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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영화 라라랜드

by 여름햇살 2017.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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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는 무명의 그와 이 영화를 보는 내 기분이란. 아직 꿈을 믿고 가능성이 있는 미아와 같은 그와, 이미 현실에 안주하고 그 평안에 만족 해버린 성공 후 세바스찬 같은 나의 현재 상황이란. 이런 류의 영화는 항상 무덤덤하게 '그래 인생은 원래 그래, 몰랐어?"라고 받아들이는 낭만없고 현실적인 내 성격에 좀 더 뭉클하게 다가왔던 것은 아마도 나의 현재 상황에 기인 했으리라. 그는 관람 후에 자기는 아직도 라라랜드를 기다리는 사람이라고 말을 했다. 대답하지 않았지만 나는 라라랜드는 이루어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깨닫고 인생을 받아 들이고 있다. 가능성을 믿고 우연을 기대하곤 했던 나의 과거를 추모하게 해준 영화. 하지만 여전히 나도 '가능성'의 존재를 믿고 이루고 싶은 라라랜드를 다시 한 번 꿈꾸고 싶다.


  영화를 보는 내내 어렸을 적 꿈이 영화와 중첩되어 나를 괴롭혔다. 글을 쓰는 것이 좋았고, 나도 나의 상상력으로 온전히 만들어진 세계를 소설로 타인들과 소통하고 싶었으며, 종종 유명해져서 내 글이 연극도 되고 영화도 되었으면 좋겠다며 천진난만하게 바라던 때가 있었다. 그게 유일한 꿈이었음에도 나는 재능이 없다는 것을 일찌감찌 깨닫고 현실과 타협하여 내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 잘하는 일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불만족스럽느냐고 묻는다면 사실 너무나도 만족스럽다. 나는 아마도 배곪는 예술인은 절대 되지 못했으리라. 되려 나의 없는 재능에 감사해야할 것만 같다.


 그렇게 무뎌진 나의 꿈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나의 허파에 바람을 넣었다. 그래서 뭔가 하고 싶어졌는데, 이젠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진짜 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그때 뭔가에 열망하던 내 자신이 그리운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사람 심란하게 하는 영화였어...)


 많은 이들이 영상미가 어쩌고, 최고의 영화라고 칭찬하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좋긴 좋았는데 사람들이 감동받은 만큼 감동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다. 첫 장면은 꽤 인상적이었고, 둘의 탭댄스 장면도, 은하수에서 왈츠를 추는 장면 또한 인상에 남았다. 개인적으로 스토리에 있어서는, 너무나도 현실주의자인 나에게는 무덤덤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원래 인생은 그렇잖아? 라고 말하게 되는 걸 보니,  항상 연애 관계에 있어서 감정이 아니라 맞고 그름을 따지려고 했던 내 자신이 놀랍지도 않다. 


+ 2017년 1월 19일에 한 번 더 보고 추가.


처음 볼 때는 옆에 누군가가 있었고(옆에 누군가가 있을때는 온전히 영화에 집중하기가 힘든 편이다), 또 시작부터 화장실이 가고 싶었는데 참다가 결국 영화 중간에 뛰쳐나가 장면을 놓쳤던 것이 감상을 방해했던 것 같다. 두번째 볼떄가 훨씬 더 좋고 크게 다가왔다. 처음에 볼 때는 몰랐는데, 두번 째 볼 때되어서야 미아가 성공한 마지막 오디션이 세바스찬이 그토록 좋아하던 재즈마냥 대본없이 즉흥적으로 이루어졌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자 갑자기 마지막 영화의 마지막 장면의 세바스찬이 더 초라하게 느껴졌다. 사실 처음 봤을때는 남녀가 만나고 헤어지는게 뭐 어때서 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다시 한 번 보고 나서는 약간 바뀌었는데,  세바스찬이 마음에 들지 않는 팀에 들어가 연주를 한 것도, 미아로 하여금 1인극을 하게 한 것도, 그 오디션에 기어이 미아를 참가 시킨 것 그 모든 것이 미아의 열정을 사랑한 그의 작품이었다. 또한 마지막 장면에서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그 환상이 처음 영화를 볼 때에는 미아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두번째 보고나서는 세바스찬이 음악을 통해 자신이 바랬던 미래를 미아에게 들려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봐도 좋을 영화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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