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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sta/2012 SA

[남미여행_2012/04/29] 27. 칠레 산티아고를 향하여.

by 여름햇살 2013.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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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일기를 쓰다보니.. 임시 저장되어 있던 남미 여행기가 사라졌다. 아놔, 티스토리 너 도대체 몇번째니? 누나 힘들게 하지마 ㅠㅠ 흐어엉.




드디어 오늘은 칠레의 산티아고로 향하는 버스를 타는 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테라스로 나가서 날씨를 확인했는데 바릴로체에 배신감이 들정도로 화창한 날씨를 보이고 있다. 내가 있었던 하루만이라도 날씨가 좀 좋지 그랬어! 억울하지만 어쩔 수 있나, 바릴로체가 나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자신의 센치하고 우울한 모습이었나보다. ㅎㅎ 그래도 안데스 산맥을 비를 쫄딱 맞으며 자전거를 타는 경험을 했으니!

 



테라스에서 내려와 식당으로 가서 아침을 먹었다. 식사를 하는 중에 올리가 내려와서 앞에 앉는다. "오늘은 뭘 할꺼야?" "나 오늘 칠레 산티아고로 떠나는 버스를 타." 예상외의 답변에 올리의 눈이 커졌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우리 당분간 못 보겠네? 나 아시아를 여행할때 꼭 서울에서 널 만날께" "그러면 일본어 말고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어." 장난을 치다가 떠날 준비를 하기 위해 다시 객실로 돌아왔다.



방을 나서려는데 캐리어 바닥이 눈에 들어온다. 누가 이걸 보고 산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캐리어라고 하겠냐고...말도 안나올 지경이다. 심지어 한쪽은 바퀴타이어마저 날아간 상황. ㅋㅋㅋ웃음만 나온다. 체크아웃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갔더니 일하는 여직원이 날 보며 3박을 했으니 1박 더 무료라며 왜 지금 가냐며 물어본다. 일정때문에 그렇게 됐다고 웃으며 열쇠를 건넸다. 출발하기 전에 다시 올리의 얼굴을 보고 올까 했는데, 그냥 가기로 했다. 우린 다시 서울에서 만날테니깐 말이다. :) 기다리겠어. 그때까지 일본어 말고 한국어를 공부해두라고~~~~!



오늘은 나를 호위해주는 강아지가 없다. ㅎㅎ





정말 거짓말 같이 날씨가 좋다. 날씨와 무료 1박이 나를 하루 더 바릴로체에 머물게 할뻔 하였지만, 버스 예약등 걸리는 것이 많아서 그냥 일정대로 떠나기로 했다. 그리고 버스터미널로 향하는 버스를 탔는데... 정말 이날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듯 엉뚱한 정류소에서 내렸다. 이미 한 번 버스터미널을 갔다왔기 때문에 어디에서 내려야 하는지 알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낯선 정류장에서 여기에서 무조건 내려야 겠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하지만 내린 그곳은 그저 사람이 많은 쇼핑몰이었을 뿐이고. 어이없는 나의 행동에 웃음이 나왔다. 근처에는 쇼핑몰과 초콜렛 가게뿐. 버스표를 파는 곳을 찾을 수가 없어서 결국은 버스터미널까지 걸어갔다. 다행히 20분 정도의 거리에 있어서 다행이었다.



버스 출발시간보다 2시간이나 일찍 터미널에 도착했다. 출발 시간까지 넉넉한 시간이 있지 않으면 초조해지는 이놈의 성격 탓에 항상 이렇게 지나치게 일찍 와버린다. 할일이 없어서 길어진 손톱을 좀 다듬고 책을 읽었다. 정오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로 실내가 북적여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만난 이 강아지. 간식으로 샀던 바나나를 먹고 있는데 내 옆에서 꼼짝을 하지 않는다. 먹을 것을 줘도 될까 고민하다가 내가 먹던 바나나를 녀석의 발 아래에 내려 놓았다. 날 보고 있던 강아지가 바나나의 냄새를 맡더니 먹지는 않고 다시 날 멀뚱 멀뚱 쳐다본다. 아놔..... 내 바나나........ 정말 신기한 것이, 밖에서 있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는데 요 녀석은 내 옆에 찰싹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버스 출발 시간이 되어 자리에서 일어날때까지 내 옆을 지켰던 강아지. 너도 동양인 여자가 신기한 남미의 강아지니? ㅎㅎㅎㅎㅎㅎㅎ



내가 탑승할 버스가 도착했고, 짐을 실었다. 팁을 주는 것이 조금은 어색하지만, 그래도 꼬박꼬박 짐을 실어다 주는 직원에게 팁을 건넸다.



탑승하자마자 받은 점심 샌드위치 도시락. 허술하기 짝이 없다. 버스터미널에 오기 전에 과일을 간식거리로 사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커피도 이런 인스턴트커피.



날씨가 참 좋다. 하필 이렇게 좋은 날 버스여행이라니, 속상하구만~



그리고 버스가 달린지 얼마 되지 않아 칠레의 국경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나누어 주던 입국신고서. 작성을 마치고 입국수소을 위해 버스에서 내렸다. 칠레 국경에서의 검사는 들었던대로 매우 엄격했다. 칠레는 타국에서 입국시에 음식물 반입을 엄격하게 단속한다고 한다. 이에, 수색견으로 모든 여행자의 짐을 검사하는 진풍경을 보기도 했다.



버스 짐칸에 실었던 짐들도 이렇게 다 꺼내서 검사를 한다. 정말 철저하구만~~




여행자들의 짐을 검색하던 수색견이 뭔가를 맡았나보다. 경찰이 밖으로 가방의 주인공을 호명하더니 가방을 열어 보라고 지시한다. 안에서 빵과 햄 치즈같은 것들이 나왔다. 경찰이 국경에서 버려야 된다고 하자, 아까웠던지 여기서 먹으면 되냐고 물어본다. 상관없다는 대답을 들은 커플 여행자는 즉석에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식사를 하기 시작한다. ㅎㅎ 하지만 그 양이 너무 많아서 결국에는 버렸다. ㅋㅋㅋ 난 버스에서 내림과 동시에 남은 과일들을 휴지통에 버렸기에 무사히 패스~ 내가 휴지통에 음식을 버릴때 칠레의 경찰이 웃으며 굿~이라고 말하기 까지 했었다. ㅎㅎ 짐검사가 끝남과 동시에 다시 짐은 버스에 실리고 출발 준비를 한다.



칠레의 국경에서는 유료화장실을 이용할 수가 있다. 화장실을 이용하면서 조그마하게 있는 매점에서 간식거리도 구매했다. 센스 없게 전세계 어디에서도 먹을 수 있는 감자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다시 시작된 풍경 감상. 구름이 이렇게나 다양한 형태로 존재했던가? 한국에서 살면서는 하늘을 거의 보지 않아서 남미의 하늘만 이런 것인지, 아니면 원래 하늘이란 이런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바릴로체에서 샀던 책은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다. 울며 겨자먹기로 읽지만 집중은 잘 되지 않았다. 버스는 바릴로체에서 바로 산티아고로 가는 것이 아니라 Osorno에서 갈아타야 했다. 버스 대기 시간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최소 3시간은 이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르헨티나와 칠레의 돈 단위는 둘다 페소이지만 화폐는 다르다. 아르헨티나는 아르헨티나페소, 칠레는 칠레페소이다. 남아 있던 110아르헨티나 페소를 환전 하였더니 8800 칠레페소가 되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산티아고에서 아따까마로 가는 버스를 예약을 했다. 그리고 터미널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데 그 어느때보다도 노골적으로 사람들이 나를 쳐다본다. 사람들의 시선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쳐다보다니! 부담스러워서 숨도 쉬기 힘들 지경이다.


밤 8시 30분에 산티아고로 출발하는 버스의 등급은 프리미엄! 여태 탔던 좌석과 차원이 다르다.





앞뒤로 매우 넑은 좌석에 수면양말과 안대까지 제공한다. 그리고 의자도 거의 수평으로 젖혀진다. 이정도면 24시간이 아니라 48시간도 버스를 탈 수 있겠어 ㅎㅎㅎ 책을 좀 읽다가 일찍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아침을 제공한다고 직원이 부스럭 거리는 바람에 일어났다. 여행중이란걸 알면서도, 잠에서 막 깨어났을때 항상 도대체 여기가 어디지 라는 생각을 한다. 익숙한 나의 집 풍경이 아닌 다른 풍경을 바라보며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중이었더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피로와 잠에서 회복을 하지 못하고 한참을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는 운전기사의 안내 방송이 들려온다. 그렇게 나는 밤새 달려 칠레의 산티아고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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