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포 미드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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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원래 한 번 봤던 영화는 두 번 보는 경우가 잘 없다. 그런데 우연히 다시 본 영화들이 예전과 다르게 다가오는 경험을 한 이후로는 가끔씩 예전에 봤던 영화를 다시 보곤 했다. 이 것도 그 중 하나인데, 지난 번에 봤던 것보다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와서 좋았다. 감동이라기보다 공감이었지만. 이게 이 영화를 최근에 보고나서 깨달은 것 중 하나고, 또 다른 하나는 이걸 본 것이 무려 3년 전이라는 것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예전 남자친구랑 함께 극장에서 봤었는데, 그 사람이 무려 삼년 전의 인물이란 것도 놀랐고, 그 삼년동안 난 뭘 했나 싶은 자괴감도 괜스레 생겼다.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 셋이 멜로 영화의 범주에 들어 간다면 비포 미드나잇은 다큐멘터리가 아닐까 싶은 정도이다. 삶의 질척거림과 들추고 싶지 않은 부분까지 적나라게 까발려주는 그들을 보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삶의 판타지가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마냥 놀라운 것만도 않은 것이, 이미 그런 진흙탕을 거쳐오는 나이가 된지라 놀라움보다 공감이 더 컸다. 그래, 제 아무리 에단 호크, 줄리 델피라도 너네들도 이러고 사는구나, 어떤 면에서는 힐링 영화라고 해야 할까.

그럼에도 이 영화가 로맨틱한 점은 영화의 결론이 이혼 합의서에 도장 찍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에단 호크의 마지막 대사가 이 영화의 정수이다. 내 인생의 단 하나의 사랑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가만 내버려 둔다고 저절로 완성되는 것은 없다. 우리 인생도 그렇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의 사랑도 그렇다. 결국엔 오랜 기간동안의 연애 혹은 결혼을 통해 배우는 것은 그 소중한 것을 지킬 줄 아는 방법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