빠르게 그 고마움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 그저 당연한 일상들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고, 그러한 시간동안 어떠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좋은 경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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