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기 2주전에 상해의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방문해서였을까. 좀 더 몰입도가 높게 영화를 감상하게 되었다. 한국인이라면 언제나 아픈 상처로 남아 있는 일제강점기 시대를 배경으로 해서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는데, 막상 함께 본 엄마는 조금 지루했다고 하니 역시 모든 감상은 개인에 따라 다른 것 같다. 단 이정출이라는 캐릭터가 영화의 흐름을 쥐고 영화의 흐름을 풀어간다는 사실은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부인할 수 없는 점이었다.
이중 스파이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감행했던 이정출의 심리변화를 좇아 영화는 흘러가는데, 관객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흐름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역시 송강호이다. 송강호와 공유, 그리고 엄태구 외에는 인상 깊은 인물이 없었지만, 그 세사람이 워낙 잘해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류의 영화를 볼때마다 현실은 영화보다 더 가슴 졸이고 더 드라마틱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영화는 단편화된 샷만을 보여줄뿐이지만, 현실은 샷과 샷 사이의 그 어떤 쉼표도 없는 순간의 연속이다. 그들이 느꼈을 긴장의 무게는 감히 짐작조차 불가능한 정도이다. 푹식한 영화관 소파에 앉아 달콤한 팝콥은 씹어대며 그 무게를 감히 짐작해보는 것은 역사속의 그들에 대한 모독일 수 있지만, 영화를 보며 조금이나마 느껴보려는 우리의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것이리라 생각한다.
+ 부산행을 보고 공유가 잘 생긴 배우는 아니지 않냐며 망언을 내뱉은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나의 무지를 스스로 나무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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