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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2017 Korea

[제주여행] 5. 용머리 해안

by 여름햇살 2017.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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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1 - [Siesta/2017 Korea] - [제주여행] 4. 마라도


09 Sep 2017

마라도에서 돌아와서는 의견차이가 있었다. 나는 그대로 협재해변으로 가서 석양을 보고 싶었는데 멜번놈은 굳이 산방산으로 돌아가서 용머리 해안을 봐야겠다고 한다. 맘같아서는 그냥 냅두고 협재로 혼자 가고 싶었지만 또 그럴수는 없지. 협재는 다음날 가기로 하고 함께 용머리 해안을 방문하기로 했다. 그리고 두번째 문제. 지독하게 긴 버스간격으로 인해 1시간은 족히 땡볕에서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같이 기다리던 어떤 남자분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도저히 이렇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멜번놈에게 걸어가자고 했다. 그러면서 올레코스에 대해 이야길 하며 여기 어차피 걸어다니기 예쁜 길이라고 기다리는 시간이나 걸어가는 시간이나 동일하다고 설명했더니 기꺼이 그런다고 한다. 그리하여 송악산에서 용머리 해안까지 걸어가기!

찍은 사진이 이것 뿐이지만.. 사실 훠얼~씬 예쁘다. 이 이후에는 풍경을 즐기느라 찍은 사진이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우리밖에 없는 그 길을, 그리고 가끔씩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여행자들을 구경하는 여행의 묘미. 버스를 타고 목적지에만 딱 내리고 목적지 구경을 끝내고 다시 버스에 올라타는 식의 여행은 나에게 맞지 않았다. 이제서야 나는 진짜 여행다운 여행을 하고 여유를 느끼는 기분이었다. 멜번놈은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ㅋㅋ

머나먼 길을 걸어 드디어 도착한 산방산. 관광지답게 관광버스가 득실거렸다.

반가운 표지판들. 그리고 요 주변이 지질트레일로 유명한 곳이란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멜번놈은 호기심을 갖고 내가 제주도를 떠난 다음에 여행을 하려고 야심차게 계획했었지만, 내가 떠나는 날 비가 너무 심하게 내려서.. 그러지 못했다고 한다. ㅋ

바이킹도 있다. 

"외로워요! 껴안아 주세요!"


그리고 용머리해안으로 향하는 길. 사람들이 북적거려서 송악산에서 이 곳으로 오는 길이 더 좋게 느껴졌다. 기념품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늘어선것만으로도 뭔가 기분이 안좋아졌던 것이, 나란 인간은 이렇게나 삐뚤빼뚤했나보다.  


용머리해안에는 하멜상선전시관이 있다. 이게 왜 있나 하고 봤더니 하멜이 표류한 곳이 제주도였다. 하핫, 이걸 이제서야 알았네. 역사적인 장소에 온 것인가~ 라는 생각에 괜히 설레였다. 

뷰가 괜찮은 편이다.

네덜란드 하면 한국에서는 하멜보다 히딩크!. 난 여전히 배가 고프다. 그니깐.. 나는 왜이리 먹어도 먹어도 배가 왜이렇게 고픈거냐구..

해변을 방문하는 것에 입장료가 있다는 말에 어이없어 하는 멜번놈. 왜 해변가를 돈 주고 가야 되냐고 묻는다. 너같은 놈들이 와서 테이크 어웨이 컵도 아무곳에 던져 놓고 환경을 너무 많이 훼손시켜서 그렇다고 말해줬다. 호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개하는 놈. 하지만 어느 블로그에서 이 곳이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결국 입장하긴 했다. 


그리고 들어오자마자 멜번놈의 분노 폭발. 지금 이거 가지고 입장료 받는 것이냐고. 멜번 쏘렌토 기억나냐며 공짜에다가 이렇게 관광객도 많지 않아서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며. 계속 불만을 터뜨리길래 한 마디 했다. 내가 협재해변 가자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여기에 오고 싶다고 한 것도 너고, 입장료를 낸 것도 넌데 그럼 내가 너보다 더 분노해야 하지 않겠냐고, 너는 나한테 미안해할 생각은 안하고 왜 니가 화내고 있냐고 차분하게 한마디 했더니 멋쩍어서 웃는다. 


그 이후로는 불만이 쏙들어갔다. 그러면서 왜 협재해변으로 자기를 강제로 끌고 가지 않았냐고 또 헛소리 하길래, 니 선택이 거지 같은걸 경험해봐야 다음 부터 내 말을 잘 따르지 않겠냐고. 여기 오지 않고 협재 해변을 갔다면 너는 여기에 계속 오고 싶어 했을 것이고, 여기가 협재보다 낫다는 생각을 했을거라고. 하지만 이제 여기가 거지같은 것을 알았고 니 선택이 틀린걸 알았으니 넌 이제 앞으로 남은 여행은 무조건 내 의견대로 하게 되어있는데 내가 왜 오지 않겠냐고 했더니 나보고 너무 똑똑하다고 ㅋㅋㅋㅋㅋㅋ


사람들 관계에서 의견부조화로 다툴 일이 많은데 대체로 나는 이 편을 선택하는 편이다. 내 의견이 있고 상대의 의견에 따르면 새된다는 것은 알지만, 흔쾌히 기쁜마음으로 함께 새가 되어준다. 그러면 상대는 미안한 부채의식을 갖게 되고 그 이후로는 내 선택을 잘 따라주게 된다. ㅎㅎ 부채의식을 갖게 만드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멜번놈의 선택으로 이 날뿐만 아니라 여러번 새된 경우가 많았기에 멜번놈은 내 말을 잘 듣게 되었더랬지. ㅋㅋㅋㅋ 


중간 중간에 아주머니들이 이렇게 해산물을 판매한다. 보통의 나는 이런 것을 먹지 않는데 멜번놈에게 좋은 경험이 되겠다 싶어서 시도했다. 가격은 양에 비해 비싼 듯 했다. 아주머니들 말에 의하면 당일에 해녀들이 바다에서 따온 것이라고 했는데, 의구심이 들기도 하고.

할머니의 부엌. 위생적이지는 않지만 한 번정도는 먹을만하다.

우리가 고른 것은 멍게와 소라. 각각 1만원이라 총 2만원. 멜번놈이 멍게를 가르키며 통영 호스텔에서 사람들이랑 파티할때 먹어봤다며 아는 척을 하길래 그래~? 이름이 뭐야~? 라고 했더니 이름은 기억하지 못한다. ㅋㅋㅋ 잘난척은. 소주는 내가 좋아하지 않아서 먹지 않았지만 술도 함께 판매하고 있었다.

올해 5월에 다녀온 멜번여행에서 멜번놈과 함께 지겹도록 본 풍경 ㅋㅋ 색깔만 다를 뿐이었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이 풍경이 아름답다고 생각했기에 맘껏 즐겼다.


저녁이 다가와서 그런지 파도가 거세어졌다.




중간 지점에 이렇게 물이 고여 있었는데 이 안에 생선과 게들이 있었는데, 멜번놈이 이 아쿠아리움이 이 곳의 가장 재미있는 파트라고 하는 바람에 빵터졌다. ㅋㅋㅋ


사진을 찍고 또 찍고. 자연이라는 것은 봐도 봐도 신기한 존재이다.  


그리고 다시 버스를 기다렸다. 그런데 이 버스 간격이 말도 안되게 긴 것이 아닌가. 같이 기다리는 사람마다 나에게 와서 도대체 언제 오냐고 묻는데.. 하핫.. 저도 지역주민은 아니라 잘 모르는데.. 그렇게 1시간을 기다려 서귀포시를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이 곳에 대신 협재해변으로 가고 싶어했던 나에게 멜번놈은 계속 미안해했다. stupid blog라고 계속 궁시렁 거렸지만, 사실 나는 지가 더 stupid해 보였.. 뭐 동행자가 있는 여행은 이런 것 아니겠는가. 협재에 가지 못해서 약간 짜증은 났지만 다음날 가면 되니깐~ 이라는 마음으로 있었다. 


겨우 도착한 서귀포시. 9시가 다되어가고 있었다. 칼로리를 많이 소모해서 그런지 치킨이 먹고 싶었다. 알고봤더니 서귀포 올레시장에 닭강정이 유명한 것이 아닌가. 그래서 갔는데.. 너무 늦게 가서 식당은 문이 닫혀 있었고, 다른 곳은 테이크 아웃만 가능한 상황. 굳이 호텔로 돌아가서 식사를 하고 싶지 않았기에 어디 식당이 없나라는 심정으로 찾아보다가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하나 발견하고 총알같이 달려갔다. 


진짜 몇년만에 온 멕시카나. 손님은 우리 뿐이었다. 

일단 맥주부터. 

우수가맹점으로 상도 받았구나. 

뜬금없이 벽에 걸려 있던 기타는 손님을 위한 것인가..?

그리고 치킨. 후라이드와 마늘?간장? 여하튼 뭔지 기억 안나는 것을 시켰는데 후라이드가 훨~씬 맛있었다. 소스가 별로였다. 

멜번놈의 요청으로 파채도 추가했다. 이 놈은 이 파를 너무나 좋아한다. 


먹고 있는데 치킨 배달하는 남자가 들어오면서 멜번놈에게 아는 척을 하며 인사를 했다. 뭐지? 하고 봤더니 영어공부를 많이 한 것인지 미국에서 학교라도 다니는지(발음이 미국식이었고 정말 좋았다) 젊은 남자가 멜번놈과 대화를 시작했다. 처음에 못 알아 들었는데, 나중에 뭐냐고 물었더니 그 남자가 들어오자마자 안경을 쓴 멜번놈을 Clark 이라고 부르며 장난을 친 것이었다. 왜 Clark이냐고 했더니 슈퍼맨에서 슈퍼맨으로 변신하기 전에 안경 쓴 상태의 남자 주인공 이름이 클락이라고.. 와 슈퍼맨 한번도 안 본 사람은 어리둥절. 멜번놈이 굉장히 스튜핏한 농담이었지만 영어는 매우 훌륭했다고 자기는 미국인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게, 나도 깜짝 놀랐네. 주인집 아들인 것 같던데 치킨배달하는 엘리트였다. 이렇게 또 여행지에서 하루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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