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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sta/2013 Laos

[라오스여행_2013/07/07] 2. 비엔티엔, 잉여의 일요일

by 여름햇살 2013.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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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행 비행기 티켓을 덜컥 예약하고 라오스 여행을 준비하면서 알게 되었던 것은, 전혀 관광하고 싶은 곳이 없었다는 것이다. (충격과 공포 ㅋㅋㅋㅋㅋ) 생각해보면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빈둥빈둥 놀았던 여행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남미 여행때 라빠스에서 다니엘과 놀았던 몇일을 제외하면 말이다. 이에 이번 라오스에서는 정말 철저히 잉여짓(?)을 하기로 결심했다. 나의 정신건강을 위하여 ㅎㅎㅎ


그래서 점심즈음에나 일어나려고 했는데, 역시나 잠자리가 바껴서 눈이 저절로 떠진다. 낯선 것 뿐만 아니라, 어제 제일 마지막에 들어온 룸메이트가 에어컨을 너무 심하게 틀어 놓는 바람에 밤새 추위에 덜덜덜. 그래도 최대한 꾸물꾸물 거려서 8시에 일어났다. 암막커튼을 쳐서 방안은 완전 너구리굴 수준이었다. 핸드폰 플래시 앱에 의존해 샤워도구를 주섬주섬 챙겨 겨우 샤워를 마쳤다. 


9시쯤 1층으로 내려갔더니 은근 사람들이 많이 아침을 먹고 있었다. 엄청 부지런하구만 ㅎㅎㅎ 



아침은 6개 중에서 고를 수 있었는데, 난 스크램블에그를 선택. 맛은 보통. 양은 좀 많다. ㅎㅎ



식사를 하고 좀 어슬렁 거리다가, 그래도 관광지는 한 번은 가봐야지 생각에 사원쪽으로 길을 나섰다. 한나라의 수도인데 그래도.. 정말 시골길의 분위기이다. ㅎㅎ




날이 밝으니 길 찾기가 너무 쉽다. 전날 저녁에 갈까 하고 찾아 보았던 재즈브릭이란 곳도 한번에 찾고.(여길 못찾아 얼마나 헤매었던가.......ㅎㅎㅎ) 저녁에 와야지 하며 유적지로 고고.




가는 길에 숭실대학교 스쿨버스도 만나고, 순간 숭실대학교 비엔티엔 캠퍼스가 있는 줄 알았네. ㅋㅋㅋㅋㅋㅋ  중고버스가 관광버스로 재활용중이었다.



그리고 신기한 것이 길마다 초소(?) 같이 생긴 곳에서 경찰들이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왠지 묘하게 감시당하는 기분이었지만, 관광객 입장에서는 치안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여행책자에서도 라오스는 치안이 좋은 나라라고 했던 걸까?






처음 간 곳은 호파꺠우 Haw Pha Kaew.  유명한 에메랄드 불상을 모시기 위해 특별히 지은 왕실 사원이라는데.... 사실 내겐 별 감흥은 없었다. 특별한 것은 사원에 들어가기전에 신발을 벗어 놓고 들어 간다는 것. 




한국과 다르게 생긴 부처들. 이목구비가 라오스인을 많이 닮았다.



불상 옆 거북이의 등껍질을 만지고 기도를 하는 아주머니. 뭔가 기도빨이 먹히는 거북상인듯 했다.



그리고 더 인상적이었던 건 유적지 바로 옆에서 이렇게 쿨하게 공사중이었다는 것. ㅎㅎㅎ



그리고 바로 맞은 편에 있는 왓 시사껫 Wat si saket. 비엔티엔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으로 가볼만한 곳이라는 설명이 있었는데, 확실히 맞은 편의 호 파 깨우보다는 볼만한 곳이다. 둘 중 추천하라면 왓 시사껫을 추천하겠지만.. 사실 진짜로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둘 다 안 가는 것을 추천한다.............





화려한 불상들이 정원에 배치되어 있다. 하지만 볼 줄 모르는 내눈에는 다 그게 그거 같아 보이고....




뱀신인 나가 Naga.





뭔지 알수는 없지만, 라오스 주석들의 기념비로 추정.



예전 태국에 갔을때처럼 사당을 삥 둘러 싸고 있는 부처들. 




그리고 그놈의 수건을 사기 위해 향한 아침시장 딸랏사오 Talat Sao 로 가는 길의 풍경. 타로점 마냥 트로트를 늘어 놓고 점괘를 읽어 주는 점쟁이들이 들어서있다.(라고 추측.. 트럼프로 수학과외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테니 말이다.)





한떄는 최고의 쇼핑명소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보석과 라오스 전통 골동품을 취급하던 상점들은 철거 되어 현대적인 쇼핑몰 건물이 들어섰다고 하는데.. 진짜 동대문의 라오스 버젼이다. 그나마 건물 밖의 시장은 상점도 꽤 있고 사람들도 붐비는데, 건물 안은 어제 개장한 것 마냥 내부가 휑하다. 타올을 사기 위해 돌아다니는데.. 처음 들어간 가게에서는 얼굴용 타올 하나를 50,000Kip 을 달라는 것이 아닌가. 만원 조금 안되는 돈. 어처구니가 없어서 좀 돌아다니는데 타올을 파는 곳이 정말 없다. 울며 겨자먹기로 만원을 주고 타올을 하나 사야되나 하며 돌아 다니다가, 샤워용 타올을 48,000Kip 에 파는 곳을 발견했다. 휴 라오스에서도 바가지 쓸뻔했다. ㅎㅎ


득템을 하고 다음으로 향한 곳은 비엔티엔의 개선문 빠뚜싸이 Patuxai. 꼭대기에 올라가면 비엔티엔의 전망을 볼 수 있다고 하여 가기로 결정!




사원보다 훨씬 볼만 했던 빠뚜싸이. 의외의 규모에 놀라서 어리둥정 쳐다보았더니, 이 곳에서 친구 한명과 놀고 있던 현지인 남자가 계속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한다. 나 그정도로 감탄에 찬 표정이었나... 



더운 날씨에 시원하게 분수도 쏘아 올려주고.





전망대로 올라가기전에 땀을 식히며 수분섭취. 고지베리라는 음료가 있길래 신기해하며 골라봤는데, 맛은........ 그냥 색소맛 나는 음료. (지금 찾아보니 고지베리가 구기자과 식물의 열매라고 한다.)



그리고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비엔티엔의 모습. 작년 겨울에 갔던 파리의 개선문이 생각났다.




대통령궁도 한 눈에 보이고.



공원이 꽤나 넓다. 그리고 사진에서는 그렇지 않아 보이지만, 휴일이라서 현지인들이 굉장히 많이 나와 있었다.



그리고 파탓루앙 Pha that luang 으로 가는 길. 뚝뚝이를 탈까 살짝 고민했는데, 사실 할일없이 넘쳐나는 것이 시간인지라 갈때는 걸어가고 올 때 뚝뚝이를 타기로 했다. 사원에서 상처받은(?) 마음을 길거리의 풍경으로 힐링하기로 했다. 




꽤 넓은 공터였는데, 다른 가게는 모두 문을 닫고 이 두 집만 장사를 하고 있었다. 라오스에서는 일요일에는 거의 일을 안하는 듯 했다. 



그리고 도착한 파탓루앙. 라오스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 기념물이라고 하여 도착했는데.. 하필 점심시간 정각에 도착해서 문을 닫았다. 보려면 1시간을 기다려야 되는 상황(점심시간인 12시부터 1시까지는 관람을 하지 않는다.).. 담 너머로 보아하니 황금 물결이 넘실넘실 되는 것이 왓 시사껫과 호파깨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것 같았지만.. 사실 기다려서 볼만큼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결국 주변만 구경하고 그냥 숙소로 돌아갔다. 




확실히 화려해 보이는 파탓루앙. 하지만 점심시간이라서 굳게 닫힌 문.






건물에 들어갔더니 또 다른 내부의 불당 안에서 스님들과 신도들의 교류의 시간을 갖고 있었다. 밖에서 기웃 거리는 것만으로도 방해가 될 것 같아서 밖으로 나와 계단에 앉아 주위를 구경했다.



움직이지 않고 계속 앉아 있었더니, 아이스박스를 멘 장사꾼들이 자꾸 내주위에 와서 아이스께끼를 먹으라고 한다. ㅎㅎㅎ 어설픈 한국말로 '맛있어요'를 연거푸 말한다. 오랜만에 듣는 아이스께끼라는 단어에 의외의 곳에서 웃음이 터졌다. 그렇게 홍보(?)를 하면 하나 먹을만도 한데, 정말 전혀 먹고 싶지 않아서 끝내 '아이스께끼'를 먹지 않았다. ㅎㅎ



그리고 숙소로 향하는 뚝뚝이에 탑승. 숙소까지는 50,000Kip이었고, 지도를 보여주어도 쉽게 숙소를 찾지 못하는 아저씨덕에 비엔티엔을 뺑글뺑글 돌았다. 의도치 않게 뚝뚝이로 시내투어.......


숙소에 들어와서 시원하게 샤워를 했다. 한낮에는 다들 밖으로 나가있어서 그런지 에어컨이 꺼져 있었다. 에어컨을 켜볼까 해서 리모컨을 찾았는데 리모컨이 아예 없다. 전기절약 정신이 뛰어는 호스텔. 방안은 더워서 1층으로 내려갔다가 몸개그를 제대로 했다. 건물에서 테라스 쪽 테이블로 가는 곳에 유리로 된 창이 있었는데, 어찌나 깨끗하고 투명하게 닦아 놓았는지 그대로 돌진하여 유리창에 꽝 부딪혔다. 박자마자 본의 아니게 slapstick을 선보인 내 자신에 너무 웃음이 났는데, 보는 사람들에겐 아니었나보다. 쉬고 있던 사람들이 다들 달려나와서 괜찮냐고 물어본다. 


그냥 부딪쳤을 뿐인데 왜 다들 난리지 라고 생각하는데 입에서 피맛이 난다. 자리에 앉아 거울을 보니 입술이 터졌다. 아 정말 ㅋㅋㅋㅋㅋ 제대로 바보짓했다. 카운터 직원이 휴지를 가져다 주며 괜찮냐고 계속 물어본다. 괜찮다고 괜찮다고 수십번을 말한 뒤에야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피가 멎고 나서 향한 곳은 숙소 근처 술집 drop zone. 역시 술만큼 진통효과가 좋은 것은 없지 ㅎㅎㅎ





드디어 마시게 된 비어라오. 맛이 꽤 좋다. 그리고 여행하며 읽으려고 가져 온 강신주 박사님의 철학이 필요한 시간.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재미있는 책을 읽으며 맛 좋고 시원한 맥주를 마시니 정말 천국이 따로 없다. 640ml 용량의 큰 사이즈를 시켰는데, 반병도 마시기전에 이미 취기가 돈다. 하루종일 물을 많이 섭취하지 않아 그랬던 것 같다.


내 맞은 편에 케이프타운에서 온 흑인들이 앉아 있었는데, 그들 테이블로 KOICA 라는 글자가 뒤에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동양인 학생 무리들이 다가온다. 말을 하는 것을 들어보니 한국인이다. 쟤네들이 지금 뭘 하는건가 지켜보고 있는데 하는 짓이 가관이다. 와서 알량한 인사말을 두어마디 하더니 사진을 찍자며 다들 우르르 달려와서 사진 한장 찍고 사라진다. 


저렇게 찍은 사진을 페북에 인증샷을 올리려나? 한창 철학책을 보고 있는데 그러한 광경을 보니 너무 어이가 없었다. 라오스에서 보기 힘든 흑인들을 보고, 그저 사진을 찍는 대상, 수단으로 보다니 말이다. 뭐 어리니깐.. 어리니깐........ 그렇다고 치더라도 보기 거북한 장면이었다.




결국 맥주 한병을 다 마시고 취기를 가시게 하기 위해 시내 구경을 했다. 시내는 정말 작았다. 걸어서 왠만한 곳을 다 갈 수 있을 규모. 








길가다 만난 한국간판. 도대체 왜 라오스에서 상황버섯과 양파즙을 판매 하는 걸까? ㅎㅎㅎ



알콜의 빠른 배출을 위하여 생수 먹방. 그리고 김맛 나는 과자. 날이 더워서 입맛은 없고 간식거리에만 손이 간다. 맥주를 마셔서인지 당분이 들어가서 그런지 몸이 노곤해지면서 잠이 온다. 방으로 올라갔더니 에어컨티 틀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올레! 바로 이층 나의 침대에 누워 낮잠을 잤다. 팔자 좋은 낮잠 ㅎㅎ



자고 일어났더니 배가 고팠다. 저녁을 먹으러 가려고 내려 왔더니 호스텔 자체에서 BBQ 파티를 하고 있었다. 호스텔에서 그냥 먹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제대로 된 라오스 음식이 먹고 싶었기에 숙소를 나섰다. 저녁을 먹으려고 한 곳은 암폰. 론니플래닛에서 " '디스커버리' TV 시리즈에 출연하는 스타 세프 앤서니 보댕이 있는 암폰은 이 레스토랑의 주인인 무크의 할머니가 만든 요리를 바탕으로 한 라오스 전통요리를 재현한다" 라고 소개하고 있는 아주 구미 당기는 레스토랑. 




그리고 차선책으로 향한 곳은 역시 라오식 레스토랑으로 현지인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남푸 레스토랑. 근데 표기된 곳에 없다. 정확히 갔는데 일요일이라 영업을 안하는건지 가게가 망한 건지, 간판 없이 셔터가 내려져 있다. 맙소사.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그리하여 몇군데를 더 돌았는데 모두 영업을 하지 않는다. 영업 하는 곳이라고는 남푸 근처의 큰 레스토랑이었는데 딱 봐도 규모만 크고 맛은 없을 것 같은 음식점. 입구에서 메뉴를 봤는데 세계 모든 요리는 다 만드는 듯한 관광객 장사로 먹고 사는 레스토랑. 


책을 좀 더 뒤지니 차오아누 거리 북쪽 끝에 매일열리는 반 아누 야시장이 있다고 한다. 다양한 라오스 음식을 접시에 담아 판매하고 있다는 설명에 마음이 동했다. 



10분 정도 걸어 올라가서 마주친 것은.. 반가운(?) 삼성 간판. 그리고 화려한 조명과 함께 늘어서 있는 야시장. 시끌벅적한 야시장의 모습을 멀리서 보자 기분이 좋아졌다. ㅎㅎ





야시장의 규모는 꽤 컸으며 , 매대 위에는 처음 보는 음식들이 많았다.






야시장 옆에는 놀이동산이 성황리에 영업중이었다. ㅎㅎㅎ



그런데 거의 대부분 take out으로 판매되고 있고, 먹을 곳이 마땅치 않았다. 시장의 행렬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 운 좋게 테이블도 함께 있는 가게를 발견하여 앉아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볶음 쌀국수와 라이스페이퍼롤 같은 것을 샀는데 저렇게나 많은 양이 단돈 10,000Kip. 너무 정이 넘치게 담아 주셔서 다 먹지 못하고 남겼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맛은 아주 꿀 맛. ㅎㅎ




시장의 근처에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한국 식당이 있었다. 한국식당에서는 뭘 먹을까 라는 호기심에 지나가면서 유리창 너머를 힐끗 봤더니 한국 사람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삼겹살을 구워먹고 있었다. 아, 한국인들의 삽겹살 사랑이란.



그리고 시장에서 산 두리안. 여태 말로만 들어보고 먹을 기회가 없어서 도전해보았는데, 느끼하고 독특한 냄새가 아주 내 스타일이었다. 왜 이걸 냄새 떄문에 못 먹는다는 거지???????



그리고 또 버블티. 







메콩강을 구경하려고 강변으로 갔는데 기대도 하지 않았던 야시장을 발견했다. 반 아누 야시장은 100% 먹을 것만 판매하고 있었는데, 이 곳은 철저하게 기념품 위주이다. 신기한 물건을 구경하다가 기념품으로 그림과 머플러를 하나 구매했다.  이날의 가장 큰 지출이었다. 그래도 다른 나라에서의 기념품 가격을 생각해보면 매우 저렴했다. 역시, 물가 하나는 최고로 만족스러운 라오스. ㅎㅎ


소화도 시킬겸 부지런히 밤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더니, BBQ 파티는 맥주 파티로 바뀌어 있었다. 1층 소파에 드러눕다 시피 기대어앉아, 여행자들과 수다를 좀 떨다가 방으로 올라갔다. 신기한 것이 라오스에는 혼자 온 사람보다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온 사람들이 많았다. 유럽이나 남미 배낭여행떄는 나홀로 여행족들이 정말 많았는데. 지금 추측해보건데, 물가가 싼 나라라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운대나 속초, 강릉 이런 곳으로 바캉스 가듯이 많이들 동남아로 오는 듯 했다. 아니면 말고..........


하루종일 빨빨거리며 돌아다녔는데도 쉽게 잠들지 못했다. 다음 날 부터는 점심 무렵이 아닌 저녁에 맥주를 먹어야지 라는 이상한 다짐(?)을 하며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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