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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오늘도 맑음

시리와의 대화

by 여름햇살 2016.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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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3gs부터 지금 쓰고 있는 5s 까지 아이폰밖에 써보지 않았건만, 아이폰의 '스마트'한 기능들을 잘 살리지 못하는 앱등이이다. 그래서 난 시리를 거의, 아니 사실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았다. 처음에 시리 나왔을때 몇 번 재미로 해본 것 이후로, 시리의 사용은 전무하다. 그러다, 뜬금없이 지인이 시리를 잘 사용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시리야 몇시야' '시리야 오늘 날씨 어때' 등등의 질문으로 시리에게 질문을 하고 정보를 얻는 다고 한다. 새해를 맞이하여 나도 뭔가 스맛한 인간으로 살고 싶었다. 그리고 비몽사몽인 상태로 아이폰으로 손을 뻗어 시리를 실행시켰고, '시리야 몇시야'라고 물었을 뿐인데...



잊고 있었다. 아이폰 설정을 영어로 해두고 있었다는 것을.. ㅡ,.ㅡ 아침부터 뜬금없는 사랑고백을..


이걸 캡쳐해서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지인들이 시리에게 랩을 시키면 랩도 하고 웃겨보라고 하면 애써 농담도 끌어 온다는 지인들의 정보를 얻었다. 후후훗. 그렇다면, 안 시켜볼 수가 없지.



첫번째 시도는 실패.



두번째 시도.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뭘 어쩌라는건지... 시리는 나랑 개그코드가 안 맞는 걸로...☞☜



#2


남들 다 볼때 안 보고 막을 내린 이 시점에, 나홀로 응답하라 1988을 시작했다. 이제 4화까지 시청을 마친 상태인데, 이거 진짜 제대로 감동이다. ㅠ_ㅠ 응답하라 시리즈는 새로운 것이 나올때마다 더 이상 재미있어 질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때마다 나의 예상을 무참히 깨부수고 엄청난 작품들을 내놓는다. 1화부터 혼자 보며 눈물 질질질... 


그리고 방송 보다가 뜬금없는 정리타임. 응답하라를 보다보니 '추억'이라는 놈이 스멀스멀 기어올라, 나로 하여금 짐정리를 하게 만들었다. 뭐랄까, 짐도 줄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추억은 서려있지만 두 번다시 찾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은 이번기회에 싹 처분하기로 마음 먹었다.



서울에서 창원으로 내려오면서 싸짊어지고 왔던 나의 짐 그리고 나의 추억들. 이거 큰 주황색 박스 1개, 작은 연두색 박스 1개 씩 더 있는데.. 그건 지금 쓰고 있는 중이라 정리하지 않았다. 줄이고 줄였는데도 여전히 많다. 나 하나 살아가는데 무슨 이렇게 많은 물건들이 필요한걸까?



찾다가 발견한 친구가 만들어준 팔찌. 사진이 진짜 오백배 못 나온건데, 실제로 보면 진짜 예쁘다. 사람들이 모두 탐을 낼만큼. 센스도 있고 손재주도 있는 친구의 작품. 



그리고 같은 친구가 만들어준 것 ㅋㅋㅋㅋㅋㅋㅋ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귀여워서 한 두 번 하고 나갔더니, 친구들이 무섭다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하고 나갈때마다 사람들이 한마다씩 해서 재미있어서 하고 나가게 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뿌잉뿌잉 열두짤이에욤 ㅇㅅㅇ


여튼 요놈들은 살아남았다. ㅋㅋㅋㅋ 다음 정리시에는 어떻게 될지. 하하하.



그리고 이건 나의 특급 보물중의 하나. 유럽 여행 하면서 생겨났던 유레일, 영수증, 티켓 팜플렛 등등. 정말이지 단 하나도 버리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그냥, 남들이 보며 비웃겠지만, 나 혼자 했던 첫 배낭 여행이고(물론 캐리어는 끌고 갔지만), 누구나 가는 유럽 배낭 여행이지만, 나에게는 너무나도 특별했던 경험이었기에.


하지만 이렇게 상자(이 상자 말고 사실 지퍼파우치로 4개 분량이 더 있었다)에 넣어 놓고 일년에 한 번 볼까말까한 녀석들. 이제는 놓아 줄때가 된 것 같다. 과감히 의미없는 것들은 모조리 다 버렸다. 버리기 직전에 하나하나 한번씩 다시 확인.



유레일 티켓. 




진짜 닳도록 봤던 유레일 타임테이블. 혼자 감상에 젖어 눈물 흘릴뻔 ㅠ_ㅠ



유스호스텔 카드도 만들고. 이거 말고 ISEC 국제학생증 카드도 있었다. 캬.. 추억 돋는다. 정말.



그 많던 것들이 이렇게 지퍼파우치 하나로 축약 되었다. 나의 추억들. 



그리고 물건 뒤지다가 발견 한 것. 각각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산 마그네틱.



이건 MOMA 에서 산 마그네틱


"Life is a daring adventure or nothing"



이건 볼리비아 비자를 받기 위해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위치한 보건소에서 황열병 백신 맞은 서류. 요것도 기념으로 남겨 놓기로 했다. 그리고 몽땅 처분.  그리하여 큰 리빙 박스가 7개에서 6개로, 작은 리빙 박스가 5개에서 3개로 줄어들었다. 꽤 노력했는데도 그래도 많다. 내 욕심은 언제 줄어들 수 있을까?



여행의 흔적들을 정리하며 느낀 점 하나. 내 인생의 너무 특별한 경험이고, 너무나도 즐거웠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러한 것들을 꿈꾸지 않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남미 배낭 여행을 다녀왔을때에만 해도, '다음은 아프리카야!'를 외치고 다녔던 나인데, 지금은 딱히 떠나고 싶은 곳이 없다. 이제는 기나긴 방황보다는 정착하고 싶어진 나는 용기가 없어 진 것일까 아니면 나이가 든 것일까. 철부지 시절의 치기와 긴 방황을 이제는 끝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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