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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책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by 여름햇살 2017.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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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국내도서
저자 : 우에노 지즈코 / 나일등역
출판 : 은행나무 2012.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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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나는 여성혐오와 무관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내 주변에 여성을 혐오 한다거나, 혹은 여자라고 차별하는 이도 없었기 때문이다. 남녀의 성차이에 따라 대우가 달라졌던 경험은 딱 한번 있었는데, 첫 입사 신입사원 교육시간이었다. 같은 기수로 입사한 동기 신입사원 중 남자직원은 호봉이 여자보다 더 높다고 했다. 군 복무기간을 경력으로 인정해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내가 거기에 불쾌해 하거나 했던 것은 전혀 아니었다. 나는 사실 그것이 어느정도 정당 하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 내게 경력으로 인정 해줄 테니 군대갈래? 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노를 외칠 것이다. 그런 입장인 나였기에, 그 것이 차별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실 이 것은 남녀 차별이 될 수도 없는 것이, 군 복무를 받지 않은 남자가 남자라는 이유 자체로 호봉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니 이것은 남녀에 따른 차등 또한 아니었다. 이렇게 이 것 외에 기억나는 일화가 단 하나도 없는 걸로 보아 나는 확실히 여성혐오와 무관한 삶을 살았다고 자부 했으며, 또한 운이 좋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작년 한해 나는 많은 '여성 혐오' 사건들을 뉴스로 접했다.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던 차별이 혐오가 되고 폭행이 되고 살인이 되었다. 여태 내가 경험하지 못했다고 그것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나의 눈에만 존재하지 않았을뿐이었지만, 내가 매일같이 출퇴근하며 오갔던 강남역에서도 그것들은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페미니스트가 될 만한 깜냥도 용기도 없는 나지만, 현 시대에 널리 퍼진 여성혐오와 페미니즘에 관심이 생겨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삶 구석구석에 퍼져있는 여성 차별과 여성 혐오를 읽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성차별이 만연한 세상에서 살고 있었음에 놀랐고, 삼십년 넘게 살아오며 몰랐던 나의 터무니없이 낮은 통찰력에도 놀랐다. 


 나는 일본이란 나라를 잘 모른다. 아니 사실 관심도 없고 호오로 구별하자면 확실히 '오'이다. 친구들이 여행을 가자고 해도 '일본'빼고 어디든 괜찮아 라고 말하며, 그 흔한 도쿄여행 한 번 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일본이란 나라가 싫다기보다 우리의 과거가, 그리고 일본의 정부가 싫었다. 그랬던 일본이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개인적으로 더 싫어졌다. 일본인 저자가 까발리고 있는 일본 내의 여성혐오는 심각, 아니 충격적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일본의 여성 차별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고 일본에서 4년 정도 살았던 지인에게 말을 했다. 지인은 일본의 여성 혐오는 한국보다 더 심하다고 몇가지의 일화를 알려 주었는데, 선진국이라고 모든 면에서 진보를 이룰 수는 없구나 라는 씁쓸한 사실을 배웠다.


 이 책 중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은 '호모 포비아'가 여성 혐오에 기반한다는 것이었다. '삽입하는 이'와 '삽입당하는 이'로 이분법적인 구별로 인해 '삽입당하는 이'는 여성화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남성 자격 상실과 호모 소셜인 남성 집단으로 부터의 추방을 의미하기에 '성적 객체화' 를 당할 수 있다는 공포를 남성에게 가져다준다고 한다. 그 공포가 호모 포비아라는 동성애의 혐오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논리를 이해하고 나서야 내가 만난 대두사의 호모 포비아 남성들이 마초적인 성향을 가졌던 것이 이해가 되었다. 마초적인 성향을 가진 남성들은 대체로 '자기 여자를 소유한다'의 개념으로 여성을 대했는데, 이 것은 성적 주체로서 남성 집단이 가진 동질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었다.


책이 생각보다 어려워서 읽는 속도가 더디었지만, 최근에 읽은 책 중에는 꽤나 유익한 책이었다. 책 한권으로 우리 사회의 현상들을 이해하는 눈이 조금 넓어진 기분이다. 조만간 '나쁜 페미니스트'도 읽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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