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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라이프 사진전

by 여름햇살 2017.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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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다녀온 라이프 사진전! 일부러 평일에 다녀왔다. 전시회는 휴가를 내서라도 가급적 평일에 다녀오는 편인데, 지난번에 주말에 한 번 갔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작품보다 사진을 더 많이 보고 온 이후로 다시 악착같이 평일에 다녀오고 있다. 생리통때문에 어질어질하고 토할뻔했지만 그래도 악착같이 다녀왔다!



3호선 남부터미널 역에서 내려서 한가람미술관까지 걸어갔다. 이상하게 나는 미술관만큼이나 이 길이 좋다. 옛날 생각도 소록소록 나고. 남부터미널 벽에 요렇게 꽃들이 뒤덮었다. 무슨 꽃일까? 참 예쁘다. 꽃이 식물의 생식기관이란 것을 인식한 이후로는 꽃들이 더욱 요염해보인다.

더운 날씨에 고마운 그늘막. 나도 신호등을 기다리며 잘 사용했다.

올해 들어 처음 방문하는 예술의 전당! 남은 반년간 부지런히 방문해주마.

이 시계는 볼때마다 기분이 좋다. 유럽의 어느 곳에 있는 듯한 착각을 만들어 주는 외관.

생각보다 사람이 꽤 많았다. 아이들이 방학이라서 그런지 아이와 함께 방문한 엄마부대가 많이 보였다. 다행히 라이프 사진전이 아닌 1층에 전시중인 다른 전시장을 많이들 갔다. 럭키!

요금은 13,000원. 보통 소셜커머스에 할인티켓이 올라오는데 이번 건은 없다. 롯데카드 할인만 있다. 롯데카드가 없어서 할인은 받지 못했다. 오디오 가이드도 하나 대여하고. 내부는 촬영 금지라 사진이 없다. 뭐 사진을 사진으로 남겨 뭘 하겠는가. 


예상보다 더 좋았다. 철학이 담겨 있는 라이프 매거진도 좋았고 사진은 더 좋았다. 작품수도 많았고 설명도 친절했다. 그 어느것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이 없었다. 


사실 이 사진전은 단순한 '사진전'이 아니라 '역사전'이다. 사진이라는 최신의 매체를 통해, 그때 당시의 역사적 순간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었다. 열마디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것을 말해줄때가 있다. 전시된 모든 사진들이 그 시절의 역사를 서술한 책들보다 더욱 생생하고 강렬하게 독자들에게 과거를 보여주며 말을 걸고 있었다. 


사진전을 보면서 몇달전에 보았던 영화 Denial 을 떠올렸다. 홀로코스트에 대해 거짓을 말하는 이와 진실을 말하는 이의 재판이 줄거리의 골자이다. 의도적인 거짓이 역사를 왜곡하고 변질시키는 것을 보며 우리나라의 현재 망가진 방송과 신문사들을 생각했다. 진실을 밝히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돈과 권력의 노예로 전락한 미디어의 현재. 


라이프는 기자들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했다고 한다. 유명한 사진 중 하나인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사진에 들인 돈은 막대했다. 노르망디에서 찍은 실태의 필름들은 라이프가 공수한 비행기로 바로 운송되었고, 비행기 안에는 암실이 준비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으로 날아가는 동안 사진을 완성하여 다음날 아침 신문에 전쟁의 참혹함이 담겨 있는 사진을 실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해당내용은 지대넓얕에서 듣고 대충 기억나는대로..) 


돈보다 가치 있던 진실을 위한 기자들이고 미디어였는데, 이제는 가치들이 돈에 짓밟히는 시국이 되었다. 마음이 씁쓸했다.


여운이 남아서 계속 밖을 서성였다. 이제는 카메라도 아닌 스마트폰으로 누구나가 무한하게 많은 사진들을 찍어 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현시대에 사진은 다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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