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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책 그릿 Grit

by 여름햇살 2017.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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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릿 GRIT
국내도서
저자 : 앤절라 더크워스(Angela Duckworth) / 김미정역
출판 : 비즈니스북스 201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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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허영심과 자기애가 천재 숭배를 조장한다". 

니체는 말한다. 

왜냐하면 천재를 마법적인 존재로 생각한다면 우리 자신과 비교하고 우리의 부족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신적인 존재'로 부르면 우리는 그와 경쟁할 필요가 없어진다."


Grit.  강한 집념을 의미하는 영어단어라고 한다. 그러한 Grit이 제목인 것으로 추측할 수 있듯이 이 책의 저자 앤젤라 더크워서는 성공에 있어서 주어진 재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노력이라고 말을 하고 있다. 맥켄지라는 업계 최고의 컨설팅 회사를 다니던 저자는 회사를 그만두고 고등학교 수학 선생님으로 직업을 전환하게 된다. 그리고 아이들을 가르치며 한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적성과 재능이 학업성취도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통념과 달리 '수학적 재능은 수학 과목에서의 탁월성을 결정'하는 조건이 아닌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수학적 재능이 있는 아이보다 수학 점수가 높아던 학생들은 근면성이 남달라 남들보다 공부에 대한 '열의'와 '열심히 일할 능력(노력)'을 많이 가진 학생들이 었던 것이다. 


우리사회는 재능을 편애한다. 여러 연구에서 우리들은 재능과 노력에 대한 양면성을 드러내는데, 말로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선택에서 능력을 우선순위로 생각하는 것이 나타났다. 우리는 일상성보다 신비함을 선호하고 그 과정을 보지 않고 '완성된 탁월한 기량'을 보는 것을 즐긴다. 그녀는 '탁월성의 일상성'의 저자 댄 챔블리스의 글에서 다음의 구절을 인용 한다.  "재능은 우리가 성공한 운동선수에게 붙인 가장 흔한 비 전문가적 설명일 것이다. 우리는 마치 재능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실체가 경기 성적이라는 표면적 현실 뒤에 존재하고 있어서 최고 선수와 나머지 선수들을 구별해주는 것처럼 말한다" 우리는 재능의 환상에 빠져 있지만, 실제로는 모든 분야에서 타고난 재능보다 노력이 성취에 있다는 것을 많은 예를 들어 저자는 주장한다. 


"모든 완전한 것에 대해 우리는 그것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묻지 않는다." 

니체는 말했다.

"대신 우리는 마치 그것이 마법에 의해 땅에서 솟아난 것처럼 현재의 사실만을 즐긴다."


사실 이 부분에서 공감과 함께 뜨끔 했는데, 충분한 노력을 들이기 힘들고 귀찮으니깐 재능의 부족을 핑계 삼아 현재 내 자신의 상태를 변명하고 있는 나 자시을 여태 살아오면서 너무나도 많이(아니 매일같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노력해서 이루지 못할 것은 거의 없다. 심지어 절대적으로 선천적으로 타고나야 한다고 여겨지는 외모마저도 기술과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시대가 아니던가. 대신 우리는 노력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자신이 꿈(만) 꾸는 그 성취를 이루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들이 희생되어야 하는 것 또한 알고 있기에. 그저 하는 일이라고는 노력 대신에 자존감이 상처 받지 않도록 재능이라는 이름의 환상 뒤에 비겁하게 숨는 것이다. 성공한 자들이 존경받는 것은 그들이 이룬 성취 때문만이 아니라, 그들은 성공하지 못한 자들과 달리 비겁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저자는 평범한 사람과 달리 강한 Grit은 '눈부신 전체에 감탄하기보다 작고 부수적인 것들을 잘 만드는 데서 즐거움을 느꼈기 때문에 거기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는 사람'들이라고 정의를 내린다. 그런데 삐뚤어진 나는 이것 조차도 주어진 재능이 아닐까 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 예전에 후배 하나와 함께 재능과 노력에 대해서 짧은 토론을 가진 적이 있었는데, 살다보니 진짜 뛰어 넘을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더라 가 우리의 결론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니 그 결론 조차 우리의 비겁한 변명이라고 느껴진다. '인간의 능력'의 저자 윌리엄 제임스는 재능의 중요성을 인정은 하지만 대다수의 우리 인간은 우리에게 주어진 한계의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고 말을 한다. 우리 능력의 극히 일부만 사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한계는 도달할 수 없을 만큼 저 멀리에 있는데, 우리의 재능 부족 여부를 운운하는 것은 옳지 못하고 그 한계에 도달하기까지 충분한 노력부터 하라고 말을 한다. 재능을 운운하기 전에. 너무나도 맞는 말이라 여기까지 읽으니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그냥 변명제조기였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연구 결과는 나이가 많은 사람일 수록 높은 그릿을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1. 예전 세대가 실제로 그릿이 높거나 혹은 2. 나이가 들수록 성숙해지거나로 추측된다고 한다. 그리고 저자는 1번의 가능성도 있겠지만 대체로 인간은 인생경험이 쌓이면서 성실성, 자신감, 배려 평정심이 발달하기 때문에 2번 가설을 지지하는 듯했다. 생각해보면 확실히 지구력은 나이가 들수록 증가하는 것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 구절을  읽으며 다시 한 번 그릿은 변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또 이렇게 그릿을 변화시킬 시간이 30년이나 주어졌는데 이룬 것 없는 지난 인생을 반성하게 된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나의 경우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나는 어떤 열정이 있었고 무엇을 이루어 냈을까. 나는 어릴 때부터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는데, 초등학생 때는 많은 책을 읽고 싶어서 속독에 관심을 가졌다. 아빠에게 책을 빨리 읽고 싶다고 했더니, 속독법이란 것이 있다고 알려주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떻게 하는지는 본인도 모른다고 했다. 예전에 텔레비젼에서 보았을때 속독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두 줄씩 한번에 읽는 법도 있고 왼쪽위쪽에서 오른쪽 아래쪽으로, 그리고 오른쪽위쪽에서 왼쪽 아래쪽으로 대각선 방향으로 읽어 내리고 책의 내용을 파악하는 방법 등등이 있었다고 설명하셨다. 그와 함께 이것은 선천적인 능력이 아니라 연습을 하면 계발되는 능력이지만 계발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그게 뭔지도 모르고 소설책을 빨리 읽고 싶어서 혼자 연습을 했었다. 대각선으로 읽어 내리는 것은 아예 내용이 이해 되지 않았고, 두 줄을 같이 읽는 것을 시도해보았다. 처음에는 한 줄 씩 읽는 것보다 속도가 느렸다. 두 줄에 담긴 글자만 눈에 들어오지 의미가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하나에 꽂히면 죽이되든 밥이되든 끝장을 봐야 잠이 오는 집착의 성격을 가졌고, 소설책들을 대상으로 무조건 두 줄 씩 읽으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나는 두 줄씩 읽을 수 있게 되었을까? 결론은 우습게도, 나는 아무리 두 줄 씩 읽으려고 해도 그렇게 해서는 책의 내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타고난 재능의 한계였을 수도 있지만, 노력을 들였을때 재미를 못 느끼니 그 한계를 뛰어넘을 만큼의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이 주 이유였던 것 같다. 그럼에도 그런 노력이 헛되지는 않았는지, 책 읽는 속도는 전에 비해서 빨라지긴 했다.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나는 남들이 내가 읽는 책의 양에 놀람과 동시에 반드시 그 이유는 특별한 비결(책을 다른 사람보다 월등히 빨리 읽는 능력 등등)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 너무나도 싫기 때문이다. 나는 조금 빨리 읽는 편일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빨리 읽는 절대적 능력이 때문이 아니라, 그냥 책 읽는 시간에 시간을 많이 할애할 뿐이다. 출퇴근 왕복에 걸리는 40분 시간에도 항상 책을 읽고, 매일은 아니지만 점심시간에도 한시간 동안에 김밥으로 식사를 때우고 책을 읽을 때도 있고, 퇴근하고 집에 와서도 책을 읽는다. 나는 이런 결과물 뒤의 노력과 시간들을 알고 있기에, 타인에 의해 나의 노력이 특별한 능력 때문이라고 치부되는 것이 싫다. 내 노력이 평가절하되는 기분이기 때문이다. 성취뒤에 숨겨진 노력을 보지 않고 뭔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태도는 자아실현과 성취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이런 사소한 성취조차도 노력에 의거하는 것이다. 


화려한 업적을 이루어 낸 사람과는 비교도 안되는 소소한 능력을 기술했지만, 내가 하고싶은 말은  결국 하면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해서 안되는 것은 없다. 될 만큼 노력하지 않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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