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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오늘도 맑음

새해 목표 중간 평가

by 여름햇살 2017.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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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회사에서 mid-year evaluation 하는 바람에 생각났다. 나도 올해 개인적으로 세워놓았던 목표가 있었다는 것을. 1월 2일의 사고로 내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삶이 흘러가느라, 나는 내가 아닌 것만 같은 반년을 살았다. 그래서 사실 계획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완벽주의자 성향이 있는 나는 한번 어긋나기 시작하자 그때부터 내 삶이 내 컨트롤을 벗어나버렸다는 생각에 정신적인 공황상태가 왔다. 그리고 여기서 빠져나온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는 태풍이 휩쓸고 간 것마냥 엉망진창인 나의 생활이 눈에 띄였다. 하나씩 복구해간다면, 예전의 삶으로 돌릴 수 있는데 그러질 못했다. 그냥 이러고 살다 죽는 건가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다행히 조금씩 예전의 나로 돌아가고 있다. 한 번에 짜잔 하고 변하지는 않지만,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밝은 면만 보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런 하루가 모여서 내 삶이 되는 것이니, 좌절하지 말아야지. 힘! 힘! 힘! 


그래서, 지킨 것이 거의 없지만 년초에 잔~뜩 세워놓은 나의 목표를 리뷰해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거의 한게 없어서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반성이 있어야 발전이 있으니, 처참한 평가 결과 조차 나 자신임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려 한다.


1. 방통대 공부


다행히 학고는 면했다. 왜냐면 방통대에는 학고란 것이 없기 때문이지................ 지난 학사 때도 안 받아본 학고를 받는 건가 라는 생각에 어찌나 간이 쫄깃쫄깃 하던지. 



수능때 공부한 걸로 퉁치려 했던 대학수학이 시험 당일에 고등학교 수학 부분외의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잠깐 패닉이 왔지만 어차피 객관식이면 찍으면 된다로 마음을 다스리고 했더니, 공부 안한 것 치고 점수가 잘 나왔다. 대신에 배신이 있었으니.. 이 모든 과목 중에서 가장 많이 공부를 한 엑셀데이터분석이 80점이 나왔다. 대학수학과 통계학 개론, 통계패키지는 수능때 수리영역 공부 하던 것으로 퉁치려 했던 것이 있었고, 통계조사방법론은 수학적인 것도 아니고 그냥 한번 읽기만 해도 시험칠수 있는 내용(수능으로 비교하면 사탐에서 지리나 과탐에서 지구과학같은 과목)이라 그냥 읽고 말았다. 그런데 엑셀데이터분석은 처음 들어보는 내용도 있고 엑셀에 사용하는 수식들이 너무 낯설어서 나름 3일을 공부했다. 아니 그런데...... 제일 많이 공부한 과목이 날 배신했어. 데이터시각화는 .. 그냥 학기초에 버렸다. 그래서 과제물도 제출 안했다. 이건 다음에 계절학기에서 점수를 받아야겠다. R을 배우지 않은 상태로 도저히 손댈 수 있는 과목이 아니었다. 그냥 이 3학점으로 2학년 다른 수업을 들을껄 조금 후회가 되었다.


시험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모두 객관식이라 긴가민가해도 오답을 제외하는 식으로 답이 추측이 가능했다.. 그래서 나는 2학기의 내가 더 무서워졌다. 또 이렇게 설렁하고 학점만 채우려나 싶어서. 이미 2학기 수강신청을 마쳤는데, 1학기를 겪어보고 무조건 내가 듣고 싶은 대로 (데이터시각화는 원래 안 들으려고 했는데 오티갔다가 추천 받아서 넣은 과목이었다) 했더니 출석과목 5개에 과제물이 과목이 1개가 되었다. 휴가가 좀 남아 있어서 다행이다... 학기 중에 출석수업 참석해야 하니... 2학기는 진짜 진짜 열심히 하리라!


2.영어공부


이 건 변명의 여지 없이 F 이다. 정말 손도 대지 않았다. 그래도 작년 까지만 해도 영어가 잘하고 싶어서 계속 아둥바둥 대기는 했다. 미국인 매니저가 얕잡아 볼까봐 이메일도 멋드러지게 쓰고 싶었고, 영어로 통화할때 등땀,겨땀을 덜 흘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 초에 업무적으로도 영어를 별로 쓰질 않아서 자극이 좀 덜 되었다. 그리고 마음 자체가 그냥 하기가 싫었다. 그러나..!! 올 하반기에 진짜 열심히 해 볼 예정이다. 그 이유는 영어가 아니라 스페인어에 있다. 내년에는 스페인어 공부를 시작해보고 싶은데 언제까지 '아 일단 영어부터 좀 하고..' 라며 내가 진짜 배우고 싶은 것을 미룰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 하반기에 진짜 열심히 공부해서 내년에는 영어 공부는 좀 설렁 설렁 하더라도 그간 배우려 했던 스페인어를 시작하고 싶다.


3. 건강 챙기기 - 운동, 건강하게 먹기 7. 여행


사고 이후로 운동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아프니 주말마다 전국을 쏘다니며 국립공원을 모두 방문 해 보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함께 날아갔다. 그래서 나의 우울증이 더 심했던 것 같다. 싸돌아다녀야 되는 성격인데 그러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 계획은 수정하기로 했다. 현재 도수치료와 필라테스로 재활치료 중에 있다. 연말까지 꾸준히 받으면서 통증을 줄이고 원래의 생활 반경을 되찾아 가는 것으로 목표를 바꾸었다. 


그리고 식습관. 내 평생에 가장 나쁜 식습관이었다. 거동이 불편하니 집에서 요리를 하고 싶지 않았다. 장을 본다고 짐을 들면 허리가 아프니 시작 단계부터 싫어서 매끼니를 불과 어제까지 사먹어댔다. 그랬더니 몸에서 바로 반응이 온다. 오늘부터는 다시 집에서 요리를 시작했다. 회사에도 다시 도시락을 싸들고 다녀야지. 먹은 것이 내가 되니 건강하게 먹고 건강해져야겠다.


4. 독서 - 1달에 6권


나의 편식때문에 다양한 주제로 책을 읽는 것은 실패했다. 그리고 1달에 6권을 지킨달고 있고 못 지킨 달도 있는데, 최근 많은 책을 읽어서 평균적으로는 1달에 6권씩 읽은 셈이 되었다. 예전에는 여행하거나 휴가일때 책을 많이 읽었는데, 그 것이 모두 나 혼자하는 여행이라 가능함을 알게 되었다.확실히 동행인이 있으니 그러지 못해서 4월달은 4권을 겨우 채웠다.


No.weekTitleAuthorCategory
12017년 1월 1일대통령의 글쓰기강원국인문
22017년 1월 8일혼자서도 괜찮아 쿄쿄에세이
32017년 1월 15일이기적인 유전자 리처드 도킨슨과학
42017년 1월 22일상냥한 폭력의 시대 정이현소설
52017년 1월 29일처음처럼 신영복에세이
61월 - extra 1정청래의 국회의원 사용법 정청래정치/사회
71월 - extra 2집의 즐거움 와타나베 유코취미/실용
81월 - EnglishDiary of a wimpy kidJeff KinneyNovel
92017년 2월 5일면역에 관하여율라 비스과학
102017년 2월 12일유시민의 공감필법유시민인문
112017년 2월 19일하루 5분 나를 성장시키는 메모 습관의 힘신정철자기계발
122017년 2월 26일그릿 Grit앤젤라 더크워서자기계발
132월 - extra 1대한민국이 묻는다 문재인정치/사회
142월 - extra 2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소설
152017년 3월 5일철학의 위안알랭 드 보통철학
162017년 3월 12일악마 기자 정의 사제주진우, 함세웅정치/사회
172017년 3월 19일호밀밭의 파수꾼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소설
182017년 3월 26일7년의 밤정유정소설
193월 - extra 1몸을 씁니다플로랑스 비나이건강
203월 - extra 21219 끝이 시작이다문재인정치/사회
213월 - extra 3아침 5시의 기적 제프 샌더스자기계발
222017년 4월 2일사는게 뭐라고사노 요코에세이
232017년 4월 9일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1공지영에세이
242017년 4월 16일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공지영에세이
252017년 4월 23일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프레드릭 베크만소설
2017년 4월 30일
4월 - extra 1
4월 - extra 2
262017년 5월 7일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요나스 요나손소설
272017년 5월 14일빅데이터니시우치 히로무경제/경영
282017년 5월 21일왕따의 정치학조기숙정치/사회
292017년 5월 28일호모데우스유발 하라리인문
305월 - extra 1숨쉬듯 가볍게김도인철학
5월 - extra 2
312017년 6월 4일김어준 평전 김용민정치/사회
322017년 6월 11일표현의 기술유시민, 정훈이인문
332017년 6월 18일공지영의 지리산 학교공지영에세이
342017년 6월 25일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히가시노 게이고소설
356월 - extra 1내 몸에 독이되는 탄수화물에베 고지건강
366월 - extra 2당질 다이어트에베 고지건강
376월 - extra 3폭 넓은 생각을 위한 역사 속 말빨 사전 101노회찬인문
386월 - extra 4술먹는 책방김진양에세이
392017년 7월 2일휘게 라이프마이크 비킹자기계발
402017년 7월 9일브릿마리 여기 있다프레드릭 베크만소설
412017년 7월 16일퇴사하겠습니다이나가키 에미코에세이
422017년 7월 23일살인자의 기억법김영하소설
437월 - extra 1문재인의 운명문재인정치/사회
447월 - extra 2아이슬란드가 아니었다면강은경에세이
457월 - extra 3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김민식자기계발


하반기에는 extra 책을 영어원서로 채워볼까 생각중이다. 지난 주말에 본가에 다녀왔을때, 3년전에 사둔 왕좌의 게임 원서 책 5권을 고스란히 가지고 왔다. 집에 둬봐야 읽는 사람도 없고 사뒀으니 읽어야지 라는 생각으로 가져왔다. 다 읽고 나면 이걸 또 처분하게 되니 내가 소유한 물건이 또 줄어든다. 기쁜 마음으로 열심히 읽어야겠다.


5.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먼저 미니멀리스트. 이건 꽤 성공했다. 집에 늘어난 물건이 거의 없다. 지난 번에 여름 맞이 옷을 샀다고 상의 두 벌을 산 이후로 의류에는 옷을 한 번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매끼니 사 먹느라 물건 살 돈까지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참, 시간이 갈 수록 갖고 싶은 것이 없다. 뭐 딱히 필요한 것도 없다. 지금 현재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은 곧 기타 배우기를 시작할 예정인데, 그래서 기타를 사고 싶은 것 외에는 딱히 없다. 연말까지 목표는 이사짐센터를 부르지 않고 이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짐을 줄이는 것이다. 갖고 있는 책은 더욱 줄이고, 앞으로 생필품도 거의 구매하지 않고 이사하면 그때 사는 것으로 노력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Zero waste. 아이러니하게도 집에서 요리를 안하고 또 불필요한 물건을 사지 않으니 쓰레기가 없다. 사실 우리집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는 거의다가 음식쓰레기였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요것도 앞으로 계속 노력해야지.


10시 취침과 5시 기상은 거의 지키지 못했다. 아니 일단 10시에 자리에 눕고 5시에 일어난 것은 맞긴 하다. 하지만 5시에 일어나서는 생산적인 일을 한다기보다 그냥 침대에서 빈둥빈둥 대었으며, 10시에 자리에 누워서도 바로 잠들지 못하고 팟캐스트를 듣는다거나 인터넷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내일부터는 다시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확보하게 되는 잉여 시간을 나의 계발을 위해 사용하고자 한다.


스마트폰 줄이기. 대참사. 지난주에 문득 내가 진짜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있구나를 깨닫고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다. 오늘은 비행기모드로까지 변경했는데, 사실 누구한테 연락이 와서가 아니라 내가 손을 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이 것도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라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조금씩 조금씩 사용하지 않는 시간을 늘려가야겠다.


메모의 습관화. 반만 성공했다. 메모를 하긴 하는데 이 것을 다시 리뷰하는 시간을 갖지 않는다. 그러면 뭐하러 쓰나 라는 자괴감이 들면서, 앞으로는 일주일에 한 번씩 내가 뭐라고 썼는지 리뷰하는 시간을 갖도록 결심했다. 


6. 절약


잘못된 돈 계산으로 이번달은 심한 적자에 허덕이고 있지만, 그래도 돈은 좀 모았다. 일단 무조건 적금 계좌로 이체시키고 난 다음 그냥 남은 돈으로 한달을 버텨보겠다 라고 하니 그래도 어찌어찌 시간이 흘렀다. 물론 월급 직전에는 현금이 없어서 신용카드를 써서 가능했던 적도 있지만, 그래도 일단 현금 자체는 확보했으니 점차 생활의 규모를 줄여가야겠다. 아낀 돈은 내년 이사할때를 위함이다.


8.기타 .


나의 영화 보는 눈은 감히 늘어났다고 평가하고 싶다. 아니 이건 취향이 변한 것 같다. 오락성인 영화에서 마이너한 영화로 취향이 조금 변경 되었는데, 그 이유가 예전에는 읽을 수 없었던 것을 읽을 수 있기에 생긴 변화라고 여기고 싶다. 그래도 여전히 영화는 어렵다. 책을 좀 더 읽으며 내가 변화하는 수 밖에.


생각보다 저조한 점수지만 나를 자책하거나 나 스스로에게 실망하지 않으려고 한다. 못했던 것은 이제 해나가면 되고 아직 시작도 못한 일들은 내일부터 하면 된다. 힘내자!


#2


이효리의 앨범을 구매하러 바이닐에 접속했다가 내 사랑 EVE가 올 1월에 새로 앨범을 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중학교때부터 EVE를 좋아했었는데 그 이유는 그 들이 다른 밴드들과 달랐기 때문이다. 나는 HOT나 젝스키스, GOD같은 아이돌에 열광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힙합 듣는 것을 좀 더 좋아했고, 사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왠만한 노래를 다 들었었는데, 자신들의 색깔을 내는 EVE가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학교 입학 후 음악을 듣지 않으면서 그들의 존재를 잊고 있다가 거의 10년만에!! 다시 그들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결재 후에 바로 다운을 받았다. 그리고..! 완전 놀라웠다. 예전에 그들의 음악은 뭐랄까. 2% 부족한 부분을 덕심으로 채워서 듣는 것이었는데 이번 앨범은 진짜 헉? 소리가 나왔다. 뭐야 내가 알던 그들이 아니잖아. 못 보던 사이에 그들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만 보낸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모습에 괜히 자극받아서 나도 당당하게 지난 세월을 열심히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도록 오늘을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간만에 들으니 너무 좋다. 예전 앨범들은 모두 본가에 있는데, 8월에 내려가면 CD를 몽땅 가져와야겠다.


#3


호주로 향하기 전 2014년까지의 서울은 나에게 로이킴의 "서울 이곳은" 이었다. 나는 2006년부터 시작한 서울 생활에 지쳐있었다. 학교를 다닐 때는 그나마 공부를 하고 친구들과 보냈고 방학때마다 집에 내려갔기에  즐거운 시간이 많았다. 하지만 혼자라고 느껴지는 문득문득의 순간과 직장생활의 시작과 함께 나는 '서울'이 힘들었다. 그때는 지인들에게 항상 고향으로 돌아가서 살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서울의 잘못이라기보다 순진했던 내가 서울의 새로운 면을 볼때마다 지레 겁을 먹었던 것 같다. 


이효리의 서울은 들을때마다 기분이 묘하다. 지금의 나에게 서울은 이효리의 '서울'이다. 훨씬 더 차분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객체였던 서울이 아니라 주체였던 나의 문제였던 것을 깨달은 뒤기 때문이다.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디에 있건 내가 중요하게 된다. 장소가 나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결국에는 그 것을 결정하는 것은 나이다. 그렇기에 서울을 향해 있던 격한 애증의 감정은 사라지고 휘파람소리와 함께 시크하게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 볼 수 있다. 


+

아무리 다른 사람들이 까대도 나는 이번 이효리느님의 앨범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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