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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책 바깥은 여름

by 여름햇살 2018.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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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국내도서
저자 : 김애란
출판 : 문학동네 2017.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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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8 - [일상/불친절한 감상자] - 책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


이 책은 작년에 읽었던 책이다. 그렇다고 다시 읽어서 감상을 다시 쓰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참석한 독서 모임의 선정 도서가 이 책이었고, 그래서 참석하신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설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되어 오늘의 생각을 정리하고자 한다. 


오늘의 화두는 '책' 그자체였다. 나와 함께 이 책이 좋았다는 의견도 있었고 그 반대로 이 책을 쓴 의도를 모르겠다, 남는 것이 없다, 작가의 표현력을 자랑만 해놓고 결론 없이 끝나버린 책이다 등등의 다른 반대 의견들도 나왔다. 그 와중에 내가 꽂힌 주제는 '불안'이었다. 왜냐면 이 책을 읽고 불쾌했다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며 이 책의 어떤 점이 불쾌했는지를 살펴보았는데, 그것은 결론적으로 소설에서 묘사하는 주제들에 몇몇 분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불안은 어떤 상황하에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모를 때 생겨나는 감정이다. '바깥은 여름'이라는 책이 누군가에게 불편함과 불안감을 안겨다 준 것은, 그들이 소설속의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마주했을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의미다. 각 단편 소설에서 주인공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원하는 것을 상실하는 일을 겪는다. 대상이 무엇이건 상실은 마음아픈 경험이기에 우리는 그런 일들은 우리에게 일어나지 않으리라 부인하고 믿으며 살아가게 된다. 상상만으로도 가슴아프기에 이런 부인의 행동은 만에하나 내가 그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하지 않게 만든다. 그 상상조차 끔찍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불행한 상황에 대한 가정의 부재가 책을 읽고 불안하게 만든 요인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이와 함께 불안과 불안의 상황에 반응하는 각기 사람들을 보며 불안 그 자체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포스트 모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은 불안에서 벗어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중세에는 종교가 근대에는 합리적인 이성이 기준이 되어, 나는 내가 선택을 할 일이 없이 그 기준에 따르기만 하면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존의 옳고 그름과 같은 주관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절대적이라고 믿었던 과학마저 불확실의 영역으로 넘어가 버렸기 때문에 모든 것은 현재를 받아 들이는 사람의 몫으로 남게 되었다. 우리는 그렇게 삶에서의 기준을 잃어버렸고,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함께 불안도 함께 얻게 되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삶은 각자의 선택으로 존재하고 결정된다. 기준이 있기에 판단내리기 편리했던 삶과 멀어졌지만, 대신 그만큼 우리는 가능성을 얻게 되었다. 불확실하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계속 선택하며 앞으로 나아가야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 순간들은 저절로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행복의 순간 뿐만 아니라 나를 그자리에서 주저 앉게 만드는 불행의 순간도 포함이 된다. 작가 김애란은 그런 화두를 던진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추가로 단편소설 중 '입동'과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세월호와 관련된 이야기라는 것을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침묵의 미래'가 이 단편집에 함께 포함 된 것이 온전히 이해가 되었다. '침묵의 미래'를 2번째로 읽게 되었을때 온당히 받아야 할 권리를 위한 우리의 목소리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다. 우리가 침묵하게 된다면, 부조리한 또는 억울한 상황을 겪으며 우리는 삶에서 중요한 것을 잃게 된다는 것을 다른 단편들로 보여준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다시 우리는 우리의 삶을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원래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간다 :D  


지난 번에 읽었던 김영하의 '오직 두 사람'에 실렸던 '옥수수와 나'에서 느꼈던 점을 다시 결부시켜 본다 . 자신이 대단한 걸작을 쓰게 될 거라고 믿었던 남자는 타자에 의해 아무 의미없는 옥수수로 규정되어 버렸다. 우리는 내가 믿고 있는 나의 모습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너는 이렇다 라고 타자 및 세상이 규정해주는 대로 존재하는 것일까.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나는 위대한 소설가가 될 수도, 혹은 닭에게 쪼여버릴 옥수수가 될 수도 있다. 


사회적 평가와 상관없이 내 삶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다. 내가 불행과 행복마저 선택할 수 있는 그 열린 결말이, 우리의 삶을 좀 더 주체적이고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것 아닐까. 책을 읽고 난 후의 선택조차 나의 몫이니 나는 이렇게 선택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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