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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기자 정의사제를 구매하면서 불현듯이 주진우 기자의 두번째 책을 읽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상한 결벽증으로 인하여 책조차 순서대로 읽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주기자의 사법활극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함께 구매하여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 몇주 전에 숨결이 바람될 때 라는 요즘 인기 있는 에세이를 읽었는데, 개인적으로 그 책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렸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 그리고 사회를 더 성숙시킬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 생명의 위협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경악스러웠다. 당시의 심정을 덤덤하게 써내려나간 그의 글에서 그가 글로 표현할 수 없었던 심정들을 조금이나마 읽을 수 있었다. 함께 분노 했고 함께 울었다.
나는 나의 조국 한국이 참 좋다. 뚜렷한 4계절이 있고 아름다운 산수도 좋고, 정 많고 착하고 근면한 국민들 모두에 애정을 갖고 있다. 하지만 왜 정치만큼은 이다지도 부끄러울 정도로 후진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무언가를 해서 바꿀 수가 있다면 바꾸고 싶지만, 나는 그럴 능력도 없고 용기도 없으니 벙어리 냉가슴 앓는 것 마냥 답답하기만 하다.
요 몇달간 나는 참 부끄러웠다. 끝없는 투쟁으로 민주화를 이루어낸 우리의 윗세대로부터 자유를 선물 받았건만, 나는 그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다. 나는 2012년 나꼼수 열풍이 일때까지 사실 뉴스도 보지 않았고, 관심도 없었다. 우리 동네에서 출마하는 지역구 정치인의 이름도 몰랐다. 그렇게 살아왔기에 지금의 일들이 나의 무관심으로 일어난 것 같아 너무 죄스럽다. 지금의 고등학생에게, 지금의 중학생에게도 부끄럽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동영상들을 보면 똑부러지게 자신의 견해를 말하는 그들을 보며, 내가 만약 저랬더라면 지금의 시국은 벌어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한다. 이 상황이 너무 싫은데, 사실은 나같은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나를 괴롭히다. 그리고 이런 무관심이 진실을 위해 파헤치던 주진우 기자를 죽음의 위협에서 떨게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아직까지도 정치를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삶에서 옮고 그름을 판단하는 나의 가치관은 정립되어 있다. 내가 맞다고 판단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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