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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책 천명관의 고래

by 여름햇살 2018.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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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국내도서
저자 : 천명관
출판 : 문학동네 200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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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모임의 선정도서라 읽게 된 책으로 평점을 내리자면 5.0 만점에 5.0 점이다. 소설의 목적인 즐거움을 100%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책을 펼치는 그 순간부터 다음 장면에 어떤 내용이 올지 미치도록 궁금함을 자아낸다. 흥미로운(같은 말로 자극적인) 줄거리 내용과 소설의 내용이 눈앞에 영상으로 나타나 펼쳐지는 듯한 기분이 드는 서술로 인해, 독자로 하여금 마지막 페이지까지 내달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그와 함께 일반적인 소설의 특징에서 벗어나 신선함을 안겨다 준 점 또한 후한 점수를 내준 이유이다. 읽는 내내 이런 소설이 있을 수가 있다니 라는 생각을 끝없이 했다. 그와 함께 소설을 밀고 나가는 작가의 필력이 부럽기도 했다.


 노파, 금복, 춘희 라는 3 여성의 삶을 시간순서로 묘사하고 있는 내용으로,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독자에게 '특별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쓰여진 책은 아니다. 나의 취향을 저격한 점이 이 부분이다. 인생사를 보여주는 소설에서 주제가 딱히 없다는 것, 이 얼마나 완벽한 소설이란 말인가. 우리 인생이 딱 이와 같기 때문이다. 작가는 '우리는 왜 살아가는가' 라는 인과관계가 잘못된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닌 '태어났으니 어떻게든 살아가는 거다'를 소설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100% 흥미로운 서사가 이 소설의 전부이지만, 그럼에도 독자 개개인은 소설 속에서 자신의 삶을 읽고, 자신의 꿈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읽어낸다. 그래서 읽는 사람마다 다들 각자의 해석을 듣는 것이 재미있었다.


나의 경우에는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이 모든 이야기는 잘 만들어진 벽돌 하나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벽돌은 춘희가 만든 것이었다. 그리고 그 벽돌이 있기 위해서는 춘희의 인생 전체가 필요했고, 그런 인생을 가진 춘희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금복이가 필요했다. 그리고 문도 필요하다. 금복이와 문에서 그치지 않고 노파가 숨겨 놓은 돈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파의 인생이 필요해진다. 그리고 노파의 시작점이 소설에서 묘사되고 있지는 않지만 노파가 존재할 수 있었던 그 이전의 이야기 또한 있을 것이다. 벽돌 하나가 탄생하기 까지 무수한 사건과 무수한 인연과 무수한 사람이 필요하다. 이렇게 보면  세상에 그냥 존재하는 것이 없다. 건물을 구성하고 있는 벽돌 한장에도 이렇게 사연이 많거늘, 길가에 피어 있는 풀, 하늘을 날고 있는 새, 그리고 내 옆에 있는 사람들까지 그 모든 것들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이 세계가 필요하다. 칼 세이건이 말을 했었지, 애플파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주가 필요하다고. 


박색한 외모 덕에 삶과 고군분투 했던 노파, 타고난 운명과 천성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금복, 그리고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간 춘희.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삶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는 항상 단편적인 현재의 상태로만 삶을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타인에게 도움 한 번 준 적 없을 정도로 매정했고, 죽어서까지 사람들을 괴롭혔던 노파이지만 그녀의 마지막은 곁에 아무도 남지 않는 춘희에게 두부 한모를 건네는 것이었다. 부와 권력 모두 남 부러울 것이 없었지만 금복의 곁에는 결국 그 누구도 남지 않았다. 어미에게 조차 외면 받은 고독하고 쓸쓸한 삶이었지만 춘희는 후대에 '붉은 벽돌의 여왕'으로 이름을 남기며 영원히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해본다.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고, 단편적인 면으로만 우리 주변의 우주를 판단하고 우리 주변의 우주를 무시하며 살아온 오만한 삶은 아니었는지 나를 돌아본다. 내가 만들어낸 기준으로 가치가 있고 없는 삶, 존경받을 만한 혹은 비난받아 마땅한 삶, 의미가 있는 혹은 의미가 없는 삶이라고 내 옆에 존재하는 우주를 평가하지는 않았나 반성도 한다. 내 주변의 노파와 금복, 춘희들에게 좀 더 애정을 가져보는 삶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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