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엄마에게 법륜스님의 말씀을 전달하면, 나의 내공의 부족이라 스님의 훌륭한 논리와 설득력이 퇴색되어 버리는지, 엄마는 항상 속세에 살아보지도 않은 스님이 뭘 알겠냐고 시큰둥하게 답변을 하신다. 부모마음 다 똑같고 자식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다 있는데, 그걸 내려 놓으라고 하는 스님은 자식이 없고 부모가 되어본적이 없기 때문에 그런 소리를 하는거라고 말이다.
나는 항상 엄마의 그럴듯한 말의 논리를 깨부수는 걸 좋아하는 변태적인 취향(?)이 있는지라, 이 것을 어떻게 받아칠까 고민을 했었다. 그리고 고민 뒤에 이렇게 답변을 했더랬지. "엄마, 겪어본 다고 다 아는 것도 아니야. 겪어 봐도 못 깨닫는 사람은 하수, 겪어보고 나서 깨닫는 사람은 중수, 그리고 경험하지 않아도 다 아는 고수. 법륜 스님은 고수라서 겪어보지 않은 일도 아시는거라고!" 이런 나의 노력이 빛을 발했는지(?) 지난 달 이후로 법륜 스님의 법자도 꺼내지 않았는데 엄마가 매일 같이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영상을 찾아보고 계신다고 했다. 그와 함께 법륜 스님이 참 재밌게 말을 잘 하신다고. (얏호 성공!)
법륜스님은 정말이지 고수다. 내가 알기로는 젊어서부터 출가하여 속세에 속했던 삶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즉문즉설에서 일상에서 일어나는 고민에 대해 기가막힌 해결책을 알려 주신다. 질문자에게는 기가막힐 정도로 실행하기 어려운 해결책이긴 하지만 말이다.
법륜 스님의 말씀의 모든 이야기는 하나로 귀결된다. 세상의 행복한 일도 고통스러운 일도 모두 각자의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내가 행복한 이유는 사랑하는 상대가 날 행복하게 만든 것도 아니라 내가 상대방을 사랑하기에 행복해지는 것이다. 내가 고통스러운 이유는 상대방이 나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싫어하는 그 내 마음으로 고통을 받는 것이다. 이렇게 행복과 고통은 모두 내가 결정하는 것이기에 우리는 행복해지고자 한다면 지금 당장 여기에서 행복해질 수 있다. 돈을 잃고, 몸이 쇠약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그 모든 순간에도 말이다.
나는 이 말을 처음 접했을때 아름다운 생각일뿐더러 논리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럴싸한 말로 홀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뇌로 사건을 인지하는 메커니즘을 가만 살펴보면 진짜 맞는 말인 것이다. 그래서 주변에 법륜 스님의 이러한 말씀이 필요할 것 같은 사람들에게 몇마디 하면 다들 이렇게 반응한다. 뭐? 그래서 내가 불행한게 내탓이라고? 자기가 내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겪어 보지도 않고 말을 그렇게 하는거야?
그런 사람들의 반응을 볼 때마다 첫째는 안타까웠으며, 그 다음은 저렇게 밖에 생각하지해서 그 삶이 불행하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자기의 불행을 스스로 만들고 있는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피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그 사람들의 삶의 태도를 받아 들이게 되었다. 내가 뭐라고 그들이 잘못 생각하며 살고 있네 마네 판단한단 말인가. 자신의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정이 있겠구나, 그런 사정이 있는 삶이라 힘들겠구나 라고 그 삶 그자체를 받아들이는게 시덥잖은 선민의식으로 훈계하는 것 보다 더 낫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불과 1년전의 내가 다르고 반년 전의 내가 다르다. 하지만 1년전의 나와 반년 전의 나는 지금의 내가 될지 절대 알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고 변화가 일어난 뒤에야 깨닫게 되는 것이다.
내 생각이 이렇게 변하듯 내 마음도 변하고, 세상 모든 것이 변할 것이다. 변화는 괴로움은 아니지만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에 괴로움이 생긴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변해서 괴로운 것이 아니라 변한 사람을 붙들고 과거로 돌아가길 바라는, 일어나지 않을 일을 바라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다. 그래서 변하는 것이 당연함을 깨닫고 그 것을 받아 들이면 괴로움이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변하는 것을 알기에 변하기 전의 모습에 집착하지 않고,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괴로워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엄마의 말대로 사람이 부처처럼 어찌 매순간 그럴 수 있겠냐만은, 다시 또 말하면 우리 모두는 행복해 질 수 있지만 안 행복해지고 있을 뿐이다. 어쩌면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그 작은 되돌아봄으로 지금 당장 행복해 질 수 있다. 즐겁고 행복한 인생이여.
'일상 > 불친절한 감상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이버: 당신을 구하는 붓다싯 다이어트 (0) | 2018.07.03 |
---|---|
어둠속의 대화 Dialogue In The Dark (0) | 2018.06.28 |
책 스님의 주례사 (0) | 2018.06.24 |
책 피로사회 (0) | 2018.06.18 |
책 살아가는 모든 순간을 기적으로 바꾸는 틱낫한 명상 (3) | 2018.06.11 |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2) | 2018.06.04 |
책 맨 박스 Man box (0) | 2018.06.04 |
책 이갈리아의 딸들 (2) | 2018.05.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