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의 파티 여파가 너무 컸다. 토요일은 죽은듯이 집에만 있고, 오늘은 집에서 여의도 한강 공원까지 자전거 타고 갔다 온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한게 없네. -_ㅠ 포스팅이라도 할테야. 흑.
전날 버스는 바릴로체에 10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했다. 버스터미널에서 시내로 가려면 택시나 버스를 타야 하는데 버스는 운행이 종료된 시간이었다. 어떡하나 멍때리다가, 버스사무소 직원들에게 물어 물어 택시를 타는 곳으로 갔다. 여행자들을 기다리며 줄지어 서 있는 택시들. 캐리어를 끌고 가는데 같이 버스를 타고 왔던 스위스 커플이 말을 건넨다. 택시를 같이 타잔다. 얏호. 택시비를 아낄 수 있게 되었군. ㅎㅎ
시내중심부와 터미널은 생각보다 가까웠다. 먼저 스위스네 커플의 호텔로 향했다가 내가 예약한 호스텔로 갔는데 총 37페소 중 스위스 커플이 20페소를 내줬다. 얏호. ㅎㅎ 여행하다보면 이런 쏠쏠한 득템에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도착한 탱고 인 호스텔. 여길 온 곳도 물론 HI의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서다. 그리고 좋은 평이 있기도 했고!
도착해서 예약정보를 이야기하고 키를 건네 받았다. 3박을 할꺼라고 했더니, HI 회원은 1박이 무료라고 이야기한다. 가격은 182페소. 자물쇠를 빌려 달라고 했더니, 판매만 한다고 한다. 20페소에 열쇠로 여는 엄청 구린 자물쇠를 하나 샀다. 갑자기 히우에서 두고 온 다이얼식 자물쇠 생각이 난다. -_ㅠ 갔더니 욕실 1개에 방이 두개로 된 구조였는데 안 쪽에는 독일에서 온 남자 한명, 그리고 내가 배정받은 방에는 여자애들 두명이 있었다.
금요일이라고, 클럽을 갈 껀지 다들 화장하느라 정신이 없다. 나한테 마스카라가 있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ㅋㅋㅋ 당당하게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산 마스카라를 빌려 줬더니, 너무 좋다고 칭찬에 호들갑이다. ㅎㅎ 귀여운 여자아이들. 한바탕 소란이 지나가고 난 뒤, 느긋하게 짐을 풀고 샤워를 했다. 같이 놀러 가자고 꼬드기는 그녀들을 따라 가고 싶었지만, 내일의 여행을 위하여 꾹 참고 휴식을 취했다.
아침에 씻고 일어나 제일 먼저 한 것은, 경치가 좋다고 소문난 탱고 인 호스텔의 테라스로 간 것이었다. 그런데... 날씨가 너무 좋지 않아 음산하기만 할 뿐이었다. 조금 실망을 하고 아침 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내려갔다.
간촐한 아침식사. 그래도 인상적인 것이, 일하시는 아주머니가 한명 한명의 크레페와 에그 스크램블을 준비해주신다. 이것 외에 시리얼과 빵도 있었는데, 빵은 정말 ㅜㅜ 턱이 나갈 정도로 딱딱했다. 3일은 되었을꺼야 분명...........
출발하는 길에 사진 한 컷. 외관에서 느껴지는 것 처럼 매우 캐쥬얼한 호스텔이다. 나가는 길에 카운터에서 승마를 해보고 싶다고 했더니, 예약을 하라고 한다. 내일로 예약을 하고 오늘의 코스인 나우엘 우아피 국립공원의 섬을 구경하러 나섰다.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나를 앞장서서 가던 동네 강아지. ㅎㅎㅎㅎ 진짜 웃긴게 끝까지 내 앞에 나서서 걸어간다. 니가 있어서 든든하구나~ ㅋㅋ
마을 중심에 있는 버스표 판매처. 인상 좋은 할아버지가 앉아 있는데, 어눌한 스페이어를 쓰며 버스표를 사려는 날 정말 귀여워라 하셨다. ㅋㅋ
왕복 버스비. 부에노스 아이레스때와는 물가가 차원이 다르다. 그땐 2페소도 안했는데. 흠흠.
날씨가 별로 좋지 않았다. 구름도 많이 끼었고, 바람도 너무 세찼다. 나누엘 우아피를 즐길 수 있는 작은 순환 코스 Circuito chico. 20번 버스를 타고 Puerto panuelos 로 가면 된다.
도착했더니 배가 여러개다. 여행사는 2군데가 있었는데, cau cau 를 이용했다. 투어는 200페소, 입장료는 62페소. 오후 1시에나 투어가 출발한다는 이야기에, 추위를 피하기 위해 대기 하는 건물에 들어갔다.
안에서 나름 친해진 아르헨티나 노부부와 손자들. 특히 할머니가 나한테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 사실 내가 바릴로체의 날씨를 생각도 못하고 쪼리를 신고 갔었는데..... 할머니가 내 카메라를 가르치며 얼마를 줬냐고 물어본다. 가격을 말하니깐, 그거 살 돈은 있는데 왜 운동화 살 돈은 없냐고 물어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거 뭐라고 설명해야되나. 어깨너머로 배운 스페인어라서, 나 사실 운동화 있는데 날씨가 이런 줄 모르고 슬리퍼를 신었어. 라는 문장을 도저히 만들 수가 없다. 휴, 이메일주소라도 받아 올껄. 지금에서라도 구글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가며 해명하고 싶다 진짜. ㅋㅋㅋㅋㅋㅋ
배에 탑승할 시간이 다 되어서 밖으로 나왔다. 무서울정도의 구름들. 남미의 알프스라는 바릴로체의 진면목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는 날씨다.
이렇게 사람들이 줄 서 있다. 다들 꽁꽁 싸매고 왔구만. 난 따뜻한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괜히 슬리퍼 신고 나왔다가 굴욕만 당했네 ㅋㅋ
배가 출발하면서, 가이드가 사회를 보기 시작한다. 이거 완전 어르신들을 위한 관광삘이다. -_-;;; 배가 호수를 돌아 다니는 동안, 관광객들은 비스켓을 사서 갈매기인지 기러기인지, 여튼 새들에게 먹이를 준다. 30분 정도 후에 첫번째 섬에 도착했다.
날씨가 좀 좋아졌다. 구름에 가려진 산들도 보이기 시작하며, 풍경이 예뻐지기 시작한다. 처음 간 곳은 아라쟈네스(Arrayaness) 숲.
나무 색깔이 진짜 신기하다. 멀리서 볼때부터 신기한 나무 줄기의 색. 이 독특한 색에 관련되서 가이드가 열심히 설명해줬고, 그 때 매우 신기해했었는데 지금 기억이 하나도 나질 않는다. ㅜㅜ 이런 멍청한 기억력.
문제의 슬리퍼 사진. 같이 구경 하던 관광객이 자진해서 사진을 찍어줘서 한 컷 건졌다.
이렇게 번식을 한답니다.. ㅋㅋㅋㅋㅋㅋ
센스있는 안내판. 무섭기까지 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섬을 한바퀴 돌고 난 뒤에, 배가 출발할때까지 물가를 서성였다. 붉은 줄기 나무의 숲을 돌아다니고 나니 그게 꿈인지 실제인지 살짝 헷갈린다. 그 정도로 신기한 경험이었다. :) 그리고 또 다시 배를 타고 이동하여 도착한 빅토리아 섬!
노란 낙엽이 관광객을 반긴다.
굉장히 독특한 나무. 여기서 가이드가 나무의 암수 퀴즈를 냈었고 차이점을 알려줬는데 역시 여전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ㅜㅜ 술을 그만 먹어야겠어. 알콜성 치매인가봐 엉엉.
나무가 정말 특이하게 생겼다. 히우 식물원에서 본 열대나무들 못지 않다.
가이드 아저씨가 책자까지 보여주며, 나무들의 역사와 생태에 대해서 설명해줬는데.. 또 여전히 기억 나지 않는다. ㅜㅜ 흐엉. 저 나무에서만 살아가는 다람쥐 같은 것이 있는데, 나무가 없어지면 그 쥐들도 멸종하기 떄문에 우리가 잘 보존해야 된다 이런 훈훈한 마무리만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다시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가는 배를 탔다. 배에서는 노래자랑을 열기도 하고, 티켓에 있는 번호로 응모권 당첨도 한다. 갑자기 고국의 관광 상품들이 생각이 났다. ㅎㅎ
초코렛을 맛보라며 하나씩 나눠준다. 참고로 바릴로체는 초코렛이 유명하다. 완전 스위스야~ ㅋㅋ 맛은 생각보다 평범한 맛이었지만, 추워서인지 달달한 것을 먹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덜그덕 거리는 버스를 타고 바릴로체로 돌아 가는 길. 노을이 아름답다.
그리고 저녁때쯤 다시 도착한 바릴로체 중심부. 저녁은 백배즐기기에서 소개한 패스트 푸드집 Morfy's로 왔다.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좋다기에! ㅋㅋㅋ 패스트 푸드 치고 꽤 괜찮은 맛이었고, 점원도 친절한 편이어서 기분 좋게 저녁 식사를 했다. 식사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 가는 길에 서점에 들러서 책을 한 권 샀다. 흐흐, 드디어 읽을 거리가 생겼다.
숙소에 돌아왔더니 내일 비가와서 승마가 취소되었단다. ㅜㅜ 우어어 항상 이런식이지. 아쉬움을 뒤로 한채 내일은 그럼 뭘 하나 고민하며 샤워를 했다. 그리고 새로 산 책을 가지고 휴게실로 내려가서 책을 읽었다. 옆방을 쓰고 있는 남자애가 말을 건다. 독일에서 온 올리. 자전거로 세계여행중이라고 한다.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니깐 호스텔에 맡겨둔 자전거를 보여준다. 그리고 여태 여행하며 찍었던 사진을 보여준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브라질까지 작은 3명(선장,선원,그리고 본인)이 탈 수 있는 작은 요트를 타고 한달 정도 걸려서 왔단다.ㅋㅋㅋㅋ 와 정말 대단하다.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직업이 뭐냐고 물었더니 쿨하게 "bicycle"이라고 대답한다. ㅎㅎ 멋있다.
이야길 하는 도중에 내가 당구 다이를 쳐다봤더니, 할줄 아냐고 물어본다. 안다고 했더니, 한게임 하자고 한다. 그러다 갑자기 애들이 몰려와서 편을 먹고 포켓볼을 쳤다. 식당에서 자기네들끼리 음식을하며 파티를 했는데, 나보고도 먹으라고 한다. 배가 부르다고 했더니 그럼 술이라도 먹으라며 와인과 술을 잔뜩 가져다 준다. 여행한 이후에 처음으로 호스텔에서 애들과 술을 마시며 함께 노는 저녁이었다. 그렇게 또 즐거운 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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