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반을 썼는데, 갈수록 글쓰기 속도가 느려진다. 초심같아져라 얍!
오늘 하기로 한 승마 일정이 취소되었다. 바릴로체의 하늘은 더욱 우중충해졌다. 카운터의 알바생말대로 정말 비라도 쏟아질셈인가보다. 아침 식사를 하고 오늘은 뭘하나 멍때리며 휴게실에서 소파에 앉아 창밖을 바라만 보았다. 식사를 끝낸 올리가 담배를 피러 테라스로 나가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인사를 한다. 나도 기분이 좋아져 반갑게 인사를 했다. 올리가 나이가 적어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리 많지는 않을텐데, 그는 항상 나를 꼬꼬마 아가씨를 대하는 삼촌의 태도이다.
올리는 담배를 태우고 내 옆으로 와서 말을 건다. "왜 밖에 나가지 않고 여기에 있어?" "승마를 하려고 했는데 비가 온다고 취소되서 할 일이 없어" "그럼 뭐할꺼야?" "할 것이 생각날때까지 여기 있을꺼야" 그러자 올리가 노트북을 가지고 오더니 본인이 좋아하는 밴드의 음악을 들려준다. 이름을 모르는 독일 밴드였는데(이름이 기억에 나질 않는다.) 그들의 음악이 귀에 익었다. 들어 본적 있는 것 같다고 말했더니 유명한 밴드라고 대답을 한다. 이번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 주었다. 핸드폰에 넣어온 박정현의 꿈에. 한국음악은 일본음악같을 줄 알았는데 깜짝 놀랐다고한다.( 참고로 그는 일본의 음악을 엄청 유치한 음악으로 표현했다. ㅋㅋㅋㅋ 허밍듣고 웃고 쓰러질 뻔ㅋㅋㅋ)
"넌 안나가고 왜 이틀째 숙소에만 있어?" "택배를 기다리는 중이야" "무슨 택배" "내 자전거의 부품" 그제서야 자신의 이야기를 해준다. 자전거로 세계여행을 하는 중인 그의 이동수단인 자전거가 바릴로체에서 고장이 났다고 한다. 해당 부품을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는데 독일에서 아르헨티나의 바릴로체로 다이렉트로 넘어 오는 것이 아니라 꽤 오랜시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그 부품이 지금 세계여행중이라며 ㅋㅋㅋㅋ 그제서야 계속 숙소에만 있는 그가 이해가 된다. 그는 이미 바릴로체의 구경거리는 모두 본 것이다. 나에게 명소를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빅토리아 섬에 가라고 한다. 어제 갔다고 했더니 바릴로체를 감상할 수 이쓴 깜빠나리오 언덕에 가보라고 한다. 날씨가 흐리지만 그래도 아름다울거라고 말해준다. 오호~ 그래? 그렇다면 가야지. 고맙다고 인사하고 가방을 챙겨서 숙소를 나섰다. 그나저나 올리는 심심하겠구만~~
숙소를 나서서는 먼저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로 향하는 버스를 예약하기 위해서. 다음날 산티아고로 예약하는 버스를 예약했다. 버스 여행의 일정은 먼저 바릴로체에서 osorno 으로 간 다음, osorno에서 산티아고로 향하는 버스를 갈아 타는 일정. 현금만 받으며 가격은 320페소였다. (출발은 점심무렵이었던것으로 추정 ㅜㅜ 버스표를 분실했다.)
버스표를 예약한 뒤에 향한 깜빠나리오 언덕. 왕복 리프트가 50페소. 겁도 없이 리프트를 탔다. 그리고 시작된 고소공포증을 가진 자의 공포의 시간.
바람이 어찌나 부는지. 이 허술한 리프트는 삐그덕 삐그덕 소리를 내며, 거센 바람에 날려 갈 것 처럼 세차게 흔들린다. 정말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리프트가 빨리 정상에 도달하기를 빌고 또 빌었다.ㅠ_ㅠ 바람에 리프트가 휘청거릴때마다 내 심장도 함께 휘청였다. 이놈의 고소공포증은 언제쯤 사그라들려나~ 그리고 도착한 깜빠나리오 언덕의 정상.
구름이 잔뜩 끼어서 내가 좋아하는 쨍~한 사진을 찍기는 어려웠지만, 바람이 미친듯이 불어 나처럼 무거운 사람도 날아갈 정도였지만, 바릴로체의 충분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다. 춥지만 않으면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조차 내려가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고소공포증 마저 누를 정도로 풍경 좋다고 해놓고서는, 무서워서 이렇게 멀찌감찌에서 구경한 나의 모습이 들킨 사진 구도 ㅋㅋㅋㅋㅋㅋㅋ
풍경은 너무 좋았는데, 바람이 너무 세차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서 금방 내려왔다. 근무하는 남자가 프리오 프리오라고 말하며 날 보며 웃는다.
그리고 길에 붙어 있는 태권도 광고 전단지. ㅋㅋㅋㅋㅋ 반가운 한국어다.
뭘할까 방황하던 내가 찾은 곳은 자전거 대여소. 깜빠나리오 언덕 버스정류장에서 다시 20번 버스를 타면, 자전거 대여소가 있는 근처 정류장에 내릴 수 있다. (버스티켓을 파는 곳이 없으니 바릴로체 센뜨로에서 충분히 버스티켓을 사오는 것이 좋다.) 3년전 제주도여행에서 들른 우도에서 잠깐 탄 자전거 외에는 자전거를 언제 타봤는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아마 강촌 엠티때? 초등학교 이후로는 자전거를 제대로 타본적도 없는 내가 덜컥 자전거를 빌렸다. 자전거 대여료는 90페소. 자전거를 빌리니깐 헬멧도 주고 안장 높이도 조절해주고 지도도 준다. 4시에 마감이 되는데, 내가 너무 늦게 왔으니 빨리 타야 될 것이라는 조언까지 준다. 이거 왜이래~ 허벅지 힘 하나는 좋은 여자라며 엄지를 치켜 세웠다. 그리고 감히 안데스 산맥을 자전거여행으로 즐기기 시작하는데...
즐기기는 개뿔. 하필 시작지점부터 오르막길이라서 10분도 못타고 바닥에 내팽겨쳤다. 우아아아아악. 이렇게나 힘들다니 ㅠㅠ 다리근력은 없지만 근성하나는 있다며 그래도 악착같이 타기 시작했다. 기어를 조절하는 요령도 생기고, 타다보니 익숙해져서 힘듬의 강도가 조금씩 낮아졌다. 그리고 오르막을 오를때는 정말 다리가 죽을 것 같지만, 내리막을 내려갈 때의 그 짜릿함이란. 겁이 많은 탓에 속도감을 별로 즐기지 않는 나조차도 상쾌한 기분이 든다. 정말 이대로 계속 내리막길이면 좋겠다는 염원과 함께~ ㅋㅋㅋㅋ
헬멧쓰고 사진도 한 컷. 나 헬멧쓰고 신났네.
오르막길에는 정말 이대로 두고 도망가고 싶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데스의 숲길을 달리는 그 기분이란. 정말 말로 표현 할 수 없다. 숲길을 한창 달리는데 비가 한두방울씩 떨어진다. 자전거를 너무 신나게 타고 다니다가 오늘의 날씨를 잊었다. 갑자기 미친듯이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백팩이 아니라 카메라를 넣을 곳도 없고 비를 피할 곳도 없다. 비는 언제 그칠지도 모르고. 비가 그치지 않고 계속 온다면, 멈추고 있어 봤자라는 생각이 비를 맞으며 계속 자전거를 탔다.
아아, 비맞으며 안데스 산맥을 자전거로 달리다니. 낭만돋네 정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다행히 카메라는 아무 문제가 없다. 위대한 캐논. 존경해주마.그리고 다행히 비는 도중에 그쳤다.
나와 같이 앞치락 뒤치락하며 자전거를 타던 남자애가 있었는데, 갑자기 앞에서 자전거를 멈추고 웃기 시작한다. 저놈이 실성을 했나 하며 열심히 페달을 밟는데 그 놈이 뒤로 돌아 나를 쳐다보더니 손가락으로 기리 아래를 가르친다. 뭐지 하고 봤더니 처참하게 박혀 있는 자동차. 나도 같이 폭소를 한다. 처음보며 인사도 안한 사이에, 도랑가에 박혀 있는 차를 보며, 함께 배를 잡고 웃었다.
한 바퀴 다 돌고 처음 자전거를 빌렸던 대여점으로 갔더니 직원이 정말 다 돌았냐고 물어본다. 다 돌았다고 했더니 엄지를 치켜세운다. 하하하! 난 대한의 건아(?)라구 ㅋㅋㅋㅋㅋ센뜨로로 돌아가기 위해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고꾸라진 차를 보고 함께 웃던 남자애는 히치하이킹을 시도하며 길을 따라 걸어간다. 리얼 배낭여행자였구만 ㅋㅋㅋ
다시 센뜨로에 도착했다. 그렇게나 자전거를 타며 에너지소모를 했는데도 배가 고프지 않다. 그저 비맞고 땀흘려 추울뿐. 바릴로체의 초콜릿을 맛보기 위하여 초콜릿 전문점을 찾았다.
시각가 후각 모두 유혹하는 초콜릿들.
가게 내부 구석에 조그만하게 카페테리아가 있다. 진열장에 진열된 음식을 주문하고 금액을 지불한 후, 자리에 앉으면 서버가 가져다 준다.
내가 주문한 것은 초콜렛라뗴와 초코무스케이크. 가격은 39페소로 저렴하진 않다. 초콜렛라뗴는 진하긴 한데 전~혀 달지 않다. 달지 않은 초콜릿 너무 좋아 :) 그 깊은 맛에 함꼐 따라온 물도 벌컷벌컥. 따뜻한 초콜렛라뗴가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 서비스로 작은 생초콜렛 한 조각도 제공된다.
과도한 육체노동(?)으로 인해 급 쩔어버린 몰골. 카페에서 잉여짓을 하다가 다시 밖으로 나왔다.
전날 배에서 공짜 초코렛을 나눠주며 홍보하던 초콜렛 가게. 내가 간 곳보단 사람이 한산하다.
테이블웨어를 좋아해서 이런 앙증맞은 아이 사고 싶었는데, 아직 여행이 반이나 남은 시점에서 박살낼것 같아 쿨하게 포기 ㅠ_ㅠ 그리고 숙소로 돌아 오는 길에 과일과 치즈, 생수를 조금 샀다. 내일 버스 여행 준비 완료!
숙소에 와서는 당장에 펀드부터 깼다. 과도한 쇼핑질과 장기 배낭여행자 답지 않은 씀씀이로, 2달의 남미 총 여행 경비를 한달만에 날려버렸다. 휴, 내팔자야. 농담으로 페이스북에 여행경비 다써서 펀드마저 해지한다며, 돈을 입금해 달라며 은행계좌를 올렸더니 정말 지인들이 돈을 보내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못살아. 글로벌거지야. 글로벌적으로 구걸하고 있어. ㅋㅋㅋㅋㅋㅋㅋ 은행 업무를 본 다음에는 전날 구입한 책을 읽었다. 안철수씨만큼의 활자중독증은 아니지만, 나름 읽는 것이라면 달리는 차창밖에 보이는 간판읽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읽을 거리가 생기니깐 너무 기분이 좋았다.
휴게실의 모습. 객실은 답답하여 여기서 읽었더니, 금새 하루 관광을 마친 여행객들로 북적북적이며 독서타임은 끝이난다. 암암, 호스텔은 이 맛이지. 오늘 서로의 일정을 이야기하고, 맥주 한잔을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바릴로체의 마지막 밤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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