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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sta/2011 HK

[홍콩여행_2011/05/05] 2. 완탕면, 망고쥬스, 샤오롱바오, 먹부림의 홍콩여행

by 여름햇살 2013.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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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나 자기네들의 이른 비행기시간을 강조하며, 밤늦게도록 떠들면서 짐을 싸던 파리지앵들은 새벽 3시쯤 숙소를 나섰다. 그녀들이 가고나서 방이 조용해졌지만 잠이 오지 않아서 나갈까 해서 시계를 보았더니 새벽 4시. 나돌아다니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라 그냥 누워있었다. 여행가면 더 심해지는 불면증.

 





나의 숙소는 코즈웨이베이 역 근처여서 빅토리아 파크가 가까웠다. 일찌감찌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책을 읽다가 여섯시가 되자마자 산책을 나갔다. 빅토리아파크는 기대보다는 평범했다. 정말 느긋느긋 걸었다고 생각했는데도 한 바퀴 도는데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공원에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시간대에 비해 많은 것이 아니라 산책길이 붐빌정도로 많았다. 어찌나 다들 부지런한지. 분명 평일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운동을 즐기고 있었다. 서울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나이드신 분들이 가장 많이 하던 것은 정체 불명의 무술같은 운동이었다. 태극권이었을까? 문외한인 나는 지금도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태극권류의 운동을 하고 있는 무리(?)들은 정말 많았다. 아니 그들이 공원을 가득채우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처음엔 신기하고 우습기도 하더니, 나중에는 아침에 저러한 운동을 통해 아침의 맑은 정기를 몸에 받아 들이고, 그로 인해 더 건강해지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되는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생기게 되었다. 지금 당장에라도 그들의 곁에 서서 행동을 따라 해야만 될 것 같은 불안감마저 들었다.ㅋㅋㅋㅋㅋ 그정도로 그 들은 진지하게 그 행동에 임하고 있었다. 삼인성호(!)가 떠오르는 경험이었다.


(그나저나 나 이때 당시 사진을 이따구로 찍다니... ㅋㅋㅋㅋ 사진도 확실히 많이 찍으면 느는구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숙소로 다시 돌아와서는 여행책에 강추라고 되어 있는 센트럴역 근처에 위치한 윙찌께이의 완탕면으로 아침을 먹으러 가기로 결정했다. 서울에서도 질리게 타는 지하철말고 트램을 이용해서 센트럴에 가고 싶었던 나는, 겁도 없이 노선 확인도 안해보고 트램에 오르고  식겁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층에 앉아 신이 난다고 사진을 찍어대고 경치를 감상하며 히죽대고 있었는데, 센트럴이 아니라 해피밸리라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그제서야 여행책의 트램 노선을 확인해 보니, 코즈웨이베이에서 센트럴 방향으로 가는 것 4개의 노선중에 단 1개만이 해피밸리로 향하고 3개는 센트럴로 향하는데, 운이 나쁜 나는 그 단 1개의 노선에 올랐던 것이다. (이래서 내가 절대 로또를 하지 않는다. ㅋㅋ) 허겁지겁 다음 정류장에 내려서 주변을 노선을 제대로 확인하고 다음 트램에 올라서야 무사히 센트럴역 주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워낙 좁은 홍콩이라 왠만큼 걸어다니면 큼직큼직한 건물 주변에 도착할 수 있지만, 당황은 사람을 정신없이 만드는 것 같다.



웡찌께이는 1946년부터 시작한 마카오 최고의 완탕 전문점으로 내가 간 곳은 홍콩 분점이었다. 여행책자에 의하면 다른 식당과 달리 면발을 쫄깃하게 하는 첨가제인 감수를 넣지 않아 깔끔한 맛이 특징이라고 한다. 다른 완탕면을 먹어보지 않아서 비교는 되지 않았지만 확실히 맛 자체는 깔끔한 맛이었다. 면발이 마카오에서 직접 공수해오는 면이라는데, 그러한 설명을 읽고 먹어서 그런지 면발이 독특한 편이었다. 엄청 가는데 끊기지 않고 쫄깃쫄깃한 것이 묘하게 맛이 좋았다. 내가 시킨 것은 새우 이 집의 간판메뉴라는 새우 완탕면.


페리를 타기 위해서 페리 선착장으로 가는 길에 IFC 쇼핑센터에 들러서 구경을 했다. 9시도 안된 너무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문을 연 매장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그 규모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딱히 사고 싶었던 것이 있었던 것도 아니라 흥미가 생기지 않아 한 층만 구경하고 바로 페리 선착장으로 갔다. 이때도 길을 제대로 안보고 걸어다녀서 그 큰 건물을 한바퀴 돌고 홍콩 지하철역도 한바퀴 돌고, 결국 길을 못찾고 다른 출구로 가기 위해 옥토퍼스 카드를 찍고 개찰까지......... 홍콩은 나랑 안 맞는건가. 김네비게이션으로 불릴 정도로 공감각능력(?)이 뛰어난 살마인데.

 


페리를 기다리면서 홍콩의 파리바게뜨 격인 키와 베이커리에서 간식용 쿠키를 하나 샀다. 월넛 어쩌고 쿠키 였는데 손만살짝 대도 으스러지는 느낌이 독특하였다. 맛은 보통.



페리에서 셀카 한장 찰칵. 볼이 빵빵. 바람에 참해진 머리.


페리가 가장 싸고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교통수단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는데, 7분도 소요되지 않고 홍콩섬에서 까우롱반도로 넘어갔다. 한강도 이거보단 더 걸리겠다며 혼자 배시시 웃으며 페리에서 내렸다. 



전날 하버시티에서 까먹고 가보지 못한 서점 page one으로 갔다. 다른 영문책들도 내 관심을 끌었지만, 가장 열광했던 곳은 요리책!!!!!!!!!! 사고 싶었던 책이 정말 정말 많았지만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고, 짐이 너무 무거워질 것 같아서 구입하지는 않았다. 대신에 1시간 넘게 넋이 나가 책 구경을. 하버시티에서 그 어떤 명품매장보다 날 즐겁게한 곳이었다. (책덕후 ㅎㅎㅎㅎ)

 


하버시티에서 나온 다음엔 친구 K양이 강추하던 허유산의 망고쥬스를 먹으러 갔다. 망고쥬스와 코코넛이 믹스된 음료였는데, 정말 빠르게 흡입했다. 어쩜 이리 맛있을 수가. 듬뿍 들어간 신선한 망고에 감동,  말도 안되는 저렴한 가격에 또 한 번 감동을. 가이드 책에서 추천한 망고 모찌도 먹고 싶었지만 배가 너무 불러서 더 시킬 수 없었다. 아쉬워 아쉬워 


그 다음 일정은 웡꼭 주변을 구경하기. 네이던로드를 따라 가는 2번 버스를 타면 홍콩의 거리를 맘껏 즐길 수 있다는 여행책의 안내를 따라 버스 2층 제일 앞자리에 앉았는데.. 깜빡 졸아버리는 바람에 가이드 책에도 안나와 있는 낯선 곳까지 와버리고 말았다. 처음에는 잠이 덜깨서 왜 이렇게 아파트가 많지, 아직 멀었구나 하며 다시 졸아버렸다. 결국 정신차리고 지하철표시가 보이길래 급히 내렸더니 청샤완역 근처였다. 이런 정신머리였는데도 소매치기 한번 안당했다니 정말 나는 여행에서는 운이 좋은 듯 ㅎㅎㅎㅎ

 





운포 거리 새공원은 그저 그랬지만 꽃시장은 너무 즐거운 곳이었다. 꽃을 들여 놓는 활기찬 사람들의 모습과 수줍게 꽃을 피우고 있던 아이들도 너무너무 예뻤다. 여행책에 우리나라 양재 꽃시장보다 규모는 작지만 홍콩 최대 규모라는 말에 양재 꽃시장도 한번 들러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전에 다녔던 회사 근처였는데, 이 여행 이후로 아직까지도 양재꽃시장을 가지 않았다. 매번 청계산 가는 4432버스를 타면서 창문 너머로만 구경을... 10월 중에 꼭 가야겠다.)

 

금붕어 시장엔 금붕어 뿐만이 아니라 열대어, 다른 애완동물(햄스터, 토끼등)들도 있었다. 특히 토끼들이 정말 귀여웠다. 먹이 있는 곳에 몰려가지고 무언가 야금야금 먹고 있는 모습은 나로 하여금 폭소를 자아냈다. ㅎㅎㅎ 너무 귀여운 토끼들의 모습에 사진기를 꺼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ㅎㅎ





여인가의 분위기는 남대문 시장(한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사람들에게 귀동냥으로 들어 내게 생성되어 있는 이미지 ㅋㅋㅋ) 같았다. 기념품을 사고 싶었지만, 저녁에 야경을 구경하러 올때 사기로 했다. 오픈을 준비 중인 가게가 많아, 딱히 눈에 띄는 기념품도 없었던 이유도 있었다. 


발도 아프고 땀도 식히고 목도 축일 겸 근처 스타벅스로 들어갔다. 우리나라 스타벅스처럼 발디딜틈도 없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생각해보니, 우리나라에도 발에 차고 넘치게 있는 스타벅스를 굳이 왜 여기에서 까지 이용해야하나 싶어서 스무디킹같은 분위기의 옆가게로 갔다. "블루몽키"라는 이름의 블루베리와 바나나를 섞은 스무디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고생한 다리를 쉬게 하며 푹신한 소파에 앉아 맛있는 음료를 쪽쪽 빨며 잡지를 보고 있으니, 돌아다니는 것보다 이러고 신선놀음 하는게 최고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ㅋㅋㅋㅋ 휴식 한 번에 간사해지는 마음.




저녁은 침사추이역 근처에 있는 딘타이펑. 타이완에 본점을 둔 씨우롱빠우 전문점으로 뉴욕 타임즈에서 선정한 세계 10대 레스토랑 가운데 하나로 뽑히기도 했다고 한다, 여행책에 의하면..... ㅎㅎ 한국에도 있다는데 가보지는 못하고 홍콩점에 먼저 오게 되었다. 책에는 유명세에 비해 특별한 맛은 없다고 적혀 있었지만 개인적인 입맛으로는 너무너무 맛있었다. 특히 처음 접한 씨우롱빠우의 육즙은 >_< 최고다. (그 맛을 잊지 못해서, 한국에 돌아온 뒤 한동안 뻔질나게 딘타이펑을 다녔었다. ㅎㅎㅎ)


밥을 먹고 나서는 안전하게 지하철을 타고(!) 여인가로로 다시 넘어가 기념품 쇼핑에 열을 올렸다. 여행책에 바가지를 씌우니 부르는 가격의 1/3으로 가격협상을 시작하라고 적혀 있었는데 진짜 그랬다(!). 결국 한국에서도 가격협상을 잘 하지 못하는 나는 바가지를 엄청 쓰고 말았지만 워낙에 싼 가격에 후회는 남지 않는다. 다음번에 가게 된다면 진짜 잘 할것 같다. 


정말 충격적인 가게는 일본 성인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야시시한 속옷들을 파는 곳이었다. 쳐다보기 민망할 정도의 속옷과 매니아틱한(?) 세일러복, 간호사유니폼이었다. 동기들의 선물로 각각 티팬티를 한장씩 사주고 싶었는데, 차마 그 가게 안으로 들어가 얼마냐고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아서 구입하진 못했다. ㅎㅎㅎㅎ

 

기념품으로는 흰색 바탕에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준 치파오를 하나 샀다. 여름에 입고 다니려고 짧은 걸로 샀는데 생각해보니 한국에서 입고 돌아 다니기는 조금 민망할 듯하다. 내가 여행할때 애용하는 기모노형식의 상의처럼 여행할때 입어야 할 듯 하다. 중국풍 물씬나는 티팟과 찻잔을 동생 선물로 구입했다. 그리고 회사사람들 기념품으로는 살게 너무 없어서 진짜 고민하다가 얄구진(!) 젓가락을 구입했다. 심지어 비단을 위시한 얄구진 천으로 젓가락이 한개씩 포장되어 있기까지 했다.

 

밤의 네이던거리를 마음껏 즐기고는 다음으로 홍콩식 에그타르트를 파는 타이청 베이커리로 갔다. 가는 길에 회사 후배인 J양과 그녀의 어머니를 발견했지만, 여행할때 거지꼴로 다니는 내 모습이 너무 민망해 ㅋㅋㅋㅋㅋ 반사적으로 몸을 돌리고 말았다. 그리고 후배 역시 해외여행까지 와서 회사 선배를 보고 싶지 않았을테니. ㅎㅎ


 

타이청 베이커리의 에그타르트는 꽤 맛있었다. 한국에서 먹는 에그타르트에는 설탕과 정체불명의 요상한 첨가제를 많이 가해서 먹은 후에 텁텁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는데, 홍콩의 에그타르트는 지나치게 달지도 않고 촉촉한 커스터드 크림의 맛이 굉장히 깔끔했다. 홍콩의 마지막 총독을 역임한 크리스 패튼경이 이곳의 에그 타르트의 열혈 팬이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했다.

 

이번에도 역시나 란콰이퐁의 술집에는 자리가 만석이라 음주를 즐길 수는 없었다. 숙소로 돌아와 책을 읽고 있는데, 룸메이트 폴란드 소녀인 베흐카(!)가 들어왔다. 처음에 그녀의 이름을 듣고 베카? 라고 했더니 가래 끓는 소리의 "흐"를 엄청 강조하며 자신의 이름이 "베흐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나도 가래 끓는 소리의 "흐"를 강조하며 그녀의 이름을 발음해주었다. 내 완벽한(?) 발음에 엄청 즐거워하는 그녀의 얼굴을 다른 이들에게 보여 줄 수 없어서 아쉬웠다.

 

11월부터 지금까지 아시아를 여행중이라고 하던 그녀는 홍콩이 마지막 여행지라고 말하며 1주일을 머물 것이라고 했다. 반년 정도 여행을 한 그녀는 매우 지친 상태이지만 즐겁다고 말했다. 그녀를 보자 나도 회사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여행다니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역마살이 제대로 끼였나봐ㅏ ㅎㅎ

 

혼자 자면 어쩌나 살짝 걱정했는데 폴란드 소녀때문에 외롭지 않은 두번째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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