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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집이다. 이제 더 이상 간이벽으로 호를 구분한 좁아 터진 그 잘난 '도시형생활주택'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내년 이사하는 무렵에는 나보다 더 나이 먹은 아파트일지언정 따스한 햇살로 옷을 건조 시킬 수 있는 베란다가 이 있는 곳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집을 알아보니 요즘 나오는 세련된 신축 빌라들은 베란다가 있더라... 대신에 아파트보다 더 비싸서 문제...ㅠ) 집에 관심이 가자 한동안 관심을 놓고 있던 홈 인테리어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도로가에 있어서 시끄럽고 터무니없이 좁지만 내가 현재 나의 집을 좋아하는 이유에는 1분만에 지하철을 탈 수 있다는 이유도 있지만, 내가 첫입주라 매우 깨끗하다는 것에 있다. 여태 살아 왔던 집들은 방은 넓을 지언정 꽤 오래된 건물들이 많았다. 그리하여 서울생활 중 처음 새집에 살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이 쾌적함은 넓은 공간이 주는 만족감을 초월한다.
이렇게 깨끗한 집에서 1년을 살다가, 내일모레 허물어지더라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아파트들을 검색하다보니 내가 이사를 가면 열심히 꾸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년 뒤지만 그동안 눈으로 내공(?)을 쌓아 놓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라는 생각에 요즘 심심하면 인테리어를 살펴본다. 그러다 문득 느낀 것이 있는데 집의 모습은 주인의 성격을 닮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집을 살펴보았더니, 정말 '실용'에 목적을 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예전 집은 꽤 넓은 공간 덕에 이래저래 꾸미는 재미가 있었는데, 이사할때서야 우리집은 그냥 거대한 쓰레기통임을 알게 되었다. 통일 된 소품도 하나 없이 그때그때 마음에 드는 물건들을 집어 들고 와서 집에 쌓아만 두고 있었으며, 오래 쓸만한 물건 조차 잘 없었다. 그때그때 유행하는 물건들을 즉흥적으로 사서 쌓아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진절머리가 날 정도다. 지금은 별거 없는 현재의 공간이 훨씬 좋다. 아니, 지금도 물건이 좀 많은 것 같다. 봄이 오기전에 한 바탕 또 비워내야지.
이 책을 보면서 느낀 점은 소품의 가짓수가 적고 색감과 질감이 통일된 곳이 더 넓고 더 깨끗한 이미지를 준다는 것이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사람 같지는 않아 보였는데(주방식기가 은근 많았다), 또 옷이나 장신구 같은 것을 보면 확실히 가지수가 적다. 내가 생각하는 일본인의 이미지라고나 할까.
나이가 들수록 질 좋은 소품(옷에서부터 식기 하나까지)을 적게 가지고 오래오래 쓰는 삶을 동경한다. 우리 엄마는 내가 아주 어릴적부터 쓰던 생활도구들을 아직도 고쳐서 사용하고 계신다. 예전에는 그것이 궁상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나도 이제 엄마처럼 살고 싶다. 쓰고 조금 고장나면 버리고, 생활 쓰레기가 지구에 쌓이는 것은 상관도 않는 그런 삶의 태도를 갖고 있으면 항상 새 물건에 휩싸여 편리한 삶을 살수는 있겠지만, 그 반대가 훨씬 우아한 삶이라는 생각을 한다. 여태 인스턴트에 가까웠던 내 삶을 반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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