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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2018 Korea

[제주여행] 3. 꿈에도 그리웠던 제주, 그리고 동복리

by 여름햇살 2018.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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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08


그러니까 내가 왜 회사를 그만뒀더라. 


사실 나는 3개월전만 해도 회사를 그만둘 생각이 없었다. 그랬던 나는 왜 지금 백수일까. 그것은 모두 면접 때문이었다. 좀 더 좋은 자리로 가려고 면접을 보면서 깨달았다. 나는 더 이상 이런 삶을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을.


면접에서 물어보는 패턴은 뻔하고 나름 짬밥이 쌓여서 면접관이 물어보는 질문에 대해 베스트 답안을 알고 있다. 그런데 그 답안의 삶과 내가 살고자 하는 삶에는 매우 큰 괴리가 존재했다. 이렇게 말해야 내가 뽑힌 다는 것은 알지만, 난 그렇게 하기 싫어. 면접보는 중간중간에 내 본심이 불쑥 튀어 나온 적이 있었고, 면접관들은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나의 하루 하루를 이 일을 계속 하면서 보내고 싶으냐고? 견딜 수 없는 갑갑함이 목을 졸라 오는 듯 했고, 나는 나를 위해 더 좋은 자리를 권해주던 매니저에게 퇴사를 통보했다. 예전 김도인님이 인생에서 대인을 만난다고 했다. 삶을 크게 바꾸는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나에게 있어서 대인은 나의 매니저였던 것 같다. 연말에 사무실로 선물이라도 보낼까보다. 


항상 퇴사를 하면 해외로 여행을 갔다. 첫번째 회사를 그만두고서는 남미를 여행했고, 두번째 회사를 그만두고는 아예 1년을 호주에서 보내고 왔다. 그런데 이 번에는 극심한 피로감으로 그 어떤 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가 제주가 생각났다. 마음 같아서는 반년동안 제주도에서 지내고 싶었지만, 어처구니 없게도 14일에 추가 연수교육 일정이 잡혔다. 짧게 5일간의 여행만 즐기기로 했다. 대신 한 겨울에 다시 한 번 다녀와야지, 라는 생각과 함께. 



공항으로 떠나기 전 집에서의 식사. 공항에서 딱히 먹을 만한 것이 없어서 밥을 야무지게 챙겨 먹고 갔다. 사당역에서 8842번 버스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1년만의 김포공항 방문이다. 


에어포항!! 요런게 생겼다니.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극심한 허기가 졌다. 밥을 든든히 먹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집밥은 생각보다 배가 금방 꺼졌다. 그와 함께 최근에는 집밥을 거의 먹지 않아 이런 허기를 느끼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밖에서 먹는 음식들은 항상 내 위를 더부룩하게 만들어 배고프게 만든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다시 집에서 밥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한동안 외식을 거의 안하게 되겠지만. 그렇게 다시 한 번 집에서 요리하기를 다짐하고. 요리책을 뒤져봐야지. 

자동 출입국 시스템으로 등록된 지문으로 입장하는 줄 알고 당당히 들어갔다가 문이 열리지 않아 당황했더니, 손바닥 정맥을 등록해야 한다고 한다. 허허. 


등록하자마자 요렇게 문자로 날아왔다.


밖의 음식을 먹었더니 뭔가 속이 느끼한 기분이라 커피를 하나 구매했다. 계속 허기진 기분도 들어서 과자도 하나 골랐다. 증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요즘의 나는 설탕중독에 빠져 있는 듯 하다. 반성 또 반성.   

그리웠던 풍경. 이상하게 이 곳에서의 일출과 노을은 나의 뇌리에 강하게 박혀 있는 기억 중 하나이다. 이 뷰만 보면 고향에 온 듯한 푸근함 감정마저 든다. 이 광경을 보려고 이 곳 안녕프로젝트 게스트하우스로 다시 온 것 같기도 하다. 

작은 구멍가게. 간판이 생겼다. 너무 깜찍한 것 아닙니까? ㅎㅎ

버스정류소에서 20초 거리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놀이터로 갔더니 주인분과 장기투숙객 한 분이 따뜻한 캐모마일차와 함께 반겨주셨다. 


장기투숙객(?) 분은 일을 정리하고 스페인에서 1달, 체코에서 1달, 파리에서 1달을 살기 전 1주일간 제주도를 여행하려고 했는데, 제주도가 너무 좋아서 4개월째 눌러 앉고 계셨다. 다행히(?) 제주 바람이 갈수록 차가워져서 목요일에 올라가려고 계획 중이라고 하셨다. 유럽에 가는 일정은 그대로 진행되냐고 여쭈었더니, 그렇다고 하셨다. 멋진 영혼이로다. 


반가운 풍경. 아침으 먹던 부엌은 없어졌지만 요 소파는 그대로였다. 변하지 않은 모습을 보니 다시 반가웠다. 


공항에서 너무 많이 먹어서 속이 더부룩해서 저녁을 건너뛰려다가 결국 11시가 다되어서야 우유와 다이제스티브 초코를 꺼내 야금야금 먹었다. 먹을 것이면 진작 먹을 것이지...

제주 우유. 요렇게 제주우유를 만드는 목장주 분들의 사진이 있었다. 신기했다. 맛은 똑같았지만, 뭔가 더 건강해지는 기분이었달까. 손님이 나밖에 없어서 이어폰도 쓰지 않고 핸드폰으로 넷플릭스 '김씨네 편의점'을 봤다. 읽으려고 가져온 단테의 신곡은 결국 한 페이지도 열어보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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