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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영화 피아니스트

by 여름햇살 2014.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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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2003)

The Pianist 
9.5
감독
로만 폴란스키
출연
애드리언 브로디, 토마스 크레슈만, 프랭크 핀레이, 모린 립맨, 에밀리아 폭스
정보
전쟁, 드라마 | 독일, 프랑스, 영국, 폴란드 | 148 분 | 2003-01-03
글쓴이 평점  


이번에 여름휴가를 폴란드로 간다고 했더니, 재직중인 회사의 대리님 한 분이 영화 '피아니스트'를 추천해주셨습니다. 나치시대의 한 폴란드인 피아니스트의 이야기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라는 이야기라며, 여행가기전에 보고 가면 좋을거라며 말입니다. 그 말에 여행전에 꼭 영화를 보고 가려고 했는데, 조금 바빠서 폴란드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입국 전까지는 봤으니, 목표는 성공한걸까요? ^^;



유명한 만큼, 기대를 실망하지 않게 만든 영화였습니다. 영화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게 점령당한 폴란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으며, 폴란드에서 유명 피아니스트로 살아가고 있던 유태인의 생존 실화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았던 모든 사람들처럼, 저 역시 그 끔찍한 모습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좋지 못했습니다.


영화를 추천해준 대리님이 영화의 추천과 함께 한마디 개인적인 감상을 더해 제게 했던 말이 있었습니다. '피아니스트'라는 영화를 통해 전세계의 사람들이 나치의 잔인함을 알게 되었듯이, 우리나라도 문화 콘텐츠를 통해서 일본 위안부를 알리고 많은 이의 공감을 사면 좋았을텐데.. 였습니다. 단순히 영화의 감상에 그치지 않고, 이렇게 재생산(?)적인 생각을 하다니, 그 대리님의 역량에 더욱 놀랐습니다. 



생산적(?)이던 그 대리님과 달리 저는 생뚱맞게도 인간의 본능적인 생존 욕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들이 처참하게 죽고, 혹은 죽음보다 못한 삶을 영위합니다. 죽음을 피해 도망쳐 숨어 지낸다 한 들 인간의 삶이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의 생활로 단순히 '생명'만을 유지하는 주인공.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알 수 있다시피, 죽어 있느니만 못한 삶의 모습이 영화 초반부터 끝까지 이어집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인간의 잔인함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고심했습니다. 굳이 저렇게까지 해서 살아야 하는 것인가? 단순히 죽어버리는 것이 편한 상황에서 도대체 왜 꼭 살아야만 하는 것인가? 그 답은 결국은 모르겠다가 답이었습니다. 대신 저는 이러한 결론에 이르었습니다. '내가 뭐라고 감히 이런 질문을 던질 수가 있단 말인가'


그 누구도 다른 존재의 끝을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자살이라는 방법이 안타깝기는 해도, 한 생명의 존재 여부는 본인 이외의 다른 사람이 결정하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방법의 잔인함에도 이유가 있었지만, 독일군들이 나빴다고 생각이 들었던 것 역시 그들이 유태인들의 생명을 좌지우지 했다는 것에 있습니다. 한 생명이 다른 생명의 존재 여부를 판단짓고 결정 지을 수 없듯이, 저 또한 인간적인 삶을 살지 못한 채 살아갔던 스필만에 대해 의문을 가지면 안되었던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었습니다. '저렇게 사는 것 보단 차라리 죽음으로써 편해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런 의문은, 유태인들을 학살했던 독일군의 입장과 다름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 역시 저처럼 타인의 삶에 이러쿵 저러쿵 판단을 내리고 실행에 옮겼으니깐요. 


이러한 생각이 들자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 또한 저만의 기준을 긋고 그 선의 넘나듬을 주시하는, 아주 오만한 인간이었던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좋은 영화나 책을 접할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저의 미천함에 많이 부끄러워집니다. 이 영화 또한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 매우 휼륭했던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영화 보는 동안 가장 큰 감동을 안겨다 준 독일군 장교의 에피소드. 다른 장면에서는 무덤덤하게 보다가 스필만을 발견하고, 그를 보살펴주었던 독일군 장교의 에피소드에 관해서는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아마도 영화를 보는 동안 저도 모르게 '독일군=나쁜놈' 이라는 최면에 빠져서, 그가 건넨 친절에 더 많은 감동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절대악은 없었던거죠. 그렇게 극악무도한 행위를 저질렀던 독일군이지만, 그들도 사실은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특수한 환경과 광기가 이러한 참극을 발생하게 했으며, 인간 본성의 어진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에 안도감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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