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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한창 떠들썩 했던 책이라서 읽고는 싶었는데, 뭔가 들뜬 기분으로 읽으면 안 될것같은 생각이 들어서(몇개월간 뭔가 해피 바이러스에 감연된 것 마냥 계속 들떠 있었다), 심적으로 차분해질때를 기다렸다가 읽었다. 그리고 역시나 기다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상적인 책이었지만 이거 엄청난 소설이야 라고 말할 정도의 깜냥이 되지 못했다. 책 후반부에 있는 해설은 책보다 더 어려웠다. 그말인 즉 내가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백프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그럼 뭐 어때, 내가 이걸 100% 이해하지 못했다고해서 내가 지성이 떨어지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히는 것도 아니고. 문학은 취향의 문제 아니겠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 중 하나는 이 책은 영화로 만들어도 볼만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 이유는 저자가 소설임에도 색을 강조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갔고, 그 색깔조차도 상상만으로도 뇌리에 선명히 남는 채도 높은 생이었기 때문이다. 그냥 흑백으로 이루어진 책을 읽었음에도, 내가 이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이 책을 빨갛고 노랗고 파란 이미지로 기억하는 것은 모두 그걸 표현해 낼 수 있었던 저자의 능력이 아니었나 싶다.
두번째로 가장 큰 공감이 갔던 파트인 '채식주의자'. 한때 8개월 정도 야매 채식주의자(생선, 우유, 치즈 달걀까지는 먹는)로 살았던 경험이 있어서 그랬는지, 이 책을 읽을때 가장 많은 것을 느꼈다. 먼저 폭력. 우리는 남들과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과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호기심을 가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너는 나와 다르니 틀렸어, 너는 잘못된 것이야 라고 공격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채식주의자에 관해서는 후자가 굉장히 크다.
내가 잠깐 채식주의자로 살았을 경우에 지인들에게 온갖 종류의 이야기를 다 들어봤다. 살빼려고 그러는 것이냐, 건강을 위해서라면 채소에는 농약도 많은데 어차피 피차일반 아니냐, 니가 고기 안 먹는다고 세상이 바뀔 것 같으냐, 사람은 고기를 먹어야만 하는 존재이므로 너는 병에 걸릴 것이다 기타 등등. 긍정적인 피드백도 많았지만 그와 동시에 부정적인 이야기도 엄청나게 많이 들었다.
나는 그들보고 채식을 강조한 적이 없었다. 나는 제레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을 읽고 그냥 나 혼자 깨달은 것이 있어서 육식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을 뿐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그 난리들이었던 것일까. 그래서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려보았다.
1. 남의 일에 관심 가질 정도로 자신의 삶이 무료하고 변변치 않다.
그렇지 않은가? 남이 채식만을 하건 육식만을 하건 혹은 동성애자로 살아가건 비종교인으로 살아가건 그 건 그 사람들의 삶일 뿐이다. 그게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지 않거나 그냥 단순히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다고 해도 그들을 비판할 권리는 없다. 그건 그 들의 삶일 뿐이고 본인은 그냥 자신의 삶을 살아 가면 된다. 그런데 왜 그러지 못하는 것일까?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거다. 본인들 삶이 자기 자신 조차 관심이 가지 않을만큼 비루한 것이다. 그러니 자기 삶의 쏟을 에너지를 남의 인생을 비판하는 것에다 쏟을 수 밖에.
예전 김민희 사건도 마찬가지다. 그때 스위스를 여행하면서 포탈과 SNS로 그 이야기를 접했는데, 정말이지 전국민이 김민희 스캔들로 떠들썩 한 것을 보고 질려 버렸다. 김민희가 윤리적으로 옳은 일을 했다고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옳은 일도 할 수 있고 옳지 못한 일을 할 수도 있다.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그녀가 남녀관계를 가지면 안되는 수녀도 아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돌을 던졌다. 도대체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들에게 그런 자격이 있는 것일까? 아니 무엇보다 자격을 떠나서 이것이 그렇게 본인들의 에너지를 쏟으며 관심 가질만한 일인가. 하지만 이내 생각했다. 아, 연예인의 스캔들을 가지고 이렇게 열광할정도로 그들은 자신들의 삶이 재미가 없는 것이구나 라고.
2. 혹은 타인의 다름을 받아 들이지 못할 정도로 여유없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생각해보면 내가 행복하고 내 마음에 여유가 있을때는 왠만큼 성가신 것들이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라고 받아 들여진다. 그런데 내가 슬프거나 혹은 업무에 치여 짜증이 잔뜩 나 있는 경우에는 정말 사소한 것 가지고 주변인 들에게 화를 내거나 크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3. 학습의 문제
생각보다 다름을 틀림으로 학습받는 경우가 많다. 어린시절 가정에서부터 학교의 선생님, 혹은 친구들로부터 우리는 많은 것을 보면서 우리의 사고를 형성하게 되는데, 그냥 단순히 다름을 포용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자면 영혜는 남들과 조금은 다른 편이다. 답답하다는 이유로 브래지어를 하지 않고, 꿈에서 본 피비릿내와 그 선명한 이미지들 때문에 육식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그녀의 선택이 틀렸는가? 그렇지 않다. 그녀는 그냥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것과는 조금 다를 뿐이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가족들은 모두 그녀가 틀렸다고 생각을 했다.
회사 모임에 브래지어를 하지 않고 가는 것도, 상사들 앞에서 사근사근하게 굴며 비위를 맞춰주지 않은 것도, 육식을 하지 않는 것 그 모든 것이 틀렸다고 생각한 남편. 그리고 그녀에게 강제로 흑염소즙을 먹이려고 했던 그녀의 엄마, 그리고 고기를 먹지 않는 다는 이유로 뺨을 때린 그녀의 아빠까지 그녀의 가족은 모두 그녀가 틀린 선택을 하고 있고, 틀렸으니 그것을 고쳐야 할 대상으로 보았다. 그리고 그 맞고 틀림의 기준은 자기가 알고 있는, 경험했던 것일 뿐이었다. 자신의 기준에 맞추어 상대가 틀리면 어떤 형태의 폭력이건 행사해도 된다고 한다(본인들은 그것이 폭력인지 인식도 못하고 있긴 하지만) 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인가.
이쯤 되면 누가 비정상인지도 헷갈리게 된다. 영혜가 비정상인 것일까. 잘못된 방법으로 예술의 혼을 불태웠던 영혜의 형부일까. 아니면 영혜의 남편이 이상적으로 그리고 있었지만 사실은 영혼없이 살아가고 있던 인혜는 육식도 하고 브래지어도 하고 남들에게 서글서글하게 웃었으니 정상인 것일까?
*얇은 책이라 읽는 데에 소요되는 시간보다, 읽고나서 소설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이 더 많은 책이었다. 그나저나 그렇게 골머리를 썩여도 이해를 못하는 부분이 있으니 누구 하나 속시원하게 설명해줬으면 좋겠다. 나는 왜 해독력이 이렇게 없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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