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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오늘도 맑음

[미니멀리즘] 19. 옷정리

by 여름햇살 2017.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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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맞아 여름 옷을 넣고 가을 옷을 꺼내면서 입지 않는 옷도 정리하기로 했다. 많이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버리지 못하고 있던 옷들을, 그리고 연휴때 본가의 옷장에 보관하고 있던 옷도 가지고 올라와서 정리했다. 본가에서 엄마가 보는 앞에서 옷 버리면 등짝 스매싱 당하기 때문에 입으려고 가지고 가는 척 하고 버렸다. 007 작전을 방불케하는구나.

​왼쪽부터 흰색 반팔 블라우스. 저건 작년여름부터 입는다고 냅뒀는데 2년 동안 단 한번도 입지 않았다. 비싼 옷은 아닌데 엄마랑 쇼핑 갔다가 엄마가 사주신 옷이라 그 추억 때문에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손이 잘 가지 않는다. 내가 입기에는 조금 화려해서 기부하기로. 그리고 남색 후드와 파란색 니트. 그리고 회색 맨투맨, 크로스백과 숄. 크로스백과 숄은 호주에서 샀던 것이라 추억때문에 갖고 있었는데 요것도 결국 단 한번도 사용하지 않아서 그대로 기부했다. 가지고 있으면 뭐하겠어. 집만 비좁다.

​그리고 남미 여행때 만났던 다니엘이 사준 보라색비니.2012년 남미 여행 때 이후로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내가 비니를 쓰지 않는 사람이라...그리고 대학생때 선물받았던 넥워머. 동기들이 나름 괜찮은 브랜드에서 사다 줬는데, 20대에는 저걸 하고 다녀도 예뻤는데 나이가 드니 어울리지 않아 최근 몇년간 사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쨍한 박시니트도 안녕.

​20대 중반까지 입었던 쟈켓. 지금은 팔뚝이 랩으로 싼 소세지처럼 땡땡해서 도저히 입을 수 없다. 팔뚝만 좀 커도 그냥 입을텐데, 도저히 불가능하여 포기. 

요것도 캐시미어가 들어가 차르르한 느낌이 있는 가디건인데, 암만 노력해도 XS는 이제 아닌 것 같아 놓아주기로 했다. 모두 기부했다.


비우고 나니 마음이 좋다. 이제서야 물건들이 말을 건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비니는 '이것 봐, 너 2012년에 남미 여행했던 것 기억안나? 빨리 또 다시 한 번 가야지' 라고 말을 걸고 작은 사이즈의 옷은 '다시 입을 수 있게 저녁 굶고 운동을 하는거야' 라며 나를 재촉한다. 추억이 깃든 물건들은, 현재의 내 자신의 삶을 만족하게 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마음을 버리는 것 만큼 물건을 비우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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