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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프레드릭 배크만의 오베라는 남자를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그래서 매우 기대를 하고 그의 두번째 소설을 읽게 되었는데, 중반까지 나는 이 소설이 매우 읽히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첫째로 입에 달라 붙지 않는 깔락말락 나라의 명칭들 때문이었고, 두번째로 명칭이 헷갈리자 소설 내용이 헷갈려서 집중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베라는 남자는 매우 담백한 중년의 분위기가 나는 소설이라 좋았는데, 이 책은 들썩이는 꼬마여자 아이를 팔에 안고 있는 기분이라 나는 이 책이 별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세번째 후속작은 절대 시작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이 책은 읽으면 읽을 수록 재미있었다. 같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던 이웃들의 비밀이 하나둘씩 밝혀 지면서 몰입도는 상승했고, 그들의 비밀이 밝혀질때마다 작가의 상상력에 소름이 돋았다. 처음에 지루해하던 나는 사라지고 마지막 장을 아쉬워하는 나만 남았다. 처음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끝이 창대했던 소설이라고나 할까. 간만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을 읽어 한 동안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내가 어릴 때를 생각해보면 옆집은 고사하고 작은 아파트여서 그랬는지 아파트에 사는 그 모든 사람들과 알고 지냈다. 이사를 오면 떡은 당연한 것이고, 친해지고 나서는 서로 먹을 것을 주고 받았고 이웃집에 놀러가서 내 집처럼 노는 것이 일상이었다. 내가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살아서인지 나는 내가 혼자 살게 된 22살부터 이웃집 사람과 말을 섞어본 적이 없다. 이웃집과 알고 지내는 것은 아줌마인 우리 엄마나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서로의 생활 소음을 매일같이 들으며 살아가고 있는 옆집 사람과 말 한 번 섞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 조금 씁쓸하게 여겨진다. 다음에 엄마가 또 먹을 것을 많이 보내주는 날이 있으면, 나도 옆집 초인종을 누르고 먹을 것을 나누고 인사도 한 번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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