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iesta/2012 SA

[남미여행_2012/04/19] 18. 소매치기를 당하다.

by 여름햇살 2013. 3. 13.
반응형

 

 

 

 

이런 날 회사 안가니깐, 너무 좋다. +_+ 블로그 업데이트를 하다가, 예술의 전당에 벼르고 벼르던 고흐전을 보러 갈 예정! 참고로 이 날은 카메라를 도둑맞았다. 그래서 사진이 남아 있는 것이 없다. 그래서!!!!!!!!!!!!!!!!!! 상황을 보여줄 사진이 없기에,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려고 한다. 고고~

 

 


 

피곤했음에도 불구하고, 낯선 곳이라는 이유로 7시도 되기 전에 눈이 떠져 버렸다. 샤워를 하고 온갖 부지런을 떨어도 아침식사가 시작되는 8시가 되지 않는다. 맥북으로 인터넷을 하려고 해도, 와이파이가 너무 느려서 할 엄두 조차 나지 않는다. 시간도 남고, 심심하기도 하고, 어제 약국에서 샀던 화장품으로 정말 오랜만에 화장을 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니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역시 나도 여자였군 ㅋㅋㅋㅋㅋ

 

밖이 어수선해진다. 알바생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로비에서 아침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다들 늦잠을 자는 건지, 기척도 없다. ㅋㅋㅋ 휴 나만 불면증인거냐?

 

 

아침은 정말이지 기본. 과일은 눈씻고 찾아봐도 없다. ㅋㅋ 오직 탄수화물. 어제까지 먹던 아침고는 매우 다르다. 하지만 주는게 어디냐며 맛있게 냠냠.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외국의 우유는 매우 진하다.  맛있엉 :)

 

이 날의 목표는, 깔라파데행 비행기를 예매하고, 볼리비아 입국을 위해 보건소에서 황열병 주사를 맞고, 탱고쇼를 예약하고 저녁에 관람, 그 외의 시간에는 잉여짓을 하는 것이었다. 호스텔의 카운터에는 어제 앉아 있던 마리아 대신에, 젊은 여자 알바생이 앉아 있다. 보건소에 어떻게 가냐고 물어 보니깐,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더니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준다. 그리고 주소를 적어 주며 지도에다가 X 자로 표시도 해준다. (참고로 보건소 주소는 Huergo 690) 표시해준 곳과 호스텔은 엄청 멀다. 버스를 타야 할 것 같아서 어떻게 가냐고 물어봤더니, 잠시 고개를 갸웃 거리더니, 그냥 걸어가도 된단다. 그래... 한시간을 걷던, 두시간을 걷던, 걸어면 나오기야 하게지 ㅋㅋㅋㅋ 축척을 대충 봐도 빠른 걸음으로 40분은 걸어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여튼 고맙다고 하고 길을 나섰다.

 

먼저 비행기 예약을 위해 항공사 사무실에 들르기로 했다. 여행책에서 저가 항공이라고 소개하는 Aerolineas 항공. 호스텔에서 빠른 걸음으로 15분  정도의 거리에 있다.(Av Santa Fe 881)  항공사 사무실로 가는 길은 운 좋게도 남미의 옛거리를 느낄 수 있는 산뗄모(San Telmo) 지역을 지나게 된다. 너무 예뻐서 풍경을 찍고, 거리를 배경으로 또 셀카도 찍는다.

 

예쁜 소품이나 골동품을 파는 가게와, 운치 있어 보이는 레스토랑이 많이 분포되어 있다. 건물뿐만이 아니라, 보도블럭 마저도 낭만적이다. 그렇게 산뗄모 지역의 분위기에 흠뻑 취해 걷다보니 너무도 금방 항공사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러나, 저가 항공이라 그런지, 내가 원하는 날짜에 출발하는 비행기가 없을 뿐더러(정확한 요일이 기억나지 않는데, 일주일에 세번밖에 운행을 하지 않았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가 아니란다. 완전 멘붕 ㅠㅠ

 

이제는 어쩌나, 정말 버스를 타고 가야 되나, 고민하며 일단 황열병 주사를 맞으러 보건소를 가기로 했다. 주소를 따라 갔더니 10분도 지나지 않아 주소에 해당되는 곳에 도착했다. 그런데 건물 외관이 전혀 보건소 같지가 않다. 그리고 지도 상으로도 여자 알바생이 표시해준 위치도 아니다.  주소가 틀리고 지도에 표시해준 위치가 맞는 것 같다. 지도에 위치 된 곳으로 향한다.

 

엄청 멀다. 땡볕에 40분은 걸었다. 택시도 안잡히고 버스 노선은 아예 모르겠다. 맥북까지 등에 짊어지고 나온 덕택에 완전 고생스러웠다. 겨우 도착했는데, 알바생이 알려준 곳에는 왠 은행만 있다. 으악!!! 의도치 않게 알바생으로부터 엿을 먹었다. -_- 우어어. 궁시렁 궁시렁 욕을 하며 ㅋㅋㅋ 오는 길에 봤던 버스를 타고 다시 처음의 장소로 돌아왔다. 자세히 건물의 외관을 살펴보니 Public 이라는 간판이 있다. 혹시나 해서 그 허물어질 것 같은 건물의 복도를 따라 들어갔더니 사람들이 웅성대며 모여있다. 이건 누가 봐도 병원이다.

 

얏호. 제대로 왔다. 1시간 넘게 고생한 시간이 그냥 잊혀진다. ㅎㅎ 머뭇대며 직원에게 갔더니, 직원이 내 얼굴을 보자마자 "옐로우 피버?"라고 물어본다.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더니, 여권을 달라며 이름을 부를때까지 밖에서 대기하라고 한다. 설치된 정수기 물을 마시며, 땀을 식혔다. 10분 정도 후에, 어설프게 내 풀 네임을 부른다. ㅎㅎ 안으로 들어갔더니, 가운을 입은 남자 의사 선생님이 나를 보고 여권을 보고 의자에 앉으라고 한다. 주사 맞는 시간은 1초도 걸리지 않는다. 주사를 맞자마자 옐로우카드에 내 이름을 적어서 건네준다.

 

밖에 나왔더니 왠 동양인 남자자 앉아 있다. 그도 황열병 주사 때문에 왔었던 것인지, 알콜솜으로 주사 부위를 누르고 있다. 말을 걸었더니 일본에서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온 유학생, 이름은 Kohei. 다음달에 할아버지와 볼리비아 여행을 갈 계획이라 주사를 맞으러 왔다고 한다. 그는 영어를 못하고, 나는 스페인어를 못한다. 그래도 우리는 즐겁게 대화를 했다. ㅎㅎ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보고 이제 어디로 갈꺼냐고 묻는다. 비행기 예약 때문에 와이파이가 되는 곳을 가야 된다고, 혹시 알려 줄수 있냐고 물어보니 맥도날드나 스타벅스에 가면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도 와이파이를 사용해야 해서 맥도날드에 가야 되니,  같이 가자고 한다.

 

보건소에서 오벨리스크 근처 맥도날드까지는 도보로 20분 정도 걸렸다고 한다. 우리는 힘겨운 의사소통을 하며 길을 걸었는데, 무척 재미있었다. 일본이 좋냐, 아르헨티나가 좋냐는 질문도 해보고, 한국의 소녀시대 이야기도 하고. ㅋㅋㅋ 역시, 소녀시대를 좋아하는구나.

 

맥도날드에 도착했더니, 호스텔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와이파이가 빠르다. 구글에서 열심히 서치를 하여, 아르헨티나 국내선 항공편 예약사이트를 찾았다. (다른 사이트도 많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서너군데를 비교해 본 결과, http://www.skyscanner.kr/ 여기에 제시된 금액이 가장 쌌다.) 그래도 40만원이다, 국내선 주제에. Kohei에게 금액을 보여줬더니 깜짝 놀란다. 어쩌겠는가, 이 구간이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비싼 구간이라는데.

 

 

 

사이트를 찾는 것 까지 보더니, 그는 수업 때문에 이만 가봐야 된다고 한다. 페이스북 계정을 서로 교환하고 영원한 작별 인사. 그리고 나는 한시간 동안 구그번역기로 스페인어를 번역하며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빌어먹을 영어 페이지가 없는 바람에 ㅋㅋ 아오, 스페인어 배우고 말지 정말 ㅋㅋㅋㅋ

 

다시 짐을 주섬 주섬 챙겨서는 Av. Corrientes로 향한다. 엄청 붐비고 정신없지만 즐거운 거리. 건물마다 서점이 즐비하고, 영화관, 극장도 참 많다. 사람도 많고, 정신 없는 거리. 서울의 대학로가 생각나는 활기찬 분위기이다. 가는 길에, Gato라는 fancy 해 보이는 이탈리아 음식점이 보여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굉장히 세련된 분위기의 내부, 옷을 갖추어 입은 사람들이 앉아있다. 나 너무 그지 몰골인데 ㅋㅋㅋㅋㅋㅋ

 

아침에 탄수화물밖에 먹지 못하여 겁도 없이 샐러드(Insalata Rucula), 파스타(Corde Chitarre Pomodoro e Basilico), 레드 와인 한잔 (Copa de vino Malbec) 그리고 디저트로 티라미수(Tiramisu)를 시켰다가 테러 당했다. (영수증 덕에 뭘 먹었는지 정확히 알수가 있다! ㅋㅋ) 130 페소가 넘은 것이다. 휴, 돈단위도 작고, 원화로 바로바로 계산을 하지 않으니 개념이 없어진다. 그래도 음식 하나는 정~~말 끝장나게 맛있었다. 루꼴라 샐러드를 시켰는데, 루꼴라에 치즈가루만 뿌렸을 뿐인데도, 그 신선함에 혀를 내둘렀으며, 파스타는 생면으로 탄력이 수타 짜장 면발 저리가라였다. 아르헨티나 와인은 말벡이 유명하다고 해서, 말벡을 주문했는데 정말 신선했으며(참고로 황열병 주사를 맞은 당일에는 금주이다. 하지만 그런건 고새 까먹고...........ㅋㅋㅋㅋㅋㅋㅋㅋ)  티라미수도 정말 인생에 손에 꼽을 티라미수의 맛. 가격은 비싸도, 여행 중 간만에 호사를 누렸다.

 

늦은 점심을 먹고 여유를 부리다가, 다시 거리 구경에 나섰다. 그 다음 한 것은 음반 매장에 들어가서 구경하기. 그리고 브라질의 보사노바 가수, 아르헨티나의 탱고 가수 CD를 구입했다. 여행 오면서, 분위기 있는 음악을 아이폰에 넣어 오는 것을 깜빡해서 아쉬웠는데, 이 CD들이 내 귀를 즐겁게 해줄 생각에 신이 났다. 그리고 할인티켓을 판매 하는 부스에서 탱고쇼를 예약했다. "La ventana" 라는 호텔 지하에서 하는 탱고쇼였는데, 디너를 포함하면 320페소, 제외하면 240페소란다. 점심을 너무 늦게, 그리고 너무 많이 먹어서 디너를 제외한 티켓을 구매했다. 쇼의 시작은 9시, 숙소에서도 멀지 않다.

 

그리고 오늘 계획했던 모든 일이 끝났다. 뭘 할까 고민을 하다가, 플로리다 거리를 다시 가기로 했다. 커피 한잔 하며, 멍때리며 사람 구경을 해야지 라고 생각하며.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그 때의 결심을 후회한다. ㅜㅜ

 

플로리다 거리까지 걸어가서, 한참을 구경을 하다가 와이파이도 이용할 겸 맥도날드로 들어갔다. 책도 좀 보고, 컴퓨터를 하다가 셀카를 찍을 겸 디카를 넣어 둔 백팩 앞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카메라가 없는 것이다. 처음에는 여기가 아닌가 하고 가방 안을 들여다 보는데 그 곳에도 없다. 깜짝 놀라서 가방을 탈탈 털다 시피 하며 디카를 찾는데도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 도둑 맞은 것이다. 맥도날드로 들어 오기 직전에, 길이 너무 번잡하여 손에 쥐고 있던 디카를 백팩 앞주머니에 넣었는데 그 찰나에 누가 훔쳐 간 것이다.

 

순간 너무 속이 상하고 화가 났다. 여행온다고 아빠가 준 용돈으로 뭘 살까 고민하다가 구입한 똑딱이. 아빠의 선물이었다. 그리고 오늘 하루동안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이 다 날아가 버렸다. 난 이제 이 날을 추억할 사진이 영영 없어져 버린 것이다. 오늘 아침부터 지금까지 일이 계속 꼬이기만 하는 것 같아 짜증이 났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도둑을 맞은 것을. 백팩을 앞으로 매고, 경찰서로 향했다. (실제로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거리에서는 현지인들도 백팩을 앞으로 맨다. 하지만 난 너무 거추장 스럽고 귀찮아서 계속 뒤로 맸었다. 설마가 나의 카메라를 날렸다.) 경찰서에서 상황을 설명하고, 보험회사에 제출할 레포트가 필요하다고 했다. 알겠다고 그러더니 나를 어디론가 데리고 간다. 알고 봤더니 내가 간 곳은 여행자들을 위한 간이 경찰소 같은 곳이고, 날 데리고 가는 것은 철창이 있는 진짜 경찰소였다. 괜히 주눅이 든다. 한국에서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경찰서에 오게 되다니, 나 이번 여행으로  정말 별의 별 경험을 다 해보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30분을 기다리고 30분 동안은 레포트를 위한 작성을 진술했다. 말로만 듣던 진술서. 완성된 레포트를 주면서, 경찰 아저씨가 여권은 잃어버리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말을 해준다. 힘없이 경찰서 밖으로 나왔다. 만사가 다 귀찮다.

 

숙소나 돌아가자 하며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일이 진짜 안 풀리려나 보다.  지하철 운행이 오늘은 종료 되었단다. 내일 만나요 라고 적힌 안내문이 날 놀리는 것만 같았다. 엄청 고생하며 겨우 택시 하나를 잡았더니, 내가 말한 역은 안간단다. 말도 안통하는데 왜 안가냐고 따질수도 없고, 탑승 거부 했다고 다산 콜센터에 전화 할수도 없고, 아놔 이거 참. 알겠다고 다시 내려서 다른 택시를 잡았다. 역시나 말은 안통하고, 대충 해석해보니 지하철을 타고 가라는 것 같다. 지하철 운행 안한다고 구구절절하게 설명하고, 겨우 숙소로 돌아 올 수 있었다.

 

숙소에 돌아 왔더니 진이 다 빠졌다. 너무나도 긴 하루였다. 그대로 맥주나 한잔 하고 잠을 자고 싶었으나, 그러면 정말 2012년 4월 19일을 최악의 날로 기억 할 것 같았다. 예매처에서 적어준 주소를 보니 산뗄모 지역이다. 최대한 늦게까지 호스텔에서 머물다가 탱고쇼가 열리는 호텔로 향했다.

 

굉장히 고급스러워 보이는 내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탱고공연의 옷차림의 아저씨가 사진을 찍으라고 한다. 첨에 웃으며 싫다고 했더니 말을 못알아 듣는 건줄 알고 사진 찍는 흉내를 낸다. ㅋㅋㅋㅋㅋㅋㅋ  그 모습에 웃겨서, 아저씨와 탱고 자세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다. 허나 그것이 낚시였을 줄이야.

 

 

화려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내부. 앉아 있는 관객들의 나이도 그에 비례해보인다. (아이폰으로 찍어서 화질이 정말 아니다. ㅎㅎ)  그리고 디너쇼라서 그런지 혼자 온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제서야 예매처 아줌마의 말이 생각난다. 이 곳은 엄청 분위기도 좋고 고급의 탱고쇼가 이루어 지는 곳이라고. 오늘 한 일 중에서 유일하게 잘한 일이네.

 

 

그냥 극장이 아니라 혼자 온 사람이 아무도 없다. 무대 바로 앞 테이블에 나만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다. 아놔, 이런 분위기인줄 알았으면 배가 불러도 식사를 옵션으로 넣을 걸 그랬다. ㅋㅋ

 

 

장막이 내려져 있는 무대.

 

 

 

테이블 마다 올라가 있는 조명이 예쁘다.

 

 

 

너무 심심하여 셀카만 백만장 찍었다. 화질이 너무 안좋다. ㅠㅠ 이놈의 아이폰.

 

 

쇼가 시작할 생각을 안 한다. 배는 고프지 않고, 지루함에 못 이겨 결국 와인을 한 잔 주문. 황열병 주사 맞고 아주 ㅋㅋㅋㅋㅋㅋ 계속 와인을 마시구 있다. 와인을 마시며 멀뚱멀뚱, 쇼야 빨리 시작해라 기다리고 있는데, 또 다른 혼자 온 손님이 내 앞자리로 안내 된다. 콜롬비아에서 온 나타샤. 미국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데 업무차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왔다가 밤마다 관광을 하고 있다는 그녀. 둘다 뻘쭘한 상황에서 끊임 없이 수다를 떤다. 혼자 남미를 여행중이라니깐 유용한 사이트를 몇 군데 알려주는 그녀. 그리고 콜롬비아는 여행하지 않는다는 내말에 장난스럽게 샐쭉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시작된 탱고쇼. 공연중 사진촬영이 금지라서 사진 한장 찍을 수 없었지만, 사진대신 눈과 마음에 담겠다는 진부한 말처럼 기억속에 새겼다. 제대로 된 탱고 공연을 처음 본 나는 바로 탱고의 매력에 빠졌으며, 2시간 내내 그 황홀함에 눈을 떼지 못했다. 공연이 끝나고 다시 도보로 호스텔까지.

 

산뗄모 거리를 지나오는데 술집마다 흥겨운 파티분위기다. 날씨가 춥지 않아 야외 테이블에도 사람들이 가득이다. 호스텔 가는 내도록 나를 보는 사람들이 같이 놀자고 말을 걸거나 붙든다. 같이 놀까 라는 생각도 했지만, 오늘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 피곤하기도 했고, 술취한 그들이 살짝 무서워서 곱게 호스텔로 향했다. 내가 와인 한 잔이 아니라 한병을 마셨으면 같이 밤샐때까지 놀았을텐데 ㅋㅋㅋㅋㅋㅋㅋㅋ

 

 

호스텔에  도착했더니 룸메가 생겼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근처의 로사리오에 산다는 플로렌시아 아줌마. 대학강의때문에 일주일에 두번씩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온다고 한다.(그러면서 로사리오에 꼭 놀러 와야 된다며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로사리오까지 오는 방법과 주요 관광경로를 설명해준다.ㅎㅎ) 간만에 생긴 룸메에 말까지 잘 통하여 밤이 새도록 수다를 떤다.

 

 

그러는 동안 바깥 테이블에서 남자 네명이서 수다를 떠는데 온통 여자 이야기다. 국적을 불문하고 남자들은 모였다하면 여자 이야기를 한다며 플로렌시아와 깔깔깔. 특이하게도 네명 모두 스페인어가 모국어이면서도 영어로 대화를 한다. 그 이유를 플로렌시아에게 묻자, 호스텔에서는 영어로 대화를 하는 것이 예의라고 한다. 자기네들끼리 언어로 대화를 하는 것은, 우리들만 이야기 할꺼야 라는 마인드로 타인을 대화에 끼우지 않겠다는 폐쇄적인 자세라며. 그리고 그런것을 지양하기 때문에 호스텔이라는 곳에서 묶는 것 아니겠냐며. 오, 뭔가 그럴듯하다. 이래서 어느정도 나이든 사람이 좋다. 내가 깨닫지 못한 깊은 통찰력. 연륜에서 나오는 그 힘. 그 것에 반해, 내일 강의가 있다는  그녀를 밤 늦게까지 잠도 안 재우고 계속 말을 걸었다. 이렇게 또 하루가 간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