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Jul 2017
말라카에서 둘째날 아침. 이 날은 첫날보다 덜 피곤해서 꽤 일찍 눈을 떴다. 그래서 여덟시 반에 식당으로 내려가는 기염을 토했다. 멜번놈이 2시간동안 먹을꺼라고 해서 ㅋㅋㅋㅋ 작정하고 내려갔다. 그런데 사실 딱히 할 것도 없고(관광으로 놀러온 것이 아니니 정해진 일 정이 없었다 ㅋㅋㅋ), 느긋하게 쉬다가는 것이 목표였기에 이 게으름뱅이 활동이 나는 매우 맘에 들었다. 멜번놈은 맥북까지 들고가고 ㅋㅋ 나도 읽을 꺼라고 크레마를 가지고 갔다.
당당하세 첫 접시는 치킨과 난, 커리. 커리와 난이 은근 맛있었다. 버터와 빵은 안녕.
그리고 두번째. 전날 맛있게 먹은 오믈렛과 과일, 크로와상. 애벌레 ㅡ,.ㅡ 처럼 생긴 저 누들은 별 맛이 없었다.
무지막지하게 드시는 중. 저 놈의 팬케잌은.. 왜저리 좋아하나 몰라. 매우 집착한다. 삶은 달걀이 잘 안까진다고 징징거리길래 두개 까줬더니...
이런 짤 만들어서 보내준다. i'm chicken and hatching my egg 라는 텍스트와 함께. 고마워.. 그나저나 한국에서는 닭이라고 하는 것이 욕이거든 -_-?
그렇게 진짜 아침식사를 2시간동안 한 우리는 드디어 제대로 된 관광에 나섰다.
첫 방문지는 St. Paul's Church.
말라카에서 가장 유명한 스팟이 아닐까 싶다. 왜냐면 거의 평지로 이루어진 호텔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건물 ㅡ.,ㅡ 이기에 눈에 잘 띄기 때문이다.
언덕을 오르기전에 위치한 공원 같은 데에 있는 대포. 멜번놈은 인터넷에서 이것저것 찾아보곤 했는데, 나는 아무 관심이 없어서 아무것도 찾아 보지 않았다. 이런, 예전에는 정보를 제공하는 블로그가 되고 싶어서 설사 방문할때 모르더라도 인터넷에서 찾아서라도 이것저것 적어 놓고 했는데, ㅡ,.ㅡ 게으르고 방만한 인간이 되어 이제 아무것도 하지 않는구나.
계단에서 만난 고양이. 완전 귀엽다. 이 곳에서 만난 길고냥이들은 다들 몸매가 매끈하고 날렵했다. 귀여운 것들.
특이하게 생긴 나무 사진도 찍어보고. 이 곳에서는 기념품을 판매하는 노점삼이 조금 있었는데, 성가실 정도는 아니었다. 말라카가 분명 관광 도시인데, 생각보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장사꾼들이 많이 없다. 그래서 너무 좋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태국과 베트남(호치민 밖에 안가봤지만) 보다 말라카가 훨씬 좋았다. 말레이시아의 다른 장소들도 방문하고 싶어졌는데, 생각해보니 이제 남은 곳은 내가 선호하지 않는 빅 시티 수도 쿠알라룸푸르나 휴양지밖에 없다. 이렇게 첫 여행이자 마지막 말레이시아 여행이 되는 것일까. 좀 더 찾아봐야겠다.
위에서 바라본 말라카 시내. 귀여운 세모꼴 지붕들. 말라카가 동남아의 베네치아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 말이 이해가 되었다. 베네치아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말라카의 매력이 있었다. 멜번놈에게 말라카의 닉네임이 동남아의 베네치아래 라고 말했더니 베네치아의 닉네임은 뭔 줄 아냐고 물어본다. 뭐냐고 했더니 Melaka in Europe. 이라고 대답한다. 아놔...... 재미 드럽게 없구요..... -_- 나도 모르게 정색했다.
지붕도 남지 않은 폐허가 된 교회였지만, 그래도 이 곳에 오르니 바람도 솔솔 불고 풍경도 내다볼 수 있어서 좋았다.
네덜란드 광장으로 내려가는 길의 풍경 또한 이토록 아름답다.
붉은 건물들의 향연 네덜란드 광장. 관광지치고 사람이 한적한편이다. 그래서 너무나 좋다! (다들 말라카로 떠나세요 어서!)
노래하는 길거리 음악가. 미안해요.. 사진은 찍었는데 기부는 안했네요...
빅토리아 여왕 분수. 그나저나 참 빅토리아 여왕을 좋아한다. 승리의 여왕? 뭐 이런 뜻이라 그런가? 어딜가나 빅토리아 빅토리아. 동물은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겨야 한다는데, 그런 면에서 빅토리아 여왕은 제대로 성공한 사람인 듯 하다.
저 멀리 아이 러브 말라카가 보인다. 아이 러브 뉴욕을 봤을때의 감동이 너무 커서인지, 그 이후에 보는 요런 것들은 그저 심드렁하다. 생각해보니 처음 뉴욕을 방문했던 2012년의 나는 뭘 봐도 신기하다며 즐거워하는 20대 여자였는데, 지금은 뭘봐도 시니컬한 30대 중반의 여자구나 ㅡ,.ㅡ 흐어엉.
GIF만들꺼라고 파파라치마냥 사진을 몰래 찍어대고 있었다. 나와 카메라를 발견하더니,
기가 찬지 웃으면서 고개를 돌리는 멜번놈. ㅋㅋㅋㅋㅋ
요건 다리에서 본 풍경이다. 아기자기하니 참 예쁘다. 개인적으로 말라카의 베스트 명소를 뽑으라고 하면 말라카 강을 따라 늘어선 작고 귀여운 건물들이다. 고압적인 크기의 건물이 아닌 친근한 사이즈의 건물들, 그리고 매우 깨끗한 도로. '동남아시아 국가'라고 하면 나는 항상 더러움을 연상시켰는데, 말라카는 그런 나의 편견을 깨준 곳이었다. 단언컨대 나는 동남아시아 국가중 말레이시아를 가장 좋아하게 되었다. 다음에는 인도네시아를 한 번 가봐야겠군. ㅡ,.ㅡ
다시 온 존커 스트릿. 여전히 사람들이 많다.
말라카 예술가의 작품들로 티셔츠를 만든 가게. 가게 내부가 전시장처럼 꾸며져 있었다. 가게에 들어서니 직원분께서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신다. 가게 내부 사진은 찍기 그래서 밖에 나와서 이것만 찍었는데 ㅡ,.ㅡ 흠..
그리고 다시 온 Jonker 88!
2017/07/13 - [Siesta/2017 Malaysia] - [말라카여행] 3. 말라카의 락사 맛집, Jonker 88
일찍 온 덕분에 드디어 바바 락사를 먹을 수 있었다. 예이. 진짜 맛있었다. +_+
락사로 배를 불린 우리는 당연히 Calanthe Art cafe 로 넘어가서 커피를 즐겼다.
2017/07/14 - [Siesta/2017 Malaysia] - [말라카여행] 4.말라카 최고의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 Calanthe Art Cafe
맛있는 디저트 냠냠냠냠. 매운 것 먹고난 뒤에 달달한 디저트는 항상 최고의 조합이다.
멜번놈이 사진을 찍어 주지 않아서 내가 셀카를 찍었다. 원래 반곱슬 머리인데, 습한 곳에 오니 머리가 아주 난리 났다. 이 머리를 보고 누가 모던한 도시 서울에서 왔다고 믿겠는가. 현지 패치 적용 완료염......
그리고 우리가 이동한 곳은 Villa Sentosa. 말라카 옛 가옥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구경은 무료이지만, 방문객들로부터 donation을 받고 있었다. 시간에 맞춰서 가면 주인 아저씨가 투어를 시켜주는데, 우리는 운 좋게 투어 시작 시간 직전에 도착해서, 투어를 통해서 이곳저곳에 대한 설명을 들 을 수 있었다. 가는 방법은 강을 따라 도보로 가도 되겠지만, 날이 더우니 추천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우버를 잡아 타고 갔는데 금방 도착하고 요금도 저렴해서 매우 좋았다. 우버 요금이 기가막히게 저렴한 나의 사랑 말라카여 ㅋㅋ
우버 기사 아저씨가 바로 코앞에 세워준 것은 아니라서 살짝 주변을 구경하며 돌아다녔다.
요기다.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었는지 관련 기사와 사진들이 많았다. 아저씨 설명에 따르면 왕이 방문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안동의 한옥같은 그런 느낌인가?!! 여하튼 집주인 아저씨는 엄청난 자부심에 본인의 집의 내역 및 가족의 역사들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셨는데 나는 사실 그렇게까지 흥미롭지는 않았다. 나중에 다 끝나고 나서 멜번놈한테 물어봤더니 자기도 그냥 그랬는데 그냥 들었다고 ㅋㅋㅋㅋ 다 똑같구나.
요기가 집의 내부이다. 우리 나라로 치면 마당같은 곳인듯 했다. 위에 이렇게 구멍이 있어서 빗물이 현관쪽으로 빠져나갈 수 있게끔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냥 막으면 빗물이 집안에 안 들어오지 않나? -_-;;;;;;
레코드판으로 장식된 벽면. 티비 밑에 깔려 있는 테이블 보가 정말이지.. 나보다 연세가 더 많은 듯한 포스를 풍기고 있었다. ㅡ.,ㅡ
요긴 식탁. 찻잔과 접시들이 너무 예뻤다. +_+
주인 아저씨의 아버지가 모아 놓은 사진기라고 한다.
이건 그 분의 어머님이 사용하던 주방기기 같은 것으로 쿠키를 만드는 틀이라고 한다. 사실 이건 설명을 안 들어도 한 눈에 알아봤다. ㅋㅋ
사진이 흔들려서 안나오는데 저 중에 한국의 기념품도 있다! ㅋㅋ
그렇게 끝난 투어. 기부함에 돈을 넣고 집 밖에서 한바퀴 둘러보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다. 이 곳에서 다시 도심으로 우버를 타고 이동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 할일이 없었던 우리는 이 지역 주변을(이 곳 주변 모두가 전통 가옥의 형태이다) 구경하기로 했다.
빨간색 기와가 참 예쁘다. 그리고 지붕 모양도 독특하다. 한옥의 지붕과 달리 좀 더 높고 각이 좁은 삼각형을 한 것이 특징이었다.
요 동네를 Kampung Morten으로 부르는 듯 했다. 네덜란드 광장 주변의 박물관보다 이 곳을 구경하는 것이 더 재미있는 듯 했다. (멜번놈이 박물관에 들어가보겠냐고 했는데 내가 절대적으로 싫다고 했었다....)
그리고 강변을 따라 산책. 날이 조금 덥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습하지 않아서 견딜만했다. 다른 동남아국가는 그렇게나 습하더니, 특이하게도 말레이시아는 습도가 낮았는데, 적도에 더 가까워서 그런가? 라는 생각을 했다. 알록달록한 가게들을 따라 걷는 재미가 쏠쏠했다. 독특한 가게가 많아서 저녁에는 이 곳에 와서 맥주를 한잔 하기로 했다.
그리고 돌아온 호텔. 바로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수영장으로 뛰어 들었다. 낮에는 관광을 하고 그 후에는 수영장에서 더위를 피하고. 이보다 완벽한 휴가가 있을 수 있을까?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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