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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

by 여름햇살 2017.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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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영상미에 매우 둔감한 사람으로, 왠만한 디테일들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런 나 조차도 인지 할 정도로 이 영화의 색감은 일반적인 영화들과 달리 낯설었는데,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마치 형광등이 비추는 것 같다' 라는 생각을 했었다. 내가 그렇게 생각했던 이유는 영화의 색감이 매우 차갑게 비추어졌기 때문이다. 서늘한 흰색과 파란색의 차가운 대조에, 주인공의 상실감이 비교되어 더 심적으로 와닿는 느낌을 받았는데, 영화를 보면서 처음으로 이런 것이 영화기법이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삶의 매순간에 상실을 경험하고 있다. 상실의 대상은 영화에서처럼 가족일 수도 있다. 하지만 꼭 그 대상이 사람에 국한 되지는  않다. 어렸을 적 학교 앞 박스 안에서 삐약거리던- 일주일뒤에 우리집 종이 박스안에서 죽고 말았던 200원짜리 병아리들도, 이사 선물로 지인에게 받은 관상용 선인장도, 어렸을 적부터 꿈꾸어 왔던 반짝반짝 거리던 꿈도, 입사와 함께 가슴가득 품었던 패기들, 가장 흔한 것은 매주 일요일밤에 다짐하는 월요일부터는 달라지리라 라고 다짐하는 결심 또한 잃어버린 경험이다. 이렇게 삶을 살아가면서 상실은 어느 순간에나 존재하며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다. 그 말인즉 그 많은 상실의 경험으로 인한 우리의 감정 또한 우리의 삶에서 떨어질 수 없다. 그 감정들이 모여 우리의 삶을 만든다. 그래서 한 사람의 행동과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겪은 사건과 그로부터 느낀 감정들을 제대로 파악해야한다. 비사회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자신의 삶의 즐거움을 과장하는 사람도 그 뒤에는 그들의 삶이 있다. 우리는 상대의 한 순간의 행동과 말로 그 사람을 감히 판단 할 수 없다. 그렇기에 이 영화 마지막에서야 우리 모두 각 인물들의 행동과 대화를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 류의 영화가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너무 흔해져서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우리의 상실감을 돌봐줄 필요가 있다. 영화를 봐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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