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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책 혼자서도 괜찮아

by 여름햇살 2017.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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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괜찮아
국내도서
저자 : 쿄코
출판 : 이마(YIMA) 201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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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직장 동료이자 지금은 친구가 된 분은 꽤 오래전 독신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나에게 독신 여성의 길라잡이 같은 안내서라며 이 책을 추천해주었다. 원래 만나기로 한 날, 엉덩이의 통증이 너무 심해져서 약속을 취소해야겠다고 전화로 알리고, 심심해진 나는 당일에 e-book 으로 책을 구매 및 다운 받아(아 아름다운 전자책, 밖에 나가지 않아도 구입이 되다니) 그 날 마지막 장을 보았다. 이말은 다시 말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책이라는 것이다. 물론 글쓴이의 비혼 이야기가 가볍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책의 초입에는 비혼으로 살고 싶다는 글쓴이의 생각, 그리고 비혼에 대한 생각, 결혼에 대한 생각 등등이 기술되어 있는데, 이 책을 내가 썼나 싶을 정도로 내가 생각하고 염려하는 부분 모두가 언급되어 조금 놀랐다. 그리고 그녀의 생각에 공감함과 동시에 이런 테크트리를 타는 사람들이 모두 비혼으로 종결되는 것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생각해보니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던 주변인 모두 현재 기혼자였다)


부모님에게도 몇년째 질색, 주변 사람들이 말만 꺼내도 질색을 하는 바람에 나를 잘 아는 지인들은 나에게 함부로 '결혼이나 해' '시집이나 가' 라는 말을 고맙게도 하지 않는다. 물론 친척들과 덜 친한 사람들은 그 말이 얼마나 무지하고 폭력적인 말인지 전혀 깨닫지 못하고(비아냥 거리자면 그런 성찰조차 없는 삶을 살아가는 듯 하다) 툭툭 내뱉어 대기는 하지만 말이다. 


나는 청개구리 기질이 없지 않아 있다. 남들이 그 어떤 비판도 없이 암묵적으로 다 하는 것에 대하여 종종 왜 해야해 해? 라는 의문을 항상 갖고 있다. 물론 규칙과 법은 칼같이 지키는 스타일인데 가끔은 무례하다 싶을 정도로 굴 때도 있다. 무식하고 무례하기 짝이 없는 나이드신 아줌마를 단순히 나이가 많다고 네네 거리며 대하지도 않고, 엄청 보수적이었던(아직도 청바지를 처음 입고간 날 혼났던게 기억이 나는 군..) 첫번째 회사에서 상사가 타오라는 커피를 2년동안 단 한번도 타오지 않았다. 왜 해야 해? 라는 질문에 합리적인 대답을 내가 할 수 없다면, 행동하기 싫었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결혼은 절대로 하기 싫어!가 아니라 적당히 나이차면(그런데 그 적당히의 기준은 뭐지? 생식기능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 점도 의문이다) 적당한 짝 만나서 결혼을 해야 된다는 말에 의문이 생겼다. 왜 해야 해? 그냥 궁금했다. 그래서 결혼을 한 사람을 만날때면 항상 왜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냐고 취조(..)하듯이 물어보곤 했다. 이건 그냥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고 순수 나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함이었다.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결혼의 장점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르겠지만, 몇 년을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내가 내린 결론은 결혼의 장점은 비혼의 장점보다 크지 않았다. 되려 내가 보기엔 비혼의 장점이 크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으나, 비혼의 단점을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사람이 선택하는 것이 결혼으로 보였다. 외로움, 경제적 이유, 남들 다 하니깐 안 하면 이상해보여서 기타 등등. 물론 모든 이에게 100%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다. 비혼의 단점때문에 마지못해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고,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하고 싶어 하여 결혼을 하고 또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도 많으니깐. 하지만 그런 사람이 100%가 아니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또 하나 결혼의 장점은 누군가를 만나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인생의 큰 '성취'가 된다는 것이다. 신체 건강한 남녀라면 누구나 낳을 수 있는 것이 아이이고, 그 아이는 인생에서 중요한 존재가 된다. 내가 결혼을 하지 않고 그 시간과 재화를 이용하여 죽어라고 노력하고 갈고 닦더라도 나는 아무것도 이룩하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다. 아니 그럴 확률이 50%보다 100%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면? 아이를 낳은 것만으로도 이미 큰 일 을 하게 된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인생의 큰 업적을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방법이 결혼과 함께 출산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가정을 유지하고 육아를 한다는 것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엄청나게 힘들다는 것을 알고, 그렇기에 시도도 안하는 것이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선택만 한다면 가능한 그런 업적보다, 남들과 다른 뭔가를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약 남들처럼 평범한 삶을 선택한다면, 그것은 반대로 나는 그 외에는 뭔가 해낼 수 없는 평범한 재능만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라는 걸 드러내는 것이면 어떡하지 라는 두려움도 함께 있다. 그렇다고 내가 대단한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닌데 나는 꼭 이렇게 삐딱선을 타야 되나 내 자신이 한심하다고 여겨지긴 하지만, 이리 생겨먹은 걸 어쩌랴 물릴 수도 없고. 그냥 이러고 살아야겠다. 아마 난 이렇게 말하고 제대로 노력도 안하고 어영부영 삶을 살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지 라고 말년에 회환을 내뱉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뭐? 살고 싶은 대로 살면 충분하지. 70억개의 인생이 있고, 그 중에 정답은 없다. 



저자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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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쳐보는 재미가 쏠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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