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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책 음식중독 - 나는 왜 아무리 먹어도 배고픈가

by 여름햇살 2016.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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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중독
국내도서
저자 : 케이 쉐퍼드(Kay Sheppard) / 김지선역
출판 : 사이몬북스 2013.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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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서 지금 하고 있는 밀가루,설탕 끊기를 마음먹게 되었다. 나는 한 번도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이 병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먹는 것을 좋아했고, 지금까지도 그렇다. 남들보다 많이 먹는 것도 취향과 용적(?)의 문제라고 생각했고, 되려 남들의 두배를 먹어도 두배로 찌는 것도 아니니, 고백하건데 나의 대사 능력이 대단하다는 착각까지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처음으로 과식을 '병'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의 지난 식습관을 함께 뒤 돌아보는 시간도 갖게 되었다.


어릴때의 나는 엄마의 지독한 결벽증으로 인해 공장에서 나오는 음식들을 집에서 먹지 못했다. 엄마는 탄산음료를 단 한번도 냉장고에 넣어두신 적이 없었다. 내가 탄산음료를 마실 수 있었던 날은 소풍때 김밥과 함께 먹었던 밀키스가 다였다. 과자 또한 소이나 가족나들이 날에 어쩌다 한 번씩 먹을 수 있었고, 라면으로 말할 것 같으면 친구들은 날마다 먹는다는 그것을 겨우 일주일에 한번(토요일 점심이나 일요일 점심)에 먹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이런 건강한 식습관을 가진 내가  말랐던 것은 또 아닌데, 엄마는 많이 먹고 많이 크는 것이 좋은 것이라 생각했던 사람이기에, 나는 계속 통통했었다. 그런데 또 이건 생각해보니 나는 선천적으로 내향적이라 밖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집에만 있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뭐랄까 학창시절에 누구나가 한 명쯤 알고 있던 하얗고 통실통실한 아이.  

조금 통실하긴 했지만 또 뚱뚱하지는 않았던 것이, 중고등학교때는 외모에 관심을 가지며 좀 적게 먹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울로 대학을 오면서 자취를 시작했다. 그와 함께 엄마의 통제권을 벗어나면서, 내가 원하는 음식은 뭐든지 먹을 수 있었다. 패스트푸드도 먹고 과자도 마음껏 먹고, 엄마가 싫어하는 외식도 매끼니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 끼라도 굶으면 죽는 줄 아는 엄마를 벗어나, 다이어트도 마음껏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몸에서 바로 이상신호가 왔다. 친구들이 여드름을 걱정하던 고등학교 시절, 뾰루지조차 안나던 나였는데, 여드름이 피부를 뒤 덮었다. 살도 찌면서 없던 셀룰라이트가 피부 밑에 생겨났다. 과식이 아닌 폭식을 하기 시작했다.

어렸을때는 아무리 많이 먹어 보았자 한끼에 한공기반 정도의 밥까지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과자는 앉은 자리에서 세봉지도 거뜬히 먹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외모에 관심이 많았던 때라 살이 찌면 안된다는 생각에 그런 날은 다른 끼니를 건너 뛰었다. 그리고 다음날 또 파인트 아이스크림을 한 통 다 먹어치우고(편의점에서 파는 나뚜루 파인트 한통은 1000칼로리 정도라 이걸 먹으면 다른 건 먹을 엄두가 안났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이렇게 칼로리만 섭취하고 영양소를 섭취하지 않는 생활을 십년정도 가졌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항상 고무줄 몸무게였다. 어떨때에는 극심한 다이어트로 키 164에 50이 나가지도 않았지만, 또 조금만 방심하면 57, 58까지 치솟았다.  그럴수록 더 몸무게에 집착하고 더 칼로리에 집착을 했던 것 같다.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회사 생활이 바빠 대충 칼로리만 생각해서 그날 그날의 끼니 메뉴를 결정했다. 왜냐면 그떄까지는 아직 젊어서 내 몸이 망가지고 있단 걸 몰랐다.

2년 전 회사 건강검진에서 나는 몸무게는 정상이지만(심지어 전해보다도 몸무게 자체는 줄어 있었다) 엄청나게 높은 중성지방수치를 보였다. 전해에 했던 검사가 66으로 정상이었으나, 당해엔 185로 수치가 세배로 증가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정상치도 훨씬 벗어났던 것이다. 신체 대사에 영향을 주는 갑상선 호르몬도 전해에는 0.92로 지극히 정상이었으나 당해에는 4.99로 정상범위를 벗어나있었다. 임파구 수치도 전해에는 37.6이었으나 48.8로 정상범위를 벗어났다. 그 전까지는 식습관이 엉망이었어도 내 젊은 육체가 능력을 끌어올려 나의 몸을 정상으로 유지했었는데, 이젠 그렇지 못한 상태까지 왔던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그 이후에 식습관을 변화시켰느냐. 물론 했다. 한 두달쯤. 그리고 그 이후에는 편하다는 이유로 칼로리만 계산하며 음식을 섭취하는 생활패턴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외모에 신경쓰지 않는 호주로 가서 물만난 고기를 만난 것 마냥 예전의 식습관으로 돌아갔다. 항상 옳은 식습관을 유지하려고는 했다. 아침에는 그릭요거트와 뮤즐리를 먹고 점심에는 샐러드를 먹는다든지. 하지만 저녁에는 아이스크림을 반 통 넘게 퍼먹거나 엄청난 크기의 감자칩 한봉지를 자기 직전까지 다 먹어치우곤 했다. 그리하여 호주로 갈때 55-56이었던 내 몸무게는 귀국시에 63이 되어 있었다. 단 1년만에.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3개월 조금 안되게 본가에서 가족들과 보냈다. 나의 식습관은 다시 어릴 적 그떄로 돌아갔다. 모든 음식은 집에서 만들어진 요리였고(우리 엄마는 간장, 된장, 고추장 뿐만 아니라 젓갈류까지 모두 집에서 담그신다), 끼니 대신 감자칩을 먹는 경우는 없었다. 입이 심심하여 간식이 먹고 싶을때에 먹을 수 있는 것은 과일이나 고구마 밤같은 제철 음식 뿐이었다. 그리고 단 3개월만에 나는 예전의 입맛을 되 찾았다.


그런데 문제는 재취업후 서울로 올라오고 나서였다. 처음에는 지난 3개월간 배웠던 교휸을 잊지 않으려고 나 자신이 철저하게 굴었다. 잘 지켜가나 싶더니 3개월이 지나자 다시 칼로리에 맞추어 샌드위치나 가공식품으로 끼니를 떼이구 시작했다. 제철 재료들을 구매하고 집에서 손질하고 미리 준비하는 것이 너무나도 귀찮았기 때문이다. 게으름이 나를 망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예민해졌고,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운동을 해도 이유 없이 몸이 찌뿌둥 거렸다.

그러던 차에 도서관에서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이해가기 시작했다. 밀가루와 설탕, 액상과당등의 정제식품들이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깨달았다. 그것들은 알콜보다도 더 중독성이 강했다. 항상 더 많은 것을 갈구하게 만들었고, 그것이 나의 비이성적인 식습관의 원인이었다. 배는 고프고, 제대로 된 음식은 차려 먹기 귀찮고, 가공식품들의 칼로리를 확인하면 그렇게 높지도 않으니 이것으로 끼니를 해결하면 되겠구나 식의 안일한 태도가 나를 음식중독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잡지속 모델처럼 날씬해지고 멋있어 지고 싶다는 그 욕망은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더더욱 칼로리에 집착하게 만들고 비정상적인 식탐을 갖게 만들고, 또 그 행위가 더 많은 가공식품을 먹게 만들었다. 


항상 옳은 식습관을 외쳤던 나인데, 이제서야 진정으로 그 메커니즘들을 이해했다고나 할까. 앞으로는 진짜 제대로 된 식품들을 섭취해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꽤 오랜시간 망가져왔던 내 몸이었으니, 회복하는데도 몇년이 소요되리라 생각이 든다. 그래도 제대로 된 방법을 알았으니 그 길만 따라가야겠다.  요즘의 나는 마르고 싶지 않다. 여자로서 매력이 잘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fit해지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려면 진짜로 내 몸이 건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겉으로만이 아니라 내적으로부터 건강해져서 삶 자체의 풍요로움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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