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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sta/2012 SA

[남미여행_2012/04/12] 11. 상파울루에서까지 쩌는 잉여 놀이!

by 여름햇살 2013.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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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의 글도, 예전 네이트 블로그에 기재했던 것을 조금 손 본 것. 내용을 읽어보니 칼라파데에 묶을때 기재했던 것 같다. 암, 일반인도 작가로 만들게 하는 칼라파데의 특유의 분위기가 있지. 그 덕에 칼라파데에서 업데이트를 한 것 같다. 여튼 고고씽~

 


 

상파울루는 현대인류가 살만한 도시였다. 상파울루 호스텔을 떠난 이후로 어마어마하게 느린 와이파이덕에 인터넷에 거의 접속하지 못했다. 심지어 카톡마저 메세지가 원활히 보내지지 않았을 정도니. 다행히 칼라파데에 넘어왔더니 호스텔 와이파이가 빵빵터진다. (그나저나 칼라파데 정말 이쁘다, 처음엔 스위스느낌이네 라고 했는데 알면알수록 칼라파데의 매력에 포옥.  여기서 살고 싶다. 여행중인 내가 한국을 제외한 어딘들 안 그러겠냐만은ㅋㅋ) 싸이월드 메인화면이 다뜨기가찌 고작 1분(!) 밖에 걸리지 않으니깐 말이다.정말 여기는 전화선 연결해서 인터넷을 사용하는지, 옛날 옛적 천리안 정도하면 딱 좋을 것 같은 속도다. 하지만 어쩌랴. 느긋하게 기다리거나 포기하는 수 밖에. 밀린 일기가 많지만, 부지런히 업데이트 시작!

상파울루에서 하루 묶는 그날 나의 루미는 총 2명이었다. 한명은 브라질 여자애였는데 모국을 여행중이었으며, 한명은 독일 여자애로 남미를 배낭여행중이었다. 둘 다 이름을 말해줬는데 발음하기 너무 어려운 이름이라 전혀 기억에 남지 않는다. ㅋㅋㅋ하긴 그들에게도 나의 이름은 생소하겠지.(아니지, 내 이름 정도면 그들에게도 쉬운 편이지! 흠흠 ㅋㅋ) 고된 비행으로 이날 게으름을 피우며 늦게 일어나서 아침을 먹었다. 식당의 시설과 메뉴가 썩 좋지는 않았지만, 아침을 주는게 어디냐며 아주 맛있게, 그리고 배부르게 많이 먹었다. ㅋㅋㅋ(사실 나는 외국 여행하면서 숙소의 시설에 대해 불만을 거의 가지지 않는 여행자 타입이라 좋은 리뷰어는 아닌 것 같다 ㅋㅋㅋ)

 

 

 

 

저 주황색과일의 이름은 아직도 모르겠다. 예전에 태국 갔었을떄도 이게 뭐지 하면서 먹었는데, 삼개월이 지난 지금도 모르겠다. 라고 적었었는데 이 글을 보신 어느 친절한 방문자가 파파야라고 댓글을 달아주셨다. ㅎㅎ 그분이 댓글을 달아 주지 않으셨다면 지금까지 몰랐을 것 같다. ㅋㅋㅋㅋ 다시 한번 무한감사를!! 저 파파야는 내마음에 꼭 들었는데, 그렇게 달지도 않고 수분감이 많았기 때문이다. 파파야 말고 또 제공되는 것은, 저런 기본 바게뜨에, 케잌같은 디저트에, 수꼬도 세종류가 있었고, 숙소 가격대비 좋은 아침이었다구 생각되었다. 느긋하게 밥먹고 침대위에 엎드리고 나의 맥북을 껴안고, 전날의 여행을 블로그에 정리했다. 어차피 밤차로 히우로 넘어갈 생각이었기에, 오늘 밤이 올때까지 놀아야되므로 거의 체크아웃 시간에 딱 맞추어서 나왔다. ㅋㅋ

 

 

처음간 곳은 찌에떼 역에 있는 장거리 버스 터미널. 역에서 나오면 바로 연결되어 있는데 규모가 꽤 크다. 그리고 부에노스아이레스 같은 국제선(!) 버스표도 팔고 있어서 조금 신선했다. 사실 서로 같은 땅에 붙어 있으면 버스로도 국경을 넘나드는 것이 당연한데도,  우리나라는 지형 특성상 비행기나 배를 타야만 다른 나라로 갈 수 있으니깐 버스로 다른 나라를 간다는 사실이 내겐 신선했다. (생각해보면 유럽은 달리는 기차안에서 입국검사도 하는데 말이다.ㅋㅋㅋㅋ)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서 히우가는 버스표를 사고 싶은데 어디 있냐고 물었더니 안내 여직원이 영어를 전혀 못한다. 곤란해하며 포르투갈어로 손짓발짓으로 직진해서 좌회전하라고 가르쳐주는데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 100% 이해했다. ㅋㅋㅋㅋ (참고로 왼쪽은 국제선, 오른쪽은 국내선 부스들이 있었다.) 그리고 락커룸은 어디에있냐고 물으니깐 표파는데 옆에 있단다. 매번 신기한게 그런걸 내가 어떻게 알아듣는지 모르겠다. 고맙다고 인사하며 이 묘한 상황에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정말 언어만이 의사소통의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절하고 예쁜 여직원이 알려준대로 갔더니 어마어마하게 많은 버스판매 부스들이 나타났다. 도대체 어디로 가야되나 고민하다가 "expresso do sul" 이라는 이름을 블로그 검색 에 보았던 기억이 났다. 갔는데 이곳의 여직원은 영어를 하지 못한다. 하지만 아무 문제가 되지 않지, 암. 핸드폰에 12/abril/2012 toniht 라고 적어서 보여줬다. 그러자 알겠다며 모니터 화면으로 타임 테이블을 띄워준다. 11시 35분껄 선택. 좋은 등급의 버스가 아닌지 가격은 68헤알로 저렴하다. 미션 클리어~ ㅎㅎ 이제 오늘밤 여기로 다시 돌아와서 버스를 타면 된다.

 

 

다음은 락커룸에 짐맡기기. 버스표판매 부스 뒤편으로 가면 바로 락커룸표시가 보인다. 캐리어는 8헤알, 여행가방은 6헤알. 총 14헤알에 짐을 맡겼다. 역시 영어 안되는 직원과 포르쿠갈어 못하는 손님사이에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짐까지 맡기는 것도 성공. 마지막에 착한 직원이 자기가 영어를 못해서 미안하단다.

 

아 정말 친절한 브라질리언들.

 

포르투갈어를 못하는 나는 그들에게 벙어리(!)나 다름 없을 것이다. 얼마나 답답할까. 하지만 내가 만난 브라질 사람들은 단 한번도 답답해하지 않았다. 그리고 항상 자기가 영어를 못해서 미안해한다. 그리고 영어를 잘하는 브라질리언과 대화할때는, 내가 영어를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면 그건 당연한거라고 그런소리 말라고 한다. 대신 너는 한국어를 잘하지 않느냐고. 그들은 어떤 삶을 살기에 이렇게 타인에 대한 배려를 높이게 되는 건지 궁금했다.  내가 친절한 사람들 건만 만난걸까? 그러기엔 브라질 사람들은 친절해도 너무 친절했다! ㅠ_ㅠ

 

 

 

 

가방하나 둘러메고 가벼워진 몸으로 미술관 산책에 나섰다. 상파울루 미술관. 상파울루 부분을 찢어버려서(짐의 무게 때문에 0.1g이라도 줄이고자....ㅋㅋㅋ지나온 부분은 미련없이 찢어 버린다. 단 백배만. 론니플래닛은 제외) 몇호선인지 모르겠지만 역의 이름은 MASP 이다. 찌에뗴 역에서는 한번 갈아타야 한다. 지하철 역에서 출구를 못찾겠다. 저렇게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 어쩌지 어쩌지 하다가 왼쪽으로 올라가서 그대로 직진했다. 아니면 돌아가지뭐 하는 마음으로. 외국은 도로명이 잘되어 있으니 잘못된 방향으로 가더라도 길찾기가 싶다.

 

 

 

 

 

그리고 지상밖으로 나오니, 헤뿌블리카 근처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어마어마한 빌딩들이 나와 마주하게 된다. 잠시 그자리에 멈춰서 한바퀴 돌아 주위를 보았다. 한국의 강남역에 온 것 같다. 끝없는 난잡한 간판이 없다는걸 외한다면.  백배 즐기기에서(그것이 출판된 시점 기준( 우리나라 GDP가 11위, 브라질이 9위일정도로 경제대국이라고 하더니, 굳이 그 사실을 전해듣지 않아도 내 눈으로 직접 목격할 수 있는 파울리스타 대로가 날 압도했다. (지금 찾아보니 브라질은 GDP기준으로 6위, 우리나라는 15위, 금액으로는 우리나라의 2배가 넘는다.-2012년 4월 검색당시 기) 끝없이 늘어져 있는 고층빌딩. 사실 여태 남미를 오기 전까지 남미 하면 우리나라 정도, 혹은 우리나라보다 경제 수준이 낮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파울리스타 대로의 광경은 나에게 조금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우물안 개구리. 그 속담은, 그 대로의 광경에 어안이 벙벙한 나에게 딱 어울리는 표현이었다.

 

 

 

일이 잘 풀리려는지 내가 선택한 길이 맞았다. 5분도 지나지 않아 내눈에 공중에 떠있는 미술관, 상파울루 미술관이 나타났다.

 

 

 

 

보는 그대로 1층 없이 2층부터 공중에 떠있는 건물이다. 어떻게 1층을 없애고 건물을 세울 생각을 했을까?  미술관에 걸맞는 상상력을 가진 건축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표를 끊고 입구로 들어가면 이렇게 소지품검사를 한다. 그리고 백팩크기부터(크로스백은 그냥 통과) 입구에서 맡기고 관람을 시작해야 한다. 보안상의 문제겠지만 사실 짐을 맡아주니, 그것도 무료로! ㅋㅋ나는 오히려 더 좋았다. 백팩이 생각보다 너무 무거웠기 때문이다. ㅠㅠ 사진촬영이 금지된다는 점은 안타까웠지만, 되려 그 모든 것들이 관람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어서 결과적으로는 매우 좋았다.

기획전이 있어서 지하에서는 로마 조각상 전시회가 열려있었다. 간만에 로마시대의 조각상들을 관람하니 예전에 로마에서 참가했던 바티칸 투어가 생각났다. 자전거투어라는 이름의 회사였는데, 조각상을 설명할때 그 가이드분의 열정이 갑자기 생각났다.(그분은 특히 미켈란젤로 찬양가셨다.) 배낭여행을 왔다가, 로마가 정말 좋아서 그대로 정착하셨던 그 분. 나에게도 그렇게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그 무언가가 있는가? 3년전 그 당시에도, 지금에도 나는 명확한 답을 내릴수가 없다.

 

로마의 조각들에 잠시 상념에 빠져 시간을 보내고, 이내 곧 유명 화가들의 전시장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내가 좋아하는 고흐의 알지 못했던 작품들, 날 두근두근하게 하는 모네의 작품들, 그외에 여러 흥미로운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미술책에서도 보지 못했던 유명화가들의 작품을 보게 되어서도 좋았지만, 그보다 더 좋았던 것은 마치 내 전용 미술관마냥 나 혼자 감상을 즐겼다는 점이다. 평일 대낮이다 보니 방문객들이 거의 없었으며, 학교에서 단체관람을 나오긴 했지만 그나이때의 어린아이들이 그렇듯이 작품은 내팽겨치고 출입구 근처에서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나의 장 컬렉션에서 감상을 즐기는 것 처럼, 붐비지 않고 여유롭게 작품들을 즐길 수 있었다. 교양수준이 낮아서 그 화가의 유명한 작품말고는 잘 모르는데, 어디에서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작품들을 마주하게 되니 기분이 색달랐다. 그러한 작품들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특별한 존재가 되는 듯한 착각을 받았다. 남미 여행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국가를 가리지 않고) 상파울루는 볼 것이 없는 도시라는 말을 많이 한다. 히우에서 만났던 독일 여자애는 3개월간 남미 여행을 하는데 상파울루는 방문하지 않을 거라고 말을 했었다. 볼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사람들의 그런 말을 많이 들어서 그런지 나는 왠지 상파울루라는 도시가 더 애틋하게 느껴졌다.

 

미술관 앞에서 이렇게 팔찌를 만들어 팔고 있었다. 구경을 하는데 맘에 드는 것이 없어서 패스~

 

 

 

미술관에서 밍기적거리다보니 점심때가 넘어도 너~무 넘어 버렸다. 당이 떨어져서 어질어질한 기분이 들었다. 백배에서 추천하는 맛집같은건 알아볼 생각도 없이, 미술관 바로 맞은 평에 이씨는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날보더니 직원이 뭐라고 하는데 도저히 무슨말인지 모르겠다. 백배즐기기에 적혀 있던 넝 팔루 포르투게스(포르투갈어 못해요)를 말했다. 직원이 알겠다는 표정으로 "잉글리쉬 메뉴?"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 어설픈 발음에도 너무나 반가운 영어에 고개를 끄덕이며 씽!씽! 거렸다. 직원이 활짝 웃으며 원하는 아무 곳이나 앉으라는 제스처를 취한다.

 

주문을 하는 나는 대화가 통하지 않아 답답한데, 막상 그들은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 동양인 여자 혼자서 와서(그것도 포르투갈어도 전혀 모르는 여자가) 자기네 가게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것이 그저 신기할 뿐인가보다.

손짓발짓 우여곡절끝에 메뉴를 주문. 조금 친해진 아저씨와 사진 찍어달라고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손님러쉬가 밀어닥치는 바람에 부탁하지 못했다. 이 시간에 왜이렇게 손님 러쉬 ㅠ_ㅠ

 

 

그래서 결국 남은건 또 셀카사진. 루피처럼 고무고무열매를 먹고 팔이 왕창 길어졌으면 좋겠다. ㅋㅋㅋㅋ

 

메뉴를 보는데 딱히 먹고 싶은 것이 없다. 무난하게 샐러드+고기,프라이+라이스가 나오는 것과 요거트를 시켰다. 물론 요거트는 한국의 그것을 상상하며. 갑자기 직원이 난감해하며 플라스틱통에 든 요거트를 들고온다. 앗 저것은 터키에서 보던 그런 요거트트!!! 그것을 들고와서 뭐라뭐라 이야기를 한다. 자기네들도 이걸 시킨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겠지. 이런건줄 몰랐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영어로. ㅋㅋㅋㅋㅋ 그 사람들도 그럴거라고 생각을 했는지 그 요거트를 내 테이블에 내려놓지 않고 계속 머라고 설명을 한다. 도저히 모르겠다. 그냥 다른걸 시키겠다고 말하며 알아듣게 메뉴라는 말만 두번 반복했다. 웨이터의 표정이 밝아지면서 다시 메뉴판을 가지고 온다. 망고 수꼬를 시키니깐 그 사람이 활짝 웃으며 엄지를 치켜든다. 그 모습에 나는 어제의 일이 연상되며, 또 빵터지고 만다. 그저 이 상황이 나에게는 너무 즐겁기만 하다. ㅋㅋ

 

 

아니, 도대체 이게 뭐야! 샐러드랍시고 이런 얄구진걸 갖고 온다. ㅋㅋㅋㅋㅋ 악! ㅋㅋㅋ 그래도 올리브오일에 발사믹식초를 치니 먹을만했다.

 

 

우여곡절의 망고수꼬 ㅋㅋㅋㅋㅋㅋ 드디어 등장하셨다. 남김없이 쭉쭉 다 마셨다.  그리고 메인 메뉴. 저 콩스프를 밥과 함께 먹으면 맛있다. 하지만 좀 짜다. 많이 짜다. ㅠㅠ 자린고비마냥 수프 엄청 조금에 밥 엄청많이 조합으로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친뒤에는 미술관 바로 맞은편, 음식점 바로 옆에 위치한 트리아농 공원으로 향했다.

 

 

어딜가나 영희 하트 철수 같은 낙서는 존재한다. ㅎㅎ 귀여워라.

 

 

 

 

 

 

 

 

괜히 입구에서부터 경찰 열댓명이 깔려서 여기 위험한곳인가 쫄았지만 안은 평화롭기만 했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키스를 나누거나, 나이 많으신 노인분들이 편하게 쉬거나, 나같은 관광객들이 앉아 쉬거나, 매우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빽빽히 늘어선 나무덕에 공원안에서는 밖을 전혀 볼수 없었다. 그것이 그 공간안에 들어가있는 나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배도부르고, 좋아하는 그림도 실컷보고 더 바랄게 없는 그 상황에서 벤치에 앉아 아무것도 안하고 늘어졌다. 그리고 듣는이, 알아듣는 이 아무도 없는 그 상황에 내가 내뱉은 말은 "너무 좋다." 즐거운 잉여의 시간. 뉴욕에서도 볼 것이 너무 많아서 매일매일 행군을 했던터라 막상 퇴사후 이런 잉여는 처음이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저 이 잉여돋는 시간을 어떻게 즐길 것인가만 고민하면 되는 그 순간. 너무 좋았다.

 

한참을 놀고, 그래도 상파울루까지 왔는데 관광명소는 다 가봐야지 하는 마음에 이비라뿌에라 공원으로 걸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상당히 거리가 있지만, 나야 어차피 밤 11시 35분까지 할일 없는 사람이 아닌가. 지하철을 타지 않고 걷는다면, 내 발은 좀 고생하겠지만 나는 상파울루의 화려한 고층건물들을 감상할수 있으니깐!

 

 

 

 

 

 

길을 걷는내내 휘파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정말 신기한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리 신기하더라도 그렇게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데 말이다. 처음엔 이 사람들은 예의도 없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몇번의 경험이 쌓이자 이젠 포기하게 된다. 그리고 나중엔 인사에 반갑게 '올라!'라고 웃으며 외치기까지된다. 어떻게 보면 순진한 그들.

 

그렇게 공원을 향해 가고 있는데 한 10분을 걸었을까 날씨가 심상치 않다. 하늘을 보니 아직 쨍쨍 하지만, 마치 어제와 같은 기분이다. 내 눈은 잘 모르지만 내 피부가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왠지 걸어가다가 한바탕 소나기를 맞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쩌지 고민하다가, 그냥 눈에 보이는 지하철역으로 갔다. 아직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버스터미널로 갔다가는 너무 오래 기다려야 되지만, 그냥 버스 터미널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하철을 타고 터미널로 가는데 물에 흠뻑 젖은 우산을 든 승객들이 하나둘씩 탑승한다. 지상으로 올라가는 구간에서 밖을 향해 쳐다보니 문자 그대로 비가 억수같이 쏟아내리고 있었다. 우리나라 장마 수준으로 내린다. 휴, 이제 완전 브라질사람 다됐다. ㅋㅋ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찌에떼 역에 도착했더니 비가 정말 무섭게 쏟아내린다. 약간 쌀쌀한 기분과 함께 쓸쓸한 기분도 들었다.

 

 

 

아무 할일 없이 역에서 빈둥빈둥 앉아 있었다. 심심해서 락커룸에 맡겨놓은 노트북을 가져오자니, 노트북뿐만이 아니라 다른 짐도 함께 가져와야 하니 감당할 여력이 없다. 그냥 버티기로 한다. 터미널 구경을 하면서. 규모는 큰데 볼거리는 많지 않았다. 금방 다시 의자로 돌아와 멍하니 시간을 죽인다. 한국에서 내가 그렇게 소중하게 받들며 모시던 그 시간을 말이다. 묘한 우월감에 기분이 좋아진다. ㅋㅋ 난 시간이 남는 사람이라구. 영화 인타임이 생각난다.

 

그래도 11시 30분까지는 너무 길다. 락커룸에 짐이 아니라 나를 맡길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이 멍청한 것. 쭈구리고 앉으면 캐리어보다 작으니 어쩌면 나는 소형짐에 속할지도 모르고 그러면 8헤알로 그 락커룸에서 소매치기 걱정없이 늘어지게 낮잠을 자도 아무일 없을텐데 말이다.다음번엔 짐을 맡길 일이 있으면 나를 맡아 달라고 시도 해봐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슈퍼마켓에서 사온 음료와 과자. 점심을 과하게 먹어 배가 고프지는 않아 저녁은 먹지 않고 과자를 먹기로 했다! 가게에 들어갔더니 각종 과자. 도저히 무슨 뭔지 알 수가 없다. ㅋㅋㅋㅋ 음료는 안전하게 오렌지맛으로, 과자는 코코아 들어간 과자로 보여 골랐는데 괜찮은 맛이었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루함에 못 이겨 짐을 다시 찾아왔다. ㅋㅋ 그리고 노트북으로 회사 후배 김모양이 추천해주었던 프리티 리틀 라이어스라는 미드를 봤다. 공공장소에서 전자기기(카메라,노트북등)를 꺼내놓지 말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내 지루함이 소매치기의 두려움을 앞섰다.

 그리고 다운만 받아놓고 여태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미루어 두었던 마이클 샌들의 정의 강의 1화를 보았다. 이렇게나 낯선, 타국의 버스터미널에서 그런 감동을 맛보다니. 이전에 책으로는 읽어서 그 내용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책으로 보는 것과 저자의 강의를 실제로 보는 것과는 많이 달랐다. 교수는 내가 생각했던 것 만큼 유머감각을 지닌 사람이었다. 기다림의 지루함을 잊게 할만큼 그 강의는 내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나는 그 강의에서 교수가 제안하는 것에 가장 적합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 사실 그것은 정답이 있기보다 가치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다수의 행복을 위해 소수를 행복을 포기해도 좋은가. 그것은 확실히 대답을 요구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이것은 확실하다. 브라질처럼 소수만이 부를 독점하고 다수가 가난에 시달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말이다. 길거리에 끊임 없는 빈민들을 이틀간 보고 이 강의를 마주하자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영원히 오지 않을 것만 같은 버스탑승시간이 다가왔다! ㅎㅎ 이렇게 대기 시간이 긴 경우에는 여행메이트가 있으면 좋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찌에떼역의 버스표판매부스 및 각종 편의시설들은 2층에 위치하며, 탑승 플랫폼은 1층에 위치한다. 버스판매했던 아줌마가 이야기해줬던 14번 플랫폼으로 갔더니 사람들이 꽤나 모여 있었다. 졸리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하고, 빨리 탑승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버스표를 내밀었더니 차장이 포르투갈어로 뭐라고 뭐라고 한다. 못알아들으며 계속 어리버리를 깠더니ㅋㅋㅋㅋㅋㅋ 계속 표를 가르치며 뭐라고 뭐라고 한다. 뭐지 하며 표를 봤더니 포르투갈어로 네임과 넘버 스러운 단어가 적혀있다. 이름과 여권번호를 적었더니 그제서야 엄지를 치켜드며 웃는다.

 

한바탕의 사연끝에 겨우겨우 버스에 올라탔다. (아, 차장에게 표를 보이기전에 짐을 먼저 실은 다음에 표를 보여줘야한다. 이것땜에 또 몇분 어리버리짓을 했다.) 남미의 버스가 시설이 좋다고 기대했는데 내가 선택한 시간대의 버스는 우리나라의 우등버스보다 조금 나은 정도였다. (분명 사진을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남겨진 사진이 없다.) 그래도 끝까지 의자를 젖히니 6시간은 편안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탑승후 출발전까지 내 옆에 이상한 할아버지나 아저씨만 앉지 말아 달라고 기도를 하고 있었는데, 아니 이게 웬걸. 엄청엄청 잘생긴 브라질 남자인 것이 아닌가. 그는 나를 한번 보고 내 발밑에 있는 가방을 보며 뭐라고 이야기 한다. "넝 팔루 포르투게스"라고 이야기 하니깐 "아, 노쁘라브롬"이라고 이야길 한다.

그리고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내 가방을 선반에다가 실어준다.잘생겼는데 친절하기까지. 역시 브라질 남자가 짱이다.

 

그리고는 이내 내 옆에 앉아 부시럭부시럭거리며 콜라를 벌컥벌컥 마시더니 나보고 마시라고 내민다. 그의 친절이 괜히 웃겼다. 괜찮다고 했더니 어깨를 으쓱이면서 다시 마저 마신다. 그리고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옆에서 계속 이상한 소리가 난다. 뭔가해서 봤더니, 버스 밖에서 자기를 배웅하고 있는 여자친구에게 끊임없이 키스를 날리고 있었다. 그 남자랑 어떻게 해볼 것도 아니면서 여자친구가 있다는걸 알게되니 괜히 심술이 났다. 흥. 연예인들의 열애 소문이 나면 속상한 팬들의 심정이 이런 것일까. ㅋㅋㅋㅋ

 

잠시후 버스는 출발해으며 출발한지 3시간 쯤 되었을때 휴게소에 도착했다. 사실 나는 계속 자고 있었는데 내 옆에 앉은 브라질 남자가 나를 흔들어 깨워서 그 사실을 알게 되었따. 인상을 쓰면서 눈을 뜨고는 그 남자를 쳐다 봤다. 뭐야  도대체 왜 꺠우는거야? 라는 의미가 전달 될 수 있는 표정으로. 그랬더니 그 남자는먹는 시늉을 하면서 오른손으로 자기의 배를 쓰다듬는다. 그리고 창밖을 가르치며 어설픈 발음으로 '렛츠고' 라고 말한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빵터지고 말았다. 괜찮다고 너혼자 먹으라고 이야기 했더니 다시 어깨를 으쓱이며 밖으로 나간다.

 

대기시간은 생각보다 길었다. 화장실이나 갈까 하고 화장실을 다녀왔다. 휴게소 안에는 사람들이 은근 많다. 버스로 다시 올라와서 버스가 출발하기를 기다렸다. 사람들이 하나 둘씩 버스에 오르고 곧 출발할 것 같다.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데 시선이 느껴진다. 눈을 뜨기가 귀찮아서 계속 눈을 감고 있었는데 거슬릴 정도로 시선이 느껴진다. 눈을 떴더니 옆에 앉은 브라질 남자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동양인 여자가 신기한가보다. 나 너 엄청 신기해 라는 눈빛을 쏘아보내며 나를 흥미진지하게 쳐다보고 있다. 그모습이 또 귀여워서 씨익 웃어주고 돌아 누워서 잠을 청했다. 그리고 정확히 6시간 후 히우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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