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만 하면 대학생 때 만났던 남자친구가 생각이 난다. 음악도 좋아하고 영화도 좋아하는, 나와 달리 꽤나 감수성있었던 그. 그가 그렇게 보라고 보라고 추천해 준 영화인데, 결국에는 그와 헤어지고 나서야 그의 추천이 생각나서 혼자 보게 되었다. 이별하고 얼마 되지 않은 상태로 이걸 혼자 보면서 엄청나게 많이 울었던 것만 기억에 남고, 사실 줄거리가 세세하게 기억나지 않았는데, 이번에 보니 역시나 기억 하던 것과 달랐다. (여담으로 찔찔 눈물 흘리고 다시 만나 한동안 연애 잘 했었다는)
그땐 이게 매우 슬픈 영화였는데(물론 지금도 슬프지만), 십년전과 비교해서 지금은 좀 더 담담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심지어 지금도 실연한지 얼마 안 됐으면서도. 그 이유는 예전에는 누군가와 이별을 하면 그게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을만큼 가슴 아픈 무언가였는데, 사실 지금은 누군가와 이별하더라도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되려 더 함께 해 나갈 수 없으니, 그때의 기억만이라도 온전히 남아 있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아프도록 사랑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 것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변화되었다고나 할까.
어렸을 적에는 사랑과 이별과 그 모든 것들이 슬프고 가슴아린 그런 것이었는데, 지금은 그런 것들에, 아니 휘몰아치는 감정에 조금 무뎌진 것 같다. 사랑과 이별에 익숙해지는 건 없다, 그 휘몰아침들에만 익숙해진다. 몇번을 사랑해도 항상 애절하고, 몇번을 이별해봐도 항상 힘들다. 그 시작과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 이 모든 것을 연속선 상에 볼 수 있게 되어 그나마 무뎌질 뿐이다.
인생을 살면 살수록 우리가 느끼는 것은 우리가 보고 싶은대로라는 것이 확실해진다. 사랑의 첫 단계에서는 상대방으로 인해 자신이 변화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고, 그 것 자체만으로도 사랑의 놀라운 힘이라 느끼고 상대를 더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사랑이 시들해졌을때는 상대 때문에 내가 이렇게 변했다며 상대방을 미워하게 된다. 아무것도 변한 것은 없다. 상대가 변한 것이 아니라 사랑을 느끼는 나의 태도가 변했을 뿐이다. 처음에는 그와 함께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즐거워하던 클레멘타인이 조엘을 만나고 자기 인생이 재미없다고 하는 것처럼, 처음엔 그녀가 모든 것인 것 처럼 받아들이던 조엘이 이후에는 그녀가 무식하고 종잡을 수 없다고 투덜거리는 것처럼 말이다. 모든 것은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보게 되고, 그게 진실이 된다.
나 요즘 감상돋네. 블로그가 아니라 싸이로 돌아가야 할 듯.
그나저나 짐캐리 왤케 잘 생겼지. 살인미소가 몰입을 방해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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