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Sep 2016
이 날은 주가각을 가기로 한 날이었다. 전날 너무 많이 걷고, 동방명주 가서 진을 빼고 와서 아침이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뭉개고 싶었는데.. 우리 엄마는 어찌나 쌩쌩하신지.. 게으름 피우다가 엄마 눈치 보여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나갈 준비를 했다. 이날은 상해 근교의 강남 수향마을 중 하나인 주가각으로 가기로 한 날이었다. 편도로 버스로만 한시간 + 가 걸려서 왕복 오가는 시간을 생각하면 아침부터 부지런 떠는 편이 좋은 것 같아 점심 전에 출발을 했다.
호텔에서 일어나서 난징동루 사진 한번 찍어보고. 아침부터 뭔 놈의 줄을 저렇게 서냐고 엄마랑 나는 혀를 끌끌끌. 전날 늦게 그리고 많이 먹었더니 엄마와 나 모두 배가 고프지 않아서 그냥 바로 출발하기로 했다.
주가각으로 가는 버스는 대세계역 3번 출구에서 탑승하면 된다. 공원쪽 말고 맞은 편으로 건너가서 타면 된다. 공원쪽에 정차하고 있던 차에 가서 물어봤더니 반대쪽이라고 운전자분이 알려주셨다. ㅋㅋㅋ
그리고 반대편에서 주가각(朱家角)이라고 적혀 있는 버스에 탑승하면 되고, 완행버스와 급행버스가 있으므로 꼭 고속(高速)이라고 기재된 버스에 탑승하면 된다. 주가각이라고도 적혀있고, 고속이라고도 적혀 있지만 못미더운 나는 차에 올라 자리에 앉아있던(운전기사님이 없었다) 탑승객에게 물었더니 맞다고 한다. 확인을 하고 엄마에게 돌아서서 엄마 맞대, 라고 하는데 갑자기 내게 대답을 해줬던 여자분이 꺅 소리를 지른다. 그러면서 코리안이냐며 되묻는다. yes..? -_-; 라고 얼빠진 표정을 지었더니 옆에 사람들이랑 한구어런(고등학교때 제2외국어가 중국어라서 이런 간단한 단어는 알아들음 ㅋㅋㅋ) 어쩌고 쏼라쏼라 시작. 그리고 엄청나게 대화를 시작하는데.. 내가 TV를 보는 사람도 아니고 아이돌도 몰라서 -_- 허허허 어색하게 웃으며 그냥 뒷자리로 이동했다. 엄마가 쟤네는 왤케 호들갑이냐고 그러길래 몰라 한국인이라니깐 되게 좋아하던데? 라고 대답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그들의 반응이 기분이 좋았다. 사실 모국을 좋아하는 타국인을 만나는데 어느 누가 기분 나쁠 수 있으랴. :-)
버스는 made in korea인 대우버스였다. 엄마가 어지간히 오래된 버스라며 또 궁시렁 궁시렁. 그 허접한 시내버스같은 것이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하는데.. 그때부터 즐거운 여행은 호러무비로 바뀌었다. -_-;; 진짜 너무 무서웠음.
그리고 도착한 주가각 버스터미널. 도착하자마자 인력거꾼들이 달려든다. 얼마라면서 외치는데, 버스터미널에서 관광지까지 걸어서 갈 수 있단 걸 아는 나는 가뿐히 무시하고 길을 따라 나섰다.
그런데... ㅠ_ㅠ 이놈의 구글맵. 중국의 통신사가 문제인지 구글맵이 문제인지 GPS가 엉망진창인 것이다. 볼때마다 달라지는 GPS위치로 인해 한참을 헤매다가 다시 역으로 돌아가서 인력거를 타기로 마음 먹었다. 하아.. 그런데 알고보니 엄마가 수상하다고 한 길(모든 사람들이 그 길로 향하고 있었다)이 우리의 목적지였다. 걸어서 5분이면 가는데 오천원을 내고 타고 가다니.......... 바보 멍충이... 엄마가 혼꾸녕낼까봐 가격이 얼만지는 말하지 않았다. 흠흠 -_- 엄마는 한 돈 천원이라고 생각하셨을 듯.
제일 처음 도착한 곳은 방생교. 이름답게 물고기 거북이 등등을 방생하는 곳이다. 뭔가 재미있을 것 같고, 엄마도 관심을 가지셔서 우리도 방생을 하기로 했다.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들이 있다.
거북이? 자라?도 있고. 엄마가 얘네는 다 어디서 오는 거냐고 묻길래, 몇개만 사뒀다가 사람들이 방생하면 또 잡아서 통에 넣고, 그리고 판매하고 방생된 거북이를 또 다시 잡아 넣고 하는 것일꺼라고 말했더니 엄마가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냐며 의심했지만... ㅡ,.ㅡ 왠지 그러고도 남을 것 같은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거북이를 두마리 구매했다. 그리고 엄마가 한마리 방생. 그리고 나보고도 방생하라고 내미는데 진짜 죽어도 못 만지겠는 것이다. 엄마가 그냥 돌덩이 쥐는 셈 치고 쥐면 된다고 몇번이나 말해도 도저히 만질 수가 없었다.(내가 원래 겁이 많다) 5분을 질질 끌고 한번 만져봐야겠다 라고 마음 먹는 순간 거북이가 갑자기 고개를 쏘옥 내미는 것이다. 그걸 보고 난 또 기겁해서 소리를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거북이를 판매하신 아줌마도 웃고 엄마도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아니 이게 뭐가 무섭냐고 윽박지르는데, 나는 정말이지 무서워서 만질 수가 없는 것이다. 결국 엄마가 두마리다 방생했다. 엄마가 내복까지 가져간다면 나야말로 웰컴.
생각해보니 나는 모든 동물을 다 무서워한다. 나의 첫 애완동물인 병아리도, 마지막 애완동물인 햄스터도 제대로 만져보지도 못했고(중1때 생일선물로 졸라서 구매했음에도), 어렸을 적에는 개도 엄청 무서워해서 방문하는 집에서 애완견을 키우고 있을 경우에는 나 때문에 개를 다른 방에 가둬둬야만 했다. 자라면서 개에 대한 무서움은 좀 극복했는데, 다른 생명체는 여전히 무섭다. 동남아 여행가서도 뱀을 쓰다듬는다거나 그런 것도 하지 못하고. ㅡ,.ㅡ 나는 왜 이렇게 겁이 많을까. 큰일이다.
물은 정말 더러운데(...) 풍경은 꽤 괜찮다. 전통가옥들이 강을 따라 늘어져 있는 모습이 이국적이라 구경하는 재미가 좋았다.
그리고 이 작은 강길을 따라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늘어서있는데, 신기한 것도 많고, 풍경도 좋아서 상해여행 중 가장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역시 나랑 대도시는 맞지 않아..
삐리비리 로봇.
구경하며 돌아다니다가 커피를 한잔 마시기로 했다. 버스안에서 화장실을 가고 싶을까봐 커피를 마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운좋게도 커피가 맛있어 보이는 카페를 하나 발견했다.
일리통이 가득 쌓여있는 것이 뭔가 믿음(?)이 가는 내부였다. 이렇게 대규모로 양산되는 다른 브랜드 커피들은 별로였는데, 일리 커피만은 내 입에 맞았다. 그래서 일리커피는 일단 믿고 마시는 편이었는데, 결론적으로 이곳도 좋았다.
라떼 두잔. 예쁜 하트가 두개 떠올랐다. 커피는 진하고 맛있었다. 엄마는 스타벅스 커피가 더 맛있다며(그게 좀 덜 진했고, 이건 좀 진한 타입의 라떼였다) 여기에다가 설탕을 좀 첨가하시더니 맛있다며 칭찬을 ㅋㅋㅋ
좀 쉬다가 계속 구경. 개인적으로 상해시티보다 이곳이 좀 더 재미있었는데, 쉴만한 카페들은 시작점에 몰려 있어서 그게 좀 단점이었다. 골목골목은 한 번 걷기 시작하면 끝없이 걸어야 하는 구조였다. 중간 중간에 카페도 있고 음식 점도 있긴 하지만 그닥... 방문 하고 싶지 않은.. 전날 충격이 너무 커서 그랬던 것 같다.
석류주스를 하나 먹었다. 엄마가 어떻게 얼음도 하나 안 넣어 주냐며 닝닝해서 맛 없다고 투덜투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구경을 마치고 다시 터미널로 돌아오는 길에 구매한 엄청 큰 빵. 엄마가 저건 왠지 이상한 맛이 나지 않을 것 같다며 한 번 사보라고 했기 때문이다. 엄마의 추측대로 일반적인 빵이었는데, 뭐 썩 맛있지는 않았다. 달지 않아서 아마 식사 대신 먹는 빵 같았다. 엄마가 터키에서 먹었던 그 빵 만큼 맛있는게 없다며, 빵 때문이라도 터키는 다시 한번 가고 싶다고 그러신다. 흠, 터키는 요즘 여행 위험 지역인데 이를 어쩌지?
돌아 오는 길에는 차가 막혀서, 갈때보다 더 시간이 소요되었다. 상해의 러시아워에 시달리다보니, 역시 대도시들은 다 어쩔 수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흐미. 지긋지긋한 교통체증이여.
요건 주가각에서 구매한 스카프들. 엄마는 하나도 구매하지 않으시고, 내것만 구매했다. 별 생각 없이 구경하는데 하나 3000원도 안하길래 이래저래 담다 보니 네개가 되었다. 하나씩 하기엔 너무 얇고, 두개를 레이어드해서 하면 딱 알맞을 것 같아서 색깔을 맞춰서 두개씩 짝을 지어 골랐다. 보들보들하니 질이 가격대비 좋았다.
호텔에서 돌아오는 길에 맥주도 구매했다. 맥주 한잔 들이키면서 시원한 호텔방에서 쉬는데 천국이 따로 없었다. 그래 여행은 이 맛이지. (맥주맛?)
이건 주가각에서 구매한 텀블러. 예쁘고 실용적여 보여서 구매했는데, 이게 뜨거운 물을 담으면 유리부분이 손을 댈 수도 없을 정도로 너무 뜨거워진다. 호주에서 구매했던 유리 텀블러는 안그랬는데... 역시 싼게 비지떡이라고 어쩔 수 없나? -_-... 하나당 5000원 정도 안하길래 유리인데 진짜 싸다 라고 생각없이 구매했던 것이 화근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스테인레스로 된 걸 구매할 껄 그랬다. 그래도 모양이 독특해서 맘에 들긴 든다. 휴대를 위한 텀블러 집도 있긴 있는데, 그냥 테이블에다 두고 쓰는게 좋을 것 같다.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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