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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 책이 화제가 되었을때 서점에 들러 한 번 읽고 온 적이 있었다. 한창 이런 류의 책과 기사를 많이 접하고 있어서 그랬는지 나는 이 책의 인기 만큼 이 책의 특별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내게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지인 한 명이 추천을 해주길래 다시 읽으면 뭐 다르려나 싶어서, 때마침 도서관 서가에 준비되어 있길래 다시 읽어 보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큰 감흥은 없었다.
책의 저자는 덴마크의 '휘게' 문화에 대해 애정이 듬뿍 담긴 태도로 휘게를 찬양한다. 휘겔리하지 않은 그 모든 것들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말을 한다. 덴마크인이 행복한 것은 삶의 모든 요소에 '휘게'가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원인과 결과가 뒤바껴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삶의 기본요소가 갖추어 진 다음, 그리고 그 요소들의 퀄리티가 늘어난 다음에야 '휘게'가 만연한 사회가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을 했다. 물론 가난하고 힘겹게 사는 사람도 저자가 말하는 '휘게'가 가득한 삶을 살 수도 있다. '살 수도' 있다고 해서 그것이 쉽다거나 당연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때에는 개개인의 기질로 설명이 되어야 할 것이다.
북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행복지수가 높은 편이다. 그 나라의 공통점은 날씨는 사람이 살기에는 좋지 않으나 국가는 부유하며 정치는 깨끗하여 복지가 훌륭하고 날씨가 나라이다. 날씨로만 따지면 365일 따뜻하고 휴양지가 도처에 널려있는 필리핀이 잘 살아야 할 것같지만 가난하고 부패하고 복지는 거의 찾아볼 수 없기에 결코 행복지수가 높을 수 없다. 이런데도 저자는 덴마크인이 행복한 이유는 '휘게'를 갖고 살아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휘게'가 절로 생겨나는 환경을 간과한 결론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나는 두 번을 읽었음에도 이 책이 불편했다. 빵이 없어 굶고 있다는 국민들에게 브리오슈를 먹으라고 했다는 마리앙뚜아네뜨의 오만함마저 느껴진다. 물론 그녀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지만. 물론 저자도.
하지만 나는 저자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지는 이해가 되었다. 물질적인 삶보다 관계에서 오는 행복, 디자인에서 오는 안락함, 미각을 충족시켜주는 달콤한 음식등등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거야 라는 누구나도 다 아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던 것 같다. 나도 이 의견에 완전 동의는 하지만, '부유한' 나라의 국민이 하는 말이라 심드렁할뿐이다.
덴마크의 국민을 '휘게'로 표현할 수 있다면 한국인은 어떤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봤는데, 그 것은 단연코인데 '한'과 '정'이다. 그리고 그 두 개는 따로 떨어뜨려 놓았을 때보다 함께 있을때 그 감정의 소용돌이가 거세지는 듯 하다. 영혼없이 들리는 휘게보다, 고향에 내려갔을때 늘어나는 위장과는 상관없이 계속해서 먹을 거리를 내 놓은 부모님의 모습에서, 별 말은 안하지만 굳이 버스터미널에서 배웅해주는 지인들의 모습에서 되려 행복함을 느끼는 것을 보니 나는 빼도박도 못하는 토종 한국인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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