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Sep 2016
상해에서의 둘째날. 아침도 안 주는 호텔덕에 주섬주섬 밖으로 나와 먹을 곳을 찾았다. 다른 지역 근처에는 카페도 많더니만(실제로 상해 여행 검색하면 블로그에 죄다 브런치.......), 인민광장 근처에는 딱히 괜찮은 곳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가장 만만한 스타벅스로 이동. 꽤 인상적이었던 것이 상해에는 정말이지 스타벅스가 많다. 길을 걷다보면 5분에 한 번씩 스타벅스를 만날 수 있을 정도이다. 엄마는 내가 마시는 커피양에 매우 많은 컨선이 있지만(btw 왜 모든 회사에서는 concern이란 단어를 한글처럼 사용하는 것일까? 직장인 만 오년차는 아직도 이해가 안갑니다요, 그런 의미에서 한 번 써봤다), 이미 전날에도 커피를 마시지 못한 나를 막을 수 있는 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꼬박꼬박 여행지의 스타벅스 머그를 사다 모았는데. 전부다 쓸데 없다. 심지어 요즘은 기념품조차 안 사오는 지경이라(...) 관심이 안간다.
근데 텀블러는 좀 예쁘네.. 쩝..
따뜻한 라떼 두잔. 예전엔 겨울에도 아이스 커피를 벌컥벌컥 들이켰는데, 요즘에는 한 여름에도 핫커피를 외친다. 이 시리고 추워요...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엄마를 위해 다른 음료(그린티 라떼 같은 것)를 주문한다는 것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라떼를 두잔 주문했다. 우유 맛이 강해서인지 엄마가 맛이 좋다고 했다. 나는? 샷추가 할껄... 이라고 후회했지.
징글맞은 인민광장. 아침부터 사람들이 많다.
이틀 연속 봐도 적응 안되는 풍경. 아니 저게 뭐라고 저렇게 줄서서 먹는거냐고?? 제발 하나만 맛 좀 보게 해주세요, 셧업 앤 테이크 마이 머니 플리즈?????????
아침부터 신나는 댄스 타임. 여자-여자 커플이 있는 걸로 보아 여자 남자의 구분이 없는 춤인가 라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탱고 배울때는 여자와 남자의 춤이 매우 달랐기 때문이다(남자가 훨~씬 어렵다) 엄마는 전부다 나이든 사람 밖에 없다며, 밥먹고 할 일 없으니 여기 모여서 춤추는 거라며 ㅋㅋㅋㅋㅋ
이 날의 첫 방문지는 프랑스 조계지. 상해의 작은 파리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데, 어디 얼마나 대단한가 보자 라는 마음가짐으로 지하철을 타고 도착했다.
초입부분. 산책하기 참 좋다. 엄마에게 예쁘지:? 라고 했더니 엄마가 플라타너스 나무 꽃가루로 악명 높은 나무라며 다 뽑아야 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엄마 만세! 에헤라디야!
엄마가 저길 보라고 하길래 봤더니, 이런 물없이 고구마 먹는 심정의 광경을 보았나. 엄마는 이래서 될 일이냐며 고개를 절레 절레 ㅋㅋㅋㅋㅋ
이 곳 사람들은 이렇게 줄서서 먹는 것이 그냥 일상인가보다. 어딜 가도 다들 이러고 있다. 엄마가 잘 보라며 나이든 사람밖에 없다며, 저 사람들도 자기 할일이 없으니 그냥 저러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며. ㅋㅋㅋㅋㅋㅋ 나의 시니컬함은 분명 우리 엄마에게서 물려 받은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할 일 없는 우리(?)도 시도했다. 무려 15분을 줄서서 기다려서 구매했다! 뒤에서 지켜보면서 사람들이 많이 사가고, 또 인민광장에서 사람들이 사가는 것과 모양이 비슷한 것으로 두개씩 골랐다. 으하하! 드디어 궁금함을 해소할 수 있겠구나, 라는 마음에 신이 났다. 마침 근처에 푸싱 공원이 있길래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며 맛을 보기로 했다.
푸싱공원. 이 곳으로 온 이유는 딱히 없고, 쓰난 맨션을 가려면 이 곳을 지나가야 하길래 그냥..... 그리고 엄청난 광경을 구경하게 되었다.
공원은 거대한 탑골 공원이었다. 정말이지 사람들이 많았는데, 전부다 나이 드신 분이었다. 그리고 이곳 저곳에서 노래교실 같은 것이 열리고 있어서 엄청나게 시끄러웠다. 엄마와 나는 이 곳에서 혼이 빠져나가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날씨는 얼마나 더운지..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지 않은 벤치를 찾아 빨리 자리에 앉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흐.... 내가 왜 이리로 올 생각을 했을까? 난 그냥 프랑스의 정원을 생각했지...............ㅠㅠ
그리고 방금 전 구매한 음식들을 시식하는 시간. 이건 패스츄리 같이 생긴 것.
이건 고기 파이로 안에 미트볼 같이 다진 고기가 들어 있었다.
첫번째로 패스츄리를 입에 물고 그냥 뱉어 냈고, 두번째로 이 아이를 먹고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토했다. 미끄덩한 기름 덩어리의 고기가 입안에 들어오는데 진짜 내가 맡아본 고기 냄새중 가장 역한 냄새가 났다. 나는 고기를 즐겨 먹는 사람이 아닌 것이지, 고기 자체를 먹지 못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이건 진짜 못 먹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찔함과 동시에 바로 구토를. 다행히 호텔 객실에서 가지고 왔던 생수가 있어서 바로 입안을 세척해냈다. 으아 이걸 먹겠다고 그렇게 줄 서 있었다고? 인민광장의 그 세군데의 가게들이 전혀 궁금하지 않게 되었다. 하아............. 아프리카 대륙 빼고 모든 대륙에서 음식을 먹어보았건만, 중국은 정말이지 아니구나. 왜 중국에서 사람들이 음식때문에 고생했다고 하는지 '완전히' 이해가 되었다. 엄마도 진짜 못 먹겠다며 한 입 드시고 바로 버리셨음............
단 두 입에 멘탈이 털린 엄마와 나는 이제 길에서 그 어떤 것도 사먹지 말자며 다짐하고 쓰난 맨션으로 향했다. 푸싱 공원과는 가까운 편이었는데, 지도에서 나온 것만큼은 가깝지 않았다. 아니 도대체 왜 지도에 축적이 없냐고.......... 그런 줄 알았으면 첨부터 택시를 타고 다녔을텐데 하아.. 이걸 둘째날 저녁이 되어서야 가늠할 수 있었으니.. 이 똥멍청이 ㅠㅠ
그리고 쓰난 맨션. 구경오는 사람들이 우리만이 아니었던 것이, 꽤 많은 관광객들이 이 곳을 지나다녔다. 뭔가 구석구석 다닐까 하다가 음식의 충격에서 벗어 나지 못해서 대충 구경만 하고 나왔다. 이 곳 호텔의 하루 숙박비가 400만원이라고 하는데 헐......... 나 죽을때까지 절대 숙박하지 못하겠구나 라는 좌절감을 맛보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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