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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sta/2017 Malaysia

[말라카여행] 11. 내 생의 첫 히치 하이킹, 말라카에서 마지막 날

by 여름햇살 2017.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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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Jul 2017


말라카에서의 마지막 날. 이 날의 목표도 부지런히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었다. 먼저 조식부터 시작!

누들을 만들어 주길래 하나 받아왔다. 뜨듯한 국물로 속을 달래니 좋았다. 

특이하게 연두부 같은 것이 있길래 하나 가지고 왔다. 두부는 그냥 두부 맛. 

그리고 살찌우는 시간. 

다 먹어봤던 것이라 딱히 끌리는게 없어서 빵이 있던 곳에서 이것저것 담아 왔다. 카야잼이 있어서 퍼왔는데 완전 맛있었다. +_+ 순간 카야잼을 하나 사갈까 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빵으로 밥을 먹는 사람이 아니라 집에서 썩어갈 것 같아서 그냥 말았다. 이 접시를 보고 멜번놈이 돼지라고 계속 놀리고... 응 고마워. 

그리고 그놈의 팬케이크. 3일 내내 저것에 집착하신다. ㅡ,.ㅡ 난 사실 그냥 팬케잌이라 뭐가 그리 맛있는지 모르겠던데. 이놈은 이거 너무 귀엽지 않냐고 계속 나보고 말을 건다. 응, 말걸지마 먹기 바빠. -_-


그리고 호텔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물놀이가 지겨워질때 쯤에 밖으로 기어 나왔다. 그리고 당연히 건너온 카페!

2017/07/14 - [Siesta/2017 Malaysia] - [말라카여행] 4.말라카 최고의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 Calanthe Art Cafe


여행기간 내내 내집마냥 들락날락 거렸던 카페. 말라카는 다시 가지 않더라도 이 카페는 다시 가보고 싶다.

그리고 멜번놈의 요청으로 방문하게 된Cheng Ho Museum. 사실 나는 정말 가보고 싶지 않았지만(겉에서보두 별 흥미없게 생겼다), 은근 역사적인 것에 관심이 많은 멜번놈 땜에 강제로 방문하게 되었다. ㅡ.,ㅡ 흐어엉. 나는 그냥 먹고 놀다 가는 무식한 관광객하고 싶은데. 말라카의 역사와 청호 장군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전리품 등등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었다. 


중국의 냄새가 제로 난다. 말레이시아가 이슬람 국가이긴 하지만, 중국의 지배를 받았던 적도 있었기에 이렇게 중국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이,인형들이 너무 무섭게 생겼어....

입장료 받는 박물관 치고.. 퀄리티가 썩 좋지는 않다. 청소를 제때 안하시나 봐요...

1층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2층에도 전시가 이어지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2층이 좀 더 볼만했다. 박물관 안에는 서양인만 있었다. 얘네는 참 이런게 재밌나보다.(완전 시니컬)

창문을 통해서 존커 스트릿도 구경한 번 해보고.

냄새가 고약한 한약재였나보다. 마네킨 표정이...

요 모형들을 구경하는 것은 재미있었다. 그 때 당시의 생활모습을 그대로 재현해낸 듯 했다.

요 그림은 한국에서 선물받은 지도라고 한다. 오른쪽이 한국이고 제일 왼쪽이 아프리카인데, 한국이 아프리카보다 크다. ㅡ,.ㅡ 우리 축적계의 신동 김정호 선생이 태어나기 전에 완성된 그림인 듯 했다. 

이 지도가 내게는 제일 재미있었는데, 인식과 중요도에 따라 사람들이 크기를 다르게 인식한다는 것이 요렇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요것들이 돌아가는 것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그리고.. 나는 화장실이 넘나 급해서 그냥 아래로 내려갔다. 멜번놈의 구경이 끝나길 기다리며 1층에 있는 기념품샵을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제비집을 판매하는 곳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아줌마 말을 못알아 들어서 응 뭔소리지 했는데 보니깐 bird nest 라고 적혀 있는 것이 아닌가! 헉 하고 봤는데 내 생각엔 아마도 제비집(이거 말고 먹는 집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을 판매하는 듯 했다. 그리고 끝난 청호 박물관. 역사에 관심이 있고, 말라카에 지내면서 딱히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은 방문해도 그리 나쁘지 않은 듯 했다. 네덜란드 광장 근처의 박물관보다는 괜찮은 듯 했다.

그 후에는 딱히 할 것이 없어서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위치가 멀지 않고 가까웠고 과한 조식으로 배도 고프지 않았기에 우리는 설렁설렁 산책삼아 가기로 했다. 존커 스트릿에서의 거리와 반비례로 관광객의 수가 줄어들었다. 나중에는 현지인들만 돌아다니고 있어서 말라카의 거리가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맛이 자유여행의 묘미가 아니겠는가! 여행책자나 블로그 사진에 언급되지 않았던 길들! 

알록달록한 건물이 인상적이라 사진을 찍어보았다. 하늘이 아주 "끝장" 이다.

하나같이 영어로 적혀 있어서 신기해서 찍은 사진. 왜 말레이시아 언어로 적혀져 있지 않은 것이지? 생각해보니 한국에도 영어가 우리나라의 언어인 것 마냥 쓰이고 있어서 속상할 때가 있는데, 말라카에서도 이러니 내가 다 속상했다. 영국은 해가 졌을지 몰라도 영어는 해가 지지 않는 언어인듯 하다. 

모스크인 듯 한데 내부가 별거 없어서 그냥 스쳐 지나갔다. 모스크는 터키 여행할때 질리도록 봐서 그런지 내게 흥미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묘한 분위기의 벽. 벽의 크기에 비해 창문이 굉장히 작다. 실내로 들어오는 햇빛을 차단하기 위함일까?

다 허물어져가는 건물. 그래도 그 나름의 느낌이 있다.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아우라인가.

그리고 신나는 꼬치타임.


냠냠냠. 또 먹고 싶다.

2017/07/31 - [Siesta/2017 Malaysia] - [말라카여행] 10. 현지인들의 맛집! Ban lee siang Satay Celup

그리고 다시 시작된 골목탐험. 나는 바로 해상 모스크로 이동하고 싶었는데, 멜번놈이 먹은 것 소화 좀 시키고 존커 스트릿에서 맥주도 좀 한 잔 하고 가자고 해서.. 그냥 알겠다고 했다. 해야할 일정이 없었기에 느긋하게 시간을 즐기기로 했다. 길을 걷다가 매그넘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서 먹었는데 가격이 꽤 쌌다. 한화로 1000원 정도 되는 듯 했다. 멜번놈이 태국에서는 비쌌다며 자기는 말라카가 너무 좋다고 신나서 이야길 했다. 단 음식을 진짜 싫어하면서 특이하게 아이스크림과 빙수는 참 좋아한다. ㅡ,.ㅡ


그리고 이동한  Sid's pub. 말라카 강변에 있는 펍이다. 외관이 예뻐서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듯 했다.


이렇게 똥물을 감상하며 맥주를.. 아니 밤에는 그렇게 예쁘더니 물이 왜 이렇담.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주중에는 관광객들이 많이 없어서 물에 쓰레기가 없었는데, 확실히 주말에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물에 쓰레기들이 잔뜩 투하되어 있었다. 역시 사람이 제일 나쁜놈(?)이다.  

시원한 타이거 생맥주. 갈증 해소용으로 딱이었다. 그런데 나는 배가 불러서 목만 축이고 모두 멜번놈에게 주었다. 


할 일이 없어서 시작된 옛 연애(?) 타임. 사실 그냥 옛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멜번놈은 대학교 졸업 후 색다른 경험을 위해 스코틀랜드로 가서 디시워셔와 웨이터 등으로 돈을 벌며  호스텔에서 지냈다고 한다. 그때 같이 갔던 대학교 친구와 유럽 곳곳을 여행했다고 한다. 들어보니 북유럽부터 동유럽까지 가지 않은 곳이 없었다. 북유럽을 이야기 하길래 나도 내년 연휴에는 못생긴 애들이 많은 호주가 아니라 엘프들이 사는 스웨덴으로 갈꺼라며 장난을 쳤다. ㅋㅋ 그러다가 친구는 유럽에 좀 더 남기로 하고 자신은 돌아왔다고 하길래 왜 친구를 냅두고 왔냐고 했더니 그때 당시 여자친구가 멜번에 있어서 돌아왔다고 한다. 


내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넌 그럼 여자친구가 있는데도 2년 동안 유럽에 있었던 것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ㅡ,.ㅡ 와 이 인간도 어지간하구나 싶었다. 여자친구가 있는데 왜 갔냐고 했더니 여자 친구 생기기 전에 자기 친구랑 계획했던 것이라 변경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하아.. 그 여자도 참 보살이다 싶었다. 그런 여자랑 왜 헤어졌냐고 물었더니 그 때 당시로 매일 같이 싸웠다고 한다. 매일 싸우는게 너무 힘들어서 헤어졌다고. 나는 그 여자 심정이 왜인지 모르게 너무나 이해가 되었지만 그말은 쏙 뺐다. 


생각해보건데 나도 내가 어렸을 적 했던 연애에서는 엄청나게 싸웠다. 하루 중 아침부터 저녁까지 열두번은 더 싸워댔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 것 아닌 일 들인데 그 때는 왜 양보라는 것을 할 수 없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그 때의 연애로 인해 그 이후의 연애 스타일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 누구를 만나도 절대 싸우지 않았다. 대신에 그냥 헤어졌다. 그래서 주변에 보면 연애 중 남자친구나 여자친구와 많이 싸우는 지인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의 마인드는 항상 " 싸우긴 왜 싸워, 안 맞으면 헤어지면 되지" 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일주일 만에, 이주일 만에, 한달만에, 두달만에 등등 헤어진 경력이 엄청나게 많다. 내 지인들은 은 응원과 지지를 해줄 때도 있지만 나를 이해 하지 못 할 때도 많았다. 나도 지나와서 보니 안 맞는다고 헤어지는 것이 답이 아니라 맞춰가는 것이 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는데, 그럼에도 나의 스타일(?)은 변하지 않았다. 참을만한 정도이면 애시당초 싸우지 않고, 이 것을 정말 평생 못 견딜 것 같으면 싸우지 않고 그냥 헤어지는 것이다. 


다행히 멜번놈과는 싸울일이 거의 없었다. 멜번놈이 워낙에 순하기도 하고, 나도 고의성의 없는 그 모든 일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중이다. 가끔씩 열받을 떄도 있지만 아 이걸 어떻게 영어로 찰지게 말을 하지 고민을 하다 보면 그냥 화가 풀릴 때도 있다. 이럴때 보면 말이 100% 통하지 않는 것이 싸움을 덜 일으키는 방법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쓰는 이 날 나는 멜번놈에게 대폭발했다는 것!!!!!!!!!!!!! 좋은 말 안 써야겠다. 에헴.  

얄미워 얄미워.

드디어 멜번놈이 정상적인 사진을 찍어 주었다. 이얄. 여행 중에 건진 유일한 셀카 아닌 사진이여. 

손을 움직이고 있어 역동적인 사진도 있다.

그리고 이렇게 선글라스 벗을 때 찍어서 우스꽝스럽게 나온 사진도... 항상 고마워.


그리고 스모크로 향하기 전. 멜번놈이 자기 현금을 다 써서 ATM을 좀 찾아야 겠다고 한다. 그렇게 해상 모스크로 가는 시기는 계속 늦어지고. 이때 살짝 빡칠 뻔 했지만 그래도 그냥 참았다. 그 이유는 이 곳이 중심가에서는 꽤 멀어서 늦은 시간에 다녀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연히 가게 된 곳에서 들려오는 구수한 멜로디. ㅋㅋㅋㅋㅋㅋ 나 혼자 진심으로 빵터져서 동영상 촬영을 했다.


저녁 질 무렵에 말라카 시내를 쏘다니니 건물들이 더 예뻐 보였다. 역시 붉은 기와는 노을빨이다.

이 곳에도 마켓이 들어섰는데 대부분 음식이었고, 존커 스트릿 보다 현지인들이 많았다. 여기는 해턴 호텔 근처의 쇼핑몰 주변이다. 근처에 있던 ATM을 발견하고 출금 후에 바로 우버를 잡아 타고 Melaka Straits Mosque 로 향했다. 그런데.. 이 길이 거리상으로는 그렇게 멀지 않았는데(만약 걷는다면 40분 정도?) 엄청 외진 것이다. 그리고 해가 완전히 넘어가서 엄청 어두웠다. 내가 여기서는 절대 우버를 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택시 기사님에게 우리 금방 구경하고 온다고 말 하고 붙들어 둬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길 했더니 멜번놈이 괜찮다고 한다. 자기가 맥주 먹고 돈 찾는다고 늦장 부려 늦게 왔으니 내가 있고 싶을 만큼 있고 그 다음에 자기가 갈 길을 찾아보겠다고 한다. 우버는 절대 오지 않을꺼라고 아무리 말을 해도 들어 먹지를 않고. 그래 니가 이 야밤에 1시간 울면서 걸어봐야 정신을 차리겠지 싶어서 그냥 말을 말았다.

그렇게 도착한 모스크. 낮에도 예뻤을 것 같은데(인터넷에서 사진을 보았다), 확실히 밤에 보는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사진을 한번 찍고 난 다음에,

조용히 사진기를 내려 놓고 사진을 찍었다. ㅋㅋㅋㅋ 너무 늦게 도착한 우리는 모스크 내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 외부만 서성이고 산책을 하고 돌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우버는 절대 오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거리 상으로는 멀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 완전 슬램이었던 것이다. 모든 건물에 불은 다 꺼져 있고 거리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모스크와 시내 사이를 오가는 차만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멜번놈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걸어가기만 하고. 순간 좀 빡칠뻔했는데 화내봤자 이렇게 된 것 뭐하나 싶어서 내 생의 첫 히치 하이킹을 시도했다. 사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우리 옆을 지나간 차를 바라보며 두 손을 크게 흔들었다. 그럼에도 차가 사라지길래 아 아무도 안 태워주나... 라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 차가 후진을 하면서 나에게로 다가왔다. 그러면서 차를 타지 않겠냐고 여기 너무 위험하다고 말을 해준다. 옳다거니 하고 우리는 차에 올라탔다.


알고보니 그들은 쿠알라룸프르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 커플이었는데, 주말을 맞아 말라카로 여행을 왔다고 한다. 남자 아이는 오만에서 와서 HR을 공부하고 있었고, 여자는 말레이시아 인이었는데 전공을 듣지 못했다. 아마도 같은 듯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그 지역이 밤에 걷기에 너무 위험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진짜 천운이었다! 얏호. 그렇지 않아도 말라카에 반한 상태에서, 친절한 사람들에까지 반했다. 그렇게 우리는 무사히 시내로 돌아올 수 있었다. >_< 이렇게 생에 첫 히치 하이킹도 해보고. 평화롭고 조용한 도시 말라카를   이리도 다이나믹하게 여행해 본  사람은 내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ㅋㅋ


숙소로 돌아와서 짐을 챙겼다. 말라카에서 쿠알라룸푸르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가 12시 30분에 있어서 그것을 타고 공항으로 갈 예정이었다. 홈페이지에서 3시간이 걸린다고 되어 있어서, 2시간 정도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고 5시부터 체크인을 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사실 아무 생각이 없어서 마지막날 말라카에서 쿠알라룸푸르로 돌아와야 되는 것 아니냐고 했었는데, 멜번놈이 이렇게 버스 시간을 다 체크해서 쿠알라룸푸르에서는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 일정으로 짜주었다. 작년에 쿠알라룸푸르에서 코메디 페스티벌 공연 때문에 일주일 머물렀던 멜번놈은 그냥 대도시일뿐이고 볼 것 없다고 쿠알라룸푸르를 싫어했다. ㅋㅋ


그리고 다시 나이트마켓. 이번에는 나이트 마켓 푸드를 즐기기 위해서 저녁을 따로 먹지 않고 바로 이 곳으로 왔다. 먼저 전날 먹어 보고 싶었던 수박 음료부터.

수박 하나를 통으로 음료수로 만들 생각을 하다니. 기발하다 ㅋㅋㅋ 수박 윗부분에 구멍을 낸 뒤에 블렌더를 넣고 안을 갈아주었다. 그 다음에는 얼을음 넣어서 시원하게 먹을 수 있게 해주는데.. 와 이거 진짜 한국에서 내가 팔고 싶었다. ㅋㅋㅋ 진짜 맛있었다.

맛있는 냄새를 솔솔 풍기는 꼬치. 훈제 오리로 골라서 하나씩 오물오물 먹었다. 맛있었다!!! 멜번놈은 맛있다고 나중에 이걸 하나 더 먹었다.


그리고 주문한 굴 구이. 굴 사이즈가 어마어마하게 크길래 주문했다. 전복도 있길래 같이 주문했는데 전복은 다 떨어졌다고 주문을 취소 당했다. 이 굴구이는 보기에는 엄청나 보이는데 사실 맛은 그닥이었다. 이 큰 아이는 거의 대부분 수분으로 이루어졌는지 풍미도 진하지 않고 질감도 그냥 물에 가까웠다. 작은 사이즈의 굴이 좀 더 실속(?)이 있는 듯 했다. 역시 굴은 통영 굴인가.


그렇게 10시 30분쯤에 호텔로 돌아와서 우버를 잡아 타고 11시 20분이 지나서야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할 수 있었다. (뭔가 도로가 정해져 있는지 3분 거리에 있는 우버였는데도 좀 더 먼 지역에서 턴을 하고 20분이 걸려 우리에게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한 두번이 아니었다) 이번에도 꽤 외곽에 위치해 있어서, 멜번놈에게 나는 내려 주고 바로 이걸 타고 다시 시내로 돌아가라고 했는데 택시를 탈 수 있다고 또 부득부득 우기기 시작한다. -_- 하아.. 그래서 아저씨에게 여기서 택시 타기 쉽냐고 물었더니, 우버 말고도 터미널에서 도착하는 사람들을 태우기 위한 택시들이 대기하고 있어서 시내로 돌아갈 수는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멜번놈의 승. 


아저씨가 내려준 곳에서 좀 더 걸어가서 탑승장을 찾았다. 그렇게 멜번놈과 8월에 보기로 작별인사를 하고(멜번놈은 아시아 투어가 끝난 뒤에 8월 17일에 한국에 온다) 나는 버스에 탑승을 했다. 뒷자리의 좌석은 1줄에 3좌석 혹은 2좌석 씩 있어서 좀 더 쾌적하다. 그래서 나도 일부러 뒷자리에 예약을 했다. 이번 여행 출국시에 구매한 라이언들을 꼭 부여 잡고 그대로 잠에 빠졌다. 

차가 멈추길래 휴게소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출발시간으로부터 90분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펴에는 3시간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짐을 가지고 내리기 시작했다. 뭔가 해서 봤는데 밖을 보니 공항이다. 분명 2공항 다음에 1공항을 가기로 했는데 벌써 2공항인가 라는 생각을 했다. 뒤에 있던 남자에게 여기 어디냐고 물어봤더니 2공항이라고 알려준다. 고맙다고 답하고 허둥지둥 내려서 짐을 찾았다. 그렇게 4시 30분에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던 나는 ㅡ,.ㅡ 3시에 도착해버렸다. 카운터 열리는 5시까지 뭘한단 말인고.


배가 고프지 않아 뭘 먹기도 그랬고, 카페는 모두 문이 닫혀 있었다. 공항에 도착해보니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냥 바닥에 누워서 자고 있었다. 예전의 나라면 나도 그랬겠지만 이제는 허리가 아파서 그럴 수도 없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보았다. 기도실이 있길래 한 번 볼까 했는데 재단 같은 것 위에 사람들이 누워서 자고 있었다. 저런 무례한 외국인을 보았나, 현지인들이 얼마나 싫어할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누워 있는 사람 모두 ㅡ,.ㅡ 현지인으로 추정되었다. 그래.. 사람이 먼저지 암암.


나는 기웃기웃 거리다가 좀 편안해 보이는 의자를 발견하고 그 곳에서 Sing을 보았다. 영화가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봤다. 5시가 되어 카운터로 내려갔더니 줄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카운터가 2군데에만 오픈이 되어서 거의 1시간이 걸렸다. 에어아시아 서비스 쩌는 군요..   

출국 검사대를 지났다. 짐 검사가 대충 이루어졌는데 나중에 탑승동에서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PP카드가 있지만 라운지는 7시부터 문을 열고.. 나는 괜찮아 보이는 카페를 골라 아침을 주문했다. 카야잼 토스트 세트로 카야잼 토스트+커피+ 삶은 달걀로 구성된 세트였다.

커피를 어찌나 소복히 담아 주던지 커피를 들고 오다가 흘렸다...

카야잼토스트. 생각보다 맛이 좋았다. 이걸 다 먹고 나서 삶은 달걀을 먹으려고 달걀 껍질을 깨보려 했는데..


ㅡ,.ㅡ 아니 이정도면 날달걀 아닌가. 하아.. 컴플레인 걸기도 귀찮아서 그냥 말았다. ㅠㅠ


지루한 대기 시간이 끝나고 에어아시아에 올랐다. 타자마자 안대를 착용했는데 그게 너무 세게 조였는지, 안대를 풀고 나서도 안대 자국이 얼굴에 남아 있었다. -_- 이제 나이가 들어서 이런 자국이 잘 안 없어진다.. 흑..


그렇게 집에 돌아오니 오후 7시  정도였다. 그리고 다시는 짧은 일정으로, 밤비행기 타는일정으로 동남아 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휴가 아니라 유격훈련이라도 받은 듯 몸이 피곤했다. 그래도 재미는 있었다.


멜번놈이랑은 얼마전에 싸워서(사실 싸웠다기보다 내가 일방적으로 화를 냈지만) 멜번놈이 3주 뒤에 한국에 올지 안올지는 잘 모르겠다. 솔직하게 말하면, 지금 마음 상태로는 안 왔으면 좋겠다. 


올 해에는 딱히 가고 싶은 여행지는 없다. 아마 이 것이 올해의 마지막 여행이 될 것 같다. 내년에는 안나푸르나를 가 볼 예정이다. 몇달 전에 멜번놈에게 내년에 안나푸르나 같이 가자고 이야길 했는데, 나 혼자 다녀와야겠다. 일단은 그때까지 재활치료를 마치도록 노력해야지. 포터를 이용한다면 크게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콜롬비아와 쿠바도 가고 싶다. 이건 대략 예상되는 3년 반 뒤에 하게 될 퇴사 시점에 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유럽배낭 여행 이후로 유럽은 몇 번씩이나 갔는데, 남미 여행 이후로는 남미를 한 번도 다시 가지 못했다. 기다려라.  내 반드시 다시 가마. 나의 최애 여행장소 남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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