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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영화 너의 이름은

by 여름햇살 2017.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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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명이란게 과연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나는 언제나 Yes 의 입장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런 나이기에 이 영화 줄거리 구성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내가 운명이란 것을 믿는 사람이라서 그럴까, 나와 연결된 단 하나의 존재를 갈망하고 그 운명을 그리워하는 심정을 너무나도 아름답게 잘 풀어낸 영화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 영화가 더욱 감동스러운 것은, 인연이고 운명일지도 모를 매 순간의 사람들을 흘러보내는 현실과 달리(적어도 나는 그런 편), 믿고 있는 운명을 향해 노력하는 주인공의 모습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여기서 좀 시니컬하게 말하자면, 서로의 몸 속까지 들어가는 체험을 했는데 어찌 단 하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냐 만은.


  하지만 다른 식으로 생각해보면 우리는 누군가의 연인일때 둘만이 아는 비밀을 간직하고 그로 인해 더욱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그 비밀은 서로의 안에 들어갈 정도로 독특하진 않더라도, 둘에게 있어서는 매우 특별한 순간이 되고 소중하며 눈물나는 추억이다. 감독도 그 특별함을 표현하기 위해 극적인 장치로 서로의 몸이 뒤바뀌는 판타지를 가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라라랜드로 뒤숭숭했던 나는 타코의 미츠하를 찾기 위한 노력이 꼭 연인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생각도 했다. 그 대상은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꿈일 수도 있다. 꿈을 향해 고난을 헤쳐나가는 여정으로 바꿔서 생각해보니 더욱 감동이 컸다. 나는 무언가를 위해서 저렇게 노력해본 적이 있을까? 어쩌다보니 이렇게 나이를 먹고 이러고 살게 된 내 자신이 조금 부끄러워졌다. 그럴만한 열정도 이제 없어 라고 둘러대기에는 10대의 나도 열정에 차있지는 않았다. 이렇게 이 영화는 그 어떤 자기계발서보다 나를 혼쭐내는구나...


제목 또한 의미 심장하다. 너의 이름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99%는 김춘수의 꽃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감히 추측한다. (주입식 교육 만세) 이름을 기억한다는 것, 누군가에게 꽃이 되고 눈짓이 된다는 것. 참으로 아름다운 행위가 아닐까.


 사실 영화관에서 영화 보면서 엄청 잘 울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영화도 중간 중간에 울컥(주인공들의 처절함에 울지 않을 이가 과연 있으랴)울컥 하며 막판에는 눈물 쏟으며 보았다. 


+


할머니가 무스비 설명하면서 서로 모두 연결 되어 있다는 감동적인 이야기 하는데 나는 자꾸 양자역학 생각나서 혼났다는.. 이래서 이과생이 감정이 무디다 소리를 듣는 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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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남자친구가 영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한때 영화 감독을 꿈 꿨다고) 그로부터 이 감독을 알게 되었는데, 그로부터 배운 여러가지 중 소중한 기억 중 하나. 언어의 정원과 초속5센티미터보다 개인적으로 너의 이름은 이 훨씬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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