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1일 1식이 유행이라길래 SBS 다큐를 봤는데,,, 흠, 느끼는 것이 많군. 적게 먹어야겠다. 긴 공복 시간을 가져야겠다. 근데, 왜 내 여행사진은 죄다 먹는 사진이지? -_-;;;;;;; 밤 말고는 포스팅 할 시간도 없는데...흑.
어제 쓴 글을 읽어 보는데,, 상태가 많~이 안 좋았는지 내용이 조금 빠졌다. 칼라파떼에서 처음 만난 나의 룸메이트이야기가 빠졌다. 혼자 침대에서 뒹굴고 있었던 전날 밤늦게 두 명의 여인이 들어왔다. 아일랜드에서 온 모녀. 영어 발음이 조금 힘들었지만, 그래도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현재 남미를 9개월째 홀로 여행하고 있다는 50살의 그녀. 엄마가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한 딸이 일주일전에 아르헨티나로 날아왔다고 한다. 그리고 내일 엄마는 다른 곳으로, 딸은 아일랜드로 떠날 예정이란다. 대단하다. 암, 여행이란 저런 것이지. 아니 여행이라기보다 그녀는 9개월간 남미에서 살았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새로운 삶을 맞이하고 신선한 기분으로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여행사 픽업 버스는 7시였는지, 7시 30분이였던것으로 기억한다. 출발시간 한시간 정도 일찍 일어났었다. 추울 것 같아서 샤워는 하지 않고, 옷을 단단히 챙겨 입었다. 쇼핑 안했으면 큰일날뻔했어~ ㅎㅎ. 어제 사둔 빵을 아침으로 챙겨갈까 했는데, 아침이 차려져 있는 것이 아닌가. 아침을 준다는 이야기는 없었는데, 너무 당연한 것이라 말을 하지 않았던걸까?
하지만 거창한 것은 없고, 요렇게 빵과 커피, 차, 우유, 시리얼 정도이다. 많이 먹고 싶지 않아서 우유를 넣은 커피와 식빵 한쪽을 골라 왔다. 식사를 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온다. 다들 나와 함께 빙하를 보러 가는 걸까 라고 생각했는데, 나보다 더 일찍 나간다.
이렇게 픽업 차량들이 각각의 숙소마다 데리러 온다. 매우 편리하다. 그리고 드디어, 모레노 빙하로 가는 버스가 도착했다.
해가 늦게 뜨는지 아직 하늘이 어둑어둑하다.
버스에 오르자마자 미친듯이 잠에 빠졌다. 그런데.. 끝임없이 가이드 아가씨가 설명을 한다. 그저 잠이나 자고 싶은데, 마이크를 쥐고 열정적으로 설명하신다. 제일 앞자리에 앉아 자는 것이 민망하여 두 눈을 부릅뜨고 버텼다. 하지만 무슨 내용을 들었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ㅋㅋㅋ 버스는 국립공원을 향해 달리다 도중에 선다. 해가 뜨려는지, 하늘이 붉게 물들어 오고 있었다.
넓은 호수. 바람이 쌀쌀하긴 하지만, 풍경이 너무 좋다.
멀리 보이는 만년설. 벌써부터 심장이 두근두근한다. 빙하라니!
신비로운 색을 띠는 하늘.
모레노 빙하는 국립공원 안에 있으므로, 이렇게 입장료를 지불해야 한다. 가격은 보이는 대로.
버스에 내린 사람 모두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게 만드는 풍경들. 아직 하이라이트가 멀었는데, 자연이라는 존재에 대해 경이로움을 갖게 된다.
버스는 다시 우리를 태우고 달리다가, 버트 투어를 위해 다시 멈추었다. 보트투어 가격은 70페소. 빙하를 좀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다들 아침일찍 일어나서 어수선한 모습들이다. ㅎㅎ
그렇게 크지는 않은 배를 타고 빙하로 고고고~
가까워지는 빙하!!!!!!!! 빙하가 다가 올 수록 흥분된다.
다른 관광객들을 태운 배. 그날 총 3대의 배가 동동 떠다녔다. 경로는 선장님 마음인 듯 ㅎㅎ 하나같이 다들 2층으로 올라와서 풍경을 감상한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이지 자연 앞에 인간은 참 작은 존재이다.
그리고 드디어 가까이 보이는 모레노 빙하.
멀리서 볼 때는 몰랐는데, 정말 어마어마하게 크다. 배가 빙하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그 크기를 실감하게 되는데 정말 경외의 눈빛으로 빙하를 바라보게 된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뿐만이 아닌 모든 사람이 그렇다.
떨어져나온 빙하 조각. 물위를 동동 떠다닌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모레노 빙하! 관광 상품중 1박2일 트랙킹 코스도 있는데, 그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난 너무 추워서 그런건 하고 싶지 않다 정말 -_-; 보는 것으로 만족하겠어!
보트 투어가 끝나고 드디어 육지에 착륙.
우리를 맞이 한건 어슬렁 거리는 강아지 한마리. 쟤는 여기에 어떻게 왔지?
근데 여우야 개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연히 개라고 생각했었는데 여우인걸까?
철저한 스낵바. 사람들이 춥다고 안에서 죽치고 있을까봐 이런 매정하고 야박한 안내문을 ㅠ_ㅠ
끝없이 펼쳐진 모레노 빙하. 보는 순간 첫사랑을 마주한 것 마냥 설레인다.
신기하지 앟은가?
관광 코스를 설명하고 있는 안내판. 중간 중간에 안내판들이 있어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ㅎㅎ
이렇게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이동하며 구경하면 된다.
첫번째 뷰포인트. 그리고 갈수록 햇살이 강렬해진다. 눈이 부셔서 선글라스는 필수!
꼭 빙하가 아니더라도 끝내주는 경치~
살짝 춥기는 하지만, 숲길을 따라 산책하는 재미도 있다.
모레노 빙하를 보고 섰을떄 오른쪽으로 꽤나 길게 아래로 내려 가는 길이 있다. 사람들이 거의 오진 않았지만, 끝까지 내려가면 호수를 바로 발 밑에서 볼 수 있다.
갑자기 굉음이 난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깜짝 놀라 뒤를 돌아 봤더니 꿈쩍도 안할 것 같던 빙하가 무너지고 있었다. 햇빛이 따뜻해서? 이것이 말로만 듣던 지구 온난화의 문제? 그 짧은 시간 동안 온갖 생각이 다들었다. ㅎㅎ
그리고 이내 잠잠해진다.
파편들을 쳐다보고 있는데, 이 번에는 더 큰 굉음이 들린다. 소리가 호수를 둘러싼 산 전체로 울려 퍼진다. 왠만한 오케스트라는 저리 가라 수준.
이번에는 더 크게 쪼개진다. -_-; 이러다 숙소로 돌아 갈 때 쯤에는 빙하가 다 쪼개지고 흔적도 안 남겠어! ㅋㅋㅋㅋ 흔치 않은 구경거리에 사람들 모두 소리를 지르며 박수와 환호를. ㅎㅎㅎ
소리를 내며 쪼개졌던 빙하들이 이렇게 물위를 떠다닌다. 방금 전 그 굉음들이 꿈같이 느껴 질정도로 고요해졌다.
자유 관광이 끝나면, 처음에 차를 내려 주었던 주차장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내려간다. 생각보다 구경이 일찍 끝나서 주차장에 혼자 앉아서 빙하도 구경하고, 빙하를 구경하는 사람들도 구경했다. 어떤 남자가 다가온다. 오늘 자기랑 나랑 버스를 같은 버스를 탔다며, 같이 버스를 기다리자고 한다. 가만 보니 이 사람, 나랑 같은 날 공항에 도착해서, 같은 셔틀버스를 타고 깔라파떼로 온 사람이다. 내가 그렇지 않냐고 물어보니 맞단다. ㅋㅋ 역시, 여행하다보면 코스가 비슷해서 종종 만나는 경우가 있다. 수다를 떨다 보니 우리 버스가 와서 버스를 탔다.
버스를 내려 준 곳은, 이렇게 계단만 오르면 버스터미널로 갈 수 있는 곳이다. 같이 버스를 기다렸던 남자가 이제 뭘 할꺼냐고 물어본다. 버스를 예약하고 그냥 이곳저곳 돌아 다닐 것이라고 말을 했다. 자기는 이 조용하고 빙하 말고는 볼 것 없는 마을에서 도저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을 한다. 그러면서 마을을 돌아 다닐 것이면 나랑 같이 돌아 다니자고 한다. 살짝 고민을 하다가, 미안하지만 난 혼자 돌아 다니고 싶다고 말을 했다. 그 남자가 내 스타일의 남자도 아니었고, 대화도 재미있을 것 같지 않고, 무엇보다 이 평화로운 깔라파떼에서는 꼭 혼자 돌아다니고 싶었다. 이렇게 걷기만해도 나를 작가로 만들어주는 마을에서 내가 왜! 일행을 만들어야 하냐구! ㅎㅎ
계단을 올라가면 보이는 버스터미널. 나의 바람은 내일 엘찰뜬을 다녀오자마자 심야버스를 타고, 바릴로체로 넘어가는 것이었는데...그렇게 호락호락하면 남미여행이 아니지 암 ㅋㅋ 하루에 한 번, 그것도 오후 4시에 출발한단다. 엘찰뜬에서 돌아오면 밤 12시가까이 될텐데! 차라리 엘찰뜬을 먼저 가고 다음일정을 모레노로 정했더라면 4시의 일정을 맞출 수 있었을텐데. 역시 철저하지 못한 나는 이런식 ㅋㅋ 하지만 난 그래도 좋다. 이런식으로 깔라파떼에 하루 더 묶게 되는 것도 좋고,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떤 인연으로 나는 이렇게 하루 더 묶게 되는 것인지 설레였다.
바릴로체행 버스표를 판매하는 곳은 2곳이 있었으며, 처음에 예약을 하려던 곳은 현금만 받는다고 하여, 그 바로 옆 카드도 받아 주는 곳에서 예약을 했다. 가격은 734페소. 예약과 함께 오늘의 일정이 끝났다. 오늘은 또 무얼하며 잉여력을 자랑하나~ ㅎㅎ
내려 오는 길에 이렇게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파는 가게들이 있다. 시간이 일러서인지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이 거리는 정말 인터라켄의 향수가 물씬. 하~ 스위스도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데, 언제 가보나 :p
그리고 그 끝에 있던 아이스크림 가게 :) 아이스크림 너무 좋아~~ 먹음직스러운 아이스크림들이 가득가득 담겨 있는데, 뭘 먹어야 할지 몰라서 한참을 고민하며 골랐다.맘 같아서는 다 먹고 싶다고!
내가 고른 것은 깔라파떼 열매로 만든 '깔라파떼'와 '바나나스플릿'. 깔라파떼 열매를 먹으면 다시 깔라파떼로 돌아온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열매를 먹지는 못하더라도 이렇게 아이스크림만으로도 먹어야지~ ㅎㅎ 언제 다시 깔라파떼로 올 수 있으려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다시 마을 구경. 오늘은 어제 가보지 않았던 반대 방향으로 가본다. 지도에도 없는 곳까지 산책갔다오기!
소박한 크기의 교회.
그리고 식사. 오늘도 역시 마트에서 장을 보고 호스텔에서 식사를. 먹고 있는데 동양인 남자가 김이 모락모락나는 스파게티를 담은 접시를 들고 식당으로 들어온다. 캘리포니아에서 온 steve song. 한국계 미국인이었다. 아쉽게도 한국어는 잘 못한다. ㅠㅠ 그래도 나의 귀에 최적화된 미국식 영어 발음으로 인해 의사소통은 매우 잘된 편이었다. ㅋㅋㅋ 혼자 세계 여행중이라는 그. 어떻게 그렇게 오래 여행을 할 수 있냐고 물어보니, IT 관련 업무라서 인터넷만 되면 전세계가 본인의 사무실이란다. ㅎㅎ 부럽다. 나도 공대를 갔어야했는데!!!!!!!!!!!!!! ㅎㅎ
간만에 대화 상대를 만나 또 신나게 수다를 떨었다. 인생을 낭만있게 살고 있던 그 사람. 그의 인생도 그 사람 자체도 부러웠다. 방으로 돌아 오니 아일랜드 모녀는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에, 새로 생긴 나의 룸메는 아르헨티나에서 온 발렌티나라는 아줌마. 솔직히 아일랜드에서 온 모녀는 샤워를 하지 않은지 오래 되었는지 다른 침대를 씀에도 불구하고 체취를 느낄 수 있을 정도여서 살짝 거부 감이 들었었다.-_-; 그런데 이 발렌티나라는 아줌마. 샤워겔냄새가 방안을 가득 채운다. 거기에 샤워하고 나와서는 바디 미스트까지 뿌리시고. mp3로 음악까지 틀어 놓고 흥얼거리신다. 완전 멋쟁이! ㅎㅎ
나한테 뭐라고 말을 계속 거는데, 으아아~ 아르헨티나 발음이 섞인 영어는 정말이지 못 알아듣겠어. ㅠ_ㅠ 재미있어 보이는 사람 같아서 대화를 많이 나누고 싶었는데 언어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대화를 길게하지 못했다. 이렇게 또 하루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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