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Nov 2015
열차는 정해진 시간에 치앙마이 기차역에 도착했다. 전날 밤 열차는 생각보다 추웠다. 오죽하면 꿈에서 담요사는 꿈을.. 얇지만 긴바지인 코끼리 바지를 입고 잤는데도 추웠다니, 반바지 입고 잤으면 큰일 날뻔했다.
승무원이 지나다니면서 굿모닝이라고 인사를 하며 승객들을 깨운다. 알람이 아니라 사람이 나를 깨워주는 기분이 묘하고 즐거웠다.
나무로 된 기차역 안내판. 괜히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야간열차를 이용했더니, 사라졌던 감수성이 다시 올라왔나보다. 아니면 잠이 덜 깼거나.
열차에서 내렸더니 나 같은 배낭여행자들이 다 자기만한 배낭을 들처메고 우루루 내린다. 현지인보다 배낭여행자들이 더 많았다. 그 모습을 보고 혼자 웃음이 터졌다. 태국 북쪽 산간마을에 뭐 볼께 있다고 이렇게 닌자거북이들이 몰려든건지.. ㅋㅋㅋㅋ
예약했던 숙소에 픽업 서비스가 있길래(유료) 전화를 하려고 봤더니, 9시부터 카운터가 열린다고 한다. 어떡하지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 썽태우 기사가 와서 호객행위를 한다. 100밧을 달라고 한다. 당연히 바가지겠지? 싶어서 우버택시 확인하는데 치앙마이에서는 우버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았다. 가격을 흥정하고 싶은데, 귀찮아서 그냥 알겠노라 하고 따라갔다. 호스텔 숙소 주소를 보여줬더니 어딘지 안다며 웃으며 내 가방을 채가는 썽태우 기사.
그리고 밤사이에 내 팔찌의 코끼리 장식이 날아갔다. 분실의 태국 여행이구만.. 손목에 걸면 뭐든지 다 사라집니다~
썽태우에 이렇게 부저도 있다. 이거 누르면 세워주는가? 한 번도 누르지 않았다.
허술한 썽태우. 트럭을 개조해서 만든 것 같은 외형이었다. 말로만 듣던 걸 드디어 타 보는구만. 그리고 지독한 매연을 맛보았더랬지..
내가 예약했던 숙소. 이 곳도 평이 좋길래 예약했는데, 나쁘지 않았다. 물어보니 오픈한지 몇개월 되지 않았다고 한다. 양 옆으로 비슷해보이는 호스텔이 더 있는데, 왠지 내부도 비슷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문에 300밧이라고 적혀 있는데 비수기 가격인 모양. 350인가 400으로 예약했던 것 같다.
숙소의 위치는 님만해민. 치앙마이 올드 시티 안에 있지 않고 신시가지 같은 곳에 있는데, 위치적으로는 썩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곳에 숙소를 잡게 된 것이 내게는 행운이었다는 것을 후에 알게 되었으니.. 흐흐.
안에 들어갔는데 역시나, 스태프가 없다. 하지만 문은 활짝 열려 있고. 조금 당황했다. -_-;; 이거 뭐 어쩌지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가 에라 모르겠다 그냥 가방 던져 두고 밖으로 나갔다. 9시까지 어떻게 빈둥빈둥 기다리겠는가.. ㅠ_ㅠ
살짝 동네 구경. 아침이나 먹자며 나왔다. 썽태우를 타고 호스텔로 오는 길에 봐뒀던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허름하고 현지인만 있는 것이 아주 내 스타일이다.
밥을 골라서 원하는 반찬을 고르는 식이었다. 모두가 현지인들이었는데 타이어 한마디도 못하는 내가 기웃거리자 아줌마 아저씨가 너무 반가워했다. 헤헤, 나는 이런 식의 환영이 좋더라. 뭘 원하니 라는 풍으로 타이어로 말하길래 밥을 가르켰다. 그랬더니 메뉴를 골라봐 라는 식으로 또 말을 한다. (모른다 타이어라서 추측이었음. 타이어 못하면 썩 꺼져 라고 했을지도...... ㅋㅋㅋㅋㅋ) 하나를 가르쳤더니 하나 더 고르라는 의미로 검지를 치켜드신다. 그래서 또 하나를 골랐다. 그랬더니 다른 사람들과 달리 자리로 가져다 주신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냥 접시를 내밀었음 ㅋㅋㅋㅋ 국도 있길래 이게 웬 횡재인가 싶어서 국도 하나 주문했다. 국이라니.. 얼마만에 먹어보는 국이지?
그래서 내가 주문한 것. 저 초록나물은 사람들이 많이 주문하길래 따라 주문했는데 괜찮았다. 계란은 뭔가 짭쪼롬한 것이 정체불명. 국은 와 맛있다는 아니었는데 꽤 괜찮았다. 이 모든게 고작 50밧, 50밧!!!!!! 태국은 사랑입니다.
그리고 옆에 지나가는데 밀가루 반죽을 계속 튀기고 있는 이 집이 궁금했다. 그리고 사람들도 끝없이 이걸 사간다. 뭔가 해서 하나 주문했다.
우리나라 꽈배기 도너츠에서 설탕이 빠진 맛? 그것보다 조금 속이 비었고 훨씬 더 가벼운 맛이다. 주문하면서 이거 팔고 있는 남자에게 이름이 뭐냐고 물었더니 잠깐 고민하더니 로나라고 말을 한다. 로나? 노나? 뭐 이런 발음이었던 것 같다. 아직도 이름이 뭔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줄서서 사가는 걸 보니 아침인 것 같았다. 왜 단 맛이 없을까, 아침부터 달달한 걸 먹기 좀 그래서 그런걸까 라고 생각했는데.. 그 비밀은 글을 쓰고 있는 이 시점으로부터 어제에 풀렸다.
전날 치앙마이에서 방콕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발견했다. 사람들이 이걸 사다가 연유에 찍어 먹고 있는 걸.. 어째 이거 팔때 옆에 연유 같이 생긴 걸 봉지에 담아서 같이 팔고 있더라니.. 나는 이걸 3일 내내 사 먹으면서 이것만 그냥 먹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님만 해민에는 커피숍이 정말 많았다. 하지만 태국의 분위기가 아니라 관광객 대상으로 한 것 같은 현대식 카페들뿐이라 흥미가 가지 않았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왔는데도 스태프가 없다. 좌절하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알게 되었지. 나에게 아무 관심을 안가져 주던 저 여자분이 스태프였다는 걸...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처음 보는 낯선사람이 호스텔안에서 어슬렁 거리고 있는데 말도 안 걸어줘 ㅠㅠ
다시 밖으로 싸돌아 다니기 시작. 신시가지라서 그런지 그냥 서울의 어느 동네에 있는 기분이었다. 여자 여행자들이 님만해민을 좋아한다고 하던데, 사실 나는 이런 분위기는 한국 어딜 가도 느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별로였다.
물론 이렇게 태국 분위기가 물씬 나는 곳도 곳곳에 있다! ㅎㅎ
이 곳은 숙소 근처에 있던 유치원. 꼬마들 뛰노는 소리가 들리길래 뭔가 해서 봤더니 유치원이었다. 원복을 입고 선생님따라 꺄르르 거리며 놀고 있는 아기들을 보니 절로 엄마미소가 지어졌다. 애기들 노는 것이 너무 귀여웠지만, 애기들은 사진 찍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직원 사진만 덩그러니 찍음.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태국의 3대 커피 중 하나라는 도이창 커피를 찾기 위해서 열심히 빨빨 거리며 돌아 다니는데 보이지 않는 것이다! 분명 블로그를 확인해보니 님만해민에 있다는데 귀신이 곡할 노릇으로 내 눈에만 보이지 않는 것이다! 뭔가 농락당하는 기분을 느끼며 간판을 하나하나 읽어 보는데도...
아무리 찾아도 내눈에만 보이지 않는 도이창 커피. 그리고 좌절하고 그냥 괜찮아 보이는 카페(태국에 온 이래로 처음으로 라마르조꼬 머신을 쓰는 곳을 발견했기 때문이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알게 된 사실 2가지. 그 카페는 정말 유명한 카페였고, 나 또한 이 곳 커피에 감동을 먹었다. 그리고.. 치앙마이 떠나는 마지막 날 알게 되었지. 13번길에 도이창 커피가 있었다는 사실을.. 하하하 눈뜬 장님 납셨네.
와, 오늘 아침 7시 20분부터 아침 먹는 시간 빼고 줄곧 블로그만 했다. 내가 이정도의 집중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니. 놀랍구만. 이렇게 공부했으면 서울대를 갔겠어 아주.. ㅋㅋㅋㅋㅋ 역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때는 집중력 저질인 나도 이렇게 집중해서 하는구나. 언빌리버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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