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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sta/2017 Malaysia

[말라카여행] 5. 게으름으로 시작하는 말라카의 첫째날 1

by 여름햇살 2017.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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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Jul 2017


밤 늦게...도 아닌 날을 넘긴 상태로 도착해서였는지 다음날은 앓아 누웠다. 10시 30분까지 조식시간이었는데, 9시 30분에 겨우 눈을 뜨고 10시쯤에 11층에 있는 식당으로 어기적거리며 내려갔다.

생각보다 엄청 넓었던 홀. 조금 감동 먹었다. 메뉴도 많길래 완전 씐나서 쳐다보고 있는데 멜번놈이 내 접시에 올려준 것은...

다름아닌 빵.. 아니 빵이라니요.. 옆에서 락사랑 오믈렛을 만들어 주고 있는데 빵을 올리다니.. 이 센스 없는 백인을 봤나. 누가 아침에 빵이냐구. 아시아는 밥이야, 밥이라구. 

하지만 한 번 접시에 올라 왔던 것을 다시 내려 놓을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그냥 먹기로 했다. 그래서 첫 접시는 소박하게 빵으로 시작. 

그런데 빵이 맛이 없길래.. 다시 가서 오믈렛을 하나 가져 오고 생선 요리도 좀 가져왔다. 오믈렛이 생각보다 완전 맛있었다. 요 빨강이 주스는 구아바였나 뭐였나.. 뭐 여하튼 많이 달지 않고 좋았다.

세 접시 클리어 중이신 그 분. 식성만은 아시아인.

계속 날라 오시고. 멜번놈이 꽂힌 것은 바로.

이 콩알만한 팬케이크. 귀엽다며 가져와서는 내 접시 위에 올려 놓는다. 아니.. 나 안 먹고 싶다고.. 자꾸 빵이랑 이런거 주지마. 난 밥이 먹고 싶다고.....

락사를 만들어 주는 곳이 있길래 가서 기다렸다가 하나 받아왔다. 뭔 후레이크 같은 것이 있길래 올렸는데 그닥. 락사가 정말 맛이 없었다....................... 먹다 말았다.

신났음. 전날 저녁을 먹지 못한 것은 난데 어째 그대가 더 잘 먹는 것 같소.. 


로부스타의 특유맛이 느껴지는 커피도 좋았고, 말레이시아식 밀크티도 맛이 좋았다. 

자꾸 내 접시 위에 올려 놓.... 이 날 강제로 세개를 먹었다. 자꾸 귀엽다고 생크림까지 발라서 올려 놓는다. ㅡ,.ㅡ 


너무 많이 먹어서 휴식시간이 필요했다. 우리의 이날의 목표는 단 한가지였다. 조식 끝나기전에 일어나서 조식 먹기. 클리어했으니 이제 다시 자야겠다며 둘다 게으름을 시전했다. 소화를 시키면서 맥북에 넣어온 겟아웃을 같이 봤다. 나는 봤던 영화라 좀 덜 놀랄 줄 알았는데, 아놔.. 이 놈의 영화 어지간히 사람놀래게 만들어 놨구만. 처음보는 멜번놈은 재미있다고 감탄했다. 내 영화 센스에 고마워하라고 했더니, 근데 왜 멜번에 와서는 미 비포 유 골랐냐고 ㅋㅋㅋㅋㅋ 아놔 뒤끝있으신지 몰랐네요. ㅡ,.ㅡ 

소화를 시키고는 12층에 있는 수영장과 짐으로 갔다. 짐에서 운동 좀 해주고 수영장에서 물장구도 치고. 완벽한 휴일이었다. 그렇게 게으름을 피웠더니 오후 4시가 되었다. 여행왔으면 인간적으로 뭘 좀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이제서야 든 우리는 ㅡ.,ㅡ 호텔 셔틀 버스를 타고 네덜란드 광장에 나가보기로 했다. 때마침 호텔 셔틀버스 출발 시각이 오후 4시 30분이었다.

셔틀버스를 기다리며 사진 한 방. 호텔과 쇼핑몰이 연결되어 있는 구조인데, 쇼핑몰 2층인가 3층에서 호텔로 건너 올 수 있게 연결도 되어 있다. 

그리고 도착한 네덜란드 광장. 붉은색의 건물보다 우리의 눈길을 사로 잡았던 것은 독특한 인력거(?)였다.

깜찍한 피카추부터

헬로키티도 있다. 그 외에 각종 만화 캐릭터들로 치장된 자전거들이 있었는데, 꺅 소리가 날 만큼 귀여웠다. 취향저격으로 심쿵당함. ㅋㅋㅋㅋ


 


말라카 여행의 중심, 네덜란드 광장.  다른 나라에게 점령당했던 역사의 증거(?) 현장인데, 슬픔이나 애환은 없고 관광지 특유의 발랄함만 남았다. 호치민에서 우체국을 방문했을 때도 똑같은 느낌이었는데, 이게 기분이 참 묘하다. 여지껏 과거의 일애 분개하거나 추모하자는 것은 아닌데, 마냥 타국의 여행자들이 예쁘다고 사진을 찍는 것도 그리 마땅치는 않다. 나란 인간이란. 삐뚤삐뚤.


다리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예쁘다.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눈에 띄인다. 이 쪽 강을 따라 줄지어 있는 건물들은 색감이 참 예쁘다. 그래서 리버 크루즈가 재미있었던 것 같다. 

존커 스트릿의 시작. 관광객 뿐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인사동 같은 느낌이랄까. 

늦은 점심을 먹었다. 엄마 락사는 꿀맛이었다. 

2017/07/13 - [Siesta/2017 Malaysia] - [말라카여행] 3. 말라카의 락사 맛집, Jonker 88


빙수가 맛이 없어서 핸드폰 하고 노는 방년 39세. 


배를 채우고는 나름의 관광을 즐겼다. 우리 하루 종일 빈둥대기로 했는데 이거 너무 부지런한거라고 태클을 걸었지만, 멜번놈은 구경 나와서 재미있는 눈치였다 .

곳곳에 독특한 가게들이 있어서 너무 좋았다. 이거 완전 제대로 힙한 곳이었잖아. 반나절만에 말라카가 너무 좋아졌다. 

절로 추정된다. 말라카에 대해서 사전에 아무런 정보도 없이 와서 어떤 곳인지, 아니 어떤 곳이 있는지 기본적인 정보도 없이 왔다. 여행을 좀 다녀보니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란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혼자 여행 할때는 이것저것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누구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냈는지가 더 크게 와닿는 다는 것을 깨달았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모스크와 절이 한 골목에 있다. 그 모습에 괜히 기분이 좋았다.

햇살이 뜨거웠지만 생각보다 덥지는 않았다. 오후 늦게 돌아다녀서 그랬던 것 같다. 다른 동남아 도시와 달리 말라카는 매우 깨끗했다. 쓰레기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골목골목에서 나는 감동을 받았다. 말레이시아가 동남아에서는 잘 사는 나라라고 하더니, GDP니 GNP 라는 숫자에서가 아니라, 이런 골목에서 그런 것이 드러난다.

예쁜 타일로 치장된 모스크. 엄마와 함께 여행했던 터키가 생각이 났다. 나의 첫번째 이슬람 국가. 말레이시아는 두 번째였다. 그래서였는지 이슬람 국가라는 것에 위화감이 없었던 것 같다. 

존커 스트릿보다 그 사이 골목, 그리고 그 뒷 골목들이 더 재미있다. 존커 스트릿은 사람들이 너무 많고 상업적이라 재미가 덜하다.

말레이시아 국기가 알록달록한 건물들과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귀여운 가게들은 또 어찌나 많은지 ㅋㅋ

메인 거리에는 요렇게 세련된 펍도 있다. 주인이 외국인인 듯 했다.

통구이 통닭도 구경하고.  냠냠냠냠. 맛은 없어 보인다. 닭이 뭔가 말랐어. ㅋㅋ

한바탕 관광을 끝나고 강가에서 풍경을 감상했다. 게으름피우기 딱 좋은 습도였으며, 놀고 있는 것에 죄책감이 들지 않는 날씨였다. 사람들은 친절했고, 붐비지 않는 한적함이 여행온 나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그것이 말라카의 첫 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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