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후배가 일을 저질렀다. 사실 내가 졸업한 이후로 한번도 보지 못했는데(그럼 거의 7년인가), 고마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덕에 연락은 유지되고 있었다. 최근 인스타그램에 홍대와 상수 합정 망원 이 쪽의 사진이 유달리 많이 올라 온다 싶었는데, 이내 그 곳에 자신의 또아리를 텄다.
이날 세브란스병원에 외근 올 일이 있어서, 퇴근하고 쏜살갇이 달려갔다. 인스타그램에서 보았을때 가게가 참 예뻐 보였기 때문이다.
약초원. 차와 한약. 찻집이기도 하고 한약국이기도 하다. 어쩜 이리 센스있게 만들었을까.
그림도 예쁘고 폰트도 예쁘다. 저 그림은 풀 초 라는 한자이다. 하나하나에 센스가 돋보였다. 그리고 차와 한약이라니. 컨셉이 매우 좋다.
요기다가 한약을 우려준다. 나는 이걸 주문하지 않아서 보진 못했지만, 이 곳의 시그니처 '별헤는 밤'을 주문하면 여기서 만들어 준다고.
지금 바쁘심. ㅋㅋ 주문 해놓고 엄마 미소로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매우 깔끔한 인테리어. 진짜 마음에 든다.
곳곳에 이렇게 식물이 가득하다. 약초원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인테리어다.
바깥 화단에는 약초가 가득하다. 뭐가 뭔지 맞춰보는 재미도 쏠쏠.
이거 라디오야 스피커야. 완전 탐난다. 훔쳐갈래.
왼쪽은 명함이고 오른쪽은 쿠폰이라고 한다. 뒤에 스탬프 10개를 모아오면 1잔이 공짜라고.
내가 주문한 것은 쌍화뱅쇼. 메뉴판에는 아직 없지만(아직 인쇄를 새로 못해서 없다고), 아는 사람만 아는 메뉴. 가격은 10,000원. 그냥 대접 한다는 것을 만류하고 끝끝내 현금을 내밀었다. 카드를 내밀면 결재를 안 하면 그만이니. 아는 사람이 초기에 팔아줘야지! 암암.
쌍화탕에 과일을 넣고 달인거라 쓴맛이 아닌 신맛이 도는데 묘하게 맛있다. 상큼한 맛 때문에 차게 해서 여름에 내놔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름에는 뭐니뭐니해도 신맛이지. 안에 과일은 먹어도 되는 거라고 이렇게 스푼도 함께 준다. 사실 요즘 카페에 커피나 차 종류만 있어서 식상하기도 한데, 요렇게 한약(!)을 먹을 수 있는 곳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물때문에 오기만 해도 미세먼지 공기가 정화되는 기분은 덤이고.
진짜 오랜만에 만난 후배와 이런 저런 이야길 하는데 후배가 정말 부러워졌다. 회사를 다니지 않고 자기 가게를 해서 부러운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저지르는 그 용기가 너무나도 부러웠다. 나는 왜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좋아하지도 그리고 잘하지도 못하는 일을 하며 꾸역 꾸역 회사에 다니고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겁쟁이. 30년 넘게 겁쟁이로만 살아서 그런가보다.
이런 생각이 들자 딸린 자식도 없고 빚도 없는데, 사고를 치더라도 젊을 때 사고를 쳐야 하는 것 아냐?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용기 있는 후배의 모습에 제대로 자극 받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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