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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sta/2012 SA

[남미여행_2012/04/11] 10. 여자, 드디어 혼자 남미에 도착하다.

by 여름햇살 2013.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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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파울루가 생각보다 동네가 무서워서 ㅋㅋ 이날은 숙소에 짱 박혀서, 그당시 당일에 블로그에다가 일기를 썼다. 현장감(?)을 매우 반영하는 글이라고 할 수 있겠군. ㅎㅎ  상파울루는 4월 11일이었지만, 한국은 12일 총선이 끝난 시점이라서 우울하다는 이야기도 적혀 있다. 신기하고 재미있다. 예전에 썼던 일기를 다시 읽는 기분은 이런 것이구나. 아래는 네이트 블로그에 썼던 글을 각색해서 붙여넣기~~~~

 

 


 

비행기 좌석 옆자리에는 금발의 파란눈 에드워드는 아니지만 브라질리안으로 보이는 남자가 앉아 있었다. 하지만 흔한 할리우드 영화에서처럼 도착할때까지 하하호호 수다 떠는 것 따위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한마디도 안하고 10시간을 비행했다. 심지어 그남자, 화장실갈테니 비켜달란말도 안했다..... 굉장한 방광의 소유자.

 

낮에도 H와 둘이서 빨빨거리며 많은 거리를 돌아다니고, 비행기가 밤비행기였기에 탑승하자마자 골아 떨어졌다. 정줄 놓고 자다가, 목디스크 걸릴 것 같은 통증이 느껴져서 깼더니 내 바로 앞좌석에서 음식을 나눠주고 있었다. 이렇게 소란스러운데도 안 깨다니. 진짜 피곤했나보다.

 

 

그나저나 기내식은 절대 놓칠 수 없다며 또 눈이 제대로 떠지지도 않으면서 기내식을 받아 들었다. 맛은.............. 역시나 아메리칸 에어라인에는 치!즈!가 제일 맛있는 듯 ㅋㅋ

 

식사를 끝내고 블랙잭 게임을 조금 하다가 바로 골아 떨어졌다. 총 10시간의 비행이었는데 목 베개를 갖고 오지 않아서 진심으로 목디스크 걸리는 줄 알았다. ㅜㅜ 나 일본에서 뉴욕갈때 정말 운좋게 편하게 간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 중간에 두번이나 비행기가 미친듯이 흔들려서 추락공포를 느끼기도 했다. 왠지 벨트를 메고 싶어서 식사하고 화장실갈때 말고는 탑승 후 한번도 벨트를 푼적이 없었는데, 벨트를 한 나조차도 좌우앞뒤로 들썩들썩 자칫하면 바닥에 굴러다닐 기세로 비행기가 흔들렸었다. 나 이러다가 로스트 찍는거 아니냐며 혼자 덜덜덜 거리다가 잠이 들었는데, 농담이 아니라 진짜 로스트 섬에 떨어져 바다에 떨어진 배낭을 뒤지고 다니는 꿈을 꿨다........하지만 애석하게도 내가 사랑하는 조쉬 할로웨이는 나오지 않았다..

 

 

불편함과 무서움때문에 자는 둥 마는둥 하다보니 이번엔 아침을 챙겨준다고 승무원들이 바쁘게 돌아다니구 있었다. 배가 그렇게 고프진 않았지만, 뭐가 나오는지 궁금해서 받았다. 받아들고 역시나 아침은 별거 없구나..... 하며 맛있게 다 먹어 주셨다. ㅋㅋㅋㅋ 진짜 비행기 안에서는 지루해서 계속 먹게 된다.(라고 비겁한 변명을...무슨 24시간 지루하시냐며..) 밥먹고 20분 정도 지나자 비행기는 활주로에 착륙했다. 살아서 무사히 도착했다는 사실에 일어나서 기장을 향해 기립박수를 칠뻔했다. 무서워서 얼른 비행기에서 내렸다. 농담 아니라.

 

그리고, 드디어 도착했다! 남미, 첫 나라, 브라질.

 

 

 

비행기에서 내려서 한참을 복도를 따라 걸었다. 그리고 입국심사대에 도착했는데,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심지어 출국 비행기표를 보여달라고도 하지 않았다. 완전 바짝 쫄아 있었는데 괜히 김새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무사히 통과해서 기분은 좋았다!(그리고 이 이후로도 느꼈지만, 대한민국 여권은 정말 프리패스다.)

 

그러나 공항에서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좌절. JFK 공항에서도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아서 예약해둔 민박집의 주소를 알지 못했는데 (심지어 전화번호도 없었다!) 여기서도 터지지 않다니. (와이파이 될 때 미리미리 챙겨둘 생각은 안하고 공항에서 와이파이 안 터진다고 궁시렁 거리구 있다 ㅋㅋㅋㅋㅋㅋ) 어쩔수 없이 인포메이션에서 호스텔의 정보를 얻기로 했다.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지도를 얻고 호스텔을 추천을 받았다. 엄청 친절한 여자분이 20분 넘게 설명해주셨다. 하지만 호스텔은 헤뿌블리까 근처에는 1군데 밖에 없었다. 주소를 보니깐 100배 즐기기에서 추천해주는 상파울루 호스텔. 여자보고 나 거기서 묶고 싶은데 지금 자리가 있는지 좀 알아보고 예약해주면 안되냐니깐 미안해 하면서 그런 업무는 하지 않는단다. 하긴 그냥 인포메이션일 뿐인데...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일단 무작적 그곳으로 가기루 결심! 없으면 근처 호텔이라도 묶자는 심정으로! 암암, 내 여행 스타일은 깡이지. ㅋㅋㅋㅋ

 

 

 

그리고 공항을 떠나기 전에 남은 달러를 환전했다. 뉴욕씨티 덕에 완전 개털날리는 지갑을 열어보니 고작 132달러가 남았다. 많이 쳐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환전소에 내밀었더니 220 헤알을 주었다. 다른 곳에서처럼 환전소에서 전광판에 환율을 게시하지도 않았고, 와이파이가 안터져서 검색도 불가능해서 유리하게 환전한건지 안 한건지를 잘 모르겠다. 부족할 것 같아서 시티은행 ATM기에서 돈을 찾으려 했더니 공항내에 없다고 해서 그냥 나왔다. 지도에 보니 시티은행이 두군데에나 표시 되어 있어서 굳이 공항에서 인출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기때문이다. 당장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 헤뿌블리카 광장 근처로 가기 위해서 공항버스를 타기로 결정했다.

 

 

 

공항에 보면 안내표시에 Bus표시판을 잘 따라서 가면 이렇게 매표소가 나타난다. 공항이란 것은 어느 나라를 가든 비슷해서 헤맬 일이 잘 없는 것 같다.

 

 

요금은 35헤알. 카드도 되길래 얼른 카드를 내밀었다. 안내소에서 어디서 타라고 설명해줬는데 포르투갈어를 전혀 모르니깐 우노(숫자 1)라는 단어 하나 알아들었다. 1이 어쨌다고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서 버스 타는대로 갔더니 1번 플랫폼이었다. ㅋㅋㅋㅋ 눈치를 좀 키워야겠다 ㅋㅋ

 

 

짜잔~하고 깨끗해보이는 버스 도착. 운전사 아저씨를 보면서 살짝 웃었다. 이건 뭐, 목소리를 빼앗긴 인어공주 수준이다. 나의 안면에 있는 모든 미세 근육들을 이용하여 상대에게 나의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 ㅋㅋㅋㅋ 휴, 남미 두번 왔다간 안면마비 되겠어 ㅋㅋㅋㅋㅋ 아저씨가 웃으면서 캐리어를 차에 실어준다.

 

 

버스는 매우 쾌적했다. 게다가 기차처럼 네명이서 마주보고 앉으며 가운데 테이블까지 있는 자리가!

좋다고 혼자서 테이블자리 차지. 버스안에 있는 티비를 보는데 계속 범죄자 뉴스만 도착하기까지 40분 내내 나와서 너무 무서웠다. 계속 현상수배 사진 나오고, 범죄 현장 재현하고,,  브라질에 들어오기 전부터 바짝 쫄아 있었는데 그 뉴스가 날 더 무섭게 했다. 심지어 무슨 범죄인지 못 알아들으니깐 나의 상상력으로 인해 그 뉴스내용이 더욱 흉악범죄로 보였다.

 

정확히 10시 40분에 헤뿌블리카 광장에 도착했다.

세계 최대의 도시 뉴욕에 있다가 와서 그런지, 상파울로 도시의 낙후가 심한건지, 도시가 도시같아 보이지 않았다. 뭐랄까, 방콕과 유럽이 섞인 듯한 풍경이라고 표현하면 적절할까? 길에는 거지가 즐비했으며, 도시의 시설 또한 매우 낡아 있었다. 워낙 흉흉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낯설음 때문에 긴장을 했지만 뉴욕만큼이나 거리 표시가 제대로 되어 있어서 호스텔은 길 한번 헤매이지 않고 한번에 찾아왔다. 무서워서 택시는 타지 못하고 걸어갔다. 짐이 있어서(심지어 캐리어 바퀴 4개중 1개의 고무가 날아가 있었다..ㅜㅜ.. 그리고 이 순간부터 헬게이트 시작.) 오래 걸렸지 10분이면 오가는 거리였다.

 

 

 

도착한 상파울루 호스텔. 유럽에서 종종보던 그 호스텔의 분위기였는데, 나는이런 캐쥬얼한 분위기가 너무 반가웠다. 2009년의 여름, 그 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4명 도미토리로 아침포함해서 49헤알. 브라질 물가가 비싸다더니 확실히 여기서 체감했다. 물론 10명 도미토리를 쓰면 39헤알이긴 하지만, 왠지 호스텔 자체의 시설이 좋아 보이진 않아서 4인실로 결정. (여담으로 예전에 바르셀로나에서 12인실에 묶었던 적이 있었는데 의외로 훌륭한 시설에 매우 놀랐던 적이 있다. 그리고 손님이 없어서 침대 4개에 짐을 널부려 놓기도 ㅋㅋ)

 

 

샤워하고 짐정리했더니 1시간이 훅 지나가버렸다.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얻어서 인터넷에 접속을 하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인터넷을 못한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도 몹시 초조해했다. 현실을 벗어난 장기여행을 택했으면서도 현실의 끈이 끊어질까봐 초조한 내모습에 내자신도 씁쓸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혼자 여행하는 거니깐 그러려니 해주기로...ㅋㅋㅋㅋㅋ 여하튼 준비 끝나자마자 시내관광 시작!!!!!!

 

 

 

날이 흐려서 쨍한 사진이 없다. 남미 특유의 쨍쨍한 하늘을 담고 싶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첫날부터 하늘에 먹구름이.. 앞으로 나의 남미 여정을 암시하는 복선은 아니겠지.....................  브라질의 메트로에 도전하기. 100배 즐기기의 첫번째 일정대로 관광을 할 생각으로 먼저 Republica역에서 동양인의 거리가 있는 Liberdade 역으로!

 

 

 

티켓은 이 곳에서 사면 된다. 사람들이 줄을서서 기다리고 있는 곳이 티켓판매소. 현지인들은 무인기계에서 카드를 꽂고 충전해서 쓰는 듯 했다.

어떻게 말해야 될지 몰라서 어리버리하다가 유리창에 Unitario 3.00이라고 적혀 있길래 이거다하고 "우니따리오, (손으로 브이를 만들며 ) 도스!" 라고 말했다.

그러자 매표소 여직원이 씨익 웃으면서 뭐라고 말했다. 못알아듣겠다. 20 헤알 지폐를 내밀었더니 티켓 두장과 14헤알을 거슬러 주었다. 푸하하, 티켓 구매 성공. 의기양양해진다. 퀘스트 수행한것마냥 너무너무 기뻤다. ㅋㅋㅋ

 

 

티켓은 한국의 그것과 똑같이 생겼다. 정확하게는 지금의 형태로 바뀌기 전!

 

상파울로의 메트로는 여느 도시들의 메트로와 똑같았다. 그리고 뉴욕보다 훨씬 훨씬 깨끗했으며, 그 느낌은 우리나라의 메트로와 비슷했다. Se역에서 환승하여 Liberdade역에서 내렸다. Se역에서는 내리는 쪽 문 (진행방향의 왼쪽)이 먼저 열리고 난 후 타는 쪽의 문(진행방향의 오른쪽)이 나중에 열렸다. 안내책자에 타는 쪽의 문으로 내리면 출구를 찾지 못하여 헤맬거라는 기재가 되어 있어서 진행방향의 왼쪽으로 내리긴 했으나, 타는 쪽 문으로 내리면 어떻게 될지 매우 궁금했다 하지만 굳이 뻘짓을 하지는 않기로.....ㅋㅋㅋㅋ

 

 

 

 

역에서 내리자마자 여기가 동양인거리요! 스러운 빨간 가로등이 길을 따라 늘어서 있었다.

 

 

어느 나라에나 있는 한국 음식 레스토랑. 사실 나는 여행을 가면 삼시세끼 그나라의 음식을 먹어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서 타국에서까지 한국 음식을 찾는 사람들이 이해가 잘 가지는 않는다. 내 식성이 까다롭지 않은 편이라서 그런걸지도. (우걱우걱)

 

 

 

 

가이드책이 진짜였네! 라며 날 빵터지게 만든 한국의 아이스크림. ㅋㅋㅋㅋ 너무 빵터져서 하마터면 비싼 돈주고 사먹을뻔 했네 휴... 그리고 다시 길을 가다가 어떤 브라질아저씨가 저 비비빅을 먹고 있는 것을 보고 또 빵 ㅋㅋㅋㅋ 어서와~ 비비빅은 처음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가다가 또 한번 빵! ㅋㅋㅋㅋㅋ 브라질 땅에서 발견한 자갈치!!!!!! ㅋㅋㅋㅋㅋ 길가에서 스레기통역할을 착실히 수행하고 있었던 우리 농심 자갈치 박스!!!!!!!! ㅋㅋㅋㅋㅋㅋㅋ 지나가는 현지인들에게 자갈치는 부산 잘기차 최고지예, 라고 헛소리 할뻔. ㅋㅋㅋㅋ 그정도로 너무 반가웠던 자갈치박스.  아 정말 이런 깨알같은 재미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니 ㅋㅋㅋㅋ

 

 

이 거리에는 이런 그래피티가 참 많았다. 꼭 동양인거리뿐만이 아니라 헤뿌블리카 근처에서도 많은 그래피티를 만났다.

 

 

 

이색적인 거리의 풍경들.

 

 

이집은 뭐길래 또 이렇게 사람들이 벌떼같이 모여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또 내가 먹어줘야지!!! ㅋㅋㅋㅋ 자연스럽게 은근슬쩍 대기줄에 몸뚱이 드밀기.

  

 

 

만두같은 피에 간 고기와 올리브를 넣고 튀긴 요리와 오렌지쥬스(브라질에서는 생과일쥬스를 수꼬라고 하는데 매우 맛있다.)를 먹었는데 저 만두 같은건 그냥 그랬고 오렌지쥬스는 매우 맛있었다. 여행책에서 브라질음식이 매우 짜다고 겁을 줬었는데, 내가 고른 요놈은 그렇게 짜지 않았다. 요리사 아저씨가 일본인이라 그랬나? 짜다기보다 느끼함에 가까웠다. 저렇게 세트에 3.5 헤알. 저렴하게 한 끼 해결.

 

 

어느 나라에 있는 글로벌 체인점 맥도날드.

 

 

기름지고 달달한 것 먹고 기분 좋아 셀카 한 컷 찍었는데 얼굴은 제대로 인상쓰고 있네?????????? 햇살이 굉장히 강하다.

 

 

 

다음 목적지인 대성당을 가는 길에 서점을 발견했다! 다른 나라의 서점을 구경하는 것은 항상 재미있는 것 같다. 그리고! 브라질은 내가 좋아하는 파울로 코엘료의 나라가 아니던가! 안에 들어갔더니 포르투갈어로 쓰여진 연금술사가 있어서 기념품삼아 사고 싶었지만 짐이 너무 무거워서 뉴욕책도 공항에서 버리고 왔던지라 도저히 살 용기가 안났다 ㅜㅜ 게다가 캐리어 바퀴도 하나 박살난 시점에서 더더욱이. 아쉬움을 뒤로하고 대성당!

 

 

 

대성당으로 가는 길가의 풍경들!

 

 

 

 

  

   

 

대성당은 깜짝 놀랄 정도로 웅장했다. 솔직히 기대하지 않고 나선 시내관광(사실 상파울루의 정보가 부족하여 기대하는 볼거리가 없는 상태였다)이었는데, 오늘 하루 본 것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 규모의 웅장함에서 느껴지는 엄숙함으로 인해 무교인 나조차도 성당에 앉아서 나즈막히 자아 성찰의 시간을 갖게 만들었다.

 

 

어쩌다보니 성당의 옆문으로 들어가 정문으로 나오게 되었는데, 정문을 나서자마자 나타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야자수. 이걸보자 아, 여기 남미가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 성당 바로 앞의 광장은 쎄 광장.

 

 

쎄 광장에 범죄율이 높아 경찰이 많다고 100배 즐기기에 소개되어 있었는데 역시나,일반인 반 경찰반이라고 표현해도 과장이 아닐 만큼 많은 경찰들이 있었다.

이 사진은 경찰과 경찰기지를 중심으로 찍고 싶었는데 자세잡는 그 짧은 찰나에 이 검은 가방 든 아저씨가 지나가면서, 저 많은 경찰들을 배경으로 만들어 버렸다...포스있는 외쿡인 아저씨. 잘 생겼으니깐 봐줄게요.. 뒤 따라갈뻔 했네.

 

 

쎄 광장에는 빈민들이 정말 많다. 아까의 표현을 일반인 1/3, 경찰 1/3 노숙자1/3으로 정정할까 한다. 빈부격차의 극과극을 느낄 수 있는 브라질의 쎄 광장. 기분이 묘해진다. 

 

 

 

그리고 저런 의자에 손님을 앉히고 구두를 닦는 구두닦이들이 광장 한켠에 있다. 구두닦이들이 다같이 영업하는 모습은 상당히 이색적인 광경이었다. 쎄광장에서 바로 건널목 하나만 건너면 11월 15일의 거리가 시작된다. 이 거리의 풍경은 다른 국가의 나라와 별반 다를 풍경 없는 상업지구였지만, 상 파울루의 센뜨로의 역사적인 메뜨로폴리스 이미지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대표거리라고 한다.

 

 

 

 

그리고..... 동양인이 정말 없다. 이전의 동양인거리에는 거리의 이름 그대로처럼 동양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는데 그 곳을 벗어난 이후로 동양인을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정말!  처음엔 그러한 사실이 날 불안하게 만들었지만 거리를 걷다보니 내가 왠지 특별한 존재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ㅋㅋ 다들 나를 신기하게 쳐다본다. 그나저나 길에 왜이렇게 잘생긴 남자가 많은지.. 뉴욕에서도 종종 잘생긴 남자 본다고 지하철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치고, 길에서 행인과 부딪치는게 일이었는데(ㅋㅋㅋㅋㅋㅋㅋ) 여긴 도대체가 걸을 수 없게 만든다. 차에 탄 남자도 나무 옆에 서있는 남자도 내 옆을 지나는 남자도, 심지어 길에서 자는 남자도. 온통 훈남 천지 상파울루!!!!!!!!!!!!!!!!!!!!!!!!!!!!!! 아 여기서 살고 싶어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찰하고 싶었지만, 부끄러워서 그러지는 못했다.

 

 

길이 끝날 무렵에 현재 상 빠울루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알찌노 아란찌스 빌딩이 있다. 브라질 은행 건물로 쓰이고 있는데 이 곳에서 무료로 운영되는 전망대가 있다고 하여, 상 빠울루 시내 광경을 보기 위하여 올라갔다. 올라갈때는 신분증을 보여주고 얼굴 사진도 찍는 등의 보안 절차(백팩도 밑에 두고 올라가야 한다)때문에 여권을 꼭 가지고 가야한다! 삼십분 넘게 기다려서 오분을 보게 되는데 엠파이어 스테이트의 야경때문인지 그렇게 멋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확실히 높은 곳에서 도시의 전경을 바라 보는 일은 기분 좋은 경험이므로 나는 추천 한표! (거기다가 공짜이지 않은가!) 다 보고 내려갔더니 더이상 관람객을 받지 않기 위해 문을 닫아 두고 있었다.(내려온 시간 오후 세시반 정도) 관람을 하려면 일찍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기다리면서 지루하지 말라고 이렇게 안내문도 준다.

 

 

26층까지 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내린 후 다시 32층까지 가는 엘리베이터를 탄 후 34층까지 걸어 올라간다. 34층에 있는 나선형 모양의 계단을 올라가면 상파울루 시내가 한눈에!!!!!!! 화려한 건물은 눈에 보이지 않고 낡고 퇴색한 건물과 시내의 모습이 처음에 보인다. 실망이라기보다 먹먹함이 먼저 다가오는 광경. 하지만 여기의 사람들은 나름 행복하고 즐겁게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으므로 주제넘은 동정심은 갖지 않기로 했다. 5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보다보니 마냥 낡고 퇴락한 모습의 도시로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뭐라 형언하기 힘든 다양한 감정을 갖게 만든 시내의 모습.

 

 

 

  

 

 

 

 

빌딩에서 볼때부터 구름이 가득 끼어 있더니 내려와서 얼마 지나지 않아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졌다. 처음엔 소나기라고 생각하고 버스정류장에서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 보려 했는데 1시간이 지나도 비가 그치질 않는다. 택시를 타고 가려고 했는데 택시를 잡기도 쉽지가 않다. 현지인들이 죄다 낚아챘기 때문이고 빗살이 갈수록 거세져서 우산 없는 나는 도로로 나설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걸 어쩌나 넋을 놓고 있었더니 어떤 브라질 남자 한명이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추위와 피곤함에 지친 상태에서 무슨 말인지도 알아 듣지 못하고 나쁜 사람일지도 몰라 라는 마음에 경계를 풀지 않고 인상을 쓰며 왓? 을 외쳤는데 끝임없이 같은 단어를 말한다.

 

가만보니 나쁜 사람은 아닌거 같아서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들어보니 딱시라고 하는 것 같다. 씽!씽! 거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더니 손짓을 한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도로로 달려나간다. 어쩌지 고민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심정으로 달려나갔더니 남자가 대기하고 있는 택시 기사에게 뭐라고 뭐라고 설명해주었다. 친절하고 잘생긴(!) 브라질 남자덕에 호스텔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다. 숨쉴때마다 미터기가 올라가는 택시 요금덕에 내 지갑은 무사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택시비가 비싸지는 않았다.

 

 

숙소로 돌아와 씻지도 않고 침대에 드러누워 그동안 미뤄둔 사진을 정리했다. 블로그도 올리는데 아직 얼굴한번 못본 룸메는 들어올 생각을 안하고 빗소리도 잦아든다. 내일 바로 떠나야 하는데 이럴수는 없지 하며 우산을 챙겨들고 다시 산책을 나가기루 했다. 배도 고파와서 100배 즐기기에서 추천하는 햄버거집으로!

그리고 우산으로 대신 쓴 지도가 젖어버려서 지도를 받으러 인포메이션센터에도 가야했다. 무조건 나가야만 하는 핑계들을 만들고 촉촉히 젖은 상파울루 거리 산책에 나섰다.

 

 

 

촉촉해진 거리. 아깐 비가와서 기분이 나빠졌는데, 이젠 비가 와서 기분이 좋다. 도시가 더 예뻐졌다.

 

 

100배에 정확히 표시된 곳에 있지는 않았지만 ,그 주위를 배회하다보니 100배가 표현한 대로 숫자로 메뉴를 정해둬서 주문하기 편하다는 음식점이라는 힌트로 숨은그림찾기놀이를! 시도하였더니 그 주변이 전부다 비슷한 가게다. 그냥 그 골목중에 가장 크고 가장 밝으며 가장 사람이 많은 곳으로 입장.

 

 

 

 

인상좋은 아저씨가 나의 주문을 받으려고 내 테이블로 온다. 아저씨가 날 신기해하는 것이 느껴진다. 에그가 들어간 햄버거와 수꼬 세트를 주문했더니 뭐라고 한다. 수꼬 종류를 고르라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라란쟈? 라고 물었다. 오렌지는 아까 먹었으므로 내가 고개를 저으면서 생각을 하다가 100배에 수꾸 리스트가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하고 가방을 뒤져 책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 내모습에 아저씨가 웃었다.

 

내가 책을 펼쳐서 아싸이를 가르치며 아싸이! 라고 했더니 아저씨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그건 안된단다. 그래서 다시 고민하다가 그 밑에 아세로라! 라고 했더니 그것도 안된단다. 그래서 아바까시? 라고 했더니 엄지를 치켜 들며 뭐라뭐라 하는데 왠지 그거 맛있다고 잘 골랐다고 날 칭찬하는 것 같았다. (전혀 이해 불가의 언어니깐 혼자 소설을 쓰게 된다 ㅋㅋ) 아저씨가 서빙을 해오더니 내가 먹기를 기다린다.

 

 

한 모금 마시고 맛있다는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며, 그와 동시에 아까 아저씨가 했던 것 처럼 엄지를 치켜들었다. 아저씨가 껄껄 웃는다. 나도 같이 웃었다.

웃음이 아바사씨 수꾸를 더 맛있게 만드는 것 같았다.

 

기름지고 짠 브라질의 햄버거! 하지만 맛은 좋다. 토마토+달걀 프라이+고기패티+양상추+치즈의 절묘한 조합! 그렇더라도 좀 짜다... 한입 먹고 수꾸 한모금 한입먹고 수꾸 한모금을 반복했다. 혼자서 맛있게 냠냠 먹다가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던 동양인 남자랑 눈이 마주쳤다. 배낭을 메고 있는 걸로 보아 여행자였다. 한국인일까 중국인일까 일본인일까 궁금해서 이목구비를 자세히 쳐다보았더니 그 남자가 갑자기 나보고 엄지를 치켜든다. 브라질에서는 엄지를 치켜세우는게 유행인걸까? 동양인은 왠지 멋쩍어서 그냥 고개를 돌리고 햄버거를 마저 먹었다. 나란 여자.. 낯가리는 그런 여자....ㅋㅋㅋㅋ 계산을 하고 났더니 카운터의 아저씨가 사탕도 좋다. 기분좋게 사탕을 물고 숙소로 천천히 걸어왔다.

 

 

 

밤이라서 조금 무섭기는 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상파울루의 밤은 낮과 달리 낭만적인 장소로 변해 있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숙소까지 걸어왔다. 숙소에 도착하니 내 옆 침대 주인은 아직 오지 않았고, 다른 한명이 생겨났다. 브라질 국적의 여대생으로 추정. 자기도 남미를 여행중이란다. 심심하던 차에 잘됐다 싶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남은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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