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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sta/2012 SA

[남미여행_2012/04/22] 21.엘 깔라파데(El calafade), 그 평화로운 마을.

by 여름햇살 2013.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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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하이브리드 자전거로 남산 찍고, 집에 왔다가 12시부터 7시반까지 술로 달렸더니 눈뜨니 이시간 ㅜㅜ 주말 포스팅은 요것이 다네.





3시가 넘었는데 콜택시가 오지를 않는다. 괜히 초조해져서, 카운터에 있는 직원을 재촉하게 된다. 예약표를 보더니 좀 있으면 올테니 기다리라고 한다. 더 늦어지면 전화를 해보겠다고 하면서. 나는 공연히 비행기를 놓치는 상상을 한다. 초조한 기다림이 15분쯤 되었을까? 밖에 차가 서는 소리가 들린다. 후다닥 달려 나갔더니, 택시기사 아저씨가 어설프게 Kim을 발음하신다. 얏호, 나의 택시가 맞구나. 


아저씨가 나의 무거운 짐들을 트렁크에 실어 주신다. 휴, 내릴때 팁을 두둑히 드려야겠어~ (참고로, 택시 예약은 호스텔 카운터에서 했으며, 택시비 지불도 호스텔에다 지불한다. 가격은 90페소. 예약증 같은 것을 주는데 그걸 택시기사에게 주면 된다.) 적막한 새벽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거리를 달렸다. 기분이 묘했다. 한국에서도 이 시간에(무엇보다 맨정신에 ㅋㅋㅋㅋ)  밤의 도로를 달려 본 적이 없었다. 


짧았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여행이 주마등같이 흘러갔다. 난생 처음 여행에서 물건을 도둑 맞아 보았다. 아니, 내 인생에 처음으로 물건을 도둑 맞은 것 같다. 사실 난 소매치기는 내 평생 당하지 않을 줄만 알았다. 왜냐면 나는 꼼꼼하며, 남들보다 특별히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해왔던 것 같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깨달았다. 타인에게 일어나는 일은 내게도 일어날 수 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심 한 가지. 여행 중 일어나는 안 좋은 일들로 인해 상한 기분이, 내 여행을 망치게 두지 않겠다는 것.


경외에 가까운 마음으로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새벽을 감상하다 보니 어느새 외곽에 있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공항에 도착했다. 아저씨에게 팁을 드리고, 무거운 짐을 끌고 공항으로 들어갔다. 너무 일찍 갔는지 탑승수속이 되지 않는다. 잠도 깨고, 밤을 새고 허기진 배도 달랠 겸 수속 카운터 맞은 편에 있는 카페로 들어갔다. 운 좋게도 와이파이도 되는 곳이다!


 



마땅히 먹을게 없어서 샐러드와 마떼를 골랐다. 누가 공항에 있는 카페 아니랄까봐, 가격은 비쌌다.




수속시간이 되자마자 1등으로 체크인을 했다. 아르헨티나 항공은 수하물의 무게를 엄격하게 따진다고 하더니, 30kg가 다 되가도 쿨하게 넘긴다. 아싸. 체크인을 하고, 보안 검색대가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보안 검색을 시작하는 시간도 따로 있다. 공지가 있을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새벽시간이라 그런지, 배낭여행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벽쪽에 붙어서 일렬로 자고 있다. 나의 사진이 이 각도로 찍힌 이유는? 나도 벽에 붙어 두 다리 뻗고 있기 때문이다. 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이 날 어떻게 버텼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침도 일찍 일어났고, 관광에 쇼핑에 엄청나게 걸어다녔는데 말이다. 휴, 이정도 체력이면 태릉선수촌 들어가도 되겠어 ㅋㅋㅋㅋ



보안 검색대 너머로 뵈이는 면세점. 이 시간에도 영업을 하다니 정말 대단하다. 아주 재벌 되시겠어 ㅋㅋㅋㅋ

 


보안 검색을 마치고 드디어 탑승게이트로 왔다. 그래도 1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된다. 비몽사몽의 정신 상태에서 잠이 들지 않기 위해, 노트를 꺼내서 일기를 썼다. 그때 썼던 일기의 내용을 한 단락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짐이 계속 늘어 난다. 아,, 이놈의 물욕. 법정 스님의 무소유가 필요한 시점이다. 물욕의 무게만큼 배낭이 내 어깨를 짓누르고, 물욕의 크기만큼 캐리어를 끄는 손의 물집이 커진다. 쇼핑 한 번 더했다가는 아주 철학자 되시겠어..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깔라파데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다. 비수기라더니,,, 숙소 예약을 못 해서 좀 걱정된다. 뭐 그래도 노숙은 안하겠지."


"어쩐지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일을 못할 것 같다. 노는데 재미 붙어서, 이대로 계속 백수로 놀고 먹을 것만 같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내가 정말 싫어하는 로또를 사야지. 그리고 1등에 당첨되서 전세계를 여행고 놀기만 했으면"


저 잠오는 시점에.. 한국에서 백수로 놀고 먹을 걱정을 왜 하셨대. 이렇게 노예같이 열심히 일하고 계신데 말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미도 없는 내용도 있고, 공개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모두 공개 하지는 못하지만, 여튼 그 때 쓴걸 보니, 술취한 것보다 더 상태가 나쁘다. ㅋㅋㅋㅋㅋ 진짜 졸렸나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탑승.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깔라파데까지는 3시간 30분이 걸린다. 좌석에 앉자마자 타자마자 골아 떨어졌다. 눈을 감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식사를 하라고 깨운다. 아놔, 센스 없는 것들.



기내식은 이런 간식종류다. 배도 고프지 않고 당장 먹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라서 간식으로 챙겼다. 그런데.. 다시 잠이 오지 않는다. 그렇게 거의 정신이 나간 좀비 상태로 깔라파데까지 비행했다. 

 

 

드디어 도착.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들이 출발하고 도착하는 공항은 그 특유의 어수선함이 있다. 그리고 난 그 어수선함이 너무 좋다. 이제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몰라서 멍때리고 있다가 사람들을 따라 갔다. ㅋㅋ 아마 다 똑같 목적이겠지 하는 마음에 ㅋㅋ 눈치만 늘어난다.

 

깔라파데까지는 거리가 꽤 되어 공항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공항에서 마을까지 23km) 공항 버스 요금은 38페소로 현금만 받는다. 우리나라의 공항 리무진을 생각했는데, 벤이 대기하고 있다. 나를 마지막으로 태우고 벤은 출발했다.

 

 

아무것도 없는 척박한 들판길을 따라 달린다.

 

 

한 시간 정도 달린 뒤에 깔라파데에 도착했다. 벤은 나를 도로 한가운데에 버리고 가버렸다. ㅋㅋㅋ 아놔.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한참 무거운 짐을 질질 끌고 돌아 다니다가, 지도와 건물을 매치해서 겨우 방향을 잡았다. 내가 깔라파데에서 묶기로 한 곳은 깔라파데 호스텔(Calafade Hostel). 이 곳을 고른 이유는 HI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서. ㅋㅋㅋㅋㅋ



 

메인 도로인 Libertador에서 두 블럭 거리에 위치한 깔라파데 호스텔. 그런데 마을이 워낙 작아서 금방 가긴 한다. 1박에 60페소라고 하길래, HI  카드를 내밀었더니, 비수기라서 이미 할인된 가격이라고 한다. 아놔, ㅋㅋ 그래 알겠다. 일단 2박을 예약했다. 그러면서 모레노 빙하와 엘찰뜬 투어를 함께 예약했다. 각각의 가격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여튼 두개 함께 예약하면 할인을 받아서 260페소이다. 그런데 아직 체크인시간이 아니니, 1시에 오라고 한다. 아오, 바로 씻고 짐 좀 풀려고 했더니, 맘대로 안되는 구만~ 일단 짐을 맡기고 호스텔 밖으로 나왔다.




 

동네가 참 예쁘다. 스위스의 인터라켄이 생각나는 마을이었다. 인터라켄에서 묶을 때도 반년은 묶으면서 글이나 쓰고 싶었는데, 깔라파데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아무 걱정 할 필요 없고~ 평화롭기 그지 없는 마을. 단순히 동네 구경일뿐인데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기념품을 파는 가게도 많다. 진짜 인터라켄의 향수가 팍팍~ ㅎㅎ



 

마을이 너무 예뻐서 계속 돌아 다니고 싶었는데, 제대로 쉬지 못해서 피곤했다. 12시가 되기 전에 호스텔로 돌아가 2층 테이블에서 인터넷을 했다. 믿을 수 없을 만큼의 빠른 속도의 와이파이. 신이나서 간만에 인터넷의 세상에 빠졌다. 1시가 되어 카운터로 내려갔더니 방을 배정해준다. 방에는 락커가 없으며, 카운터 맞은 편에 있는 라커룸을 쓸 수 있는데 돈을 내야 된다고 한다. 귀중품은 계속 들고 다닐꺼라서 락커룸은 그냥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배정 받은 방은 4인실로 이미 묶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얼른 짐을 풀고 샤워를 했다. 뜨거운 물이 펑펑 나오던 깔라파데 호스텔. 찔찔거리던 부에노스 아이레스 호스텔의 욕실 수압과는 차원이 다르다. 간만에 개운하고 기분 좋은 샤워! 


 

짐 정리를 마친 이후에는, 점심 식사 거리를 사러 마트로 갔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는 한 번도 요리를 한 적이 없지만, 그리고 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이 곳에서는 요리가 하고 싶어졌다. 오늘 계획된 일정도 없고, 작정하고 요리를 하기로 했다. ㅎㅎ



 

엄청난 파스타의 종류. ㅎㅎ 많은 종류의 파스타 면을 보니 파스타를 해먹고 싶어진다.


 

그리고 엄청난 종류의 유제품. ㅎㅎ 외국은 이래서 좋아.


 

그렇게 작정하고 내가 장을 봐 온 점심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부 날로 먹을 수 있는 것들. 갑자기 마구마구 귀찮아져서 과일이랑 빵과 치즈로 적당히 떼우기로 했따. 흐흐, 외국은 아보카도가 싸서 너무 좋아. 맛도 좋다!

 

배를 채우고 일기를 좀 쓴 다음에 한 숨 자려고 했는데, 피곤하긴 해도 마을 구경이 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린다. 깔라파데의 따뜻한 햇살에 굴복하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개팔자가 상팔자구만~ ㅎㅎ



 





 

예쁜 집이 참 많다. 건물도 건물이지만 정원도 참 관리가 잘 되어 있다.



 

마을을 내려다 보고 싶어서 언덕도 올랐다. 피곤하다면서 이 날도 엄청 싸돌아 다녔다. ㅋㅋㅋ


 

마을의 전경을 내려다 보는게 참 예뻤는데, 역광이라서 사진은 별로 예쁘게 나오지 못했다.

 


 










 

맥도날드 아니죠~ 맥다니엘 맞습니다~ ㅎㅎㅎ




 




 

마을의 중심에서 이 길을 따라 걸어 오면 호수가 나타난다. 좀 많이 걸어야 한다. 30분 정도?


 

단풍 자체만으로도 예쁜데, 깔라파데의 태양빛으로 더 예쁘게 빛이 난다.

 



탁 트인 호수를 보니 내 마음도 탁 트이는 기분이다. 길에 걸터 앉아서 멍하니 호수 보면서 도를 닦는다. 평화롭기 그지없다. 평범한 사람이라도 여기에서 하루만 묶으면 시인이 될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ㅎㅎ






 

한 참을 쏘다니고, 저녁시간이 되어서야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도 나가서 먹지 않고 여기서 먹기로 했다. 간만에 이런식으로 식사를 하니 너무 기분이 좋다.

 


와인과 햄, 치즈, 그리고 샐러드로 저녁식사를 한다. 와인은 저렴한 것으로 샀는데도 맛이 매우 좋았다. 행군같은 여행일정을 지내다가 이렇게 아무 것도 안하고 빈둥빈둥 대니깐 기분이 좋다. 간만에 글을 좀 쓰다가, 내일 모레노 빙하 투어를 위해 일찍 잠이 들었다. 이렇게 평화로운 하루가 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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