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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책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

by 여름햇살 2017.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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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국내도서
저자 : 김애란
출판 : 문학동네 2017.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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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작가님은 2013년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통해서 처음 만났다. 그리고 그때 대상을 받은 수상작 '침묵의 미래'를 읽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사람이 아닌 동물 혹은 사물이 화자인 소설도 꽤나 신선하다. 그런데 그 것을 넘어서 무형의, 우리가 사회적으로 약속한 관념 자체가 화자가 된다는 상상은 신선을 넘어 쇼킹했다. 이 정도의 창의성은 도대체 어떤 사람의 머리 속에서 나오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당시 침묵의 미래를 읽었을 때에는 사라지는 언어 중에는 나의 모국어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슬퍼했다. 내가 현재 쓰는 언어가 한국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 한국어가 영원히 지속되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건 나 뿐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느끼는 현상이리라. 거리를 걷다보면 도시뿐만이 아니라 시골에서조차 간판은 모두 영어로 되어있다. 한국어로만 적혀 있다 뿐이지, 그 것은 영어의 표음에 지나지 않는다. 해가지지 않는 나라 영국, 나는 그 문장을 들을때마다 영어를 생각한다. 인터넷보다 더욱 강력하게 세상을 제패한 것은 영어가 아닐까, 나는 자주 생각한다.


놀랍고 착찹한 마음으로 읽었던 침묵의 미래가 두 번째 독서에서는 다르게 나타났다. 언어가 아니라 그 것은 '권리를 향한 목소리'로 대체되었다. 우리가 정의를 위여 목소리 내지 않는다면, 우리는 자유롭게 거주할 '권리'를 박탈 당하고 중앙에서 만든 박물관에서 생을 마감하는 '의무'만이 남을 것이다. 우리의 목소리는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디로 사라지는가. 지난 9년간의 말도 안되는 정부 아래 있었더니, 모든 텍스트가 정치적으로 읽히는 것 또한 트라우마리라. 문득 우리 세대는 이 정치적 트라우마에서 평생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 


역시 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아가는 스타일. 독서 일기는 이제 쓰지 말까?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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