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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오늘도 맑음

[미니멀리즘] 18. 간만에 대청소를 했다

by 여름햇살 2017.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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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집이 싫어지는 경험을 했다. 이 경험이 매우 이상했던 이유는 나는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이다. 작지만 매우 안락하고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다고 느꼈던 공간인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우리집이 너무 싫어졌던 것이다. 처음에는 내가 내년에 이사를 가기로 결심하면서 인터넷으로 이집 저집 알아보면서, 좀 더 넓고 좋은 조건의 집들의 사진을 보면서 현재에 불만족을 느끼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한달이 지난 다음에야 깨달았다. 내가 현재 우리집에 불만족스러운 것은 좁아서가 아니라 그새 또 가득 쌓여버린 물건들이 나의 평온한 공간을 점령해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리하여 지난 주부터 내다 버릴 것을 차곡차곡 모았다. 일단 기부할 물건 정리하기. 

먼저 나의 매니큐어 상자. 이 아이는 내가 대학교 3학년때 구매한 물건으로써 그때부터 나는 네일케어 제품부터 매니큐어들을 이 곳에 넣어두고 보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나의 마음의 평온을 주는 상자였는데, 왜냐면 나는 그때부터 항상 주말 저녁이면 개그 콘서트를 보면서 네일을 정리하고 매니큐어를 칠하는 것으로 일주일을 마무리하고 마음에 휴식을 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개그콘서트를 보면서 나를 치장하는데 집중하면서 나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렸던 것이다. 그랬던 나의 보물이지만 이제 놓아주려 한다.


첫째로 나는 더이상 개그콘서트를 보지 않고(호주로 간 이후로 보지 않았더니 더 이상 보고 싶지 않게 되어버렸다), 둘째로 네일에도 별로 관심이 없다. 예전에는 예쁘게 정리 되어 있는 손톱에서 즐거움을 느꼈는데, 이제는 조금 귀찮고 조금 예민한 성격이라 매니큐어가 올라가 있는 손톱으로 타이핑을 칠때마다 그 묵직한 느낌이 너무 싫다. 그래도 어쩌다 한 번씩 하는 것은 기분이 좋아서 도구랑 매니큐어는 남겨 놓았다. 부피를 많이 자치하는 요 케이스랑만 작별하기로 했다.


* 참고로 나는 내가 중학교 2학년때부터 시작한 개그 콘서트의 1화부터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는 2014년 10월까지 단 한 회도 빼놓지 않고 모두 보았다. 중학교때의 꿈은 개그콘서트 팀의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ㅋㅋ 귀여운 나의 중학교 시절이여. 

둘째로 운동화. 2014년에 연아 운동화로 떠오를때 구매했던 운동화인데, 생각보다 잘 신지 않아서 기부하기로 했다. 년도로는 오래 되었는데 2014년에 사서 좀 신다가 그 이후로 한 번도 신지 않아서.. 상태가 꽤 좋다. 

그리고 구두. 이제는 더이상 힐을 신지 않아서 안 신는 구두 중 2개를 정리했다. 이건 구매한지는 오래 되었는데, 역시나 신지 않은지도 오래 되어서 상태가 꽤 멀쩡하다. 

이 것도 2011년인가 2012년에 샀다가 한 두어번 신고 한 번도 신지 않았다. 일단 평발인 나는 아무 신발이나 사면 안된다는 것을 또 한번 알려준 구두였다. 새 주인 만나려무나. 

그리고 헤어롤. 이건 올 봄에 한창 머리를 말고 다닐때 구매했던 것인데 단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것말고 드라이기 없이 그냥 말기만 하면 되는 것이 편해서 그것만 쓰느라.. 너도 드라이기도 기꺼이 쓸만큼 부지런한 주인을 만나려무나...

그리고 여권지갑. 이건 남미 여행 가기전에 구매했던 것인데, 사용하지 않음에도 추억이 깃든 물건이라 꾸역꾸역 갖고 있었다. 아마도 평생 쓰게 될 여권지갑이 생겼기에 너도 이만 놓아주마...


그리고 폐기처분한 것들.

시계. 이건 내가 유럽여행을 할 때 사용했던 시계이다. 손목시계에는 알람 기능이 없어서 요걸 들고 다녔는데, 이것만 보면 행복했던 유럽 여행이 생각나서 버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최근에 옷장에서 뭘 꺼내다가 얘를 떨어뜨리면서 개박살(...) 나는 바람에 쿨하게 버리기로 했다. 안녕. 

보조배터리 이것도 잘 썼는데 어느 순간 보조 배터리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길래(가득 충전 시켜도 30분 뒤에 방전되어 버린다는..) 처분하기로 했다. 너의 사용기한은 1년이었구나...

뜬금없이 나온 작년 스위스 여행때 사용한 스위스패스. 아니 이걸 왜 아직도 안 버렸담??!! 간만에 대청소 하면서 책꽂이도 하나하나 다 뒤져봤더니 이렇게 쓸데없는 것들이 끼어있다. 


그리고 사진은 없지만 엄청나게 많은 출력물들. 거의 모든 출력물이 한 번 읽어보지도 않은 것들이다. 이렇게 자원을 낭비하게 된 것에 또 반성을 해본다.


그리고 의외의 득템물건. 

무선마우스! 이걸 계속 찾고 있었는데 못찾아서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도 드디어 너저분한 마우스의 선을 하나 정리할 수 있겠군!! 완전 기뻤다. 10평도 안되는 집인데, 얼마나 많은 물건을 쌓아두고 있으면 찾고자 하는 물건도 찾지 못할까. 반성을 또 해본다.


또 최근 갑자기 책 욕심으로 도서관에서 책을 어마무지하게 빌려왔다. 다 읽지 못하고 한동안 쌓여 있어서 이것 또한 스트레스 요인이 되었던 것 같다. 어서 빨리 다 읽고 반납해야지. 해야 할 일이 쌓여 있는 집이 되어 버렸으니 평온함을 느낄 수 있었을리가. 


한껏 정리하고 청소하고 닦아냈더니 다시 우리집이 좋아졌다. 집안 구석구석 먼지를 닦아내고 책상위에 쓸데 없는 물건들을 다 치워버렸더니 다시 나는 집이 너무 좋아졌다. 원래 오늘 오후에는 나가 놀려고 했는데 집이 너무 좋아져서 밖에 나가기가 싫어졌다. 그렇게 집에 있으니 뭔가를 계획하고 싶어졌다. 한동안 무계획적이었던 일상들이 내가 게을러서가 아니라, 내 주변이 어수선해서 그랬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깔끔히 정돈된 집에서 깔끔히 정돈된 마인드를 가질 수 있다. 물건으로 가득한 집안에서는 그 어떤 창의적인 것도 생각해낼 수 없다. 이미 정신이 쌓여있는 물건들로 분산되기 때문이다. 


나의 올 한해 목표는 내년 이사까지 짐을 최대한으로 줄이는 것이다. 그래서 이삿짐센터 없이 이사를 하는 것이 나의 최종 목표이다. 일단 옷을 더 줄이고, 책도 더 줄이고, 다른 잡다한 물건 또한 모두 줄이고 싶다. 캐리어 하나에 나의 모든 물건을 다 담을 수 있을 그 날을 위하여!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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