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Apr 2017
드디어 멜번 공항에 도착했다. 기나긴 비행이여... 콴타스항공의 기내 좌석이 생각보다 넓지는 않아서 나의 거대한 몸을 좁은 좌석에 구겨서(!) 오느라 너무 힘들었다. 거기다가 잠도 못자고 완전 초췌한 상태로 이른 시간에 멜번 툴라마린 공항에 도착했다.
그래도 간만에 보는 Melbourne Victoria라는 sign은, 최근 여행 욕구가 완전히 죽어버린 나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만큼 반가운 존재였다. 홍콩 공항에서 멜번놈이랑 연락을 할때 멜번놈이 아마 비호주인인 경우에는 짐 찾고 출국심사 하다 보면 1시간이 넘게 걸릴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비행기가 7시 40분에 도착하면 8시 40분에나 끝날테니 그때에 맞추어 마중을 나오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일이 흘러갔으니.... 일단 비행기가 20분 가량 일찍 도착했다. (우리 기장님 설레여서 엑셀 좀 밟으셨나요?) 그리고 두번째는 출국심사 시스템의 획기적인 발전이 있었으니..
몇몇 국가의 전자여권의 경우 현지인마냥 자동으로 입국심사가 가능했다는 것이었다. 저 티켓을 발급받고 여권 스캔하면 통과! 이대로 끝이다. 농담아니라 1분만에 끝이 났다. 마지막에 짐검사 하는데 시간이 더 걸리면 걸렸지 입국심사의 시간은 정말 짧았다. 와. 세상좋아졌네. 그리고.. 소위 입국심사계의 하이패스라는 대한민국 여권만세!!!!!! ㅋㅋㅋ 멜번놈에게 이 사진을 찍어보내줬더니, 다른 나라 사람도 해당되는지 몰랐다며 출발하겠다고 한다.ㅋㅋㅋ
그렇게 나는 8시도 되기 전에 arrival hall에 도착했으며... 나의 도착 메세지를 받고 집에서 출발한 멜번놈은 아직 멀었구요.. 게을러 주셔서 감사하구요...
그렇게 나는 멀뚱멀뚱 공항에 혼자.. ㅡ,.ㅡ 그나마 다행인 것이 예전에 멜번 공항에 도착했었을 적에는 쪼잔하게 무료 와이파이를 1시간 밖에 제공하지 않더니, 지금은 무한히 사용할 수 있었던 점이었다. 발전하고 있는 사랑스런 호주여~ ㅋㅋ
멜번놈의 지시대로 약속 장소를 찾아서 밖으로 나왔다. 그나저나 멜번의 날씨는 나의 예상보다 더욱 쌀쌀했다. 내가 멜번의 바람을 간과했던 것이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멜번에서 1년 지내는 동안 그렇게 춥다고 춥다고 입에 달고 살았으면서도 1년 반이 지나자 고새 까먹고 ㅡ,.ㅡ 덜렁덜렁 봄 옷들만 챙겨왔던 것이다. 하아... 나란 인간이란... 추위에 떨어도 싸다 싸 아주 그냥..
그나저나 한가해도 너무 한가한 툴라마린 공항. 인천 공항이랑은 비교가 안되는 군 ㅋㅋㅋ 인천공항 도착층은 아비규환이 따로 없는데 말이지. 그리고 기나긴 대기시간 후에 멜번놈과의 재회. 1월 중순에 작별을 했으니 4개월 만이었다. 우리는 또 보자마자 서로를 갈구기 시작하고.. 허허 참 아름답구려.
몇시까지 출근해야 되냐고 물어봤더니 10시라고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8시 40분쯤에 도착했었고, 왠일인지 도로의 정체가 심했다. 그러더니 멍청한 한국인을 공항에 데리러 가야했기에 지각한 것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며.. ㅡ,.ㅡ 아놔.. 감사합니다.
집에 먹을 것이 없다면서 가는 중에 마트에 들러서 장도 보시고. 나는 너무나도 피곤하여 너 혼자 갔다 오라고 하고 차에 남아 있었다. 그나저나 멜번은 어찌나 이리 변한 것이 없는지. 그리고 변한 것이 너무 없어서 낯설음 또한 제로에 가까웠다. 마치 전날에도 멜번에 있었던 기분이었다. 지각한다고 궁시렁 거리더니 한참을 기다려도 안나타나는 놈. 그리고 양손 가득히 먹을 것을 싸들고 온다. ㅡ.,ㅡ 아니 제가 그 정도로 먹지는 않는데 말이죠... 흠흠. 역시 날 너무 잘 아는 놈이다.
그리고 집에 도착.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뉴질랜드로 날아간 크리스가 집을 비운 사이 집은 쓰레기장이 되어 있었고.. 나는 그 꼴을 보면서 너 이제 크리스오면 죽었다 라고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지각한다고 궁시렁 거리더니 아침 챙겨 드시고, 핸드폰 확인해주시며 세월아 네월아 시간 보내는 놈을 관찰. 나보고도 아침을 먹겠냐고 물어보았지만 여행 시작 이후로 줄곧 처먹어대서 그런지 전혀 식욕이 없었다. 그저 빨리 샤워하고 한숨 자고 싶었을 뿐.... ㅠㅠ
아침식사 하는 놈의 옆에서 공항에서 하나 가져온 관광 안내 브로셔를 펼쳐보는데... 역시 도움될 것은 하나도 없고 ㅋㅋㅋ 나는 그냥 이번 여행은 전적으로 개인 가이드(?)에게 맡기기로 결심했다.
멜번놈이 출근하고 난 다음에(결국 11시 넘어서 나감...ㅋㅋ 바람직한 직원입니다) 일단 샤워를 하고 짐을 풀었다. 면세품을 가방에 마구잡이로 때려 넣어서 정리를 해야했고, 자주 쓸 물건들도 캐리어에서 다시 빼내야 했다. 그렇게 씐나는 면세품 개봉의 시간! ㅋㅋㅋㅋㅋㅋ
먼저 가장 신나했던 인스탁스 카메라. 와이드 버젼으로 하나 있긴 한데 너무 크고 무거워서(왠만한 디에셀라 크기와 무게;;) 잘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 아이의 장점은 가볍고 예쁜 디자인도 있지만 가장 획기적인 것으로 배터리가 충전신 배터리라는 것이다!!! 일회용 건전지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다니. Good job, instax!!! 일회용건전지를 버릴때마다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죄의식을 느꼈었는데, 요건 일반 디지털카메라마냥 충전할 수 있어서 진짜 요긴하다. 사용하기 위해서 바로 배터리 충전에 들어가고. 그나저나 환경을 생각하려면 내가 그냥 일찍 죽어서 더이상의 쓰레기를 생산하지 않는 것이 맞는데 말이지... 흠흠.
면세점에서 필름도 팔길래 20장을 구매했다. 모두 다 사용하고 귀국하려고 했는데, 4장인가 남긴 상태로 귀국해서 이 미션은 실패.
그리고 소소한 화장품. 생각보다 화장품이 살 것이 없어서 블러셔 하나랑 파우더 팩트를 하나만 구매했다. 요즘 블러셔에 맞들여서 화장할때면 꼬박꼬박 블러셔를 사용했는데, 사람들이 나스 블러셔가 그렇게 좋다고 칭찬을 하길래 한 번 구매해봤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실망. ㅠㅠ 그낭 길가다가 스킨푸드에서 산 만원도 안하는 블러셔가 개인적으로 발색이 훨씬 예뻤다. 색조는 비싼 것이 절대적으로 좋아 라는 신념을 갖고 있는 나였는데, 이 블러셔 하나로 바로 마음을 접었다. 한국의 화장품 기술력이 장난이 아니구만.
그리고 디올팩트는 한 번 쓰기 시작한 이후로 8년째 쓰고 있는 듯 하다. 한 번 호기심에 샤넬팩트를 써본 적이 있었는데 다 쓰자마자 바로 디올팩트로 돌아왔다. 역시 디올이 명불허전. 나랑 완전 찰떡궁합이다. 원래 지난번에 사둔 것을 다 사용하지 못했는데, 바닥에 떨어뜨려서 박살내는 바람에 예상에 없는 지출을...
그리고 나의 인생템 아르마니 파운데이션을 구매하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호주로 입국할때 경유행 비행기를 이용할 시에는 절대 액체 제품을 구매하지 말 것을 경고받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어버이날 선물로 드리려했던 정관장도 구매하지 못했... ㅠ_ㅠ (사실 이게 더 아쉽다. 면세품 정관장이 가격도 싸지만 함량도 좋기 때문이다)
수상쩍은 물건도 아니고 면세품인데다가, 포장도 철저하게 해서 소지하고 있는데도 진짜 안될까 궁금해서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봤는데 진짜 안되는 게 맞는 것 같았다. 면세품 양도 받을때 경유행 비행기로 호주 간다고 했더니 직원이 액체류는 반입 안되는데 혹시 화장품 중에 구매한 것 있냐고 바로 물어보심.. 으악. 아니 직항은 되는데(친구가 얼마전 케언즈를 다녀왔는데 정관장을 사서 통과했다고 한다) 경유일때는 왜 안되냐고..ㅜㅜ 이 어처구니 없는 호주 정부야.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홍콩에서 경유할때 게이트에서 여권과 티켓 확인후 체크인한 뒤에 비행기 입구에 다시 한번 검사대가 있는데( ㅎ ㄷ ㄷ 이거보고 진짜 지독한 놈들이라며 기겁..), 거기서 액체류는 다 잡아 내고 있었다. 사람들 말에 의하면 기내용으로 소지가능한 사이즈의 투명 지퍼백에 담아서 원래 사용하던 물건처럼 해서 들어가면 된다고는 한다. 그런데.. 정관장은 부피가 너무 커서 포기했고(정해진 사이즈의 지퍼백에 안 들어감), 파운데이션도 그냥 혹시나 싶어서 구매하지 않았다. 뭐 담에 나갈때 구매하면 되지 뭐...(외국브랜드의 화장품은 면세점 아니면 절대 안사는 1인)
그리고 갖고 싶었던 진주 목걸이 하나 구매 +_+ 예이. 목걸이를 샀더니 왠 팔찌를 하나 증정품으로 주었다 .공짜라서 좋다고 환호를 질렀지만 너무 허접해서.. 흠..
그리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팔찌도 하나 구매. 캬.. 이렇게 나는 또 간만에 지갑을 털리고...
앞으로는 신장으로 결제하겠습니다.
신나는 면세품타임이 지나가자 급피곤함이 몰려왔다. 12시 30분에 보기로 했던 동생과의 약속은 1시로 미루고, 면세점에서 받은 마스크를 얼굴에 붙이고 잠시 눈을 붙였다. 홍콩 공항에서 샤워후에 아무것도 얼굴에 바르지 않아서 피부가 쩍쩍 갈라지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1시 약속이니 12시까지 자다가 일어나서 트레인을 타고 시티로 향했다.
이 얼마만에 보는 플린더스역이란 말인가. 누리끼리한 이 건물을 보자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역앞에 버스킹을 하는 젊은이가 두명이 있었는데 정말이지 노래를 못하는 것이다. 하아.. 슈퍼스타 케이가 애들을 다 망쳐놨어요...
관광객으로 빙의해서 사진 몇방 찍어주고. 스완스톤 거리에 한국인 여자분이 버스킹을 하고 있었는데, 이날 들은 버스킹 중에 가장 좋았다. 역시 세계 어딜가나 자랑스런 한국인이구만.
그나저나 어쩜 이리도 멜번 시티는 그대로인지.. 나의 기억과 너무나도 동일해서 약간 맥이 빠졌다. 다시 오면 뭔가 엄청나게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생각보다 감흥이 덜했다. 사람들도 너무 많아서 북적이는 것이 그냥 서울 강남에 있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나도 변하는구나.
그리고 아는 동생을 만나자마자 브런치 가게로 돌진 ㅋㅋ
2017/05/11 - [Siesta/2017 Australia] - [멜번여행] 5. Cafe Higher Melbourne Ground
카페 화장실에서 발견한 핸드 드라이어. 다이슨이라는 상표가 눈에 띈다. 이게 그렇게나 비싼 가전 브랜드라며?? 나는 가성비를 따지는 사람이라 그런지 왜 사람들이 이 브랜드에 열광하는지 모르겠다. 친구 말에 의하면 드라이기가 막 오십만원 넘고 그렇다는데.... ㅎ ㄷ ㄷ 오만원짜리 드라이기로도 머리 잘 말려집니다요....
그리고 동생의 지인을 만나기 위해 QV로 돌아왔다. 양말을 넉넉하게 못 챙겨와서 양말을 사러 지하의 울월스에 갔는데 그간 내가 호주의 물가를 잊고 있었구나 라는 것을 다시 실감했다. 특히나 공산품.. 뭔놈의 양말이 이렇게 비싸단 말인가. 동생이 추천해주는 양말과 옵투스 심카드를 집어 들고 셀프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는데 현금이 넣는 장소가 없는 것이다. 헤매고 있었더니 계산을 마친 동생이 와서 카드만 결제 되는 계산대에 와서 뭐하냐고.......그니깐 말이야....... 동생이 그 자리에서 카드로 계산해줬다. 아니 밥도 사주고 생필품도 사주다니... ㅠㅠ 언니로 부르겠나이다.......
그리고 아는 동생의 지인을 만나 QV 의 산츄로에서 아이스초코를 한잔. 캬, 맛난거 먹고 달달한거 먹으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물론 날씨가 너무 쌀쌀한 것이 문제였지만... ㅠㅠ 그나마 내가 도착하기 전에는 태풍이 와서 비가 엄청 쏟아져서 이 정도 날씨는 많이 괜찮아 진 것이라고 한다. 캬.. 멜번의 fuck you 시즌을 또 이렇게 체험하는구나.
하나 더 먹으라고 브라우니를 주문해주셨건만.. 배가 너무 불러서 손도 대지 못하고...
원래는 아는 동생네 집에 놀러가려고 했으나.. 눈이 자꾸 감기는 바람에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ㅠㅠ 신혼집들이 가고 싶었는데 히잉..
다시 플린더스역. 사람이 너무 많아 숨막히는 기분이었다. 이쯤되니 플린더스역의 낭만이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없이 그냥 집에 빨리 갔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 동생의 리모트 안내(ㅋㅋㅋ)를 받아가며 심카드를 액티베이션 시켰다. 동생의 꿀팁은 바로 이러했다. 마트에서 2불짜리 옵투스 심카드를 산 다음, 인터넷으로 액티베이션을 할때 플랜 결정하는 것을 나중에 한다고 하고 액티베이션을 완료시킨다. 그러고 나서 데이터만 오불 충전하는 걸로 500 메가바이트를 얻어서 사용하면 단 돈 7불에 심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문자나 전화는 할 수 없지만, 사실 여행자가 문자나 전화할일이 뭐 있겠는가. 상대방이 전화해주면 되는 것이니 이것이야 말로 개꿀팁. 굳이 30불짜리 플랜따위를 결제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만세!!!!
요걸 구매한 뒤 인터넷에 접속.
번호를 고르고( 나는 쿨하게 제일 위에 있는 것으로 선택했다), 변경도 귀찮음 ㅋㅋㅋ
이렇게 선택하라고 나와서 마치 뭔가를 선택해야 하는 것만 같지만 걍 무시 가능하다.
그냥 넘긴 다음 액티베이션 완료한 다음 recharge로 들어간 다음 딱 오불만 충전하면 된다. 캬.. 아무리 생각해도 기막힌 방법이다.
액티베이션을 완료한 다음 일정이 끝이 났다. 원래 멜번놈이 이날 멜번 코메디쇼 마지막날이라고 사람들이랑 회식(?이라고 하진 않았지만 내맘대로 갖다붙임..) 한다고, 바에 밴드 공연을 보러 가기로 되어 있으니 7시에 시티로 넘어 오라고 했었다. 하지만 비몽사몽 상태였던 나는 별로 밴드 공연 보고 싶지도 않고, 모르는 사람들이랑 붙어 있는 것도 죽을 맛이라고 느껴져서 그냥 나는 안 간다고 했다. 지도 영어도 잘 못하는 나를 챙기려면 얼마나 귀찮겠는가. (캬 이렇게 이해심 쩔어주시고) 그렇게 나는 멜번에서의 첫 날을 마감했다. 오메, 일기를 쓰면서 그 날의 일을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피곤하다.......꿱.
'Siesta > 2017 Melbourn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멜번여행] 13.Main Ridge Dairy (0) | 2017.05.19 |
---|---|
[멜번여행] 12. Green Olive at Red Hill (0) | 2017.05.18 |
[멜번여행] 11. Port Phillip Estate & Red Hill Estate (0) | 2017.05.17 |
[멜번여행] 10.Red Hill Brewery (0) | 2017.05.16 |
[멜번여행] 9.Crittenden Estate (0) | 2017.05.15 |
[멜번여행] 8. HICKINBOTHAM of DROMANA (0) | 2017.05.14 |
[멜번여행] 7. 아이스크림을 찾아서, Smith street (2) | 2017.05.13 |
[멜번여행] 5. Cafe Higher Melbourne Ground (0) | 2017.0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