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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작가님의 글쓰기 책은 한결 같아서 좋다. 이 책을 읽기 전 2권을 더 읽었는데, 이 책 또한 그 책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예시는 항상 정치적인 이야기이고(?) 글쓰기의 기술보다는 삶이 혹은 사고가 훌륭하면 된다는 한결 같은 논지이다. 기술적인 면에서 조금 떨어진다고 해도 훌륭한 글이니 인생에서의 내공을 좀 더 쌓으라고 독자를 토닥여준다. 요즘 알쓸신잡에서 꼰대를 맡고 계시지만, 이런 꼰대라면 나는 기분 좋게 귀기울이고 싶다.
책 내용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제 3장 '악플을 어찌할꼬'였다. 작가님의 골자는 비판적 악플은 어느 정도 수용하되, 타인의 감정을 해치려는 목적이 있는 악플들에는 반응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는 내 개인적으로 느꼈던 일화들이 생각나게 했고, 그러한 경험들로 나도 이 의견에 매우 동의한다.
나의 블로그는 인기 블로그는 아니지만, 댓글을 남겨 주는 방문자들도 간혹 있다. 거의 모든 글에 댓글이 달리지 않는 편이라, 댓글이라도 누가 하나 달아준다면 눈맞은 강아지마냥 펄쩍 뛰며 좋아한다. 그렇게 댓글에 고파하는 나 조차도 매우 성가시고 빈정상하게 느껴지는 댓글들이 있었다. 2년 전, 내가 쓰는 글들에 나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댓글을 다는 사람이 있었다. 욕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묘하게 나를 공격하는 말투였다. 말끝마다 니가 잘 몰라서 그러겠지만, 원래 이런거고 저런거야 라고 나를 가르치는 듯한 댓글을 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툭툭 내뱉는 듯한 그 말투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처음에는 내 마음 씀씀이를 탓했다. 방문자도 몇 없는 블로그에 찾아와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해야할 처지에(!),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댓글이라고 빈정 상해한다며 오만방자한 나 자신을 혼냈다. 거기에다가 나와 가치관이 다르거나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의 의견을 수용할 줄 모르고, 나와 의견이 다르니 무작정 싫어하는 나의 편협함에 또 반성했다. 그런데 나는 타고나기를 소인배의 마음을 타고 난 지라, 그런 댓글들에 쿨하게 넘어 갈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 댓글을 무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나는 애정어린 블로거라 아예 무시하지는 못하고 다른 사람의 댓글에는 바로 댓글을 달았으나, 그 사람의 댓글은 하루나 이틀 후에 답을 달았다. 나의 소심한(?) 복수였던 것이다. 그렇게 혼자 쾌감을 느끼며 하루를 보내고 이틀을 보냈더니, 나의 블로그에 흥미를 잃은 그 사람은 지금까지도 내 블로그에 댓글을 달지 않고 있다. 역시! 최고의 반응은 무관심 무반응(그래도 댓글 다 달았으면서..) 이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사실 이 논리는 악플에만 해당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악플을 다는 사람, 혹은 타인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그 행위는 내 잘못이 아니라 타인의 문제인 경우가 많았다. 얼마전 나의 소심한 심리검사 후기에 종종 방문해주시는 분이 고맙게도 위로의 댓글을 달아주신 적이 있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그리고 어떻게 생각하는 지는 그 사람의 마음인데, 그 것을 내가 바꾸려고 생각을 하니 대인관계가 어려운 것이다. 가끔씩 뾰족뾰족해서 나를 찌르거나 자신의 열등감을 타인에게 해소하는 사람이 있다. 생각해보면 그 것은 그 사람의 문제고 나는 절대 그 사람을 바꿀 수 없는데, 왜 나는 그 것에 반응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일까. 이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후련했다. 내가 못나서 그걸 삐딱하게 받아 들이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상대방의 잘못이라고 생각을 하니 조금 더 내 자신이 좋아지는 것 같다. 내 감정을 챙길 사람은 나뿐이니, 이기적일 정도로 내 감정을 챙겨야겠다.
"악플은 근원적으로 내가 만드는 것입니다. 내 글이 없으면 답글도 없습니다. 선플을 기대하다가 악플이 올라오니 괴로워하는 것은 과욕 때문입니다. 누구나 선플만 쓰지는 않으며 세상은 내 생각을 온전히 품어주지 않습니다. 논밭에는 잡초가 생깁니다. 아무리 부지런한 농부도 막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눈·귀·코는 외부에서 자극이 오면 제멋대로 반응을 합니다. 악플도 내 맘속에 둥지를 틀면 내쫓기가 어렵습니다. 내가 나를 가꾸지 않아서 잡초만 무성하게 키우는 꼴이지요! 우리는 남들이 주는 것을 안 받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물건은 주고받을 때 요리조리 사렾서 받는데 마음은 그냥 덥석 받고 맙니다. 마음도 살펴서 받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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