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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sta/2011 HK

[홍콩여행_2011/05/06] 3. 작은 유럽, 마카오

by 여름햇살 2013.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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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째에는 마카오를 가는 날. 여행책에서 마카오는 하루 일정을 잡아도 빠듯하다고 하여 새벽 여섯시에 일어날 예정이었는데 , 왠걸 눈뜨니 일곱시 반이었다. 원래 여행오면 불면증이 심해져서 거의 잠을 못드는데, 즐거웠던 베흐카와의 수다(?)덕인지 꿀잠을 잤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느긋한 여행을 하기로 결정하고 천천히 준비했다.

 

한국에서 멀미약을 사오는 걸 까먹어버렸다. 빈속이면 멀미가 더 심해져서 아침을 먹겠다고 승선 5분전에 KFC에 들러 먹을거리를 샀는데... 그 조악함이란 정말 경악스러웠다. 사진으로 남겨 다른 이들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패스트푸드가 못 먹을 정도는 아닌데, 홍콩에서는 정말 말그대로 junk food였다. 세트메뉴에 딸려 있던 밀크티도 형편없었다. 우엑우엑.

 


홍콩에서 마카오는 배로 1시간 정도 걸렸다. 다행스럽게도 생각보다 배가 흔들리지 않아서 멀미는 전혀 하지 않았다. 리스보아 카지노 셔틀버스를 타고 시내에 도착하자마자 간 곳은 카지노가 아닌 에그타르트로 유명한 마가렛스 까페 에 나타. 내가 홍콩을 간다고 말을 하면 열이면 열, 마카오에서는 에그타르트를 먹어야 한다며 말했기 때문이다. 마카오의 에그타르트는 홍콩식 에그타르트와 달리 바삭한 패스츄리 위에 커스터드 크림이 올려져 있었다. 그 맛은 완전 황홀. +_+ 입 안에서 눈녹듯이 사라진다.









맛있는 에그 타르트를 흡입한 뒤에는 작은 유럽이라 불리는 마카오 탐방. 세나도 광장에 들어서자 정말 유럽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건물이 너무 예뻐서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하나 찍고 싶었지만 부탁할만한 사람이 보이지 않아 아쉽게도 사진을 남기지 못했다. 이 날은 날씨가 너무 좋아서 아무것도 안하고 산책만으로도 즐거웠다. 많은 사람들이 햇살을 즐기며 관광중이었다. 현지인보다 관광객이 더 많을 것 같은 풍경들.




몬테요새로 가는 길은 이상하게도 사람들이 없고 험난했다. 나중에 알고봤더니 세나도 광장에서 몬태요새로 가는 정식코스(?)가 있었는데 난 독특하게도 번화가에서 벗어나 마카오의 주거지역을 거쳐 몬태요새로 갔던 것이었다. 하지만 번잡하지 않고, 장사꾼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을 산책해서 더 운치있고 좋았다.

 








몬테 요새에서는 마카오의 시내가 내려다 보였다. 리스보아 호텔의 위용이 제일 대단했는데, 그 호텔을 제외한 다른 건물들은 낡고 초라하여 이질감마저 느껴졌다.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아티스트로 빙의해 실컷 사진을 찍었더니 목이 말랐다. 근처 상점에 갔더니 과일사진과 함께 쥬스 이름이 적힌 안내판들이 있었는데, 황송스럽게도 한국어로도 메뉴가 기재되어 있었다. 날 박장대소하게 만든 과일은 서양배 사진에 "이상한 과일"이라고 적혀 있던 메뉴였다. 뭘 마실까 고민하다가 코코넛밀크로 주문했다. 플라스틱컵에 빨대를 꽂아 줄줄 알았는데 이름없는 페트병에 음료가 담겨 있었다. 좀 찝찝했는데 밀봉되어 있었고 맛도 아주 훌륭했다. 페트병 형태라서 들고다니기도 좋고, 아주 굿 초이스였다.





리스보아 카지노에서 도박을 해볼까 기웃기웃 거렸다. 제일 만만해보이는 슬롯 머신을 하려고 했는데 전혀 만만하지 않았다(!). 도통 어떻게 하는지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그저 코인을 넣고 땡기기만 하면 되겠거니 했는데 머신 마다 추구하는 목표가 달랐다.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 뒤에서 아무리 연구해봐도 알 수가 없었다. 포기하고 블랙잭 테이블에서 구경을 했는데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스피드가 너무 빨라서 함께 어울릴 수 없었다......빈 테이블이 있으면 느긋이 해보려고 했는데 사람들도 너무 많았다. 도박의 도시 마카오에 와서 게임한번 해보지 못하고 다시 홍콩으로 돌아왔다.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구경만으로도 확실히 재미있었다.

 


홍콩섬으로 와서는 점심겸 저녁으로 홍콩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하다고 하는 (여행책만 믿고 간 여행이라 철저하게 여행책을 따라는 중 ㅎㅎ) 드래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전날 먹은 타이청 베이커리 근처에 있었는데, 가게자체는 경악스러울 정도로 허름하고 별로였지만, 맛은 좋았다. 새끼돼지고기의 속살이 야들야들한 것이 정말 맛있었다. 반찬으로 데친 채소도 함께 주문했는데, 처음엔 덩그러니 야채가 접시에 올려진채 나와 미심쩍었지만,  겉보기와 달리 맛은 좋았다. 식사 후에는 편의점에서 망고우유를 사서 쪽쪽 빨아 먹으며 피크 트램으로 향했다. 역시 여행의 꽃은 먹부림 ㅎㅎ






피크트램으로 가는 길에 마주친 홍콩 동식물 공원. 지금은 이름도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 그 아이와 함께 걸었던 길이 보이자 너무 반가웠다. 그때 환승할 비행기가 취소되는 바람에 나와 함께 홍콩 공항에 발이 묶이고, 그 다음날 함께 홍콩시내를 함께 했던 그 아이. 그 아이와 함께 샌드위치를 먹었던 공원을 다시 보자 감회가 새로웠다. 그때는 홍콩 안내 책자가 없어서 홍콩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기에 피크트램에서 사람들이 득실거릴때 저게 뭘까 궁금해했었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깐 그때의 순진했던 우리의 모습이 너무 우스웠다. 빅토리아 피크에서 야경을 보려 했는데 막상 올라갔더니 안개가 너무 짙어서 시야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지경이었다. 아찔할정도인 홍콩의 마천루만 구경하고 내려올 수 밖에 없었다.




숙소로 다시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휴식을 취했다. 호스텔에서 딴 여행자들은 뭘 하나 멀뚱 멀뚱 구경을 하다가 코즈웨이베이 역 근처에 있는 맛집 이순 밀크 컴퍼니의 우유푸딩을 맛보러 갔다. 발디딜틈도 없이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가게덕에, 테이크 아웃 하여 빅토리아 파크에서 먹을 수 밖에 없었지만 그 맛은 최고였다. 우유밖에 넣지 않았는데 어쩜 그렇게 맛잇을 수가 있는지 아직도 미스테리다. 우유의 비린내도 없고 그 담백한 그 맛!


우유푸딩을 흡입하고 간 곳은 기대하고 기대하던 이케아매장! 너무 예쁜 물건들이 많아서 맘같아서는 이케아 매장을 통째로 사오고 싶었다. 혹은 주인에게 여기서 살게 해달라고 떼를 쓰거나. 만약 결혼을 한다면 신혼집을 이케아로 도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렇게 한다면 남편될 사람이 혼수를 싸게 했다고 구박을 하겠지? 이케아를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프랑프랑매장도 좋았지만 이케아의 감동에 비할바는 아니었다. 실컷 산책하고 숙소로 돌아와서는, 하루를 빡세게 돌아다닌 탓에 베흐카(!)가 오기 전에 꿈나라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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